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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 대신 클릭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 방문
박물관은 늘 '직접 가야 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전시실을 천천히 걸으며 유물을 눈앞에서 마주하고, 해설을 들으며 맥락을 이해하는 방식이 익숙했다.
그래서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을 야간 개장으로 방문했을 때 전시실에 배치된 실감형 콘텐츠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유물을 단순히 진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영상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관람 경험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온라인 실감콘텐츠를 통해 모바일과 PC 환경에서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국립중앙박물관.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일부 실감 콘텐츠가 오프라인 전시에 한정되지 않고,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사실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VR과 360도 영상, 디지털 갤러리 형태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박물관 관람 방식과는 분명히 다른 접근이었다.
'박물관은 직접 가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온라인 실감콘텐츠.
실제로 온라인 실감콘텐츠에 접속해 보니, 관람 방식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별도의 장비 없이도 화면을 클릭하거나 회전시키며 전시 공간을 살펴볼 수 있었고, 일부 콘텐츠는 전시 연출과 설명이 함께 제공돼 현장에서 느꼈던 흐름을 어느 정도 이어갈 수 있었다.
물론 실제 전시실의 공간감이나 유물 앞에 섰을 때의 감각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었지만, '관람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한 장점이 느껴졌다.
시간이나 이동의 제약 없이 박물관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은 온라인 관람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이었다.
메타버스 환경에서 전시를 즐길 수 있는 '힐링 동산' 콘텐츠.
여러 실감 전시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연계한 실감 전시였다.
숲속 동산을 배경으로 문화재가 배치된 이 전시는 문화유산은 박물관 안에만 존재한다는 기존 인식을 과감히 벗어나고 있었다.
현실 공간의 전시실이 아닌 가상의 자연 공간 속에서 문화재를 마주하는 설정은 다소 낯설었지만, 동시에 흥미로웠다.
문화유산을 '보호해야 할 대상'이자 '조용히 감상하는 대상'으로만 두지 않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ZEPETO'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힐링 동산' 콘텐츠.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전시 형식을 바꾼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실감 전시는 박물관을 물리적 공간에 묶어두지 않고, 관람의 범위를 확장한다.
직접 방문이 어려운 사람들, 특히 시간적·지리적 제약이 있는 관람객에게는 박물관을 경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된다.
동시에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문화유산을 더욱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직접 캐릭터를 움직이며 동산을 구경할 수 있는 메타버스 방식의 전시.
물론 온라인 실감 전시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화면을 통해 보는 전시는 현장에서 느끼는 깊이나 집중도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고, 일부 콘텐츠는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에게는 접근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의 실감콘텐츠는 '대체'보다는 '확장'에 가깝다는 인상을 남겼다.
오프라인 전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관람의 방식을 하나 더 늘리는 선택지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석을 모아 반가사유상 주변의 오로라를 해제할 수 있는 체험 형식의 전시.
공공문화기관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라, 문화 향유의 기회를 어떻게 넓힐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온라인 실감콘텐츠는 그 고민을 비교적 명확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박물관을 찾는 방식은 더 이상 하나일 필요가 없고, 문화유산을 만나는 경로 역시 다양해질 수 있다는 점을 실감하게 한다.
발걸음 대신 클릭으로 시작한 이번 관람은, 박물관이 물리적 공간을 넘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공공문화기관의 디지털 전환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적어도 국립중앙박물관의 시도는 문화유산을 더 많은 사람의 일상에 가까이 두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문화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접근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을 이번 온라인 관람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 실감 영상관 바로 가기
☞ (다른 기자의 글) 박물관 오픈런? 집에서 여유롭게 전시품 관람해요
정책기자단|양은빈bin2bin249@khu.ac.kr
어려운 정책을 알기 쉬운 이야기로 전달하겠습니다.
2025.12.17
정책기자단 양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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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대, 유아 게임 리터러시 교육으로 디지털 디톡스
요즘 아이들은 정말 빠르게 스마트폰과 게임을 접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유아용 영상 콘텐츠나 간단한 게임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얼마 전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 중인 한 지인이 요즘 아이들이 너무 빨리 게임을 접한다며, 부모와 교사가 어떤 기준으로 관리하고 지도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무작정 사용을 막는 것이 과연 좋은 방법인지, 그렇다고 완전히 허용하는 것도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지인은 최근 관련 교육 자료를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게임을 단순히 나쁜 것으로 규정하기보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게 어떻게 안내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이야기를 계기로 나 역시 관련 정보를 함께 찾아보다가 한국콘텐츠진흥원 G-스쿨에서 제공하는 유아 게임 리터러시 교육을 알게 됐다.
게임을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문화'로 다루는 교육이라는 점이 인상 깊어 실제로 자료를 살펴보고 교육을 수강해 보게 됐다.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교사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사 게임 리터러시 교육'.
개인적으로 나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편은 아니지만, LCK를 비롯한 게임 리그는 종종 챙겨본다.
한 경기를 보기 시작하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마다 '이 정도로 몰입이 되는 콘텐츠라면, 어린이들에게는 더 큰 자극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성인도 쉽게 빠져드는 게임을 아이들이 적절하게 이용하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 과제다.
그래서일수록 게임을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올바르게 안내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게 됐다.
원하는 강의를 선택해서 수강할 수 있는 '유아 게임 리터러시 교육'.
유아 게임 리터러시 교육은 이런 고민에 비교적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
교육의 핵심은 게임 이용 시간을 줄이자는 메시지가 아니었다.
대신 아이들이 게임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유아기의 발달 특성상 어떤 부분에 민감한지, 그리고 어른들이 어떤 언어와 태도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차분히 설명한다.
게임을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바라보되, 연령에 맞는 사용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온라인 환경을 통해 편하게 게임 관련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교육.
교육 영상과 가이드는 부모나 교사가 실제 상황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
아이가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할 때 보일 수 있는 신호, 게임을 둘러싼 갈등 상황에서 피해야 할 반응,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규칙을 만들어가는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이론적인 설명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좋게 느껴졌다.
이미 교육을 먼저 수강한 지인은 '막연했던 고민이 조금 정리된 느낌' 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게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었다.
이처럼 유아 게임 리터러시 교육은 게임을 둘러싼 막연한 불안을 줄이고, 어른들이 더욱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전문적인 게임 교육 강사가 제공하는 품질 높은 강의.
유아기 게임 이용은 늘 논란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정작 부모나 교사가 참고할 만한 공공 교육자료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유아 게임 리터러시 교육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느껴졌다.
게임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문화 환경의 변화 속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안내할 것인지 고민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다.
게임에 친숙한 세대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강의의 내용.
스마트폰과 게임은 앞으로도 아이들의 일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다루는 방법'일지 모른다.
유아 게임 리터러시 교육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자료다.
아이들이 게임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어른들이 조금 더 준비된 태도로 함께할 수 있다면, 게임은 위험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경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유아기 게임 이용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부모나 교사, 보호자가 있다면 이 교육을 한 번은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게임을 막아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아이의 발달과 일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강의이기 때문이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G-스쿨 바로 가기
정책기자단|양은빈bin2bin249@khu.ac.kr
어려운 정책을 알기 쉬운 이야기로 전달하겠습니다.
2025.12.17
정책기자단 양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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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잇는 사람들, 국가유산 보존과학의 20년을 따라가다
박물관에서 유물을 만날 때 우리는 대개 완성된 모습만을 본다.
깨지지 않고, 무너지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태 자체가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상태가 유지되기까지 어떤 판단과 선택이 있었는지를 떠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국립고궁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 전시였다.
왕실 유산 보존을 책임지는 국가유산청의 정책 현장, 국립고궁박물관.
전시장은 일반적인 박물관 전시라기보다 연구실을 엿보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보존과학이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된 분야인 만큼, 공간 전체에서 과학적이고 최첨단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평소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 박물관 보존과학실의 역할을 '전시'라는 형식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보존과학은 문화유산 행정의 핵심이지만 대부분 비공개 공간에서 이루어져 왔다.
