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전자정부 누리집 로고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콘텐츠 영역

“조그만 무대지만 짜릿한 버스킹 공연 딱이죠”

‘문화가 있는 날’ 기다리는 거리공연가 정현진 씨

2016.07.14 위클리공감
글자크기 설정
인쇄 목록

두 손으로 조심스레 유리구슬을 쓰다듬으니 영롱한 몸체가 공중으로 부양한다. 포커 카드는 화려한 손짓에 따라 테이블 위를 날아다니고, 그사이 어디선가 ‘짠’ 하고 나타난 토끼가 두 눈을 껌뻑인다. “우와~” 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환성이 일제히 향하는 곳은 공연의 주인공 정현진(28) 씨. 정 씨는 단순히 공연을 보여주는 데그치지 않고 관객과 함께 ‘논다’. 그의 특기는 복화술. 가면을 쓴 채 정 씨 옆에 선 관객은 익살스러운 그의 말장난에 제대로 흥이 오른다. “오늘 기분 너무 좋아~ 춤이 절로 나와용~.” 때마침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음악이 나오자 관객은 시키지도 않은 말춤을 춘다. 관중 속에서 ‘꺄르르’ 하는 웃음이 터진다.

정현진 씨는 자신을 복화술을 기반으로 한 마술을 선보이는 ‘거리공연가’라고 불러달라 했다. 그리고 거리공연가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관객과의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길거리 공연이 관객과 소통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죠. 노래 버스킹(길거리 공연)과 달리 마술은 관객이 없으면 공연을 시작할 수조차 없어요. 관객을 무대 안으로 끌어들이고 그들과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야 해요. 어렵지만 그게 바로 버스킹의매력이죠. 아예 안 하면 몰라도 한번 시작하면 계속할 수밖에 없는!”

정 씨가 거리 공연의 매력에 빠진 건 4년 전 호주에 갔을 때다. 15년 전인 중학생 때부터 마술을 해온 그는 길거리 공연 문화가 발달한 호주에 가면 거리 공연만으로도 마술을 계속할 수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혹했다. 외모가 낯선 동양인의 손짓과 어눌한 말에도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후 그는 영국 등 유럽, 미국, 동남아시아, 일본 등지를 돌며 거리의 예술가로 살았다.

거리공연가 정현진 씨는 복화술을 기반으로 한 마술을 선보인다. 그가 6월 29일 ‘문화가 있는 날’ 부산 용두산공원에서 ‘청춘 마이크’ 첫 공연을 했다.(사진=문화융성위원회)
거리공연가 정현진 씨는 복화술을 기반으로 한 마술을 선보인다. 그가 6월 29일 ‘문화가 있는 날’ 부산 용두산공원에서 ‘청춘 마이크’ 첫 공연을 했다.(사진=문화융성위원회)

버스킹 유행하며 자리 경쟁 치열
‘청춘 마이크’가 길거리 무대 넓혀줘

정 씨가 그간 해외에서 공연을 해온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국내에선 설 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 컸다. 그는 “한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버스킹 음악 그룹이 크게 성공한 뒤 거리공연가의 수가 크게 늘었다. 서울 시내에선 그들 사이에 자리싸움이 치열해졌다”라면서 “인근 상인들이 항의해 일부 구청에서는 아예 버스킹을 금지하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정 씨처럼 실력이 있음에도 설 무대가 마땅치 않은 예술가들에게 문화융성위원회의 ‘청춘 마이크’ 프로젝트는 큰 희망이 됐다. 문화융성위원회는 청년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전국 각지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정 씨는 지난 6월 부산의 명소인 용두산공원에서 첫 무대를 선보였다. 그는 “청춘 마이크는예술인들의 눈높이에 꼭 맞는 프로젝트”라며 크게 만족해했다.

“용두산공원엔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 공연하기 좋았습니다. 비록 한 평밖에 안 되는 무대지만기획사에서 나온 음향팀, 카메라팀, 조명팀이 무대도 꾸며줬죠. 5월, 10월이 공연 성수기이고 요즘 같은 장마철은 그야말로 비수기예요. 이렇게 정기적으로 설 수 있는 무대는 많지 않아요.”

그는 회당 200만~250만 원의 공연비 지원도 큰 혜택이라고 덧붙였다. 길거리 공연에도 당연하게 공연비를 지불하는 여타 외국의 관객과는 달리 버스킹 문화가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한 우리나라에서 관객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는 거리 공연만으로 하루에 70만 원을 벌기도 했어요. 어떤 관객들은돈부터 내고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리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나라 관객들은 거리 공연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합니다. 10명 중 7명이 관람료를 지불하는 외국과 정반대로 한국에선 3명 정도만이 관람료를 낸다고 보면 돼요. ‘햇 라인(Hat Line)’이라고 해서 거리 공연자들이 관객으로부터 팁을 얻는 방법을 소개한 책들이 있는데 전 이걸 보면서 공부도 해요. 그런 와중에 청년 마이크의 지원은 엄청난 혜택인 거죠.”

정부 지원 많아져 외국 공연 접고 한국 정착
‘거리 공연도 예술’ 인식 갖게 하는 게 꿈

정 씨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에서의 거리 공연을 시작했다. 아직 많은 부분이 부족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청춘 마이크와 같이 예술가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이 거리 공연 문화 정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국내에서도 거리 공연이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특히 올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술가들을 위한 정책을 많이 내놓는 걸보면서 국내 공연에 집중하기로 했죠. 6월 말열린 청춘 마이크 발대식에서도 엄청난 행사 규모와 호화로운 음식들, 문화융성위원회의 친절한 설명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사실 우리 거리공연가들이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거든요. 이런 노력들로 거리공연가들이 이름도 알리고 수입도 얻고, 또 거리 공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바꿀 수 있는 거죠.”

정 씨의 목표는 거리 공연을 하나의 예술로 생각하도록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계속해서 소통할 거라 힘주어 말했다.

“기자님, 거리 공연 안 해보셨죠? 매번 새로운 관객들과 소통하는 쾌감이 엄청나요. 또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더 흥미진진하고. 제가 잘하는 만큼 관객이 호응하고 팁을 주니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어요. 특히 청춘 마이크는 문화가 있는 날진행되기 때문에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줘야 해요. 매 공연 재미요소를 찾아가며 원석을 다져 알맹이만 남은 공연을 보여드릴게요. 그러면 관객들도 거리 공연을 예술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거리 공연의 90%는 음악 공연이에요. 청년 마이크 공연 경험을 토대로 내년엔 다른 예술가들과 협업해 새로운 공연도 선보이고 싶습니다.”

청춘 마이크가 청년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아드립니다

[위클리공감]

이전다음기사 영역

하단 배너 영역

지금 이 뉴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