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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겪는 아픔은 실패가 아니라 액땜!”

‘2019 실패박람회 in 대구’ 현장 취재기

정책기자 박하나 2019.06.14

“울지 마! 쫄지 마! 우리가 겪는 아픔은 실패가 아니라 액땜이야!”

최근 젊은 세대의 키워드는 ‘힙(hip)함’이다. 최신 유행을 잘 알고 따르는 와중에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가진 이들을 지칭할 때 ‘힙하다’고 표현한다. 실패를 숨기지 않고 당당히 공개하며 ‘힙’한 축제가 열리는 현장이 있다고 해 찾아가봤다. 바로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서 6월 12일~14일 열린 ‘2019 실패박람회 in 대구’가 그것이다.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시민들이 소소한 실패전 게시판에 적혀있는 응원 문구를 살펴보고 있다.
 

‘가치있는 실패, 같이하는 내일’이라는 슬로건으로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이번 박람회는 마음 속 얘기를 잘 표현하지 않는 대구 시민들의 정서를 반영해 서로의 실패 사례를 재미있게 교류하면서 함께 고민하고 격려할 수 있도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구성됐다.

지난 12일, 대구 동성로 입구부터 천천히 실패 현장을 둘러봤다. 부대행사로 마련된 나의 실패담을 적는 소소한 실패전 게시판은 서로에게 용기를 주는 글들로 빼곡했다. ‘다이어트 실패’, ‘연애 실패’, ‘대학교 등록금 예치금 실패’, ‘오늘도 서류광탈’, ‘면접 실패’ 등 저마다의 아픔이 눈에 띄었다. 다른 이들의 실패담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씁쓸한 기억을 적고서 떠나기도 했다.

지난 12일 오후 대구 동성로 일대에서 열린
‘2019 실패박람회 in 대구’는 시민들의 실패 사례를 즐겁게 교류하는 축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서류만 100번 탈락해 면접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실패담을 적은 20대 취준생 김 모 씨는 “나만 힘들다는 매너리즘에 빠지는 자체가 실패의 시작이란 글귀가 인상 깊었다”며 “나의 실패담을 공유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때론 희망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자체가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멀리서 ‘실패고해성사’를 할 수 있다는 빨간색 공중전화 박스가 눈에 띄었다. 실패고해성사는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마음 속 고민을 공중전화 부스에서 전화기를 들고 토해내면서 마음의 평화를 되찾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30대 공시생 이 모 씨는 “오랜 시간 시험을 준비하느라 이제는 혼자 밥 먹고 공부하는 하루하루가 익숙해졌다”며 “사람 만나는 것도 꺼려져 간혹 만나더라도 나를 루저로 볼까 하는 생각에 내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공중전화 부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게 어색한 일이긴 하지만 뭔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니 조금이나마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다”고 수줍게 말했다.

실패공감콘서트는 뮤지션에 꿈을 향해 도전하는 청년들의 재기프로그램 일환으로 실패담을 공유하며 도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자리다. 에스피아르떼 밴드의 경쾌한 탱고연주가 광장에 울려퍼졌다.
실패공감콘서트는 뮤지션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청년들의 재기프로그램 일환으로 실패담을 공유하며 도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자리다. 에스피아르떼 밴드의 경쾌한 탱고 연주가 광장에 울려퍼졌다.
 

‘둠칫둠칫’ ‘빠바바바바밤’
“비슷한 실패를 공유하면서 음악으로 치유해 보는 건 어떨까요?”

대구 동성로 광장에는 인조 잔디카펫을 깔아 도심 속 캠핑 분위기에서 실패공감콘서트가 진행됐다. 실패공감콘서트는 뮤지션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청년들의 재기프로그램 일환으로 실패담을 공유하며 도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자리다.

에스피아르떼 밴드의 경쾌한 탱고 연주가 광장에 울려퍼졌다. 가사가 없는 음악임에도 뮤지션들의 열정이 그대로 담겨있는 무대였다. 

붉은 원피스를 입고 바이올린 퍼포먼스를 선보인 노윤지(33) 연주자(에스피아르떼 밴드 소속)는 “취미로 하는 음악은 즐거울 수 있지만 직업으로써는 희로애락이 너무 많다”며 “4개월 넘게 공연 일정 하나 없는 날도 있다. 무대에 서서 관객들과 호흡하다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희망을 얻는다”고 자신의 실패 사례를 이야기했다.    

보이스코리아·슈퍼스타K 등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려진 사필성 씨가 ‘두발로 일어선 아이’ 곡을 소개하며
보이스코리아·슈퍼스타K 등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려진 사필성 씨가 ‘두발로 일어선 아이’ 곡을 소개하며 “때론 실패를 하더라도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금방 툴툴 털어버리고 일어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그런가하면 걸그룹 해체로 5년만에 중고 신인 가수로 돌아온 메일(mail) 씨의 실패 사례도 이어졌다. 걸그룹 활동 당시 목 상태가 좋지 않아 1년간 치료를 받다보니 5년간 공백으로 이어졌다고 말문을 연 그녀는 “공백기 동안 여러 회사에 오디션을 보러 다녔지만 계속 되는 낙방에 힘든 나날을 보냈다”며 “그때마다 주변에서 ‘괜찮다’, ‘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는 그 말 한마디가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며 90도 폴더인사로 화답했다.

보이스코리아·슈퍼스타K 등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려진 사필성 씨는 “성공한 사람들을 위로해 줄 필요는 없잖은가. 좌절하고 실패한 사람 한 명을 응원할 때 나라가 밝게 빛나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는 관객석 어머니들을 향해 “음악 한다고 시작도 하기 전에 무조건 반대부터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힘들면 알아서 그만 둘 거다. 열정의 싹부터 자르진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사 씨는 ‘두발로 일어선 아이’ 라는 곡을 소개하며 “육아기 때는 뭘 해도 칭찬받는 시기다” 라며 “성인이 되어 사소한 실수를 하고, 때론 실패를 하더라도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금방 툴툴 털어버리고 일어나길 바란다. 그런 마음을 담아 노래하겠다”고 말했다. 관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갈채와 환호가 이어졌다. 

‘실패고해성사’를 할 수 있다는 빨간색 공중전화 박스가 눈에 띄었다. 실패고해성사는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마음 속 고민을 공중전화 1인 부스에서 전화기를 들고 토해내면서 마음의 평화를 되찾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실패고해성사’를 할 수 있다는 빨간색 공중전화 부스가 눈에 띄었다. 실패고해성사는 마음 속 고민을 공중전화 부스에서 전화기를 들고 토해내면서 마음의 평화를 되찾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관객석 의자에 누워 공감콘서트를 즐겼다는 30대 직장인 정 모 씨는 “연애도 포기한지 오래됐고 정규직 시험도 실패해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근 나왔다가 우연히 음악 소리에 끌려 들어봤는데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경쾌한 음악 소리가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아 잠시나마 힐링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처음 행정안전부가 개최한 실패박람회는 실패에 대한 사회의 인식 개선 및 재도전을 응원하는 공공캠페인으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올해는 전국적 확산을 목표로 강원, 대전, 전주에서 개최했으며 대구를 마지막으로 지역박람회를 마치고 오는 9월 22일부터 25일까지 서울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김현기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 실장은 “이미 진행된 권역별 실패박람회들이 각 지역의 다양성과 개성을 보여줬다”며 “대구에서도 일회성 행사가 아닌 중장기 로드맵을 통해 실패를 공감하는 지역의 고유한 행사로 지속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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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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