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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풍경에 깃들다…수도권 감성 플레이스 4

[‘한국관광 100선’ 따라 떠나는 국내여행] ② 수도권

글·사진/이시목 여행작가

2019.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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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매년 우리 국민이 꼭 가봐야 할 우수 관광지 100곳을 ‘한국관광 100선’으로 선정·발표한다. ‘2019∼2020 한국관광 100’에는 전주 한옥마을, 경주 불국사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관광지 뿐만 아니라 보행명소로 거듭난 서울로 7017, 단양 만천하스카이워크 등도 새롭게 포함됐다. 각각의 매력이 넘치는 ‘2019∼2020 한국관광 100’을 국내여행 마니아들이 1박 2일 혹은 2박 3일 코스로 소개한다. 올해 국내여행은 이를 참고해서 세워보면 어떨까.(편집자 주)

떠올리면 괜스레 기분 좋은 풍경들이 있다. 오래된 이야기를 품은 곳일수록, 추억이 깃든 곳일수록 그 감흥은 더하다. 문득 김병중의 시 <추억>이 떠오른다. 그는 이 시에서 ‘그리움도 시간 속에 접어두었다가/생각날 때마다/두 손으로 턱을 괴기만 하면/다시 사랑하고픈 사람으로 돌아옵니다’라고 말했다.

‘두 손으로 턱을 괴기만 하면’ 누구든 사랑하고 아파하고 무턱대고 성실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 어쩌면 누군가에게 그런 시간은 수원 화성이며, 광명동굴, 소래포구, 제부도 같은 오래된 풍경 안에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추억이 깃들어 더 애틋할 수도권의 감성 공간 4곳을 소개한다. 모쪼록 이 특별한 풍경들 안에서는 누구든 안단테의 속도로 움직이시라.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잘 버무려진, 수원 화성

수원 화성 서북각루에서 바라본 서북공심돈과 화서문.
서북각루에서 바라본 서북공심돈과 화서문.

화성에서는 언제나 햇살 도드라진 날이 좋았다. 서북각루며 동북각루(방화수류정)에 올라앉아 쐬는 햇살 맛이 각별해서였다. 바람이 유순한 한낮 신발을 벗고 동북각루에 앉으면, 얕은 햇살을 따라 누각 바깥의 풍경이 발가락쯤을 톡톡 건드리곤 했다. 발이 조금 시려도 상관없었다.

서서 보는 풍경도 아름답긴 마찬가지였다. 서북각루에서는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이 훤히 내다보였고, 동북각루에서는 북동포루를 위시한 장안문 일대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길게 이어졌다. 물론 이 누각에선 다른 계절도 즐기기 참 좋았다.

비 내리는 사월 중순 풍경은 연둣빛으로 유난히 환했고, 단풍 붉은 가을밤 풍경은 오색찬란해 황홀했다. 차경(借景)의 진수를 만끽했달까. 걷는 것보다 게으르게 앉아 누각 마루로 찾아든 풍경을 바라보는 게 더 좋았던 건 순전히 이 때문이었다. 

서장대에서 내려다본 수원 화성과 도심 일대.
서장대에서 내려다본 수원 화성과 도심 일대.

화성은 현재를 살지만 사실 긴 시간을 품은 곳이다. 조선 제22대 정조대왕 때 축조된 5.7km 길이의 성곽으로 장안문, 팔달문, 창룡문, 화서문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재가 오롯이 보존, 복원돼 있다. 과학적이면서 실용적인 데다 조형미까지 뛰어나, 지난 1997년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현재는 그 성곽을 중심으로 수원 사람들이 오늘의 삶을 산다.

그래서 왕이 살았던 조선시대 행궁과 시장, 현대에 건립된 미술관과 박물관, 카페, 공방 등이 한 공간에 잘 버무려져 있다. 옛 성벽과 도심 빌딩도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린다. 이런 화성의 ‘잘 어울린 풍경’은 서장대에 올라야 제대로 볼 수 있다.

화성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서장대는 정조가 군사들의 훈련 상황을 점검하던 곳으로, 이곳에 서면 성의 안과 밖이 어디서보다 또렷하게 보이고, 성의 규모며 조형미가 한눈에 들어온다.

잠시 성곽도 걸어 볼 일이다. 가볍게 걸어볼 요량이라면 성의 동문인 창룡문에서 출발해 북문인 장안문을 거쳐 서문인 화서문에 이르는 코스를 권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1시간 30분 정도. 화성에서 백미로 꼽히는 경치가 여럿 포함돼 있다. 시간이 넉넉해 성 전체를 한 바퀴 돌고 싶다면 행궁에서 출발하기를 권한다.

