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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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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영나영 문화의 달에 흠뻑 빠지다

[가보니] 제주에서 펼쳐진 대한민국 문화의 달 현장 취재기

정책기자 최병용 2019.10.24

초등학교 1학년 때 육지에서 제주도로 전학을 가 10여년을 살며 제주도의 산과 바다, 오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내게 제주도는 고향 같은 곳이다. 마침 그곳에서 문화의 달 행사가 펼쳐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제주도민이 모두 어울려 문화에 한껏 취해 들썩이는 현장에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자격으로 참여했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갈 수 있는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보물 같은 섬이다.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보물 같은 존재다.


올 11월 25~26일까지 부산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문화의 달 행사가 ‘느영나영, 문화의 달’이란 주제로 제주도에서 열렸다. 문화의 달은 10월, 문화의 날은 10월 셋째 주 토요일로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참여 제고를 위해 지정됐다. 

‘느영나영’은 너하고 나하고란 뜻의 제주도 사투리로 아세안 각국에서 이주해 와 제주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사는 다문화 가족과 계층, 세대가 문화로 어우러져 행복한 문화 대한민국, 행복한 문화의 섬 제주를 만들려는 의지도 내포하고 있다.

2019년 대한민국 문화의 달 기념식이 제주도에서 열렸다.
2019년 대한민국 문화의 달 기념식이 문화의 날인 10월 19일 제주도에서 열렸다.


행사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제주시 원도심 일원에서 펼쳐졌다. 행사장인 칠성로 아케이드와 산지천 일대는 제주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다. 칠성로는 제주의 가장 번화했던 상가였는데 신제주가 개발되며 상인들이 많이 떠나 빈점포가 늘어나며 상권이 위축된 곳이다.

과거 구제주의 화려했던 상권을 다시 되살리려는 의도에서 칠성로 아케이드를 무대로 선정했다. 칠성로는 제주 목관아와 산지천을 연결하는 문화의 숨길 같은 곳이다.

산지천과 제주 목관아를 연결하는 칠성로는 문화의 연결 통로다.
산지천과 제주 목관아를 연결하는 칠성로는 문화의 숨길 같은 곳이다.


산지천은 어린이들이 멱을 감고 아낙네들이 빨래를 하며 제주 시민의 식수원 역할까지 했던 곳이다. 하지만 급격한 도시화, 산업화로 오염된 산지천은 복개가 되는 아픔을 겪고 말았다.

다행히 40여년만에 복원이 결정돼 2002년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시민품에 돌아왔다. 지금의 산지천은 맑은 물이 흘러 철새가 날아드는 자연친화공원으로 변신해 미술관, 갤러리, 문화재가 가득한 문화예술거리로 제주시민들에게 ‘쉼과 힐링’을 주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2019 문화의 달 행사 주무대인 제주 산지천
2019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 주무대인 제주 산지천.


문화의 현장으로 하나씩 들어가보자! 칠성로 아케이드 초입 천장에는 작품명 Journey#(제주도)란 설치미술이 전시돼 있다. 시장 내 천정에서 쏟아지는 자연광을 조명으로 삼아, 구름 형태의 덩어리들이 흔들리며 시장 안으로 구름을 끌고 들어와 역동적이고 힘찬 순간을 표현한 작품이다.

차재영 작가의 Journey#(제주도)
차재영 작가의 Journey#(제주도).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존하자는 의미를 담아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상을 입고 공연을 하는 호주인들의 실험공연도 거리에서 이어졌다. 문화의 달 기념식에 참가하기 위해 칠성로를 방문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일행과 사진도 함께 찍으며 제주도 생태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는 공연을 펼쳤다.

플라스틱 옷을 입고 실험공연을 하는 from. 호주인인 엘리슨리, 수리
플라스틱 옷을 입고 실험공연을 하는 예술가들.


실험공연 예술가 엘리슨리와 수리가 꽃을 건네고 있다.
실험공연 예술가들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제주 시장에게 꽃을 건네고 있다.


제주의 하늘을 닮은 파란색 천에 ‘문화에 대한 바람’을 적어 제주도민들과 제주를 터전으로 살고 있는 아세안인들이 함께 줄을 당겨 올리는 ‘다 함께 솟아 오르다’란 작품에도 박양우 장관이 함께 했다.

박양우 장관은 푸른 천에 '문화로 행복하고 부강한 대한민국!'이라고 적었는데 그 의미를 묻는 질문에 “문화는 곧 행복한 삶이란 의미여서 더 많은 국민들이 문화를 즐기길 소망하는 뜻을 담았다”고 이야기했다.

제주에 거주하는 아세안 국가 제주 거주민들이 함께 참여한
아세안 제주 거주민들이 함께 참여한 ‘다 함께 솟아 오르다’.


제주시민들의 추억이 담긴 칠성로가 옛 번영을 다시 되찾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칠성로 거리 곳곳에서는 다양한 문화인들이 참가해 동네 음악회, 밴드 공연, 스페인 플라맹고 춤을 추며 흥겨운 무대를 만들었다. 시민들도 모처럼 펼쳐진 문화공연에 흠뻑 취해 가족 단위로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페인 플라맹고 춤을 추며 문화의 달을 축하하는 무희들의 무대
스페인 플라맹고 춤을 추며 문화의 달을 축하하고 있다.


