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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도 이제 명절엔 쉽니다

명절·경조사 휴무 가능… 편의점 표준가맹계약서 개정

정책기자 이재형 2019.01.30

은퇴 후 경기도 성남시에서 편의점을 하는 친구가 있다. 2016년에 시작했으니 올해로 4년째다. 친구는 편의점을 시작한 이후 한 번도 고향(강릉)에 내려가지 못했다. 설날, 추석 등 명절뿐만 아니라 친지의 결혼식 등 경조사에도 참석하기가 쉽지 않았다. 편의점 가맹점법에 따르면 하루라도 쉬면 그만큼 영업 손실에 따른 위약금을 본사에 내야하기 때문이다.

편의점주는 본사와 365일, 24시간 운영 계약을 한다. 명절이나 결혼 등 경조사 때도 제대로 쉬기 어렵다. 그런데 앞으로는 명절이나 경조사 때 문을 닫고 쉴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4일 편의점 및 외식·도소매·교육서비스 분야 표준가맹계약서를 개정했기 때문이다.

24시간 365일 문을 닫을 수 없었던 편의점들이 가맹점 표준계약서 개정으로 올 추석부터는 휴무가 가능해졌다.
24시간 365일 문을 닫을 수 없었던 편의점들이 표준가맹계약서 개정으로 올 추석부터는 휴무가 가능해져 삶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사실 친구가 편의점을 하면서 가장 힘들어했던 것 중의 하나는 높은 카드수수료율이었다. 친구에게 들어보니 매출 이익 중 본사가 가져가는 로열티와 임대료, 전기세, 각종 제세공과금, 관리비 외에 카드수수료를 내야 한다. 친구는 이 카드수수료가 정말 부담된다고 한다. 카드수수료는 매달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판매관리비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26일 정부가 가맹점에 합당한 카드수수료 비용만 부과토록 하는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마련했는데, 1월31일부터 신용카드 우대수수료 적용 대상이 연 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 원 이하로 대폭 확대된다. 이에 따라 친구처럼 연매출 5억원 초과 10억 원 이하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현행 2% 내외에서 1.4%(체크카드 1.1%)로 떨어진다. 그럼 친구는 한 달에 약 25~30만 원 정도 카드수수료를 덜 내게 된다.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본부 회원들이 지난해 11월2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인하 결정 환영 기자회견’에서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출처=뉴스1)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본부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2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인하 결정 환영 기자회견’에서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출처=뉴스1)
   

친구가 카드수수료율만큼 힘들어하던 게 또 있었다. 명절에 1~2일 정도 편의점 문을 닫고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것이다. 가끔 편의점에 들르면 친구는 “편의점주들은 노예나 다름없어!”라며 자신을 한탄했다. 어디 내 친구뿐이겠는가! 24시간 편의점을 하는 가맹점주들은 인간다운 삶과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해왔다. 편의점 표준가맹계약서상 하루라도 쉬면 그만큼 손해가 나는 계약 구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승인한 편의점 자율규약의 실효성 확보 및 그간 법령의 개정사항 등을 반영한 외식·도소매·교육서비스·편의점 등 4개 업종의 표준가맹계약서를 개정했다. 이번에 개정된 편의점 표준계약서만 따로 보면 크게 2가지다.  

첫째 명절·경조사 휴무다. 현재 본사 승인을 거쳐 명절 휴무는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편의점주가 휴무 여부에 대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편의점 등 가맹점주의 삶의 질과 휴식권 보장 차원에서 가맹점주가 명절 당일·직계가족의 경조사에 쉴 수 있게 한 것이다.

