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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250개는 15년생 소나무 한 그루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연간 16만 톤…텀블러 사용은 환경보존 지름길

2013.05.27 정책기자 김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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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경기도 평택시의 한 건설회사 사무실에는 한 번 먹고 버린 종이컵이 수북히 쌓여 있다. 손님이 많은 날에는 하루에도 빈번한 커피 대접으로 종이컵이 부족해지는 경우도 있다.

재활용컵으로 대접을 하거나 개인컵을 사용하면 환경보호는 물론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다는 관행의 논리가 합리적인 선택의 논리보다 앞선다. 내방객에게 차 대접을 자주 한다는는 나주영(안성·23)씨는 종이컵 사용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날씨가 화창한 날엔 사무실로 커피 한 잔 하려고 오시는 내방객이 많아요. 그런 날에는 종이컵 사용이 많아서 컵홀더에 종이컵을 두세 번 교체하는 경우도 있어요. 재활용컵을 탐탁지 않게 여기시는 분들도 있고, 커피는 종이컵에 타먹어야 제맛이라는 부장님의 말씀도 있고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한 번 먹고 버린 일회용 종이컵, 쌓인 높이만큼의 나무가 희생되었을지도
한 번 먹고 버린 일회용 종이컵. 쌓인 높이만큼 희생된 나무의 양을 생각해보라.
 
우리나라의 연간 종이 사용량은 1인당 153Kg으로 세계 9위라는 놀라운 순위를 자랑한다. 종이컵 사용량도 연간 120억 개로,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참고로, 환경부에서는 매년 5개 패스트푸드점과 11개 커피전문점을 대상으로 일회용컵의 사용량을 조사하는데, 2011년에 비해 2012년도에 사용량이 대략 1억 개 정도 늘었다.

종이컵의 연간 비용은 약 1,500억 원이며, 이를 위해 약 8만 톤의 천연펄프를 수입한다. 이는 50cm 이상 자란 나무 1,500만 그루에 해당하는 양이다. 종이컵의 처리비용으로도 연간 150억 원이 소요되며, 종이컵 생산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연간 16만 톤에 달한다. 나무 3만 그루가 있어야 정화시킬 수 있는 양이다.

나무 한그루를 희생하는 대가로 종이컵 250개가 만들어진다. 무심코 버린 종이컵 뒤엔 죽은 나무들로 가득하다. 출처=환경재단나무 한그루를 희생하는 대가로 종이컵 250개가 만들어진다. 무심코 버린 종이컵 뒤엔 죽은 나무들로 가득하다. 출처=환경재단
나무 한 그루를 희생하는 대가로 종이컵 250개가 만들어진다. 무심코 버린 종이컵 뒤엔 죽은 나무들로 가득하다. (출처=환경재단)

종이컵은 미미한 양이긴 하지만 유해한 환경호르몬도 배출한다. 종이컵이 단순한 종이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종이에 수분이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폴리에틸렌으로 코팅 처리를 하는데, 이것이 높은 온도의 액체와 만나 환경호르몬, 발암물질 등을 배출한다.

단점을 더하자면, 종이컵은 재활용도 잘 되지 않는다. 이것도 코팅처리를 위한 폴리에틸렌 때문인데 종이컵의 코팅을 벗기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종이컵의 14%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매립·소각된다.

분리배출된 일회용컵들, 14%만이 재활용이 된다. 나머지는 매립되거나 소각장으로 보내진다. 출처=환경부
분리 배출된 일회용컵들. 이 가운데 14%만이 재활용이 된다. 나머지는 매립되거나 소각장으로 보내진다. (출처=환경부)

그렇다면 건강에도, 환경에도 해로울 뿐인 종이컵을 왜 우리는 버리지 못할까? 한 커피회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회용컵을 선호하는 이유로 편리함과 휴대성을 꼽을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휴대하기 좋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좀더 위생적이어서’와 ‘머그컵이 무겁기 때문’, ‘습관적으로’라는 이유가 뒤를 이었다. 조금 편해지고자 하는 행동의 대가가 수천만 그루의 나무를 희생하는 환경파괴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종이컵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작은 불편함이 지구환경을 구할 수 있다.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작은 불편함이 지구 환경을 구할 수 있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환경부가 주최한 지구의 날(4월 22일) 기념행사를 다녀온 류선희(시흥·29) 씨는 행사장에서 나눠준 텀블러를 사용한 뒤 그 매력에 빠져있다. 이제는 자신만의 예쁜 텀블러를 만들어 종이컵 대신 사용한다는 류선희 씨의 텀블러 예찬은 이렇다.

“환경보호가 된다는 것 외에도 가방에 넣어 다녀도 물이 새거나 할 염려가 없으니 좋아요. 환경호르몬도 없고요. 담는 그릇에 따라 차의 향이 달라진다는 옛말처럼 단순히 종이컵에 담아 마시는 것 하고는 차이가 있는 것 같네요.”

한편, 종이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환경부에서는 2002년부터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각종 외부 행사에서 텀블러를 나눠주고 사용을 권장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청와대와 지방 환경청 등의 부처에 다회용컵 자판기 설치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자신만의 텀블러를 만들어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모습, 컵에 더 애뜻한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자신만의 텀블러를 만들어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모습. 컵에 더 애뜻한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환경부는 또 일회용컵 사용이 많은 식품접객업(커피전문점 13개업체와 패스트푸드점 5개업체)과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을 억제하고 다회용컵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협약으로 2020년까지 일회용품 사용을 전년도 대비 22%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협약을 맺은 업체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전년 대비 3%이상 줄여야한다. 협약을 맺은 커피전문점에서는 일반 컵이나 텀블러를 갖고 매장을 방문해 음료를 주문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가격 할인이나 추가상품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 이준규 씨는 “오래 전부터 일회용컵 줄이기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때만 일시적으로 사용량이 줄었다가 이내 다시 사용량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려는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협약을 맺은 패스트푸드점에서 다회용컵을 사용하고 있다. 청와대 내의 다회용컵을 사용한 자판기의 모습 출처=환경부
환경부와 협약을 맺은 패스트푸드점에서 다회용컵을 사용하고 있다. 청와대 내의 다회용컵을 사용한 자판기의 모습. (출처=환경부)

15년생 소나무 한 그루를 심기 위해서는 얼마가 필요할까?! 우선 나무를 구입해야 하고, 심을 부지를 알아봐야 하고, 나무 운반을 위한 자동차가 필요하고, 나무가 깊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땅을 파고 묻을 인건비도 필요하다. 적게 잡아도 대략 10여만 원은 넘어갈 것이다.

현실적으로 개인이 직접 나무를 심는 것은 너무 까다롭고 어렵다. 그래도 당신이 굳이 나무를 심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 당장 텀블러나 머그컵을 구입하는 것이다. 텀블러나 머그잔으로 종이컵을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1년에 15년생 소나무 한 그루를 살리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그대가 무더운 여름날에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게 된다면, 그리고 그 나무가 15년생 즈음 되는 소나무이고, 왠지 그 나무에게 친근한 마음이 든다면 마음껏 만끽하시길. 그대가 살린 나무 한 그루가 당신에게 베푸는 그 풍요로움을.

정책기자 김웅규(직장인) kug8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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