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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 갈등 속 ‘문화’로 교감하는 한일 20대들

[한일관계, 문화는 답을 안다] ① 아이돌 매개 SNS로 정서 교감

2019.01.08 정책기자 최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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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욱아, 너 일본어 할 줄 알아?”
“아 모른다고? 그러면 빨리 옆에서 구글 번역기 돌려봐. 일본인 친구한테 ‘총공’(총공격의 줄임말로 아이돌 팬들이 특정 시간대에 특정 곡을 다운로드, 스트리밍, 음원 선물, 온라인 투표 등을 시행한다는 의미)’해야 한다고 디엠(DM, 트위터 메시지 기능) 날려야 한단 말이야.”

수업이 끝나고 잠시 휴게실에서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뒤적거리고 있던 제게 친구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오늘 저녁에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생일을 맞아 이벤트 내용을 DM으로 보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답니다. 그래서 친구는 트위터를 켜고, 저는 옆에서 번역 앱으로 해당 내용을 일본어로 바꿔줬습니다. ‘국가, 언어, 나이, 생활방식이 모두 다르지만 좋아하는 아이돌 하나만으로 친구가 될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기 아이돌 트와이스의 일본 트위터.
인기 아이돌 트와이스의 일본 트위터.(출처=트위터 캡처)
 

최근 한일 레이더 갈등으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한일 양국의 대결 국면이 자칫 큰 소용돌이를 몰고오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 요즘입니다. 먹구름 같은 한일관계 속에 ‘아이돌’을 매개로, ‘한류’를 매개로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고 있는 20대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우선, 트위터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제 대학 친구에게 “그 때 만난 일본인 친구하고는 요즘 사이가 어떻니?”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생뚱맞게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냐”는 답변이 왔습니다. 조심스럽게 “아니, 요새 한일관계가 워낙 안좋잖아. 그래서 너네도 그런가 싶어서”라고 다시 물었더니, 웃는 이모티콘과 함께 답이 날아왔습니다. 

“우린 상관없어. 애초 정치에 대해 서로 잘 이야기하는 편도 아니고, 그 일본인 친구는 한국을 좋아해.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정서적으로 한국의 아이돌과 음악을 좋아하니까. 나는 그게 한류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 정치적인 문제를 뛰어넘는...”

트와이스의 일본 트위터에 대한 일본 팬들의 트윗 내용..(출처=트위터 캡쳐)
트와이스의 일본 트위터에 대한 일본 팬들의 트윗 내용. 도중에 한국팬도 섞여있습니다.(출처=트위터 캡처)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친구 진한이는 대학 재학 당시를 떠올리며, 일본인 또래들과 교류가 활발했고, 혐한 정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오히려 당시 한국의 인기 드라마였던 ‘프로듀사’를 보고 일본인 또래들이 먼저 한국의 문화와 음식에 관심을 가져줬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제게 “일본에서 한류는 매우 대단해. 한류는 단순히 아이돌 가수의 음악에 그치지 않아. 우리의 식습관, 생활방식 등을 포함한 한국의 문화 그 자체야. 그걸 따라하고 싶어 하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치맥 열풍’을 몰고왔듯이, 한국 드라마 속 음식을 접한 일본인들 사이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궁금증이 급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도쿄의 중심지 중 하나인 시부야.
도쿄의 중심지 중 한 곳인 시부야. 최근 이곳에 한국 음식점이 늘고 있다.
 

덕분에 진한이는 흔히 말하는 ‘인싸(insider)’로 도약해 일본에서 무사히 대학 2년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SNS를 통해 일본인 친구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합니다. 마치 제가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처럼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거죠. 일본인 친구들이 한국에 놀러오면 가이드가 되어주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도쿄 하라주쿠, 오사카, 난바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거리에 한국 음식점이 많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홍대와 명동, 대학로에 일본 음식점이 많은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만약 정치적 갈등이 한일 국민들 사이에 혐한 정서로 뿌리내렸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짐작합니다.

도쿄 하라주쿠. 진한이의 말에 의하면 도쿄에 한국음식점이 많이 생겨났다 합니다.
도쿄 하라주쿠. 친구의 말에 의하면 도쿄에 한국 음식점이 많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한일 관계를 풀어가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로 제 친구들은 모두 ‘문화’를 꼽았습니다. 한일 문화교류의 수혜를 받고 자란 우리 세대에게 어쩌면 당연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다 건너 가깝고도 먼 나라인 한국과 일본의 제 또래들은 SNS를 활용해 실시간 대화를 하고, 신문이나 방송 대신 SNS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습니다. 양국의 좋아하는 아이돌부터 음식, 생활습관, 취미 등 생활 속의 많은 정보들을 공유합니다.

유튜브에서 ‘홈마(홈마스터)’가 찍은 영상을 공유하며 친목을 다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일본어와 한국어가 뒤섞인 댓글들이 올라오는데, 서로 다른 언어로 실시간 소통하는 모습이 꽤 재밌습니다. 이렇게 평소 생활 속에서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고 있으니 요즘과 같이 한일 간 정치적인 돌발 이슈가 발생해도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B1A4 관련 유튜브 영상에 대한 일본 팬들의 댓글들.
B1A4 관련 유튜브 영상에 대한 일본 팬들의 댓글.(출처=유튜브 캡처)
 

최근 아이돌 ‘BTS(방탄소년단)’의 도쿄돔 콘서트 매진 사례와 ‘블랙핑크’의 연말 콘서트 성황 사례도 양국간 정서적 연결고리를 잘 대변해 줍니다. 특히 블랙핑크의 사례를 좀 더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한일 레이더 사건이 지난 20일에 일어났는데, 블랙핑크의 콘서트가 그로부터 나흘 뒤인 24일에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레이더 갈등이 한창이던 시기에 한국의 아이돌 그룹인 블랙핑크는 오사카 교세라 돔에서 관객 5만 명을 불러모으는 기염을 토해낸 거죠.

레이더 갈등 속에서도 일본 매체들은 이 같은 한국 아이돌의 인기를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콘서트 바로 다음 날인 25일, 도쿄주니치, 닛칸스포츠, 데일리스포츠, 산케이스포츠, 스포츠닛뽄 등 다수 매체들이 블랙핑크의 성공적인 공연 소식을 주요 지면에 실었습니다.

일본에서 크게 보도했던 블랙핑크 관련 콘서트 기사.
일본 매체에 크게 보도된 블랙핑크 콘서트 기사.(출처=구글 무료 이미지)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으로 워낙 첨예하게 얽히고 설킨 문제들이 많아서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쉽게 예단하거나 풀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문화를 매개로 이미 친숙한 공감대를 형성해나고 있는 우리 20대들에게서 복잡한 한일관계의 실타래를 푸는 새로운 실마리를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최종욱
정책기자단|최종욱cjw0107@naver.com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런 사회를 꿈꾸는 대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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