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군은 병사들의 평일 일과 후 외출제도를 전면 시행했습니다. 외출 가능한 시간은 평일 오후 5시 30분부터 밤 9시 30분까지 4시간 동안입니다.
군사대비 태세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단결 활동이나 가족, 친구 등 지인 면회, 병원 진료, 자기 계발, 기타 개인용무 등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 달에 2번까지 외출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지난 4월 1일부터는 현역 병사들의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해졌습니다. 군대가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실제 현역 군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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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평일 외출 제도 전면시행 첫날인 4월 1일 오후 강원 화천군 화천읍에서 병사들이 일과를 마치고 외출을 나와 햄버거를 먹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강원도 철원에서 열심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현역 군인을 만났습니다. 학교 선배인 25세의 씩씩한 청년입니다. 아직은 봄 기운을 시샘하듯 쌀쌀한 어느 평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의 한 유명 맛집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그는 지난해 9월에 입대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평일 일과 후 외출이 실시되고 난 뒤부터 그와의 연락이 수월해졌습니다.
게다가 4월 1일부터 일과 시간 이후 병사 휴대전화 사용 시범운영이 전 부대로 확대되면서 SNS로 ‘한번 만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국방부는 3개월의 시범운영 기간이 끝나면 휴대폰 사용 전면 시행 여부를 확정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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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4월부터 ‘병(兵)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시범운영 부대를 육·해·공군, 해병대 모든 부대로 확대하고 시범운영 기간(3개월)이 끝나면 전면 시행 여부를 확정한다. 사진은 경기도 가평군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혜산진부대 모습.(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부랴부랴 기차표를 끊어 강원도로 향했습니다. 아무래도 군부대 인근 지역이다 보니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그는 “이 시간대에 나오면 근처 어디를 가도 다 군인들뿐(웃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주문한 뼈 해장국이 나왔습니다. 주인 할머니는 익숙한 듯 아주 높이 쌓인 고봉밥을 내왔습니다. 그는 “예전에는 밖에 나올 기회가 있을 때 맛있는 걸 많이 먹어둬야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기뻐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시시콜콜한 군대 얘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예전에는 어서 빨리 제대하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그는 “지금은 생활이 많이 좋아져 군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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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군 동송읍의 한 식당. 주인 할머니가 고봉밥을 내놓았다. |
“언제든 자유롭게 외출하고 전화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외출할 수 있는 날이 많아졌고, 일과 후에 가족이나 친구들한테 SNS로 연락도 하고 전화도 할 수 있으니 진짜 내가 사회랑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예전엔 사회랑 단절된 느낌이어서 너무 답답했다”고 전했습니다.
군대에 가서도 자기계발을 할 거라고 말하던 그, 어떤지 물어봤다. 그는 “일과 후에 짬을 내 공부도 한다. 원래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게 안 되니 답답했다. 그런데 이제는 휴대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한다. 최고다” 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더 나누기 위해 근처 카페로 향했습니다. 외출할 땐 동기들 혹은 혼자 나오다 보니 이런 카페에 오는 일이 잘 없다며 어색해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최근 무슨 일이 있는지, 동기들 사이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등 얘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9시가 다가왔습니다. 복귀를 위해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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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이동한 근처의 한 카페. 오랜만에 왔는지 어색해하는 모습이다. |
걸어가면서 그는 외출에 대한 얘기를 이어나갔습니다. “부대마다 운영방침이 다르겠지만 우리 부대는 생활관별로 나가는 날이 정해져 있어서 정말 필요할 때 나갈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며 “평일 외출은 보통 일과가 끝난 후에 이뤄지기 때문에 은행 업무나 병원 진료 등을 받기는 힘들다. PC방을 가는 경우가 많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휴가 때나 다시 한 번 보자는 약속을 뒤로하고 그는 다시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그는 예전과 달리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들에 매우 반가워했습니다.
이제 도심 속에서 군인들을 좀 더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개선할 점도 있었습니다. 외출 시간대가 늦은 오후다 보니 공공시설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 등입니다. 그럼에도 현역 군인들은 이런 정책 시행 자체에 대해 매우 만족해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국민 누군가를 조금 더 웃을 수 있게 만드는 정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만남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민주 alswn565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