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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문화의 달, 대한민국 디지털 변천사를 소환하다

정책기자 윤혜숙 2020.06.29

올해로 33회를 맞는 ‘정보문화의 달’ 주제는 ‘디지털 포용’이다. 지난 1988년 정부는 변화하는 정보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매년 6월을 ‘정보문화의 달’로 제정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ICT 강국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의 365일이 모두 정보문화의 날로 채워져 있는 셈이다.

88서울올림픽 개막식 장면.(출처=제24회 서울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88 서울올림픽 개막식 장면.(출처=제24회 서울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몇 해 전 인기리에 방송됐던 ‘응답하라 1988’이란 드라마에서 보듯 1988년은 대한민국에 하나의 변곡점을 찍었던 해로 남아있다. 전 세계인들에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서울이라는 도시를 알린 88 서울올림픽이 개최됐고, 또한 올림픽 개최에 맞춰 국내 최초로 휴대전화 서비스를 선보였다.

1988년 그해는 내 인생에서도 변곡점이었던 시기다. 지방 소도시에서 10대를 보냈던 나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난생 처음 부모님 곁을 떠나 낯선 객지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대학 선배들이 88학번인 우리를 서울올림픽 개최하는 해에 입학했다면서 88꿈나무라고 불렀던 시절이다.

36컴퓨터에는 디스크 드라이브가 있다.(출처=넥슨컴퓨터박물관)
386컴퓨터에는 디스크 드라이브가 있다.(출처=넥슨컴퓨터박물관)


대학 입학하기 전까진 일상이 아날로그로 채워져 있었다. 거의 모든 게 수작업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때는 학과 사무실에서 신청서 양식을 받아 볼펜으로 수강과목 코드번호를 적어 제출했다. 수강 신청자 확정까지 시일이 걸렸다.

지금처럼 PC가 흔치 않았던 그때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서 대학 3학년 겨울에 386컴퓨터를 구입했다. 운영체제가 윈도우 버전이 아닌 도스 버전이었다. 컴퓨터를 부팅하면 커서가 깜빡거리는 위치에서 키보드로 명령어를 입력해야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컴퓨터를 집에 들여놓았다는 사실 만으로도 주위 친구들에게 자랑할 만했다. 대부분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부득이하게 컴퓨터를 사용해야할 경우 대학교 내 전산실에 출입해야만 했다. 전산실은 지금의 PC방과 같았다. 하지만 그 당시엔 인터넷이 설치되지 않은 컴퓨터였다. 그동안 수기로 작성했던 과제물을 컴퓨터 워드로 작성해서 제출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래도 수기로 작성할 때보다 훨씬 속도가 빨랐다.

무선호출기 삐삐도 디자인과 색깔이 다양했다.(출처=대한민국역사박물관)
무선호출기 삐삐도 디자인과 색깔이 다양했다.(출처=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학을 졸업한 뒤 컴퓨터로 PC통신을 할 수 있었다.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이 있었다. PC통신은 전화선을 이용하여 내 컴퓨터를 다른 컴퓨터와 연결함으로써 이용자들이 원격으로 문자, 숫자, 음성, 영상 데이터 등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이때 PC통신 이용자가 본인의 관심 분야에 따라 새로이 동호회를 개설하거나 혹은 기존에 개설된 동호회에 가입할 수 있었다. 동호회 회원들이 게시판을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아가다가 오프라인 모임에서 만나 친분을 쌓는 일도 많았다. 1997년에 개봉된 영화 ‘접속’은 청춘남녀가 PC통신으로 대화하다 만나는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무선호출기 삐삐가 출시되었다. 전화로 삐삐를 호출하면서 발신자가 연락처를 입력할 수 있었다. 긴급하게 연락을 해야할 때 삐삐로 호출하면 대부분 즉시 전화가 왔다. 하루 종일 사무실과 집을 오가면서 생활하는 나로선 삐삐를 휴대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씩 삐삐를 휴대하고 다니는 것을 보고 나도 삐삐를 개통해서 들고 다녔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삐삐가 울리지 않아 삐삐를 갖고 있는 친구와 하루에 한 번씩 번갈아가면서 삐삐로 호출해주곤 했다.

국내 이동통신의 역사.(출처=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내 이동통신의 역사.(출처=대한민국역사박물관)


1994년부터 국내에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회사에 입사한 뒤였다. 사무실 책상마다 업무용 컴퓨터가 놓여 있었다. 그땐 브라우저로 넷스케이프를 많이 띄워놓았다. 인터넷으로 검색이 활발해지면서 회사에서 인터넷 경진대회를 열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제시된 문제의 답과 검색 경로를 적어내는 방식이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에 자료가 많지 않았기에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1996년 그룹 계열사에서 이동통신 PCS를 출시하면서 회사에서 전 직원에게 무료로 나눠주었다. 지금의 스마트폰 전신이라 할 수 있는 PCS(personal communication services)는 개인휴대통신을 뜻한다. PCS는 무전기보다 훨씬 작고 가벼웠다.

그 이후 국내 이동통신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점점 데이터 전송량이 많아지고 속도가 빨라졌다. 2019년 4월 3일 세계 최초로 5G의 상용화가 이루어졌다. 초저지연성과 초연결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가상현실,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셈이다.

정보문화갤러리 홈페이지 화면.
정보문화의 달 홈페이지 화면.


앞서 살펴보았듯이 내 청춘은 대한민국 디지털의 변천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디지털 변천사는 정보문화의 달 홈페이지(http://www.디지털포용.kr/)에서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당연한 것들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Untact)를 넘어 온라인 연결을 뜻하는 온택트(Ontact) 문화로 일상이 바뀌면서 우리 삶에서 디지털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감염 현황, 마스크 배포, 확진자 동선 파악 등 꼭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할 수 있었던 데에는 우리나라 디지털 인프라의 역할이 컸다. 교사와 학생이 원격수업으로 만나고, 뮤지션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직장인이 화상회의로 업무를 수행하는 이 모든 과정은 디지털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디지털 아카이브로 제공되는 전시물.
디지털 아카이브로 제공되는 전시물.


오늘날의 디지털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아마도 해외에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본 국민들이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ICT 강국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정보문화의 달 홈페이지 정보문화 갤러리는 대한민국 디지털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다. 각자 인생에서 소환하고픈 연도가 있을 것이다. 나에겐 ‘응답하라 1988’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그렇듯 각자 인생의 전환점으로 되돌아가서 디지털 변천사에 관한 어떤 추억을 갖고 있는지 회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윤혜숙
정책기자단|윤혜숙geowi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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