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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 1400회 수요시위 현장 취재기

2019.08.15 정책기자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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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동 사거리에서 주한 일본대사관을 향해 걸어 오르는 동안 경찰버스가 벽을 치고 거리를 따라 늘어서 있었다. 분명 수요시위로 인한 대기인 것 같았다. 전해 듣기론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집회라는데 일본대사관 일대에 포진한 경찰병력이 다소 의외라는 생각을 하며 집회가 열리는 현장으로 향했다.

28년 전 오늘, 김학순 할머니는 “내가 바로 증거다라며 일본 정부의 가해사실을 용기 있게 고백했다. 그 후로 30여 년, 그러나 여전히 일본 정부로부터 공식 사죄를 받지 못한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 이제 단 20명밖에 남지 않은 우리의 아픈 역사.

수요시위는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19921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20023, 500회 집회는 단일주제로 진행되는 집회 중 세계 최장기간 집회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매주 새롭게 경신되는 기록, 그 안에서 시민들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위안부범죄 인정과 사죄를 촉구하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매주 수요일 낮 12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되는 수요집회 현장
매주 수요일 낮 12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되는 수요시위 현장.


매주 수요일, 무려 1400회가 진행되는 동안 그곳에 함께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픈 역사에 무심했다는 사실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한여름의 태양이 절정에 달한 낮 12, 일본대사관 앞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있었다.

지난해 지정된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기림의 날과 수요시위가 만난 날이어서 취재경쟁도 치열했다. 연중 집회 참가 인원만 무려 5만 명이라고 한다.

1400차 수요집회를 알리는 게시물
1400차 수요시위를 알리는 게시물.


1400
차 수요시위는 12개국 37개 도시가 연대하여 움직였다. 7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기림일을 맞아 미국, 호주, 대만, 뉴질랜드, 독일, 영국 등 세계가 함께 연대한 것이다. 북측에서도 연대성명을 발표했다. 일제의 과거사 청산 움직임에 끝까지 대응할 각오를 밝혔다.

2시간 동안 각계 대표자들의 연대발언과 학생들의 자유발언, 성명서 낭독과 문화공연이 이어졌다. 현장에 모인 시민들은 불볕더위 속에서도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한목소리를 냈다.

1400차 수요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의 자유발언
1400차 수요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의 자유발언.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증언은 아시아 태평양을 넘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로 퍼졌다. 유엔인권이사회가 일본군 성노예제 범죄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도록 만들었으며 지금도 분쟁지역에서 전시 성폭력 범죄로 고통 받는 피해자들의 구제와 배상권리에 대한 원칙을 마련하게 했다.

정의기억연대와 시민들이 힘을 모아 건립한 평화의 소녀상은 미국, 캐나다, 독일, 호주 등 세계 각국으로 뻗어나갔다. 올해 1월 별세한 고(故) 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의 나비기금은 아프리카 콩고의 강간 피해 여성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만 부르짖는 외침이 아닌, 세계가 함께 외치고 희망하는 일본의 과거 범죄에 대한 사죄.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국제사회의 공통여론을 조성한 것은 다름 아닌 고령의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들이었다.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 2011년 12월 14일 천 번째 집회를 맞이하며 세워졌다.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 2011년 12월 14일 천 번째 집회를 맞이하며 세워졌다.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다양했다
. 부모와 함께 현장을 찾은 초등학생부터 학교에서 친구들과 단체로 참여한 청소년들, 대학생들, 다양한 연령층의 사회인들까지 한목소리를 내며 조금은 자유롭게 참여하고 있었다.

제법 긴 시간 한자리에 붙박여 무대를 응시하는 가운데 우연히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혼자 조용히 집회에 참여하고 있던 유혜진(20) 씨는 참여횟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정기적으로 수요시위에 나온다고 했다.

고교시절 역사 선생님으로부터 수요시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함께 참여하게 된 것이 오늘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최근에는 지난해 같은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여했다고 한다.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여파도 있는 듯했다.

수요집회 참여자가 착용한 팔찌. 팔찌 수익금은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사용된다.
수요시위 참여자가 착용한 팔찌. 팔찌 수익금은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사용된다.


유혜진 씨와 수요시위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그의 팔목에 팔찌가 눈에 들어왔다. ‘김복동’, ‘길원옥할머니들의 이름 석 자가 선명히 새겨진 팔찌. 그는 집회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갈 때도 할머니들의 성함을 정확히 기억했다.

88일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이야기로 주제가 옮겨갔다. 그는 그 영화가 최근 일들을 담고 있어 사람들에게 더욱 현실감을 전해 주는 것 같다고 했다. 분명한 현실이지만 옛날에’, ‘내가 어렸을 때로 사건이 넘어가면 공감이 조금 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기림의 날이 814일로 지정된 것은 28년 전 김학순 할머니의 일본군 가해사실 고백이 계기가 된 것이다. 여기에 유혜진 씨는 한마디를 더 보탰다. “할머니들에게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광복절 하루 전인 814, 그리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받지 못한 할머니들의 현실이 가슴을 무겁게 눌렀다.

1400차 수요집회 현장에서 한 목소리로 일본의 공식 사죄를 촉구하는 사람들
1400차 수요시위 현장에서 한 목소리로 일본의 공식 사죄를 촉구하는 사람들.


생존한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20, 평균연령 90.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시기 전까지 우리에겐 얼마의 시간이 남아있을까.

시민들이 기억하는 한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할머니들의 인권과 명예가 회복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그분들의 이름을.



이선영
정책기자단|이선영sharon8104@naver.com
사람이 보이는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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