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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종량제 시행 25주년, 얼마나 변했나?

버리면 쓰레기, 모으면 자원! 재활용으로 쓰레기 배출 줄여야

정책기자 이재형 2020.08.10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인근에서 신혼을 보냈다. 그때가 1986년이다. 당시 월드컵공원은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이었다. 1978년부터 1993년까지 서울시에서 배출되는 생활쓰레기를 매립하던 곳이었다. 원래 난지도(蘭芝島)는 한강 하류에 상류로부터 흘러내린 토사로 만들어진 섬이다. 여름이면 동네 아이들이 멱을 감고 놀던 깨끗한 섬이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버린 생활 쓰레기로 인해 우리 신혼집에는 거짓말 좀 보태서 여름이면 매미만 한 모기가 들끓었다. 냄새는 말할 것도 없다. 여름에도 문을 열 수가 없었다. 15년간 난지도에 쌓인 서울시 쓰레기는 거대한 산을 만들었다. 그래서 쓰레기 산이라고도 불렸다. 쓰레기 산 높이가 무려 95m였다.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버린 결과였다.

한 때 쓰레기 산이라 불렸던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이다.(출처=마포구청)
한 때 쓰레기 산이라 불렸던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이다.(출처=마포구청)


1991년 김포수도권 쓰레기 매립지가 조성되면서 난지도 쓰레기 반입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1993년 쓰레기 반입이 완전히 중단됐다. 김포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도 난지도처럼 언젠가 거대한 산을 만들 것이다. 그럼 또 어디에 쓰레기를 묻어야 할까? 김포뿐만 아니라 수도권은 물론 지방 어디든 자기가 사는 곳에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서는 것을 좋아할 리 없다.

정부가 쓰레기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1995년 1월 내놓은 정책이 '쓰레기종량제'다. 올해로 25년을 맞았다. 쓰레기종량제는 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수수료가 부과되는 제도다. 그전까지는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막 버렸다. 분리수거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러다 쓰레기를 버리려면 종량제 봉투를 사서 버리라니, 처음에는 의아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분리수거가 정착되고, 생활 쓰레기를 줄이는 동시에 재활용률을 높였다.

쓰레기기를 줄이는 방법은 가능한 한 적게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따로 분리수거 하는 것이다. 다른 방도가 없다. 분리수거가 귀찮다고 쓰레기봉투에 마구 버린다면 난지도처럼 제2의 쓰레기 산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버리면 쓰레기 모으면 자원’이라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금은 가정에서 분리수거가 정착됨은 물론 지역마다 재활용센터가 있어서 자원을 모으고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신흥동에 있는 자원순환가게(일명 재활용마트) 신흥이re100
경기도 성남시 신흥동에 있는 자원순환가게(일명 재활용마트) 신흥이re100


내가 사는 성남시에 자원순환가게(일명 재활용 마트)가 있다. 가게 이름이 '신흥이re100'이다. 여기서 're'는 recycling의 're'다. 그리고 숫자 100은 100% 재활용하고 100% 보상한다는 의미다. 즉 재활용 유통체계를 변화시켜 질 좋은 고부가가치의 재활용품으로 순환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해 6월부터 성남시와 성남환경운동연합, 신흥2동 마을기획단, 재활용업체가 협력해 만들었다.

윤여심(자원순환활동가)씨가 견학을 온 타지역 지자체 환경관련 공무원들에게 마을 자원순환가게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있다. 성남자원순환가게는 공무원은 물론 재활용 연구기관 단골 견학 장소다.
윤여심(자원순환활동가, 왼쪽)씨가 견학을 온 타지역 지자체 환경관련 공무원들에게 마을 자원순환가게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있다. 성남자원순환가게는 공무원은 물론 재활용 연구기관 등의 단골 견학 장소다.


요즘 이 가게 인기가 좋다고 소문났다. 1호점 '신흥이re100'를 개소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다른 동네에 2, 3, 4호점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올해 안에 추가로 3개를 더 연다고 한다. 내가 갔던 날, 안성시와 부평구청 공무원들이 '신흥이re100'으로 견학을 왔다. 윤여심(자원순환활동가)씨가 마을 자원순환가게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해준다. 여긴 다른 지자체 재활용부서 공무원들은 물론 재활용 연구기관의 단골 견학 장소다. 왜 그럴까?

자원순환가게에서는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오면 성남지역화폐로 보상해준다.
자원순환가게에서는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오면 성남지역화폐로 보상해준다.


신흥동 마을 중앙에 녹색 페인트칠을 한 컨테이너 박스 건물이 있다. 건물에 '성남자원순환가게 신흥이re100'이라고 쓴 간판이 크게 붙어있다. 장맛비가 내렸지만, 가게는 문전성시다. 이곳에서는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오면 그 양에 따라 보상을 한다. 또한 올바른 재활용 분리배출 방법을 알려 가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양을 근본적으로 줄인다.

수거 품목은 종이, 캔, 플라스틱, 의류, 공병 등이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 쓰레기 대부분이다. 자원순환가게 안에는 주민들이 가져온 폐지, 공병 등이 쌓여 있다. 그리고 한쪽에는 분리수거함이 마련돼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재활용 쓰레기들이 깨끗하다는 것이다. 재활용 쓰레기라고 해서 음식이 묻은 종이박스 등을 가져온다면 재활용이 불가하다. 깨끗이 씻고 분리해서 가져와야 한다. 그래서 자원순환가게에서는 자원순환 시민활동가들이 주민을 대상으로 분리배출 방법을 안내해준다.