이번 전시는 그 과정을 국민 앞에 꺼내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보존과학실의 연구 환경을 반영해 구성된 전시 공간.
1부 'Lab 1. 보존 처리, 시간을 연장하다'에서는 최초 공개되는 대한제국기 유물 '옥렴'을 비롯해 실제 보존 처리가 이루어진 유물들이 소개됐다.
특히 각 유물 옆에 놓인 캡션이 눈길을 끌었다.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상태 진단과 함께 보존 과학자의 고민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초 공개된 대한제국기(추정) 유물 옥렴.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유물 세부 문양 관찰.
'옥렴'의 경우, 구슬을 연결한 견섬유 끈이 손상되어 구슬이 분리·소실된 상태였고, 이에 따라 구조적 안정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전시에는 기존 끈을 최대한 활용해 현재의 형태를 유지할 것인지, 끈을 교체해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것인지 그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보존과학이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 사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관람객이 직접 선택하며 보존과학의 사고방식을 체험하는 정책형 콘텐츠.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질문형 콘텐츠도 인상적이었다.
'보존 처리에 어떤 재료를 사용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 앞에서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게 하고, 그 결과를 스탬프로 남기는 방식이었다.
모든 질문에 답하고 나면 자신이 어떤 유형의 보존 과학자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쉽게 제거 가능한 재료가 정답'이라는 고정관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만들었다.
보존은 언제나 상황과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체험으로 이해하게 됐다.
조사부터 복원까지, 보존 처리의 전 과정을 시각적으로 공개했다. (색회꽃무늬 항아리)
투명 스크린을 통해 보존 처리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는 영상도 유익했다.
처리 전 상태 조사와 기록, 보존 처리, 복원까지의 흐름이 시각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보존과학의 전반적인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과학적 분석으로 제작 기법과 시대를 규명한 환수 고려 나전칠기.
2부 'Lab 2. 분석 연구, 시간을 밝히다'에서는 과학적 분석이 문화유산 연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었다.
2023년 일본에서 환수된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X선 투과 조사 결과와 함께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를 통해 제작기법과 구조를 어떻게 밝혀내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보존과학이 단지 유물을 '고치는 기술'이 아니라, 문화유산의 진정성과 역사를 규명하는 연구의 기반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문헌 자료와 기록을 바탕으로 구현한 태조어진 디지털 복원본.
3부 'Lab 3. 복원·복제, 시간을 되살리다'에서는 소실된 '태조어진'의 디지털 복원 과정을 다뤘다.
화재로 절반가량이 소실된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태조어진을, 1910년대 유리건판 사진과 전주 경기전 봉안본을 참고해 디지털로 복원한 과정이 비교 이미지로 제시됐다.
디지털 기술이 문화유산 기록과 관리에서 어떤 가능성을 열어주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선택의 결과를 공유하며 보존과학의 판단 과정을 함께 고민하게 한다.
전시의 마지막에서는 관람객들의 선택 결과가 집계되어 공개되고, '과학의 탐구자', '전통의 계승자', '조화의 설계자' 중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보존과학을 어렵지 않게, 그러나 가볍지 않게 전달하려는 전시의 의도가 잘 드러나는 장치였다.
끝없이 늘어진 어보가 장관을 이루다.
보존과학은 중요하지만, 국민이 직접 만날 기회는 많지 않다.
우리는 보존 처리된 유물을 감상하지만, 그 뒤에서 어떤 판단과 수고가 이어졌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번 특별전은 보이지 않던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특히 국립박물관 단위에서 보존과학실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지 않다는 점을 떠올리면, 국립고궁박물관의 보존과학 20년을 조망하는 이 전시는 곧 한국 보존과학의 기록과 역사를 보여주는 자리라 할 수 있다.
문화유산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시간을 다루는 일이다.
이번 전시는 그 시간이 어떻게 관리되고, 연장되고, 다시 기록되는지 차분히 보여주었다.
보존과학이 앞으로도 국민과 더 가까운 자리에서, 문화유산의 내일을 준비하는 행정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 바로 가기
☞ (영상) 독립운동가 동암 장효근 일기 보존처리 현장
정책기자단|정수민sm.jung.fr@gmail.com
글을 통해 '국민'과 '정책'을 잇겠습니다.
2025.12.16
정책기자단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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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따뜻하게 마무리하는 '헌혈과 복권' 어때요?
벌써 2025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12월이 되면 늘 그렇듯 어쩐지 마음이 허전해지는 것이 '내가 1년 동안 뭘 했나?'하는 씁쓸함으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세상 혼자 잘난 맛에 살아오던 나는 아이를 낳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피해 주는 일, 상처 주는 일은 하지 말아야지.'라는 매우 개인적 삶의 태도를 벗어나 '그래도 좋은 일 한 가지는 하고 살아야지.'로 마음이 바뀌었다.
재산이 많고 덕망이 드높은 부모는 못 될지언정, 먼지 같은 선행 하나라도 베풀어야 내 마음의 위로도 되고 '내 아이에게 최소한 해는 안 되겠거니!'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은 물론 타인을 도울 수 있는 헌혈과 복권 구매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그렇게 나는 12월만 되면 실천하는 두 가지가 있으니! 바로 헌혈하기와 복권 구매다.
헌혈이야 그렇다 치지만, 복권이 왜 남을 위한 일인지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는 어마어마한 확률의 일 등 당첨이 아니라도 내가 산 복권은 많은 이들에게 따듯한 위로가 될뿐더러 국가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들어가면 내가 산 복권이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복권 기금은 2005년 제정된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라 복권 사업으로 조장된 재원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 사용하기 위해 설치한 기금을 말한다.
내가 천 원의 복권을 사면 약 410원이 복권 기금으로 조성되어 다양한 곳에 쓰인다. (출처=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내가 복권 1천 원어치를 구매할 경우 약 410원이 복권 기금으로 조성되는데 복권 기금의 35%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국가유산청 등을 비롯한 10개 법정배분기관에 배분된다고 한다.
또 남은 65%는 임대주택 건설 등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 지원사업이나 장애인, 불우청소년 등 소외계층 복지사업 등 공익사업에 사용된다.
내가 산 복권이 당첨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뿌듯한 이유다.
아, 토요일 밤에 확인해 보니 역시나 낙첨! 그래도 괜찮다.
좋은 일 했으니 그걸로도 만족한다.
복권 당첨은 안 됐지만 좋은 일을 하게 됐다!
복권으로 좋은 일 하나를 실천했다면 이제는 헌혈을 할 차례.
일단 헌혈하러 가기 전에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접속해 헌혈 전 주의 사항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헌혈자의 안전을 위해 당일 컨디션이 괜찮은지 체크해야 하는데 전날 과음을 했거나, 피로하거나 생리 중이라면 헌혈이 제한될 수 있다.
또 복용 중인 약물이 있거나 치료 중인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사전에 고객센터나 혈액원으로 문의해 봐야 한다.
헌혈 전 유의 사항. (출처=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한편, 헌혈은 크게 '전혈 헌혈'과 '성분 헌혈'로 구분할 수 있는데 혈액 속 혈장, 혈소판, 적혈구, 백혈구 등 모든 성분을 한 번에 채혈하는 전혈 헌혈 말고 혈소판 성분 헌혈을 희망한다면 당일엔 기름진 음식은 피해야 한다.
모든 체크가 끝났다면 이제 신분증을 지참하고 헌혈의 집으로 가면 된다.
헌혈의 집에 방문하면 가장 먼저 헌혈 적격 여부를 확인한다.
몸무게는 남자는 50kg, 여자는 45kg 이상이어야 한다.
그리고 혈압과 맥박, 체온 측정은 물론 빈혈 검사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나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것이다.
12월 14일 기준, 혈액 보유량이 3.8일에 그친다. (출처=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한 20분 정도 걸렸을까?
헌혈은 생각보다 참 간단히 끝난다.
혈액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아직까지 대체할 물질이 없고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없다.
그리고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적정 혈액 보유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꾸준한 헌혈이 필요하다고 한다.
