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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꽃>은 타블로의 솔로앨범이다. 2011년 11월에 발매되었으니 그 후 꼭 8년이 흘렀다.
아, 단어 하나를 빠뜨렸다. <열꽃>은 타블로의 ‘유일한’ 솔로앨범이다. 그는 에픽하이로서는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고 있지만 솔로로서는 더 이상 작품을 내고 있지 않다.
당시 한 팬이 타블로에게 물었다. “왜 이번 앨범이 솔로로서 마지막인가요?” 그러자 타블로가 대답했다. “다시는 그런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아요.”
어떤 고통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인이라면 모두 알고 있으니까.
2010년 1월 26일(현지시간) 프랑스 깐느 마르티네즈 호텔에서 열린 MIDEM 한국 대중음악 쇼케이스에 참가한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멋진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그러나 당사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열꽃>은 명작이 되었다. <열꽃>을 향하던 비평적 찬사들을 기억한다. 누구도 이 앨범을 쉽게 깎아내릴 수는 없다.
그것은 곧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일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열꽃>의 훌륭함은 우리에게 또 한 번 어떤 명제를 상기시킨다. ‘예술가의 비극적 개인사는 훌륭한 예술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다’
‘출처’는 <열꽃>에 수록된 노래다. 갑자기 엉뚱한 물음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왜 시(詩)를 좋아하는 걸까? 아마도 시가 시이기 때문이 아니라 시가 ‘시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즉 시라는 장르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시적인’ 성질이 중요하다. 시인이 아니더라도, 또 꼭 시를 쓰지 않더라도 우리는 시적인 성질을 텍스트에 담음으로서 읽는 이에게 시를 느끼게 할 수 있다.
타블로의 가사는 늘 시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다. ‘출처’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 은유니 환유니 하는 기법을 세세하게 구분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출처’의 가사를 가리켜 현실을 날카롭게 반영한 한 편의 시라고 말한다면 과연 누가 쉽게 반박할 수 있을까. 특히 후렴의 가사는 아주 쉽고 간단함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출처. 아름다움이 추악함에서 왔다면 아름다움인지. Tell me / 출처. 아름다움이 추악함에서 왔다면 아름다움인지. Represent where you're from”
‘출처’에서 타블로는 상반된 두 축을 활용해 가사를 전개해 나간다. 이런 식이다.
“저 멀리, 내가 신고 있는 신발 - 만든 사람들은 아마도 지금 맨발”, “내 차가 출근길을 달리기에 - 걸음 이어가는 아이를 위해 누군 전쟁터를 기어”
덕분에 노래가 끝날 때까지 현실의 비극은 내내 와 닿는다. 펀치라인, 혹은 언어유희로 바라볼 수 있는 구절도 있다.
“다들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해 / 의식이 병이 되어버린 세상이라 그래”, “다들 시간이 약이라고 해. / 현재가 병이 되어버린 세상이라 그래”
유쾌하게 웃을 수는 없지만 그 감각에 감탄할 수는 있는 구절들이다.
‘출처’를 들을 때마다 늘 두 가지가 동시에 마음에 들어온다. 함께 사는 세상에 관한 자각, 그리고 시적인 성질이 주는 정서적 감흥. 타블로가 시를 쓰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출처’는 시가 되어 남았다.
◆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대중음악, 특히 힙합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영화제를 만들고 가끔 방송에 나간다. 시인 및 래퍼, 시와 랩을 잇는 프로젝트 ‘포에틱저스티스’로도 활동하고 있다. 랩은 하지 않는다. 주요 저서로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우리 시대의 클래식>, <힙합-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는가>,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 등이 있고, 역서로는 <힙합의 시학>, <제이 지 스토리>, <더 에미넴 북>, <더 스트리트 북>, <더 랩: 힙합의 시대> 등이 있다. murdamuz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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