가맹본부는 명절 6주전 POS(point of sales, 편의점 판매정보 관리시스템) 등을 통해 휴무 신청 관련 사항을 일괄 공지하고 명절 당일로부터 4주전까지 승인 여부를 통지하도록 명시했다. 이는 점주 개별 신청 후 본부의 별도 승인 하에 휴무하는 현재의 관행에 비해 가맹점주가 휴무 의사를 보다 자유롭게 표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손님이 없는 0시~6시부터 편의점 업주들의 영업 단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손님이 없는 0시~6시부터 편의점 업주들의 영업 단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심야영업시간 단축이다. 심야영업시간 단축 요청 시 가맹본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허용하도록 명시했다. 심야영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사실 밤 12시 이후에는 손님이 별로 없다. 하지만 가맹계약서상 문을 닫을 수 없다.

손님이 없는 새벽 시간대 편의점에서 친구가 꾸벅꾸벅 졸며 지내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른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영업시간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협의하여 결정하도록 하고 시행령 개정사항에 반영했다. 기존 영업손실에 따른 영업시간 단축요건인 심야영업 시간대의 범위를 1시~6시에서 0시~6시로 변경하고, 영업 손실 발생 시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이제 앞으로 심야영업 시간대(오전 0시~6시까지)의 매출이 그 영업에 소요되는 비용에 비해 저조하여 직전 3개월 동안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가맹점 사업자가 서면으로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할 때 가맹본사는 영업시간 단축을 허락해야 한다. 따라서 24시간 영업을 하는 편의점도 줄어들 전망이다.

편의점 등 가맹점주의 삶의 질과 휴식권 보장 차원에서 가맹점주가 명절 당일·직계자족의 경조사에 쉴 수 있게 됐다.
편의점 등 가맹점주의 삶의 질과 휴식권 보장 차원에서 가맹점주가 명절 당일은 물론 직계가족의 경조사에 쉴 수 있게 됐다.
 

이번에 개정된 가맹점 표준계약서에서 또 눈길을 끈 것은 편의점 폐점이다. 그동안 편의점은 매출이 떨어지고 이익이 나지 않아도 계약기간 동안 편의점 문을 닫을 수 없었다. 손해가 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일정 기간(3개월) 수익률이 나오지 않아 더 이상 유지하기가 힘들어 폐업을 하고자 할 경우 바로 폐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경쟁사의 근접 출점, 재개발로 인한 상권 악화, 질병·자연재해 등으로 더 이상 가맹점을 운영하기 어려울 때는 편의점 업주의 귀책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위약금을 부과하지 않고 바로 문을 닫을 수 있다.

그동안 계약기간 중 중도해지시 월평균 이익분배금을 기준으로 가맹본부에 위약금을 지불해야 했는데, 이제 편의점주의 책임 없는 사유로 희망 폐업시 위약금 감경이나 면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올 추석에는 편의점을 하는 친구가 부친 묘소에 가서 술 한 잔 따르길 기대한다.
올 추석에는 편의점을 하는 친구가 부친 묘소에 가서 술 한 잔 따르길 기대한다.


지난해 친구가 운영하는 편의점 근처에 다른 편의점이 생겼다. 친구 편의점을 기준으로 반경 500m 안에 편의점만 5개라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 동네 규모 상 편의점은 1~2개 정도가 적당하다. 어느 편의점이든 적자가 계속된다면 문을 닫아야 하는데 이제 수익률이 나오지 않을 경우 위약금 없이 문을 닫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친구도 “이제 편의점 운영이 힘들면 언제든지 문을 닫을 수 있게 돼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가맹분야 표준계약서 개정으로 일부 편의점은 이번 설날부터 쉬고, 늦어도 올 추석부터 모든 편의점들이 고향에 갈 수 있게 됐다. 이런 소식을 접한 친구는 “이제 명절날 고향 부친 묘소에 가서 술 한 잔 따르게 됐다”며 좋아했다. 친구는 “내 딸 결혼식에도 마음 편히 갈 수 있겠다”며 웃어보였다. 친구의 이 말에 콧날이 시큰했다.

4년 만에 부친 묘소에 가서 술을 따를 친구를 생각하니 나도 설렌다. 전국의 모든 편의점 업주들이 명절에는 마음 놓고 고향에 다녀오길 기대한다.


이재형
정책기자단|이재형rotc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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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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