12월 14일 기준, 혈액 보유량은 적정 기준 5일에 못 미치는 3.8일에 불과하다.
나의 작은 실천으로 모두를 이롭게! 복권 구매만 한 게 없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냥 나이만 들어가는 건 아닐까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나는 365일이라는 많은 날들을 지나며 뭘 했나 마음이 갑갑한 마음이 든다면 모두를 위한 복권을 구매해 보자.
그리고 건강이 허락한다면 헌혈을 해보는 건 어떨까?
나를 위하고 타인을 위하는 작은 실천이 될 것이다.
2025년! 그래도 뿌듯한 일 하나, 아니 둘이나 했으니 이만하면 괜찮다, 괜찮다···나를 위로해본다.
☞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누리집(bokgwon.go.kr)
☞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누리집(bloodinfo.net)
정책기자단|김명진uniquekmj@naver.com
우리의 삶과 정책 사이에징검다리를 놓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5.12.16
정책기자단 김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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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졌던 물정보를 한곳에…통합물관리 플랫폼 '물모아'
2024년과 2025년을 거치며 전 세계는 기록적인 폭염과 대규모 홍수, 장기 가뭄을 동시에 경험했다.
남미와 동남아에서는 집중호우로 도심 침수가 반복됐고, 유럽과 북미에서는 고온 현상으로 산불과 물 부족이 일상이 됐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지금도 우리의 일상과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현실이 되고 있다.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UN Climate Change Conference, UNFCCC COP30) 누리집.
이러한 상황 속에서 브라질 베렝(Belm)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 Climate Change Conference, UNFCCC COP30)는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의 방향을 다시 정비한 국제회의였다.
이번 회의는 파리협정 이행의 중간 점검이라는 의미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을 넘어 기후변화에 이미 노출된 사회가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한 자리로 평가되었다.
◆ COP30의 의의와 동시에 드러난 한계COP30에서는 이른바 'Belm Package'가 채택되어 기후변화 적응 재원을 2035년까지 3배로 확대하고, 2030년대 초반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기후변화 적응을 감축과 동등한 정책 축으로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한계도 분명했다.
화석연료 감축의 구체적 경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적응재원의 실제 배분과 집행 구조에 대해서는 명확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기후취약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현장에서 작동하는 적응 역량 강화' 측면에서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COP30은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감축만큼이나 적응을 뒷받침하는 데이터·정보 인프라가 국가 차원의 필수 조건이라는 인식이 국제사회 전반에 공유됐다는 점이다.
◆ COP30 이전에 이미 시작된 한국의 물·기후 정보 통합이러한 국제 논의와 맞물려 주목할 점은 COP30이 열리기 이전부터 한국은 이미 물·기후 데이터를 통합하는 디지털 전환을 시작해 왔다는 사실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옛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2021년부터 기관별로 흩어진 9개 물관리 정보시스템을 통합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단계적인 표준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기관마다 달랐던 수위 단위를 cm와 m에서 m으로 통일하고, 지도 기반(GIS)으로 다양한 물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설계하는 등 데이터 구조와 표현 방식의 통합이 선행됐다.
물모아 누리집.
그 결과, 2025년 4월 1일, 국가 통합물관리정보플랫폼 '물모아 누리집(mulmoa.go.kr)'이 정식으로 공개됐다.
이는 국제회의에서 적응재원 확대 논의가 본격화하기 이전부터 한국이 이미 기후 적응을 위한 데이터 인프라를 행정과 시스템 차원에서 준비해 왔음을 보여준다.
◆ 흩어졌던 물 정보를 한 곳에 '물모아'의 역할그동안 물 관련 정보는 기후에너지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 지자체, 국립환경과학원 등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어 일반 국민은 물론 공무원과 전문가조차 "어디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한 번에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물모아에서 연계되어 바로 볼 수 있는 국가 통합물관리정보플랫폼.
물모아는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수질, 수량, 댐·보 운영, 하천 수위, 지하수, 홍수·가뭄·범람 위험 정보를 GIS 기반 지도 위에서 통합 제공한다.
이용자는 지도에서 관심 지역을 선택하면 주변 하천 수위와 댐 저수율, 강수량 변화 등을 그래프로 함께 확인할 수 있어 '내가 사는 지역'의 물·기후 위험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플랫폼 공개 시점부터 기존 9개 물관리 시스템의 기초 정보 36종이 연계됐으며, 2026년 상반기까지는 물환경정보시스템과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시스템의 정보 71종이 추가로 제공될 예정이다.
정부는 2028년까지 최소 278종 이상의 물관리 정보를 통합한 스마트 상황판(대시보드)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 기자가 직접 접속해 본 '물모아', 무엇이 달랐을까
서울시 성동구를 기준으로 상수도 등 주요 데이터를 선택한 지도.
기후변화 대응이 데이터의 문제라면 그 데이터가 얼마나 쉽게 이해되고 활용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기자는 국가 통합물관리정보플랫폼 '물모아' 누리집에 직접 접속해 평소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물 정보를 확인해 봤다.
지도 화면에서 지역을 선택하자 강수량과 하천 수위, 댐 저수율 정보가 한 화면에 나타났다.
기존에는 각각 다른 사이트를 찾아가야 했던 정보들이 하나의 지도 위에 겹쳐 보이면서, 최근 강수량 변화가 하천 수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수치 위주의 정보가 아니라 그래프와 색상으로 위험 수준이 표시돼 "지금 이 지역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물모아' 누리집에서 검색한 홍수 피해 현황. (2018~2022)
물모아는 전문가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라기보다, 일반 국민이 자신의 생활 반경 안에서 기후와 물 상황을 이해하도록 돕는 플랫폼에 가깝게 느껴졌다.
기후변화 대응이 정책 문서 속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생활 속 정보로 내려오는 지점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 '물모아'에서 기후변화 적응 정보 통합 플랫폼으로물모아는 단순한 물관리 포털을 넘어, 기후변화 적응정책의 핵심 인프라로 설계돼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물모아에 축적되는 물관리 데이터를 선별·가공하여 2028년까지 국가 기후위기 적응 정보 통합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2025년 일부 개정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은 기존 기상정보 관리체계를 '기후위기 감시·예측 관리체계'로 확대하고 기관별로 흩어져 있던 적응 정보를 통합 플랫폼에서 일원화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는 물 환경·해양수산 분야를 중심으로 시범 서비스가 진행 중이며, 향후 농업·산림·생태·보건·도시 분야로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을 활용한 맞춤형 정보 제공을 통해, 국민이 자신의 지역과 생활 여건에 맞는 기후 위기 대응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국제 협상의 한계를 넘어, 생활 속에서 작동하는 기후 적응COP30은 적응재원과 기후금융,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논의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지만, 구체적인 이행과 정책 전환은 여전히 각국의 몫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물모아'와 기후위기 적응 정보 통합 플랫폼 구축은 국제 협상의 한계를 데이터·시스템·제도 차원에서 보완하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적응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한국은 이미 물모아를 통해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실행 단계에서 보여주고 있다.
정책기자단은 앞으로도 COP30 이후 한국이 만들어가는 데이터 기반 기후적응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며, 국민의 일상과 연결되는 정책 변화를 계속 전해 나갈 예정이다.
☞ (정책뉴스) 기후위기 대응 정보를 한눈에기후부, 통합플랫폼 구축
☞ (보도자료) 탄소중립·녹색성장 서울포럼 보도자료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한울 woolhan0309@gmail.com
2025.12.16
정책기자단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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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마들랜'을 아시나요?
얼마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밝힌 국정감사 자료에서 최근 5년간 우울증과 조울증 환자가 꾸준히 증가했다는 내용을 읽었다.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최근 5년간 총 489만 9832명이며 조울증 진단을 받은 환자는 총 63만 9407명이라고 한다.
현대인의 고질병 중 하나가 우울증이라는 이야기는 얼핏 들었지만, 그 숫자가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
특히 우울증 환자는 2020년을 기준으로 83만 2483명에서 2024년에는 110만 6658명으로 약 32.9%가 증가했다고 한다.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우울증 비율을 보니, 병원에 가는 것 이외에도 일상에서 빠르게 지원받을 수 있는 정신건강 프로그램들을 잘 알아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들랜 상담이란? (출처=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그러던 중에 '마들랜'이라는 상담 채널을 알게 되었다.
