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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놀 때는 시공간을 초월한다
[아빠육아 효과] ⑥ 아이의 놀이 세계에 끼어들지 말고 잘 놀게 격려해줘야
아이가 노는 모습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혼자서든 여럿이든 아이는 그 세계에 완전히 몰입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때 아이는 집중력과 상상력이 극대화되어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허물어져 자신이 악당을 물리치는 로봇이나 정의의 용사가 되기도 한다. 또는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를 여행하거나 바다세계로 들어가 해양 도시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듯 놀이는 아이의 집중력과 상상력을 고도로 자극해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창조해낸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사고실험을 통해 수 없이 머릿속으로 탐구했다고 한다. 이때의 사고만으로 뉴턴의 만유인력 장벽에서 벗어나 물리학의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으로 새로운 물리법칙을 만들어냈다.
스티븐 호킹은 아주 복잡한 수학문제도 고도로 집중해 생각만으로 풀어서 새로운 물리 세계를 개척해냈다. 한편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구상한 후 이를 기술적으로 시연해나갔다고 한다.
위에서 거론한 이들의 공통점은 현재 자기가 하는 일에 완전히 몰입해 기존의 세계인 시공간을 초월해 자신만의 법칙으로 현재의 질서를 재편했다는데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도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소양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아이들 역시 자유자재로 시공간을 초월해 몰입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때는 언제일까? 공부할 때 일까?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놀이를 할 때 아인슈타인 못지않게 고도로 집중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단숨에 안드로메다 성운을 오고가고 해저 세계를 일주한다.
이처럼 아이가 마냥 자유롭게 놀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날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를 마치고 학원에 가야하는데 동생과 희희낙락거리며 슈퍼맨 놀이를 하고 있다. 주말 공부를 해야 하는데 친구 집에서 놀면서 돌아오지 않는다.
혹은 자동차 놀이를 한다며 장롱에서 베개와 이불을 잔뜩 꺼내어 자동차 흉내를 내고 있다. 집은 온통 난장판이 되든 말든 자동차 놀이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때면 엄마와 아빠의 반응은 서로 다르다. 살림을 하고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엄마는 아이가 숙제를 안 하고 놀고 있으면 속에 불이 난다. 게다가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으면 가뜩이나 할 일도 많은데 짜증이 난다.
엄마가 워킹맘이라면 그런 아이를 두고 보기가 더욱 힘들다. 가뜩이나 회사에서 시달리고 왔는데 집에서까지 골칫덩어리와 씨름해야 되니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한 어린이가 아빠와 함께 블럭 쌓기 놀이 체험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하지만 아빠는 그대로 이해할 만하다. 어릴적 생각을 해보니 자신도 그렇게 놀았고, 사회 경험으로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직장에 일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꼭 정해진 대로 하기보다는 기발한 결정과 자기 소신대로 밀어붙인 사람이 성공한 경우도 종종 보았다.
그럴 때마다 왜 자신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부족한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한다. 자신이 학력이 떨어지거나 별로 모자란 것 같지 않은데, 도대체 상상력의 원천은 무엇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런데 자녀가 노는 모습에서 깜짝 놀라게 된 것이다. 자신이 슈퍼맨이라며 악당을 물리치는가 하면 어느 새 우주선을 만들어 우주로 날아간다. 또 딸은 공주가 되어 마녀를 물리치고 멋진 왕자와 결혼도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빠는 아이가 선천적으로 상상력과 창의력을 타고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자유롭게 놀게 하는 것이 학원 몇 군데 보내고 영어 조기교육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엄마가 아이에게 학원 늦는다며 야단치거나 집안 어지럽히지 말라고 잔소리를 늘어놓을 때 아빠는 아이 편을 들어주면서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하게 된다.
물론 모든 아빠가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회사 일에 치여서 아이 얼굴 한 번 보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 아닌가.
다만 그만큼 아빠가 아이의 놀이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잘 놀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단적인 예로 들어본 것이다.
몰입 전문가 칙센트미하이는 인간이 몰입상태에서 가장 큰 성취감을 맛보게 되며 탁월한 성과를 이룬다고 했다. 그리고 놀이는 아이가 몰입으로 가는 문으로, 이곳을 통과할 때 상상력과 창의력이 극대화되어 창의적인 인재로 자라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놀이가 중요하다고 하여 성인이 그 세계에 끼어들어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저 아이가 잘 노는지 지켜보면서 격려해주면 된다.
◆ 놀이는 자발적이어야 한다
놀이의 본질은 외부로부터 제시된 과제나 활동이 아니라 그 아이의 자발적 활동이라는 데 있다.
다시말해 아이에게 놀이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의무적 활동이 아닌 까닭에 타인이 제지를 해도 하고 싶어 한다. 그런만큼 놀이에는 자기주도성이 가득 차 있다.
◆ 놀이는 재미를 위한 것이다
놀이는 어디까지나 그 자체가 목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순간순간의 즐거움이나 기쁨, 그리고 만족에 의해 성립된다. 따라서 놀이는 본인이나 타인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거나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목적이 없다.
또 순간적일지라도 놀이 활동을 통해 성취감, 자기실현 등 인간 성장에 필요한 긍정적 요소를 많이 체험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놀이의 결과로서 얻어지는 것일 뿐 목적으로서 전제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아빠와의 놀이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그저 아빠의 놀이는 '재미를 위한 놀이'이기 때문이다.
◆ 놀이는 상호관계적이어야 한다
혼자 방에 앉아서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TV를 시청하는경우 수동적 몰입은 가능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놀이라 할 수 없다.
반복되는 TV 시청을 통해 자기도 모르게 CM송을 따라 부르고 개그맨 흉내를 내는 아이들은 노는 것이 아니다. 상호관계가 결여된 놀이는 중독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
◆ 놀이는 육체를 동반하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인지적 교육만을 하는 것은 놀이와 거리가 멀다. 물론 정신은 수만리를 다녀올 수 있지만 육체를 수반할 때 정신은 따로 놀 수 없다.
그런즉 현재에 집중하지 않으면 육체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아빠와의 신체놀이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는 신체놀이를 통해 현재의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 놀이는 예측 불가능해야 한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과정은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한다. 이보다는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를 때 아이는 집중하고, 나아가 다음 과정을 흥미롭게 주목하며 탐구하게 된다.
◆ 놀이는 일상생활에서 격리된 활동이어야 한다
놀이는 언제 어디서 해야 한다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활동이 아닌 일상생활의 제약에서 격리된 활동이어야 한다.
놀이의 본질은 현실 생활과는 동 떨어진 공상과 허구의 세계이며 아이들은 그 세계를 현실 세계처럼 느끼며 즐긴다. 아빠는 아이와의 놀이를 통해 아이의 상상력을 확장시키며 시공을 넘나들어야 한다. 놀이에서만큼은 현실적인 제약에 얽매이지 말도록 하자.
◆ 김영훈 가톨릭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가톨릭대 의대 졸업 후 동 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베일러대학교에서 소아신경학을 연수했다. 50여편의 SCI 논문을 비롯한 10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의학학술지에 발표했으며 SBS <영재발굴단>, EBS <60분 부모>, 스토리온 <영재의 비법> 등에 출연했다. 주요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 <머리가 좋아지는 창의력 오감육아>, <아빠의 선물> 등이 있다. pedkyh@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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