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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으로 돌아가 보자.
이 당시의 도끼, 더콰이엇, 빈지노를 우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이 정도가 적절할 것이다.
‘힙합이 지닌 고유한 태도와 멋을 고수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존재’. 그리고 이 말은 마치 특정한 삶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고 싶은 일로 성공해 젊은 나이에 부와 명예를 얻는 삶’. 바로 모든 젊은이의 꿈 말이다.
래퍼 더콰이엇(왼쪽)과 도끼가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뮤직페어(뮤콘, MU:CON 2017)’ 개막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어떤 이에게 도끼는 단지 방송에 나온 부자 래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끼는 삶의 롤모델이다.
심지어 어떨 때 보면 도끼, 더콰이엇, 빈지노는 젊은이들에게 철학자나 선생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이런 가사를 볼 때마다 그렇다.
“잠시 떠들썩한 유행이 되는 것보다 어떤 류의 유형이 되는 게 much important”
“Young rich famous lifestyle / 부러우면 부럽다고 하고 행동하길 시기 대신 / 젊은이들에게 해줄 말이 있어 한 번뿐인 인생 남들 사는 대로 살지 마 알겠지”
“단지 꾸민다고 나지 않아 멋은 / Air jordan이 주지 않아 멋은 / 이건 내면의 깊이인 것을 / 이해하고 boi keep on hustlin”
2014년에 발매된 ‘연결고리’는 도끼, 더콰이엇, 빈지노의 노래다. 당시 ‘연결고리’는 힙합 씬을 넘어 거대한 흥행을 기록했다.
국민가요까지는 모르겠지만 힙합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연결고리’를 흥얼거린 경험이 있거나 최소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각종 패러디와 리믹스가 난무했다는 점 역시 이 노래의 힘을 말해준다. 어쩌면 일리네어의 세 멤버가 ‘무한도전’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노래 덕분일지 모른다. 즉 ‘연결고리’는 파급효과만으로도 충분히 조명할 가치가 있다.
‘연결고리’가 히트한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눈에 띄는 건 이 노래가 품은 2음절 플로우다.
“너와! 나의! 연결! 고리! 이건! 우리! 안의! 소리!”
일리네어 레코드의 더콰이엇(왼쪽), 빈지노, 도끼(아래). (사진=일리네어 레코드 제공,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2음절씩 끊어 치는 랩 플로우는 사람들에게 생경하지만 신선했고, 병맛(?)이지만 중독적이었다. 무엇보다 어떤 랩보다도 직관적으로 다가와 귀에 박혔을 것이다. 트랩 사운드 특유의 말초적인 면모와 역동성이 흥을 돋웠을 것은 물론이다. 쉽고 신나는 노래라는 뜻이다.
2음절 플로우로 뒤덮인 이 노래에서 일리네어의 세 멤버는 통일된 퍼포먼스로 노래의 컨셉트를 충실히 이행한다. ‘연결고리’에는 래퍼들 간의 스타일 구분도 딱히 없고, 벌스와 후렴의 스타일 구분도 딱히 없다.
오직 트랩 사운드와 끊어 치는 2음절 랩 플로우만이 있을 뿐이다. 일종의 팀플레이인 셈이다. 그리고 이런 특성은 ‘연결고리’ 마치 ‘랩이 없는 랩송’처럼 느껴지게 한다.
랩이 없는 랩송이라. 그렇다. ‘연결고리’는 랩이 없는 랩송이다. 동시에 래퍼만이 존재하는 랩송이기도 하다. ‘연결고리’에는 오직 래퍼의 정체성만이 존재한다.
“우린 서울 시의 머리 / 나머 지는 전부 쩌리”, “가던 길을 가난 나다 / 절대 영혼 은안 팔아”, “내가 어디 까지 가는 / 지나 잘들 지켜 봐라”
쉽고 선동적인 2음절 플로우의 무한반복을 통해 효과적으로 울려 퍼지는 이들의 ‘태도’를 보라. ‘연결고리’는 랩이 아니라 거대한 ‘선언문’이었다.
‘연결고리’ 덕분에 사람들이 랩을 예술적/기술적으로 크게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연결고리’는 힙합의 시대를 불러왔고, 왜 힙합이 젊음을 뒤흔들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체감시켰다.
‘연결고리’를 가리켜 일리네어의 가장 훌륭한 노래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연결고리’야말로 일리네어의 ‘앤썸’이다.
‘연결고리’ 덕분에 사람들이 랩을 예술적/기술적으로 크게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연결고리’는 힙합의 시대를 불러왔고, 왜 힙합이 젊음을 뒤흔들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체감시켰다.
‘연결고리’를 가리켜 일리네어의 가장 훌륭한 노래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연결고리’야말로 일리네어의 ‘앤썸’이다.
◆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대중음악, 특히 힙합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영화제를 만들고 가끔 방송에 나간다. 시인 및 래퍼, 시와 랩을 잇는 프로젝트 ‘포에틱저스티스’로도 활동하고 있다. 랩은 하지 않는다. 주요 저서로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우리 시대의 클래식>, <힙합-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는가>,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 등이 있고, 역서로는 <힙합의 시학>, <제이 지 스토리>, <더 에미넴 북>, <더 스트리트 북>, <더 랩: 힙합의 시대> 등이 있다. murdamuz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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