'마들랜'은 보건복지부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지원하고,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운영하는 SNS 상담 채널이다.
여기서 마들랜은 '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의 약자이다.
처음에는 '마들랜'이라는 이름만 보고 디저트가 떠올라 무척 귀여운 느낌이 든다고 생각했는데, 그 뜻을 풀어보니 따뜻한 의미가 크게 다가왔다.
마들랜 상담은 지난 10월 22일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되고 있는 사업이다.
마음이 힘들거나 삶에 지쳐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누구나 찾아갈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며, 앱의 설명에 따르면 '심리적 안정과 삶에 희망을 주는 랜선친구'가 되어주겠다는 따뜻한 메시지도 덧붙여져 있다.
마들랜 상담의 특징. (출처=마들랜 앱)
우리 사회에는 여러 가지 상담 시스템이 이미 잘 갖춰져 있다.
다양한 상담 시스템 중에서도 마들랜 상담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장점은 바로 익명, 비대면을 모두 보장해 주는 무료 서비스라는 것이다.
마들랜 서비스의 사용법. (출처=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상담을 받고자 해도 나를 드러내는 것이 꺼려져 주저하는 경우도 많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익명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니.
부담감이 확 낮아지는 느낌이 들어 마들랜 앱을 깔아보았다.
마들랜 앱 메인 화면.
마들랜 앱에 회원가입을 할 때, 전화번호가 유효한지 확인하는 전화번호 본인인증만 거쳤다.
나의 실명 정보나 기타 정보는 수집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마들랜에서 사용할 닉네임과 전화번호 인증만 거치면 된다.
이와 더불어 내담자는 상담 시 별명으로 참여할 수 있어 상담 과정에서의 익명성 역시 보장하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앱이나 카톡 등으로 통해서 내가 상담을 원하는 시간대에 언제든지 상담받을 수 있다는 점도 대면 상담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아닐까 싶다.
마들랜 상담사와의 상담을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
고립되어 은둔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종종 상담 기관에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상담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한 사람들도 부담 없이 간편하게 SNS 상담 채널을 통해 정신건강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을에 친구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친구는 최근 직장에서 힘든 일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우울 증상과 불면증을 동시에 느꼈다고 말했다.
혼자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정신과에 방문했는데, 병원에 이미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고 했었다.
하는 수 없이 응급 전화 상담을 받고자 했지만, 그곳 역시 대기자도 많고 상담사와 연결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 당시에는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망설였는데, 그 친구에게 마들랜 서비스를 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들랜 서비스는 24시간 운영제로 최대 50분 동안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진행되고 있다.
감정은 낮에만 활성화되는 것이 아닌 만큼, 언제든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상담받을 수 있다는 게 반갑게 다가왔다.
낮 동안에 힘겨운 일상을 바쁘게 보내면서 우울한 감정을 잠시 눌러놓았다가, 고요한 밤이 되면 눌러놓았던 감정들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늦은 저녁이나 밤이라도 뛰어난 접근성을 보이는 마들랜 앱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상담을 신청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 등에서 마들랜 앱을 설치하여 회원가입을 한 후, 24시간 연결되는 상담사와 즉각적인 상담을 하거나, '청년 상담 예약'을 통해 다회 예약 상담을 진행할 수도 있다.
청년 상담은 기본적으로는 주 1회씩 8번 제공된다.
만약 내담자가 원할 경우 최대 13회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한다.
24시간 상담 외에 8번의 청년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비대면 채팅을 통해 상담한다고 해서 상담의 전문성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마들랜 상담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소속된 전문 상담사가 진행한다.
이와 더불어 보건복지부가 지난 11월 6일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고립되거나 은둔 청년을 더욱 세밀하게 지원하기 위해 관련 집중 교육을 이수한 상담 인력을 배치해 청년의 상황과 정서적 특성을 충분히 이해한 깊이 있는 상담이 이뤄지도록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한다.
마들랜 상담사와 상담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안내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마들랜 앱을 통해 상담 받아본 친구의 말에 따르면 "늦은 밤에도 자세하고 따스한 상담을 받을 수 있어 큰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라며, "다음 날 아침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올라와 잠 못 드는 밤에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어 그날은 깊게 잠들 수 있었다." 라고 한다.
이 외에도 앱을 사용했던 사람들은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사람과의 따스한 대화만으로 마음이 많이 치유될 수 있었다.", "비대면 상담이라 그런지 더 편하게 대화가 가능했다.", "새벽 5시였는데도 굉장히 자세하고 친절한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시간에도 빠르게 연결되어 도움이 되는 조언과 진심 어린 공감을 받을 수 있어 크게 힘을 얻었다." 등의 후기가 이어졌다.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고, 나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심리상담이나 서비스를 추천받기도 하고, 극단적 상황에서 긴박한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도 다양하게 도움이 되는 앱이라는 점도 좋았지만, 나는 랜선 너머의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치유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장점이라고 느꼈다.
의외로 우리는 우울할 때 그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존재를 찾지 못해 더욱 힘들다고 느낄 때가 많다.
챗GPT 봇을 상담 대용으로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도 그것에 있을 것이다.
마들랜 상담은 내담자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따뜻하게 토닥여주는 것을 통해 정서적 환기를 돕는다.
마음이 힘들 때는 우리 곁에 늘 랜선친구 '마들랜'이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 이용해 보자!
☞ (정책뉴스) 복지부, 소외 청년 비대면 상담앱 '마들랜' 운영익명·예약제
정책기자단|한지민hanrosa2@naver.com
섬세한 시선과 꼼꼼한 서술로 세상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2025.12.15
정책기자단 한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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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으로 냉장고 알뜰하게 교체
10년 가까이 우리 집 주방을 지켜오던 냉장고가 고장 났다.
음식을 넣어 놓기만 하면 꽁꽁 얼려버리기 일쑤다.
이제까지 잘 버텨왔다 싶어 좀 더 커다란 냉장고로 바꾸기로 했다.
아무래도 비싼 가전제품이니 혹시 구매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혜택은 없을까 싶어 찾아보니,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전제품 판매점에 갔더니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에 대한 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이란, 한국에너지공단과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운영하는 정책으로 만 19세 이상의 국민이 TV, 냉장고, 세탁기 등 11개 품목의 최상위 에너지 효율 등급 가전제품을 구매할 경우, 구매비용의 10%를 환급해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으뜸효율 가전 페스타를 통해 구매 금액의 10%를 환급받을 수 있는 다양한 가전제품들.
환급 대상 제품에 속하는 11개 가전은 TV, 냉장고, 김치냉장고, 전기밥솥, 식기세척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제습기, 세탁기, 의류 건조기, 유선 진공청소기이다.
다양한 가전제품에 '으뜸효율 가전 페스타'를 홍보하는 안내가 붙어 있다.
에너지 효율 등급이 높을수록 좋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어왔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에너지 효율 등급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에너지 절약 효과 때문이다.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 등급은 1~5등급으로 나뉘는데, 제품이 1등급에 가까운 에너지 효율 등급을 가질수록 에너지 절약형 제품에 해당한다.
특히 1등급 제품의 경우 5등급 제품과 대비하여 약 30%에서 40%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최대한 에너지 효율 등급이 높은 것을 고를수록 에너지 절약에 이바지하는 셈이 된다.
에너지 효율 등급에 대해 알고 나니 이왕 냉장고를 사는 거, 에너지 절약까지 하여 지구에 도움도 되고, 환급 혜택까지 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환급 신청을 해야 하는 걸까?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 누리집 메인 화면.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 누리집에 방문해 보니, 지난 7월 4일부터 재원 소진 시까지 운영되고 있는 사업이라고 한다.
최상위 에너지 효율 등급 가전제품을 구매한 것을 인정해 주는 기간은 7월 4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해당 기간 내에 구매한 가전제품의 경우 환급액을 지원해 준다고 한다.