화성행궁 정문 앞에서 펼쳐지는 무예24기 공연.
화성행궁 정문 앞에서 펼쳐지는 무예24기 공연.

오전 11시(월요일 제외)에 맞춰 정문인 신풍루에서 무예24기 공연이 펼쳐진다. 장용영의 군사들이 익혔던 무예를 고증을 통해 복원해낸 것으로 30분 간 시연된다. 칼이며 창을 다루는 솜씨가 간담을 서늘케 한다. 성곽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남짓. 국궁이며 플라잉수원(헬륨기구) 등 걷다 즐길 수 있는 체험거리도 풍성해 좋다.

맛집 보영식당(만두, 1899-8168), 진미통닭(치킨, 031-255-3401), 본수원갈비(갈비, 031-211-8434) 등
주변관광지 광교호수공원, 수원광교박물관, 수원월드컵경기장 축구박물관 등 

백 년 전 금광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광명동굴 

이즈음 광명동굴엔 반짝이는 것들이 가득하다.
이즈음 광명동굴엔 반짝이는 것들이 가득하다.

영하 12도의 쌀쌀한 날씨에도 동굴 안은 따뜻하다. 바깥 기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동굴의 내부온도는 대체로 13~15도를 유지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 이 때문인지 동굴 안에선 각종 식물이며 물고기가 산다.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이곳에선 아이들의 질문이 유독 잦다.

“엄마, 해가 없는데 어떻게 식물이 살아요?” “엄마, 여기서 물고기가 어떻게 살 수 있죠?” 어른들은 적당한 답을 찾느라 난처한 눈치지만 아이들은 멈출 기미가 없다. 이런 상황이 염려되는 학부모라면, ‘동굴 해설안내’를 십분 활용할 일이다. 동굴 입구에서 오전 9시부터 30분 간격으로 해설사의 설명이 시작된다.

역동적이고 화려하게 펼쳐지는 레이저 쇼.
역동적이고 화려하게 펼쳐지는 레이저 쇼.

색다른 이 동굴의 이름이 바로 광명동굴이다. 옛 이름은 가학광산이다. 1912년 일제가 자원수탈을 목적으로 개발한 후 1972년까지 금·은·동·아연 등을 채굴하다 폐광됐다. 1955년부터 17년여 간 채굴된 양만 금 53kg, 은 6070kg, 동 1247톤, 아연 2637톤에 이른다고 한다. 이후 40년 간 새우젓 저장소로 사용됐고, 2011년 동굴테마파크로 변신했다. 동굴의 총 길이는 7.8km. 이중 2.2km를 관람동선에 따라 둘러볼 수 있다.

볼거리는 많다. 와인레스토랑과 공연장, 동굴아쿠아월드, 각종 전시장을 갖췄고, 화려한 색과 빛으로 치장했다. 특히 동굴의 벽면 전체를 스크린 삼아 펼쳐지는 레이저 쇼가 눈부시다. 화려한 빛의 마술이 역동적으로 펼쳐져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눈을 감아도 한동안 그 색채가 아른거릴 정도다. 관람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 30여 분. 내부에 화장실이 없으므로 출입 전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이 좋다.

동굴 내부에서는 와인시음도 할 수 있다.
동굴 내부에서는 와인시음도 할 수 있다.

맛집 매화쌈밥(쌈밥, 02-898-7334), 장수촌(누룽지삼계탕, 02-899-7190) 등
주변관광지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광명스피돔, 기형도문학관, 오리 이원익 유적(동절기 폐장) 등   

왁자한 활기에 스민 협궤열차의 추억, 인천 소래포구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소래포구는 수도권 제일의 재래어항이다. 예부터 철마다 꽃게며 새우, 전어 등이 푸지게 올라와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다. 그만큼 소래포구엔 물산이 풍성했고, 풍성한 만큼 사계절 먹을거리가 넘쳤다.

활기 넘치는 소래포구 종합어시장 내부.
활기 넘치는 소래포구 종합어시장 내부.

특히 새우젓을 비롯한 젓갈류의 명성이 대단했다. 김장철이면 포구 일대가 차량 정체로 몸살을 앓고, 사람들에 떠밀려 장 구경을 다니니 시쳇말로 ‘젓갈보다 사람구경’이기 일쑤였다. 그래도 굳이 사람들은 소래여야 했다. 소래엔 소래만의 특별한 풍광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일테면 수인선 철로와 소래습지생태공원 같은 풍경 말이다.

아시는가, 협궤열차라는 작고 협소한 열차가 다니던 수인선 철로를. 그 열차의 흔적이 소래포구엔 있었다. 마찬가지로 소래습지생태공원엔 염전에 대한 추억도 가득했다. 폐염전에 건습지의 쓸쓸함까지 더해진 특유의 풍광에 사람들은 깊이 매료됐다. 지금도 여전히 매료되고 있다.