주민이 가져온 재활용 쓰레기는 철저한 분리 수거를 통해 재활용된다.
주민이 가져온 재활용 쓰레기는 철저한 분리 수거를 통해 재활용된다.


주민이 모은 페트병을 재활용업체에서 수거해간다.
주민이 모은 페트병을 재활용업체에서 수거해가고 있다.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오면 얼마나 보상을 받을까? 플라스틱은 무게를 잰 후 PET, PE, PP PS, OTHER로 세분화해 분리배출 한다. 종류에 따라 150~250원까지 보상한다. 좀 복잡해 보이지만, 용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기가 돼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익숙하다. 분리 표기가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재활용률을 높이려면 글씨가 잘 보이도록 크게 표기됐으면 좋겠다.

플라스틱류 중 투명 페트병은 무게가 아니라 개당 10원씩 보상을 한다. 수거된 페트병은 파쇄 등 가공과정을 거쳐 의류, 가방 등으로 제작된다고 한다. 그리고 캔이나 페트병은 납작하게 부피를 줄여 가져와야 분리배출이 더 편해진다. 가정에서 우유를 다 마신 우유팩은 펼쳐서 세척 후 말려서 가져와야 한다. 또한 알루미늄 등으로 코팅된 종이팩(테트라백)도 재활용 쓰레기로 수거가 가능해졌다고 하니 일반 우유팩과 함께 가져오면 보상받을 수 있다.

품목별 재활용 보상액(자료=성남시청)
품목별 재활용 쓰레기 보상액(자료=성남시청)


빈 병은 기존 보증금과 같은 금액으로 소주병은 100원, 맥주병은 130원 보상을 한다. 그리고 서적류는 kg당 100원이다. 일반 종이와 서적은 따로 분리해서 가져와야 한다. 특히 종이팩과 폐건전지는 행정복지센터와 종합사회복지관에서도 보상해준다. 종이팩은 두루마리 화장지로, 폐건전지는 종량제 봉투로 지급된다.

성남시 신흥동 김난심주부는 재활용 분리수거의 달인이 다 됐다.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주민센터에서 재활용 교육을 해서 가봤다가 관심 갖게 되었어요. 교육을 받은 후 내가 하는 재활용 분리수거가 쓰레기로 버린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재활용이 될 수 있도록 비우고, 헹구고, 제거하고, 섞지 않는 재활용 원칙에 따라 분리배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자원순환가게에 갖다주니 보상도 해줘서 휴지와 쓰레기봉투 값을 벌고 있어요"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재활용 쓰레기는 라벨을 제거하는 등 깨끗하게 해야 보상해준다.
재활용 쓰레기는 라벨을 제거하는 등 깨끗하게 해야 보상해준다.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하려면 라벨을 제거해야 한다. 라벨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제품도 있지만 떼어내기 어려운 용기도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그냥 재활용 분리수거함에 넣는 경우가 많다. 분리는 했어도 재활용이 안 된다. 된장, 고추장 등을 플라스틱에 담아 생산하는 기업이 재활용을 고려해 라벨을 떼기 쉽게 제품을 생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남자원순환가게로 가져온 재활용품은 매월 1회 정산해 현금으로 보상해준다. 개인통장으로 입금해주다 지금은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으로도 지급한다. 자원순환가게에서 근무하는 직원 일자리도 만들었다. 자원순환가게가 생길 때마다 추가로 일자리도 생긴다. 쓰레기도 줄이고, 자원도 절약하고, 일자리도 만들고 정말 일석다조의 가게다. 

자원순환가게를 만든 경기도 성남시 자원순환과 장미라팀장
자원순환가게를 만든 경기도 성남시 자원순환과 장미라팀장


성남시 자원순환과 장미라팀장은 "지금 재활용의 가장 큰 문제점은 쓰레기화 돼서 배출하고 있는 겁니다. 처음 자원순환가게를 만든다고 할 때 주민 반대가 심했어요. 혐오시설이라고요. 하지만 지금 성남자원순환가게에 오는 재활용품들은 고부가가치의 재활용품으로 자원순환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민간 재활용업체에서 인력을 고용해서 분리선별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주민들이 배출할 때부터 자원으로 순환될 수 있도록 깨끗이 배출을 해주어서 분리선별하는데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그 절감한 비용을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거죠"라고 말한다.

자원재활용을 하기 위해서는 비우고 헹구고 제거해야 한다는 원칙
자원재활용을 하기 위해서는 비우고 헹구고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


"비운다! 헹군다! 분리한다!"

성남자원순환가게 앞에 붙은 안내판 문구다. 자원 재활용을 하기 위한 원칙이다. 이렇게 하지 않고 버리면 아무리 좋은 자원이라고 해도 재활용이 안 된다. 조금만 신경써서 버리면 자원이다. 이를 지키지 않고 버린다면 쓰레기다.

내가 신혼생활을 시작했던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 지금은 월드컵공원으로 바뀌었다. 월드컵공원은 서울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휴식처다. 25년 전 쓰레기종량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난지도 쓰레기 산이 몇 개는 더 생겼을지 모른다. 쓰레기종량제는 정착됐지만 아직 재활용 분리수거는 완벽하지 않다. 마구 쓰레기를 버리는 시대는 지났다. 환경을 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 분리수거를 철저히 해야 한다. 성남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동네에서 자원순환가게가 생겨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길 바란다.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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