주의할 점은 재원 소진 시 사업이 조기 종료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집처럼 가전제품을 바꿀 예정인 사람들이 있다면 재원이 소진되기 전에 빠르게 신청하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업을 알게 되자마자 집 근처의 가전제품 판매점에 방문했다.
판매점 곳곳에 '으뜸효율 가전 페스타' 소식과 더불어 선착순 환급 혜택을 놓치지 말라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 누리집(으뜸효율.kr)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 해당 제품이라는 스티커와 에너지효율등급 라벨이 함께 붙어 있다.
냉장고 판매대에 가보니 으뜸효율 가전 10% 환급 행사 제품들이 여럿 놓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환급 행사 스티커와 더불어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라벨도 함께 꼼꼼하게 확인하며 냉장고를 골랐다.
환급 대상 가전을 미리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 누리집에서 검색해 보고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그럼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 혜택을 이용할 때, 우리가 가전제품을 얼마에 사든 상관없이 구매비용의 10%까지 환급받을 수 있는 걸까?
그건 아니다.
개인별 30만 원 한도 내에서의 10% 환급이 보장되니 이 부분을 기억하면 좋겠다.
냉장고도 구매했으니 이제 환급을 신청할 때이다.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 대상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25년 7월 4일 이후 에너지 효율 등급 1등급 제품을 구매하거나 구독, 혹은 렌탈 계약을 한 경우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으로 환급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때 내가 구매한 제품이 에너지효율등급 라벨에서 '등급'이 1등급에 해당하는지, '적용 기준 시행일'은 언제인지 한 번 더 꼼꼼하게 확인해 보는 게 좋겠다.
우리 집에서 구매한 냉장고의 등급과 적용 기준 시행일을 확인했다.
우리 집에서 구매한 냉장고의 경우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1등급에 적용 기준 시행일이 2021년 10월 1일로 명시되어 있었다.
으뜸효율 환급사업 누리집에 따르면 냉장고의 1등급 적용 기준 시행일은 2018년 4월 1일이라고 한다.
냉장고 외의 다른 11개 가전의 최상위 등급 적용 기준 시행일을 확실하게 살펴보고 싶다면, 이 역시도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효율등급과 적용 기준 시행일을 확인한 다음, 구매 증빙 자료를 등록해야 한다.
준비해야 하는 서류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이때 등록하는 구매 증빙 자료는 거래내역서와 영수증이다.
구매 증빙 자료와 더불어 기간 내에 구매한 제품의 사진을 함께 등록하면 된다.
사진을 등록할 때 소비 등급이 적혀 있는 라벨 스티커가 선명하게 보이도록 등록하고, 명판 사진도 등록하면 된다.
이렇게 소비자가 입력한 서류는 에너지공단에서 검토하게 된다.
환급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 (출처=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 누리집)
대상 제품이 요건에 적합한지 검토하고, 서류 내용에 보완할 부분이 없는지 검토를 마치면 환급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에게 순차적으로 환급금이 들어온다.
냉장고를 바꾸고 으뜸효율 환급금을 받았다!
누리집에 따르면 환급 신청 서류 보완 기간이 조정되었다고 한다.
12월 3일(수) 이후 신청분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만약 내가 서류 보완 요청을 받았다면 요청일로부터 7일 이내에 시스템에 접속하여 서류를 보완해야 한다.
지정된 기한 내에 보완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신청을 했더라도 자동 취소될 수 있으니 서류와 관련되어 보완 요청 SMS가 오지 않았는지 확인해 볼 필요도 있다.
환급 재원이 남아 있을 경우에 한해서 취소 후 재신청을 할 수 있지만 신규 신청으로 다시 접수되기 때문에 서류 검토 시에 뒷순위로 배정된다고 한다.
2025년 12월 15일(월) 기준으로 전체 환급 재원의 약 90%가 접수되었다고 한다.
즉, 환급받을 수 있는 잔여 비율이 10% 남은 셈이다.
재원 소진 시 사업이 조기 종료되니, 이 점 꼭 주의하여 빠르게 신청하자!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은 예산 소진 시 조기 마감되기 때문에 가전제품을 구매하여 환급을 받길 희망한다면 빠르게 신청하는 게 중요하겠다.
냉장고가 특히 고가의 가전제품이다 보니 이번에 새로 구매하는 과정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다.
이왕이면 높은 효율의 가전제품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그만큼 가격 부담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너지효율등급을 자세히 살피며 냉장고를 골랐다.
그런 와중에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을 통해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제 환급 재원이 얼마 남지 않아 곧 마감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어서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 누리집에서 환급 신청하는 것을 잊지 말자!
☞ (보도자료) 으뜸효율 환급사업 신청 2천억 원 돌파
☞ (또 다른 기사) 10% 할인으로 TV 구매 고민 끝!
정책기자단|한유민ybonau@naver.com
생생하고 읽기 쉬운 기사를 작성하겠습니다.
2025.12.15
정책기자단 한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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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국세청 인증 'K-SUUL'이 "세계의 술"로
얼마 전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어디일까 싶어 찾아보니 '국세청'이다.
순간 세금 납부 기간을 넘긴 게 있나 싶어 한참을 떠올렸다.
알고 보니 이전 신청했던 '2025 K-SUUL AWARD'(케이-술 어워드)국민심사단 연락이었다.
그 순간, 퍼뜩 생각이 났다.
그렇지! 국세청이 주류 면허 발급부터 제조, 유통, 수출입 관리까지 주류 산업 전반을 담당한다는 걸.
'2025 K-SUUL AWARD'가 열린 서울지방국세청.
지난 11월 국세청이 진행하는 '2025 K-SUUL AWARD'의 국민심사단으로 선발돼 서울 국세청을 찾았다.
'2025 K-SUUL AWARD'는 중소기업의 우수 주류를 발굴해 해외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국세청이 올해 처음 개최한 행사다.
1차는 수출 실무자로 구성된 기업심사단과 국세청 내부 심사단이 출품 주류의 제품 설명서를 토대로 서류 심사를 진행했다.
주류 전문가, 수출 실무자, 일반인 등 나와 같은 국민심사단 76명은 1차 심사를 마치고 올라온 40개의 주류를 최종 심사했다.
선정 주류는 4종류로 탁·약·청주류, 과실주·맥주류, 소주류, 기타 주류로 구분돼 있었다. 나는 과실주와 맥주를 심사했다.
국민심사단이 행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가기 전에는 작은 회의실에서 각각 진행할 줄 알았는데 4종류 심사를 한 곳에서 열어 규모가 컸다.
또 심사뿐만 아니라 '인생 네컷'촬영이나 폭탄주 제조증과 같은 흥미로운 이벤트도 함께 마련돼 작은 즐거움을 줬다.
심사단 자리에는 서류 및 과자와 숙취해소제들이 놓여 있었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국세청이 '술 담당 부처'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임광현 국세청장이 모든 심사단과 악수를 나눈 후 축사를 시작했다.
임 청장은 "1조 원이 넘는 주류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고자 중소 양조업체의 우수 주류를 발굴해 세계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라며 "우리 술이 K-컬처, K-푸드 붐을 타고 세계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국세청이 강력히 지원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행사는 대기업과 소규모 양조장이 '계급장'을 떼고 철저한 블라인드 테스트로 승부를 겨루는 만큼 심사단께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공정하게 평가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사회를 맡은 개그맨 심현섭의 재치 있는 입담이 행사 분위기를 더더욱 달궜다.
심사단이 맡은 심사는 2가지, 블라인드 테스트와 서류 심사였다.
먼저 블라인드 테스트가 시작됐다.
진행요원이 조그만 잔에 술을 담아 순서대로 건넸다.
주류별로 나눠 심사를 진행했다.
1~10까지 술을 받아 심사했다.
우리 테이블에 앉은 누군가는 "이거 먹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라고 말했고 또 다른 사람은 "마셔보니 그동안 몰랐던 내 취향을 찾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술이 있어서 인지, 역할이 같아서 인지, 서먹했던 분위기가 조금씩 허물어져 서로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앞에 놓인 과자와 물로 입가심하며 다음 술을 기다렸다.
