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전자정부 누리집 로고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윤석열정부2년 민생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윤석열정부 2년 민생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콘텐츠 영역

남북자매 서먹서먹? 얼음위 금방 녹음!

[김창금 기자의 스포츠 오딧세이]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2018.01.31 김창금 한겨레신문 스포츠팀 기자
인쇄 목록

28일 남북 첫 합동훈련 뒤 식당에서 북한 선수단 맏언니이자 주장인 진옥(28) 선수 생일파티가 열렸다. (제공=대한체육회)
28일 남북 첫 합동훈련 뒤 식당에서 북한 선수단 맏언니이자 주장인 진옥(28) 선수 생일파티가 열렸다. (제공=대한체육회)

충북 진천의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이뤄지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훈련을 근거리에서 지켜보는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을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먼저 올림픽을 향한 선수들의 태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지하다. 남한 선수들 23명이 기술적으로 뛰어나다면, 북한 선수 12명은 체력에서 압도적이어서 은근히 서로 배우면서 자극이 된다. 링크장 밖에서는 서로 도와주고, 가르쳐주고, 챙겨준다. 이런 까닭에 “정말 감동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서로 도와주고 챙겨주고…“감동의 드라마 쓸 것 같다”

북한 선수들이 합류한지 사흘째인 28일 밤에는 남북 선수들의 팀 분위기를 보여주는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이날 처음으로 강도 높은 합동훈련을 소화한 남북 선수들은 피곤도 할 터였다. 하지만 어디서 준비했는지 북한 선수단의 맏언니이자 주장인 진옥(28·강계)의 생일을 위해 케이크가 등장했고, 축하의 노래로 진옥 선수를 수줍게 만들었다. 케이크 커팅 뒤에는 식탁에 앉아 오순도순 밥을 먹는 장면이 연출됐다.

올림픽 등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많은 빙상 지도자는 “말이 안 통하는 외국 선수들과도 몇 시간만 지나면 금세 친해진다. 하물며 말이 통하는데 거칠 게 무엇이냐?”고 했다.

단일팀을 지휘하는 캐나다 출신의 세라 머리(30) 총감독은 흔히 케미스트리라고 얘기하는 팀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식탁에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를 하고 있다.(제공=대한체육회)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식탁에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를 하고 있다.(제공=대한체육회)

머리 총감독은 35개 캐비넷을 갖춘 라커룸에 명찰을 붙이면서 남한 선수들 사이에 북한 선수들이 들어가도록 했다. 옷을 갈아입을 때도 서로 한마디라도 더하고 거들라는 뜻이다.

캐비넷 남북선수 나란히…머리 총감독 “이런 케미가 또 있을까”

1월25일 남북 선수들이 선수촌에 처음 모인날에는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남한팀의 작전노트를 배포했다.

역시 남한 선수 2명이 북한 선수 1명을 상대로 설명하도록 시켰다. 남한의 아이스하키용어가 주로 영어를 그대로 차용한 것과 달리 북한은 대부분 순우리말로 바꿨기에 70여개의 항목을 정리해 하키 용어집도 만들었다.

스틱은 채, 슛은 쳐넣기, 디펜스는 수비수, 체인지는 교체, 림은 벽돌리기 등으로 다르지만 워낙 오래 아이스하키를 해왔기에 소통에 어려움은 없다.

머리 단일팀 총감독은 애초 “2~3명의 북한 선수들은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북한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우리 선수들이 그렇지 못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도 했다. 실제 머리 단일팀 총감독은 북한 선수 12명을 지켜보면서 활용법에 관한 힌트를 얻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체력은 북한 선수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지난해 삿포로아시안게임에 참가했던 한 경기인은 “북한은 지상훈련을 많이 한다. 체력 테스트를 한다면 그들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보통 아이스하키는 골리라고 불리는 골키퍼 2명을 제외한 20명이 5명씩 1~4조로 나뉘어 1분 간격으로 통째로 교체 투입된다.

1조 5명은 결정력과 센스가 뛰어난 핵심  선수들이고, 맨 아래인 4조는 몸싸움이 강한 선수들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머리 단일팀 총감독도 애초 “1~3조는 남한 선수들이 맡고, 4조는 북한 선수들을 배치할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올림픽 순위가 중요하지 않다. 하나의 퍽으로 하나의 꿈을 향해 하나의 퍽을 날리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팀?상승은 이미 이루어졌다
하얀 얼음위에서 하나의 꿈을 향해 하나의 퍽을 날리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분위기 상승은 이미 이루어졌다. (제공=대한체육회)

하지만 북한 선수들의 체력적 우위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최소 3명’보다 많은 수의 북한 선수를 넣는 것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평창올림픽 B조에서 스위스(2월10일), 스웨덴(12일), 일본(14일)을 만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특별 혜택으로 경쟁국의 팀 엔트리 23명보다 많은 35명을 확보한 상태다.

실제 경기에는 공평하게 22명의 게임 엔트리만이 벤치에 앉을 수 있지만, 북한 선수 12명이 추가되면서 다양한 훈련과 선수 조합 등이 가능해졌다.

보통 아이스하키팀이 하나의 전술을 완벽하게 익히려면 5~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단일팀은 1월25일부터 함께 모였으니 딱 보름 정도 합동훈련을 하는 셈이다.

올림픽 성적이 중요할까…하나된 열정이 보인다

그러나 팀 분위기는 예사롭지 않다. 국제경험이 부족한 북한 선수들이 기술적 코칭 능력이 뛰어난 머리 단일팀 총감독의 말을 쏙쏙 빨아들이면서 속성으로 따라오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지원으로 스케이트와 스틱, 헬멧과 장갑, 보호대 등 모든 장비를 새것으로 지급받은 것도 북한 선수들의 기분을 띄우고 있다. 길들이지 않은 신발에 복숭아뼈가 아플 수도 있지만 모처럼 새로운 장비로 무장하면 마음가짐이 새로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2월4일 스웨덴전을 시작으로 장도에 오른다. 애초 북한 선수들의 합류로 조직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국제랭킹에서 북한(25위)이 남한(22위)보다 떨어지고, 기술이나 경험에서도 남한에 뒤진다. 하지만 머리 단일팀 총감독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전력 업(Up)이 충분히 가능하다.

김창금

◆ 김창금 한겨레신문 스포츠팀 기자

1993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스포츠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이면의 진실에 다가가야 한다는 신념으로 글을 쓰려고 오늘도 노력한다. 스포츠 미디어에 대한 비평, 스포츠 정책, 스포츠 경제와 인권을 주요 글쓰기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전다음기사 영역

하단 배너 영역

지금 이 뉴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