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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유치원’이 좋은 점 두가지
“왕개미요. 엄청 크다. 어! 선생님 개미가 움직여요. 저리가!”
“여러분 여기는 곤충들이 사는 곳이죠? 우리는 손님이에요. 집주인 괴롭히면 안돼요!”
“네~”
6월 9일 오전 송파구 오금공원.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가운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이날 아이들은 빠르게 뛰어가는 토끼,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나비, 열심히 일하는 개미와 친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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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을 거닐고 있는 숲유치원 원생들. |
선생님이 물었다. “여러분, 숲에 오니까 어때요?”
“꽃도 보고, 나무도 보고 좋아요.”
“아까 왕개미 봐서 신기했어요.”
“토끼도 봤는데 진짜 귀여웠어요, 좋아요.”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은 달랐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바로 ‘숲은 신기하고 재미있고 즐거운 곳’이라는 점이다.
‘숲유치원’ 아시나요?
송파구는 4월부터 유럽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숲유치원 교육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숲유치원은 한마디로 ‘숲에서 아이들을 방목하여 교육시키는 것’을 말한다.
독일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연구에 따르면 숲유치원에서 교육받은 아이들이 일반 유치원에서 교육 받은 아이들보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 집중력 부분에서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숲유치원을 도입한 송파구에선 아이들이 숲에서 집중력, 창의성을 기르고, 안정감을 느끼고, 아토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구립유치원인 파인8어린이집, 가락본동 유치원과 함께 시범운영하고 있다.
숲유치원을 시범운영하고 있는 파인8어린이집의 박희숙 선생님은 “교사들은 아이들이 자연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배울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도만 해준다”며 “프로그램대로 아이들에게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수업거리를 찾게끔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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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공원 내 숲유치원을 알리는 홍보물. |
일석이조 숲유치원, 무엇이 좋을까
유치원에선 신청을 받아 숲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주 오금공원을 찾는다. 아이들은 지식 쌓기 위주의 틀에 박힌 교육에서 벗어나 오감을 통해 자연을 느끼고 배운다. 이날도 아이들은 흙을 만지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장난감을 찾고, 집중, 상상, 추론 단계를 거쳐 스스로 공부했다.
“이것은 무엇이고, 어디에 살까?”
“이 꽃은 색깔이 참 예쁘네, 어떤 향기가 날까?”
이러한 과정을 계속하면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늘어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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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공원 숲유치원에는 귀여운 토끼도 돌아다닌다. |
파인8어린이집 박희숙 선생님은 “숲유치원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아이들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환경오염으로 어린이 아토피환자가 늘고 있잖아요. 신성한 공기가 가득한 숲은 아이들에게 하나의 약이 됩니다. 요즘 삼림욕이 아토피에 효과가 있다고 하잖아요. 이외에도 숲은 음이온을 배출해 스트레스로 가득한 사람들의 신경을 진정시키고 혈액순환을 돕기도 합니다.”
송파구 으뜸안전도시추진반 김영남 담당자는 “20년간 유럽 선진국에선 숲유치원 사업을 하면서 이 부분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며 “아이들이 숲에서 뛰어놀며 창의력과 집중력을 기르고, 신체적으로 건강하길 원해서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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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유치원에 핀 아름다운 장미꽃. |
“처음엔 망설였지만 이젠 안심해요"
아이를 숲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주부 김순정씨(32·서울 문정동)는 “사실 저도 처음엔 숲유치원을 망설였지만 지금은 만족한다”고 말했다.
“보통아이들이 하는 것처럼 수업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숲유치원은 우리아이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애가 아토피로 고생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젠 밤에 잘 때 가려운 곳을 잘 긁지 않더라고요. 또, 예전엔 꽃이나 나무, 곤충을 무심코 보고 지나갔었는데 이젠 저에게 가르쳐 주려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보고 만지고 들었던 것이라서 그쪽에 관심이 가나 봐요.”
특히 송파구에선 아이들의 수업을 위해 오금공원 입구에 캐나다산 통나무로 만든 핀란드식 통나무집을 지었다. 안에 들어가면 자연 그대로의 솔내음이 가득하고 동화책 100여권을 읽을 수 있다. 비나 눈이 갑작스럽게 내릴 때 피하는 곳이자 ‘숲도서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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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으로 만든 통나무집이라 보기만 해도 향긋하고 시원하다. |
송파구는 앞으로 시범운영의 결과를 살펴보고, 이를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송파구 으뜸안전도시추진반 김영남 담당자는 “아산병원과 협약을 맺고 아이들의 정기 건강검진과 진료를 실시해서 숲이 준 직접적인 변화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일반적인 유치원에서 벗어나 숲으로 오라고 유도하는 송파구청, 숲으로 간 아이들이 앞으로 얼마만큼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함을 가지고 돌아올지 기대해본다.
정책기자 노두리(대학생) 125nd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