사회자는 취하거나 어지럽지 않도록 조절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빛깔과 향을 확인하고 목 넘김과 맛을 조금씩 음미하다 보니 어느새 술을 모두 시음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O 푯말을 들어 점수를 매겼다.
심사단은 10종의 술을 시음한 뒤 그중 5개에만 O 푯말을 들어야 했고, 담당자는 이를 합산했다.
서류 심사에서는 자료와 심사표를 검토한 뒤 각자 가장 우수하다고 판단한 5가지 술에 1~5위 순위를 매겼다.
앞서 블라인드 테스트가 맛을 기준으로 진행됐다면 서류 심사에선 제품의 역사와 특성, 가격, 디자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심사단 모두 한자리에서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 과정 중간중간 심사단들 사이에서 활발한 의견이 오갔다.
한 심사단은 "술맛에 관한 감각을 잃을까 봐 어제 퇴근 후 술을 조금 마셨다"라며 "풍미는 자신 있다"라고 말했다.
옆자리에 앉은 다른 심사단이 "이 술은 한국 소맥(소주에 맥주를 섞은 것)이 인기가 많은데 비슷한 맛을 낸 것 같지 않냐" 라며 "진짜 외국 친구들이 좋아할 맛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술을 살펴보고 있는 심사단.
또 다른 심사단은 "이 술의 개발 스토리가 재미있어 소개하면 더 의미 있어 보일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포장 캔이 좀 더 예쁘면 더 잘 팔릴 것 같다. 눈에 확 들어오는 색상을 넣으면 좋을 것 같다"라는 의견도 나왔다.
휴식 시간에는 다른 테이블로 이동해 다른 주류를 시음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1차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가 나타난 화면.
잠시 후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각 분야에서 선정된 5가지 주류가 발표됐다.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심사단들은 "사람들 입맛이 비슷한가 보다. 내가 맛있다고 생각한 술이 뽑혔네", "내 취향이 좀 독특했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모두가 놀란 건 꽤 유명한 술이 블라인드 테스트로는 선정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는 점이다.
또 막상막하 접전 끝에 탈락한 경우도 있었다.
휴식 시간에는 다른 종류의 주류도 맛볼 수 있었다.
국세청 내부 심사단으로 참석한 한 조사관은 "평소 술을 즐겨 마시는 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부서가 달라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는데, 이런 대외 행사를 통해 국세청의 또 다른 분야를 알게 돼 유익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역수지 적자에서 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국세청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지원해서 경제적으로 나아져 국민이 다양한 술을 좋은 가격에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라면서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세세하게 열심히 하더라. 그래서 저도 동참하고 싶어 지원했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심사단으로 참가한 이소연 씨.
경기도에서 온 이소연 씨는 "국세청 누리집에서 우연히 봤는데, 국세청에서 이런 행사를 한다는 게 신기해서 신청했다"라고 참석 계기를 밝혔다.
국제협력 분야에서 일한다는 그는 "하는 업무와도 관련이 있어 관심이 많았고, 행사 취지도 너무 좋았다"라고 했다.
이 씨는 "외국인 친구들이 어떤 걸 좋아할지 생각하면서 심사했다" 라며 "참여해 보니 국세청 이미지가 훨씬 친근하게 느껴졌다"라고 전했다.
평소 와인 한 병 정도를 마신다는 그는 "해외에 살 때 유럽, 아프리카, 미국 등 다양한 나라 친구들과 함께 와인이나 맥주를 종종 마셨다"며 "여기서 새로운 술들을 맛보니 재밌었다. 모쪼록 수출이 잘됐으면 좋겠다"라고 기대했다.
지난 12월 2일 '2025 K-SUUL AWARD' 최종 선정 발표를 하고 시음회를 가졌다. (출처=국세청 제공)
약 한 달이 넘은 지난 12월 2일 세종에서 제1회 '2025 K-SUUL AWARD'가 발표됐다.
총 175개 중소기업이 출품한 366개 주류 중에서 최종 우수 제품 12개가 공개됐다.
국민심사단이 제출한 서류심사를 집계해, 현장에서 뽑힌 각 분야 5개 중 상위 3개씩을 선정했다.
탁·약·청주류에서는 '도한 청명주', '산사춘', '조선약주'가 과실주·맥주류에서는 아내를 위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담은 '베베마루 아내를 위한', '사화유자' 등이 선정됐다.
또 소주류에서는 쌀 향이 은은한 '경복궁 소주', '내외 39', 기타 주류에서는 한국인 최초 마스터 디스틸러가 만든 위스키 '김포 2025', 중세 레시피와 한국 꿀을 현대적 해석한 '코아베스트 보쉐 700' 등이 선정돼 우리 술의 다양성을 증명했다.
최종 결과가 발표되고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국세청 담당자에게 문의했다.
'2025 K-SUUL AWARD' 후보에 오른 우리 술.
과실주와 맥주 시음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은 국세청 소비세과 담당자와 일문일답이다.
Q. 'K-SUUL AWARD' 행사의 취지는?중소기업이 제조한 다양한 주류를 국민이 직접 시음하고 심사해 '세계에 알리고 싶은 K-SUUL'을 선정하는 자리다. 우리나라 우수 주류를 알리고 경험할 기회를 만들자는 취지다. 주류 무역수지 적자 개선은 물론, 수출 경험이 부족하고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기업을 주류 수출 선도기업, 대형 유통사 등과 연결해 주류 산업을 키우기 위해 마련했다.
Q. 최종 12개 선정 주류의 독창성과 경쟁력은?'세계인을 사로잡을 수 있는 K-SUUL'이라는 평가 기준에 따라 해외시장 트렌드, 고유한 브랜드 스토리와 정체성, 맛과 향의 우수성 등을 모두 갖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잠재력을 지닌 K-SUUL로 평가받았다.
Q. 12개 선정 주류의 국내 홍보 및 판매 계획은?인지도 강화를 위해 대형유통사, 편의점 업계 등과 협업한 'K-SUUL 기획전'을 통해 국내 판매를 지원할 계획이다.
서류심사를 위해 자료를 보고 있다.
Q. 국민심사단 40명이 행사에 참여해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궁금하다.최종 심사에 국민심사단이 참여하면서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했다. 특정 분야의 이해관계나 전문 지식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있는 평가로 대중적 경쟁력을 갖춘 K-SUUL을 선정할 수 있었다. 국민이 직접 참여해 선정한 만큼 국세청 K-SUUL 인증마크의 신뢰도를 높이고 국내외 홍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Q. '찾아가는 K-SUUL'을 통한 수출 현장 지원 방안이 궁금하다.수상 주류 양조장 현장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법령 개정·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맞춤형 수출 지원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국산 위스키 제조장 현장 방문을 통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외 바이어 수요에 따라 수출용 국산 위스키·브랜디의 나무통 저장·숙성 기간 확인 절차를 신설해 해외 경쟁력을 제고했다.
Q. 올 7월 신설한 국산 위스키·브랜디 숙성 기간 제도에 관해 들려달라.주세법상 우리나라 위스키·브랜디 숙성 기간은 1년 이상이나, 위스키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아일랜드 등은 3년 이상이다. 해외 바이어 수요에 맞춰 수출용 국산 위스키·브랜디의 나무통 저장·숙성 기간을 국세청 주류 면허지원센터의 기술 점검과 함께 관할 세무서장으로부터 확인받을 수 있도록 해 '공신력 있는 우리 술 인증 제도'를 통해 K-SUUL의 해외 신뢰도와 경쟁력을 제고했다.
행사장 가운데 심사 대상 주류가 놓여 있다.
