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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에게 물었다 “일본하면 떠오르는 것?”

[한일관계, 문화는 답을 안다] ④ 뿌리깊은 갈등 속 달라진 문화 감성

정책기자 김나영 2019.01.11

최근 일제의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판결과 레이더 갈등을 겪으면서 한일관계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친구와 일본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며 비행기 티켓을 예매한 동생을 보며 과연 20대는 ‘일본’을 어떤 감정으로 바라보는지, 그들이 ‘일본’ 하면 떠오르는 정서는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요즘 애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일본하면 어떤 정서나 감정, 이미지가 떠오르니?” 
“일본하면 생각나는 이미지? 나는 정갈한 음식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그녀가 일본 여행 중에 먹었다는 편의점 도시락 사진, 사각형의 용기 안에 옹기종기 담겨진 음식들에서 정갈함을 엿볼 수 있었다.
동생이 일본 여행 중에 먹었다는 편의점 도시락. 사각형 용기 안에 옹기종기 담긴 음식들에서 정갈함을 엿볼 수 있다.

  
갑작스럽게 던진 질문인데도 동생은 바로 답을 내놓았다. 평소에도 SNS나 단체 채팅방에 다양한 맛집을 소개하는 일명 ‘프로맛집러’로 정평이 나있던 터. 왜 하필 음식이 제일 먼저 떠올랐는지 질문해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젓가락을 사용하거나 쌀을 주식으로 하고, 또 국물 요리가 있어서 얼핏 보기엔 우리나라와 비슷해 보이지만 일본 음식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 가지런히 나오는 플레이팅 특유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고.”

승현이 일본 여행 중 방문한 초밥 가게의 사진.
승현이 일본 여행 중 방문한 초밥가게.


“일본하면 떠오르는 거? 엄청 친절하다는 거?”

도쿄, 교토 등 다양한 일본 지역을 여행한 승현은 일본하면 ‘친절함’이 떠오른다고 답했다. 더듬더듬 일본어로 묻거나 영어를 섞어서 물어도 최대한 답해주려 노력하고, 심지어 목적지로 갈 수 있는 역까지 데려다 주는 일본인도 만난 적이 있다며 일본 여행하면서 길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았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또한 그는 일본에서 방문한 초밥 가게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우렁차게 인사도 해주고,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내내 불편한 점은 없는지, 입맛에는 맞는지 체크하려고 엄청 애쓰더라. 굳이 이 초밥 가게가 아니더라도 대체적으로 친절하고 상냥했던 기억이 나.”

한국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시그널’을 리메이크한 일본 드라마 ‘시그널’.(출처=일본 KTV)
한국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시그널’을 리메이크한 일본 드라마 ‘시그널’.(출처=일본 KTV)


“뭔가 ‘정서’라고 질문하니까 어려운데 저는 일본하면 드라마가 생각나요. 유치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막상 보면 진짜 끝까지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이 장난 아니에요. SNS에서 이미지로 많이 돌아다니던 ‘심야식당’도 일본 만화랑 드라마로 엄청 유명했고, 어렸을 때 장난 아니었던 ‘꽃보다 남자’도 일본 원작 드라마고…”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영이는 말을 쏟아냈다. 그녀는 사람들이 일본 드라마가 유치하거나 잔잔하기만 할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점이 아쉽다며 이미 많은 일본 드라마들이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 열풍이 불어 ‘미안하다 사랑한다’, ‘시그널’, ‘쩐의 전쟁’, ‘굿닥터’ 등 많은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작이 방영되었다는 점도 잊지않고 덧붙였다. 특히 그녀의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었다.

“저도 뉴스는 챙겨봐서 아는데 요즘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말이 많더라고요. 근데 사실 음, 물론 과거사는 꼭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문화적인 부분까지 무조건 배척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서로 문화적으로 많이 영향을 주고받기도 하다 보니까 크게 일본에 대한 감정이 나빠지거나 하진 않는 것 같아요.”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한국 영화 ‘리틀 포레스트’.
 

“작년에 나온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를 몇 번이나 봤어. 혹시 비슷한 영화가 있나 싶어 알아보니까 일본 영화가 원작이라 그것도 찾아 봤지. 잔잔한 분위기에 출생의 비밀도 없고, 조용히 농사짓고 요리하는 데도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이 있더라. 나는 사실 일본에 별로 관심도 없었고, 크게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영화를 보다가 조금 긍정적으로 바뀌었어.”

최근 여러 갈등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것과 달리 현실의 20대들은 일본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실제 느끼는 감정’과 ‘외교적인 갈등’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번외편. 일본의 ‘요즘 애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여러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했는데, 이 소식을 듣고 영국에서 유학 중인 친구가 지금 일본인 친구와 함께 수업을 듣고 생활한다며 일본 20대의 한국에 대한 정서를 물어봐주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9월 24일, 한국 아이돌 최초로 유엔에서 연설한 방탄소년단은 일본에서도 그 인기가 뜨겁다.(출처=KTV)
지난해 9월 24일, 한국 아이돌 최초로 UN에서 연설한 방탄소년단은 일본에서도 인기가 뜨겁다.(출처=KTV)
 

“BTS! 너무 멋있는 것 같아.”

역시나 요즘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왔다. 최근 도쿄돔에서 성황리에 콘서트를 마무리한 BTS의 팬을 자처한 그녀는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 아이돌의 인기가 매우 높다며 특히 요즘 BTS는 그야말로 대세라고 이야기했다. 트위터를 통해 좋아하는 아이돌의 소식을 듣기도 하고 아이돌 사진이나 문구류와 같은 ‘굿즈’를 모으는 것도 유행이라며 걸그룹 ‘트와이스’와 ‘블랙핑크’의 인기도 무척 좋다고 전해왔다.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예쁘고 잘생긴 것 같아. 옷도 잘 입고.”

괜시리 쑥스러워지는 답변을 내놓은 친구도 있었다. 지금 영국에 있으면서 만나는 한국인들도 그렇고 일본에 거주할 때 본 한국인들도 그렇다며 외모와 패션 센스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요즘 일본에서는 한국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나 역시 지난해 오사카 여행에서 일본 드럭스토어에 가득한 한국 화장품을 보고는 괜히 뿌듯해지고 어깨가 으쓱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방탄소년단(BTS)이 지난해 말 일본 도쿄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이 지난해 말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8 MAMA PREMIERE in JAPAN(2018 마마 in 일본)’에 출연해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출처=뉴스1, CJ ENM 제공)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생각 이상으로 한국과 일본이 문화적으로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어린 시절,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랐고 부담없이 갈 수 있는 해외 여행지로 일본을 제일 먼저 꼽고 있다. 일본의 고등학생들 역시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오는 일이 잦다.

앞으로 양국 관계를 이끌어 나갈 한국과 일본의 20대들은 같은 드라마를 보고, 같은 가수에게 열광하고, SNS를 통해 소통하며 ‘82년생 김지영’으로 대표되는 문학, ‘리틀 포레스트’로 대표되는 영화와 같은 분야에서 세대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뉴스에서 보이는 한일관계는 마치 롤러코스터 같지만 실제 동시대를 살아가고 비슷한 현실과 어려움을 견뎌내며 살아내고 있는 한국와 일본의 ‘요즘 애들’은 그 속에서 잔잔한 오리배처럼 문화를 통해 교류하고 있다.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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