페염전의 독특한 풍광이 살아 있는 소래습지생태공원 전경.
페염전의 독특한 풍광이 살아 있는 소래습지생태공원 전경.

이런 소래포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 포구 입구에 있는 소래역사관이다. 2012년 6월에 개관한 이곳엔 소래역 대합실부터 수인선 건설과정과 소래염전 등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엇보다 협궤열차에 대한 추억이 오롯하다.

‘외롭고 비린내 나는 생활에 찌든 사람들이 차창에 기대어 비춰 보내고 있는 불빛이었다.(중략) 상대편 사람과 서로의 숨결이 느껴진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수원과 인천 사이를 오가는 수인선 협궤열차이다.’ 어쩌면 머무는 내내 윤후명의 소설 <협궤열차>의 한 대목을 떠올릴지도. 지나간 시간을 되짚는 일은 그렇게 아련하다.

소래역사관 내부에 조성된 옛 소래역 대합실 전경.
소래역사관 내부에 조성된 옛 소래역 대합실 전경.

맛집 장어이야기(장어구이, 032-446-3326), 충남서산집(조개구이, 032-719-1343) 등
주변관광지 개항장 역사문화의 거리, 차이나타운, 송월동 동화마을, 배다리 헌책방 거리 등

그대 눈에도 삼삼했으면 좋겠다, 화성 제부도

시인 이재무는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 이별 말인가?/하루에 두 번이면 되지 않겠나/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게(詩 <제부도> 중에서).’ 틈은 늘 묘한 환상을 만든다. 그 너머의 것을 상상하게 하고 자주 꿈꾸게 한다. 그것이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한 거리에 있을 때는 어쩐지 아련해 더 설렌다. 제부도가 딱 그런 거리에 있다.

밀물 무렵, 물이 차올라 바닷길이 사라지는 장면.
밀물 무렵, 물이 차올라 바닷길이 사라지는 장면.

뭍에서 불과 2.3km 떨어져 있지만, 바다로 가로막혀 ‘함부로’ 가 닿지 못한다. 오갈 수 있는 때라곤 하루 한두 번 썰물 때, 오직 바닷길이 열릴 때뿐. 그래서 시인의 말처럼 ‘아주 섭섭지도 물리지도 않게’ 만나 더 애틋하고 그립다. 

한때 제부도는 그저 그랬다. 횟집 일색이라 뻔했고, 매일 유행가가 난무해 시끄러웠다. 그랬던 제부도가 최근 변해 화제다. 섬을 디자인, 건축, 예술이 어우러진 ‘문화예술섬’으로 재편하는 공공디자인 사업이 진행된 덕분이다.

밀물 때 워터워크에 서면 바다 위에 선 듯 황홀한 기분에 빠져들 수 있다.
밀물 때 워터워크에 서면 바다 위에 선 듯 황홀한 기분에 빠져들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해안산책로에서 찾을 수 있다. 제부항과 제부해수욕장을 잇는 830여m 거리의 산책로가 디자인을 입어 아주 예뻐졌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포토존이 설치됐고, ‘서서의자’ ‘조개의자’ ‘하늘의자’ 같은 벤치들이 놓였다.

섬 유일의 문화공간인 제부아트파크도 조성됐다. 6개의 노출 컨테이너를 조합해 만든 갤러리 겸 문화전망대로, 이곳에 서면 제부도가 다양한 프레임으로 읽힌다. 눈에 띄는 공간은 또 있다. 바닷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는 ‘워터 워크’다. 제부도를 향해 시선이 트여 있어, 이곳에서는 언제든 바닷길이 열리고 닫히는 황홀을 만끽할 수 있다. 

기묘한 문양의 갯벌 위로 매바위가 우뚝하다.
기묘한 문양의 갯벌 위로 매바위가 우뚝하다.

맛집 논뚜렁밭뚜렁(바지락칼국수, 031-356-0961), 대진횟집(모듬조개구이, 031-357-2577) 등
주변관광지 남양성모성지, 우음도, 소다미술관, 안산 탄도 바닷길 등    

글·사진/이시목 여행작가 
여행에세이집인 <내 마음 속 꼭꼭 숨겨둔 여행지>와 가족여행서인 <TV보다 재밌는 1박 2일 가족여행이 떴다> 외에 <소설이 머문 풍경>, <대한민국 걷기 좋은 길 111> 등 20여 권의 공저를 냈다. 현재 각종 인쇄매체에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곳에서 발견한 풍경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송매체를 통해서도 길 위의 풍경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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