Q. 소주·맥주의 '가정용' 표기 의무 폐지 효과는?주로 가정용으로 소비되는 종이팩·페트병 용기 소주·맥주의 '가정용' 용도 구분 의무를 폐지해 달라진 주류 소비문화 현실을 반영하고 주류 제조자의 생산·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Q. 행사를 통해 좋았던 점은?국민, 주류 전문가, 주류 수출 선도기업, 대형 유통사 등 여러 분야의 심사단이 참여해 평소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의 다양하고 우수한 주류를 발굴하고 수출 지원을 통해 K-SUUL의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뜻깊었다.
Q. 향후 계획은?'2025 K-SUUL AWARD'에서 선정된 우수 주류에 국세청 인증마크를 부착해 국내외 홍보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해외 매장 판매 우선지원 및 2026년 5월 아시아비넥스포 국제 주류 박람회에 참가해 '대한민국 K-SUUL관'을 설치하고 K-컬처와 연계한 홍보를 통해 해외 인지도를 강화할 예정이다.
국민심사단으로 직접 참여했다.
국민심사단으로 참여해 내 손으로 직접 뽑은 술이 'K-SUUL'의 국가대표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 뜻깊은 경험이었다.
더욱이 내가 몰랐던 술도 알게 돼 즐거웠다.
국세청장과 수상 주류업체 대표. (출처=국세청 제공)
우리나라 주류 무역수지 적자는 2022년 1조 3000억 원을 넘었고 2024년에도 1조 1000억 원대를 넘는단다.
이번에 선정된 12개의 술이 제2의 소주, 제2의 막걸리 붐을 일으켜 해외 식탁을 점령할 수 있을까?
국세청의 지원과 우리 술의 힘이 만들어낼 시너지가 벌써 기대된다.
또 내년에도 더 많은 업체가 참여해 해외 곳곳에서 우수한 우리 술을 맛볼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 (카드뉴스) K-SUUL AWARD 개최 기념! 차트로 보는 K-SUUL
정책기자단|김윤경otterkim@gmail.com
한 걸음 더 걷고, 두 번 더 생각하겠습니다!
2025.12.15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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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필수템, 디지털 관광주민증 발급받고 떠나요
지난여름, 나는 국가유산진흥원의 방문자 여권을 발급받은 적이 있다.
방문자 여권의 스탬프를 수집하기 위해 문화유적지가 있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스탬프 찍는 재미에 푹 빠졌었는데, 아무래도 여행을 다니는 빈도가 늘어나다 보니 또 다른 여행 관련 정책은 없는지 궁금해졌다.
그러던 중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아두면 좋을, '디지털 관광주민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디지털 관광주민증은 인구 감소 지역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관광을 하러 온 사람들에게 다양한 할인 혜택을 주는 디지털 명예 주민증이다.
관광객이 여행하고자 하는 지역의 관광주민증을 취득하고 여행지에 방문하면, 식당, 카페, 숙박, 체험 및 관람 등 다양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재미있는 정책인 것 같아 관광주민증을 직접 발급받아 보았다.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발급받기 위해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에 회원가입을 한다.
먼저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에 접속하여 회원가입을 한다.
회원가입을 할 때 현재 거주지를 제외한 지역으로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여러 지역의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나는 이전에 가봤던 여행지 중 다음에 또 가고 싶은 여행지의 디지털 관광주민증과 앞으로 가보고 싶은 지역의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발급받았다.
회원가입과 즉시 '가볼래-터'가 구독되고, 내가 선택한 지역의 '디지털 관광주민증'이 발급된다.
회원가입과 즉시 '가볼래-터'가 자동으로 구독되고, 내가 선택한 지역의 '디지털 관광주민증'이 발급된다.
관광주민증 보관함도 생긴다.
관광주민증 보관함에 들어가 보면 내가 발급받은 디지털 관광주민증의 목록을 살펴볼 수 있다.
관광주민증 보관함에 들어가 보면 내가 발급받은 디지털 관광주민증의 목록을 살펴볼 수 있다.
QR코드로 인증하기만 하면 여행지 현장에서 바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관광주민증을 선택하면 해당 지역에서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사용할 수 있는 가게들의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식당, 관람, 체험, 쇼핑, 숙박, 열차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광주민증을 선택해 보면, 해당 지역의 어디서 관광주민증을 사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게 이름을 눌러보면 디지털 관광주민증으로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어느 식당의 경우 테이블당 음료를 제공하기도 하고, 혹은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하는 등 저마다 각기 다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광지에서 디지털 관광주민증 사용하는 방법을 안내해 주고 있다.
현장에 비치된 디지털 관광주민증 QR코드를 스캔해야 혜택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하니, 여행 전에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발급받아 놓는 것을 잊지 말자.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주민증 마을회관'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해당 지역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앞으로 여행을 올 사람들을 위해 '랜선 주민'이 되어 '마을회관'에서 여행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미 해당 여행지에 다녀갔던 사람들이 '주민증 마을회관'에 후기를 남겨주었다.
이번 겨울에 단양 여행을 계획 중이었기에 유심히 살펴보았다.
저마다의 여행 코스를 알려주기도 하고, 맛집을 알려주기도 하고, 꼭 가봐야 하는 명소 등을 짚어주기도 하는 등 여행을 갈 때 참고하면 좋을 생생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겨울 설경을 구경하고 싶은 목적이 있었기에 숲이나 바다, 혹은 강과 같은 자연풍경을 주로 볼 수 있는 여행 코스를 계획하고자 했다.
미리 다녀온 사람들의 코스를 참고해서 짜면 수월하게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아 '겨울', '설경'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여서 관련된 여행 코스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AI콕콕 플래너 메인 화면.
여행 코스를 살펴보며 흥미가 가는 여행지들을 기록해 두고,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AI콕콕 플래너 기능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여행 계획을 짰다.
AI콕콕 플래너는 대한민국 구석구석과 T-MAP, 한국관광데이터랩, 공공데이터포털에서 나만을 위한 맞춤형 코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나처럼 여행 계획을 짤 때 고민이 많은 사람들에게 딱 맞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추천 코스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간단한 정보만 선택하면 편리하게 나만의 코스를 받아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지역별 사용자 코스도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해당 코스를 따라 해도 좋고, 내가 직접 코스를 만들어도 좋다.
여행하고 싶은 지역을 선택하여 직접 여행 코스를 짜보기로 했다.
나는 직접 코스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지역을 입력하고, 내가 여행할 기간을 선택했다.
이후 원하는 여행 테마를 2개 이상, 최대 4개 이하까지 고를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여행 테마를 최대 4개까지 고를 수 있다.
내가 생각했던 테마에 따라 산, 실내 여행, 문화/역사, 카페 등으로 테마를 골랐다.
그러자 10초도 걸리지 않아 1박 2일 치의 코스가 뚝딱 만들어졌다.
11개의 여행지와 음식점, 카페, 숙소가 포함된 알찬 코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AI콕콕 플래너가 나만의 코스를 짜주었다.
특히 좋았던 점은 여행지나 식당 등의 명칭을 누르면 그와 관련된 정보와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살펴볼 수 있는 '여행톡'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생생한 후기로 가득한 여행톡을 보면서 추천받은 여행 코스가 나에게 적합한지도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여행지 정보와 '여행톡' 내용을 플래너 화면에서 바로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는 여행을 가려고 해도 계획 짜는 데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관두곤 했는데, 이번에 디지털 관광주민증과 AI콕콕 플래너를 발견해서 훨씬 간편하고 빠르게 다양한 여행지를 검색하고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여러 사람이 이미 만들어 둔 전국 각지의 여행 코스들이 Best 30코스로 등록되어 있어, 나중의 여행 계획을 짤 때 참고하기 좋을 것 같다.
이번 겨울, 국내 여행 계획 중인 사람이 있다면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디지털 관광주민증과 AI콕콕 플래너 서비스를 통해 최고의 여행 코스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에서 디지털 관광주민증 발급받기
☞ (카드뉴스) 국내여행 필수템 디지털 관광주민증
정책기자단|한지민hanrosa2@naver.com
섬세한 시선과 꼼꼼한 서술로 세상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2025.12.12
정책기자단 한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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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의 한글 실험 프로젝트, '글(자)감(각): 쓰기와 도구'
문예창작을 전공하면서 글과 멀어질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스스로 글을 써내는 힘을 길러놓아야 했기에 자연히 AI와는 데면데면한 사이로 남았다.