라이브 가스 지완 노래가 칠성로에 울려 퍼져 시민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라이브 가수 지완의 노래가 칠성로에 울려 퍼져 시민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제주 문화의 달 행사에는 제주에 거주하는 아세안인들이 작품도 설치하고 공연도 펼치며 다양한 문화가 잘 어울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많은 아세안 가족들이 제주도를 삶의 터전으로 해서 한국 문화에 동화되고 화합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사회가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을 포용하고 어울리는 사회가 되고 있는 것 같아 반가웠다.

문화의 달 행사에 참여한 아세안인들이 박양우장관과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의 달 행사에 참여한 아세안인들이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녹수장이란 목욕탕을 재생해 만든 복합문화공간 산지천 갤러리에서는 제주시민, 지역 문화활동가, 외국 예술인, 아세안 출신 이주민과 유학생들이 모여 ‘모다들엉(한 자리에 모여)’이란 지역문화 토론을 하고 있었다. 토론 자리를 찾은 박양우 장관은 참석자들을 격려하고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산지천 갤러리에서 열린
산지천 갤러리에서 열린 '모다들엉=모두 다 모여들어'란 토론회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해 격려했다.


박양우 장관은 예정에 없던 제주시 고씨가옥에서 열린 ‘메이드 人(인) 제주’에도 참석해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눴다.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라 제주의 영향으로 대한민국 예술계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크 형식으로 제주가 준 문화적 영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고씨 가옥에서 열린 메이드 人(인) 제주 토론회에 참석한 박양우 장관
고씨가옥에서 열린 ‘메이드 人(인) 제주’ 토론회에 참석한 박양우 장관.


노을이 붉게 하늘을 물들이며 제주도립 합창단과 서귀포 합창단의 합창 메들리로 문화의 달 기념식 시작을 알렸다.

제주시민 2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산지천 특설무대에서 열린 1시간 30분 동안의 공연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내용이나 규모 면에서 엄청난 기획력과 높은 수준의 문화공연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제주도립 합창단과 서귀포 합창단의
제주도립 합창단과 서귀포 합창단의 합창 메들리로 문화의 달 기념식 시작을 알렸다.


1만8000명의 신이 살고 있다는 신화의 섬 제주 사람들에게 무속신앙은 삶이고 문화이다. 육지에 뜨던 문화의 달빛이 바람을 타고 바다 건너 제주로 와 그 빛을 흩뿌린다는 ‘바람을 타고 온 달빛’ 공연은 노랑 한복을 입은 공연자들이 산지천 무대를 장식했다.

‘바람을 타고 온 달빛’ 공연.


문화란 저마다의 삶을 품은 무늬이다. 바다에서 삶을 일구던 해녀들의 몸짓은 물결에 그려지는 춤이 되고, 늙은 해녀의 테왁에 담긴 빛은 어린 해녀에게로 전해지듯 삶도 문화도 바람을 타고 물결 흐르듯이 이어진다는 의미를 담은 ‘나는 해녀이다’ 공연은 해녀들의 삶을 춤으로 표현했다.

제주 해녀들의 삶을 표현한
제주 해녀들의 삶을 표현한 ‘나는 해녀이다’ 공연.


세계적인 화산섬 제주는 불의 섬이다. 불길이 솟구치고 난 자리마다 오름이 생겼듯 한국 현대사의 격동에 휘말린 제주 사람들의 문화에는 불 같은 저항 정신과 타고 남은 아픔과 상처가 고스란히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의 ‘불의 섬’ 공연은 뜨거운 불쇼를 통해 관객들을 공연으로 빠져들게 했다.

화산섬 제주를 표현하는
화산섬 제주를 표현하는 ‘불의 섬’ 공연.


이날 공연의 마지막 피날레는 제주의 향기를 한껏 품은 아름다운 빛들이 풍성한 문화의 물결과 함께 제주에서 다시 먼 바다로 흘러가는 ‘문화를 품고 다시 바다로’가 장식했다. 전 출연자가 함께하는 대합창을 통해 제주에서 먼 바다로 퍼져갈 문화의 가치를 노래했다.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한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한 ‘문화를 품고 바다로’.


‘문화를 품고 바다로’ 대합창이 울려 퍼지며 공연이 막을 내렸다.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은 문화의 달 행사 축사에서 “올해 주제 ‘느영나영’은 ‘너하고 나하고’라는 뜻의 제주도 고유어이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 제주가 좋아 찾아오는 사람들이 섬이 가지는 고립과 단절의 의미를 깨뜨리고 모두 함께 어울리길 바란다”라고 했다.

제주 산지천에서 열린 문화의 달 행사에서 박양우 문화체육부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제주 산지천에서 열린 문화의 달 행사에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짧지만 웅장한 제주에서의 문화의 달 행사는 화려했던 조명이 꺼지며 끝이 났다. 하지만 공연에 참석했던 시민들은 쉬이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공연의 여운을 즐기는 듯했다. 오래전 제주인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산지천이 복개되며 제주의 문화가 사그라져 갔다면, 다시 복원된 산지천에서의 문화의 달을 기념하는 축제는 제주에 새로운 문화의 바람이 불 것을 예견하는 하나의 의식같이 느껴졌다.

제주에서의 문화의 달 행사는 인종, 국가를 뛰어넘어 생활 속 문화를 공유하는 소통의 장이었단 느낌이 든다. 한·아세안 간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하고 신뢰와 행복의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기 위해 11월 25~26일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제주도민들의 기원이 바다 건너 개최지 부산까지 당도했으리라 믿는다.



최병용
정책기자단|최병용softma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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