합평 시간에 만나는 동기들 역시 AI를 쓸 필요를 잘 못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으로는 마냥 안 쓴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닌 것 같다.
어쨌거나 미래에 함께 공존하게 될 도구로서 함께 발전하는 사이로, 어떻게 하면 새로 나타난 이 AI 도구를 '잘' 사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종종 느낀다.
그러던 중에 국립한글박물관의 한글 실험 프로젝트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쓰기, 도구, 행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특히 쓰기와 도구의 관계에 주목하고 살펴보고자 제5회 한글 실험 프로젝트, '글(자)감(각): 쓰기와 도구' 전시를 마련했다고 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의 제5회 한글실험프로젝트, '글자감각' 전시.
전시 내용을 살펴보니 도구를 감각으로 전환해 신체, 기능, 물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시도했다고 한다.
즉, AI와 같은 새로운 도구가 우리의 쓰기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질문을 제시한 프로젝트이다.
해당 전시는 23팀의 작가와 디자이너가 협업하여, AI와의 접목을 시도한 시각, 공예, 제품, 공간, 미디어아트, 설치 등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고 한다.
문화역 서울 284 RTO에서 '글자감각'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내용이 흥미롭게 느껴져 전시가 열린다는 서울 중구 '문화역 서울 284 RTO'에 가보았다.
입구에 가까워지는 때부터 쓰기나 쓰기 도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유명한 문장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우리의 글쓰기 도구는 우리의 사고를 형성하는 데 한몫하지" 라는 문장과 「쓰기의 감각과 생각하는 인간」의 "쓰기의 감각은 생각과 함께 호흡한다" 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전시작 중 [쓰기의 감각과 생각하는 인간]의 문구.
쓰기가 단순히 우리의 손과 팔을 움직이는 행위가 아니라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고 만들어가는 행위라는 것을 다시 한번 짚어준 느낌을 받았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흰 글씨가 쓰인 검은 판이 여러 개 배열된 작품을 바로 마주할 수 있었다.
[계속 나의 언어로 쓰는 지극히 주관적인 이유] 중 일부.
[계속 나의 언어로 쓰는 지극히 주관적인 이유] 작품은 AI가 급속하게 확산되는 과정에서도 나만의 쓰기와 나만의 언어를 고집하는 이유를 담아냈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글쓰기 태도를 찬찬히 살펴보며, 손으로 직접 창작한 글이 가지는 가치를 느끼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흔적 사전]이 길게 나열되어 있다.
[흔적 사전] 역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손으로 글을 창조하는 시대가 사라지고 난 뒤의 미래를 상정하여, 그 미래의 독자들이 마주하게 될 과거의 기록을 사전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쓰기와 관련된 여러 가지 행위의 의미와 종이, 원고지, 텍스트 커서 등 오늘날의 쓰기 도구가 지닌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이 작품을 보며 오히려 내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쓰기 행위나 쓰기 도구가 지니는 의미를 한 번 더 생각 해보고, 나에게 있어 이 행위들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관람객이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SF 소설가로 유명한 김초엽 작가의 [사각의 탈출]도 이번 전시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해당 작품은 짧은 소설을 전시한 것으로, '한글이 아주 먼 미래에 등장한 특수한 쓰기 도구에 유리하다면?' 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하여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사각의 탈출] 중 내용 일부.
사고 언어를 한글로 표현하도록 설계된, 폐기 위기에 놓여 있는 AI '네모'와 의식에 불과한 '네모'를 물성을 지닌 쓰기 도구인 '사각'으로 바꾸고자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흥미롭게 읽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을 감상했다.
전시실 내부로 들어가자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여러 가지 작품 중에 특히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을 한번 소개해보겠다.
커다란 디지털 화면 3개 앞에 로봇 팔 하나와 키보드가 놓여 있다.
[기획향]이라는 이름의 작품이다.
로봇 팔은 손에 붓을 쥐고 있다.
붓을 쥔 손으로 키보드와 패드를 눌러, 디지털 화면 속의 생성형 AI에게 움직임을 명령한다.
그러면 인공지능은 문자도를 닮은 한글 타이포그래피와 이미지를 출력한다.
로봇 팔과 붓, 키보드, 패드와 AI가 함께 하는 [기획향].
언젠가 먼 미래에는 첨단 기술이 직접 움직여 창작하게 되는 날이 올까, 상상하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기어이 AI가 직접 창작하는 시대가 온다면 우리는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새로운 창작자로 거듭나게 될까?
[함께 쓰는 즐거움]이라는 이름의 귀여운 작품도 있었다.
여러 가지 몽당연필, 고양이 형태의 연필이 모양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전시 해설에 따르면 이는 재료의 감촉과 형태에 주목하여 만든 작품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로서의 연필을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한다.
연필을 활용한 [함께 쓰는 즐거움].
내가 귀엽다고 느꼈던 연필들은 각각 아빠, 엄마, 아이, 고양이, 아기 고양이 연필 모양으로, 서로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어 가족이 연결된 모양과 쓰기를 통해 마음이 전해지는 과정은 닮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언젠가 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을 본 적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써내지 못할 것을 알고 있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지나치게 커서 아예 글을 쓸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고 했다.
[명언곡]이라는 작품을 보며 그 기억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었다.
[명언곡]은 쓰기를 소리로 표현한 작품이다.
해당 작품은 쓰기의 행위를 소리에 담아 표현한 작품으로, 설명에 따르자면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쓰는 동안, 매 획을 완전히 동일하게 긋지 못할 경우 실패로 간주'하되, 실패하더라도 문장을 계속해서 따라 쓰며 발생하는 소리를 채집해 재가공한 것이라고 한다.
즉, 이러한 실패가 계속 이어지더라도 문장을 완성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제시한 작품이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특히 퇴고 없이 한 번에 완벽한 글을 쓰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 것이다.
나에게 있어 해당 작품은 여러 번의 실패와 고쳐쓰기 과정이 있어야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
쓰기 공간을 제시한 [마음을 쓰다] 작품.
아직 AI는 스스로 완벽한 글을 쓰지 못한다.
AI가 쓴 글도 우리가 끈기 있게 퇴고해야 비로소 매끄러운 글이 된다.
AI가 얼마나 더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쓰기를 향한 우리의 끈기는 사라지면 안 된다고 느끼게 만든 작품이었다.
[금속 문구류 시리즈]는 사람과 쓰기 도구의 긴밀한 관계성을 표현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의 학예연구사 인터뷰에 따르면, "해당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앞으로 AI가 보여줄 새로운 글쓰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 이라고 한다.
그 인터뷰처럼 내가 감상한 작품들은 모두 새로운 쓰기 도구로의 AI와의 공존, 그리고 AI가 발전하는 상황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쓰기의 의미와 글자의 감각을 전달하고 있었다.
올해 봄과 여름 SNS에서는 독서와 글쓰기에서 멋을 찾는다는 의미의 '텍스트 힙'이 크게 유행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온라인 예매 조기 매진을 이루는 등 엄청난 호황을 맞이했다는 기사도 연이어 발표되며 독서와 쓰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식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디지털 리터러시 문제와 더불어 저조한 문해력으로 인해 간단한 문장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는 뉴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자기소개서 한 편 혼자 써내지 못해 AI로 쓴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글자의 질감을 떠올리고, 쓰기 방식과 읽기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떠올려 보는 것이 유의미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AI가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우리의 쓰기 방식은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연필, 붓, 펜, 소리, 디지털 기기 등 쓰기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도구를 통해 우리에게 있어 쓰기 방식과 쓰기 자체가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지 살펴볼 수 있어 무척 의미 깊었다.
전시는 3월 22일까지 열린다.
관심이 있다면 한 번 둘러보고 오는 건 어떨까?
정책기자단|한지민hanrosa2@naver.com
섬세한 시선과 꼼꼼한 서술로 세상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2025.12.12
정책기자단 한지민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