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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다 이국적인 부산

[국내여행 마니아들이 추천하는 여름 여행지 12선] ⑥ 부산광역시

2012.07.26 채지형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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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멋진 경치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국토를 우리는 금수강산이라 부른다. 이 말처럼 대한민국 여기저기, 구석구석 둘러보면 가 볼 곳이 참 많다. 우리 국민들이 하루만 더 국내 여행을 하면 수요는 2조5000억 원이 늘고 일자리도 5만 개나 창출된다고 한다. 굳이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복잡한 계획 없이 가방 하나 둘러메고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것이 국내 여행이다. 올 여름 대한민국 국민들의 휴가를 위해 내로라하는 국내 여행 마니아들이 본인들이 다녀온 곳 중에서도 알짜배기 장소만 추천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떠나라! 올 여름에는 국내 휴가지로~ (편집자 주)

여행자에게 부산은 금광이다. 캐낼수록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부산은 타임머신이다. 그곳에만 가면 시간과 공간을 잃어버린다. 내가 서 있는 곳이 대한민국이 맞는지, 지금이 21세기인지 서성이게 만든다. 부산은 놀라움이다. 익숙하기만 했던 우리나라를 낯설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부산 출신 시인 강정은 부산을 ‘거칠고 투박하고 타인에 대한 애정과 간섭을 혼동하는 다혈질의 남자들이 부각되는 도시’라고 했지만, 여행자에게 부산은 거친 파도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빌딩 숲이 공존하는 더 없이 이국적이고 매혹적인 도시다. 

문탠로드에서 바라본 해운대. 일몰 때 특히 아름다운 이 곳의 풍경은 마치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다본 홍콩 섬의 풍경이 오버랩 되는 풍경이다.

문탠로드에서 바라본 해운대. 일몰 때 특히 아름다운 이 곳의 풍경은 마치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다 본 홍콩 섬의 풍경이 오버랩 되는 모습이다.

직장생활 5년차에 접어든 한 대리(30)는 매년 해외에서 휴가를 보냈다. 첫 여행지인 홍콩에 이어 미국과 일본을 여행했다. 올해는 국내로 눈을 돌렸다. 친구에게 들은 부산 이야기에 호기심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여행이라면 해외여행만 생각하던 그녀에게는 큰 변화였다. 뉴스에서 보던 해운대의 복잡함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가보면 다르다는 친구의 유혹에 넘어가 보기로 했다.

부산에서 보낸 여름휴가. 한 대리는 달맞이고개를 걸으며 잠자고 있던 자신의 감성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고 송정해수욕장의 서퍼들에게는 에너지를 받았다. 보수동에서는 헌책을 뒤지다 어렸을 때 꿈을 기억해 내고 태종대에서는 장엄한 자연의 모습에 고개를 숙였다. 단 3박 4일 만에 그녀는 어디에 가든 부산 이야기를 풀어내는, 부산홍보대사로 변신해 있었다. 자, 흥미진진한 그녀의 3박 4일 부산 여름휴가를 쫓아가 보자. 

한 대리의 3박 4일 부산 즐기기

서울역에서 부산행 KTX에 올랐다. 알짜 여행자인 그녀는 인터넷 카풀 사이트를 통해 저렴하게 기차표를 손을 넣었다. 손품을 팔아서 딱 한 장 남은 저렴한 항공권을 찾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갈매기가 마중 나와 있을 것만 같은 부산역. 역에서 내리자마자 여행정보센터에 들렀다. 친절한 스텝이 지도를 보면서 부산의 명소에 대해 설명해줬다. 지도를 펼쳐놓고 가봐야 할 곳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라는 마음에 온 몸이 짜릿해졌다.

문제는 가볼 곳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 이때 필요한 것은 한 번에 부산여행을 끝내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었다. 첫 번째 날은 달맞이 고개를, 두 번째 날은 해운대를 중심으로 돌아보고 세 번째 날은 태종대와 다대포, 마지막 날은 보수동 책방골목을 중심으로 계획을 세웠다. 하나를 더 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여유. 그렇지 않아도 바쁘게 살아왔는데, 휴가 와서는 덜어내도 되지 않을까.

첫째 날, 나를 만나게 해주는 문탠로드

부산에 가면 가장 먼저 달맞이고개에 가고 싶었다. 해가 뜨는 것을 보러 다니기만 했지, 달이 뜨는 것을 보러간 적은 없었다. 그곳에서 달을 보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출발하기 전부터 기대감에 마음이 설렌다.

달맞이고개에 가기 위해 영화 ‘해운대’의 촬영지인 미포항을 지났다. 미포항에서 달맞이고개로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바다와 철길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문득 일본에서도 예쁘기로 유명한 작은 마을 에노시마가 떠올랐다. 바다를 끼고 달리는 열차를 상상하며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달맞이고개에 있는 해월정. 달빛을 받기 좋다.

달맞이고개에 있는 해월정. 달빛을 받기 좋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니 문탠로드 시작점이 나타났다. 이곳에 가면 꼭 뒤를 돌아봐야한다. 한 대리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다본 홍콩 섬의 풍경이 오버랩 됐다. 푸른 바다와 백사장, 그리고 하늘 높은지 모르고 솟아 있는 마천루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멋진 풍경에 마음을 뺏기고 나니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이제는 문탠로드를 산책할 시간. 문탠로드는 청사포와 미포 사이에 위치한 와우산에 만들어진 2.2km에 달하는 길로, 부산 최고의 명상 길로 사랑받고 있는 길이다. 들어서자마자 울창한 숲이 펼쳐졌다. 초록 세상이었다. 오랜만에 밟아보는 부드러운 흙길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은은히 깔려있는 숲 향기와 새들의 지저귐도 좋았지만, 문탠로드에 반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파도소리였다. 힘차게 철썩거리며 부서지는 파도소리. 숲 속에서 파도 소리를 이렇게 가깝게 들어보기는 처음이었다. 마음에 묵은 때가 조금씩 씻겨 나가는 것만 같았다.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힐 때 즈음, 어디에선가 칙칙폭폭 기차소리가 들렸다. 해변을 달리는 동해남부선 해안철도였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기분 좋은 산책을 마치고 해월정에 올랐다. 정월 대보름달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다는 해월정. 그곳에는 청사포의 나물 캐는 아가씨와 송아지를 잃어버린 도련님이 송아지 덕분에 이어지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었다.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게 해준 달맞이 고개, 부산 여행 첫날부터 기대 이상이었다.

이틀째, 낭만 만점 느리게 흐르는 기차여행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질 것만 같은 송정해수욕장.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질 것만 같은 송정해수욕장.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발걸음 닿는 대로 하는 것. 첫째 날 문탠로드에서 들은 기차소리에 반해 해운대역을 찾았다. 부산과 경북 포항 사이를 잇는 철도였다. 다른 일정을 계획했지만 주저 없이 기차표를 손에 넣었다. 바다를 끼고 달리는 해운대에서 송정역까지 이어지는 열차표였다. 뒤에 앉은 아주머니는 바다를 보며 “마, 인물 좋다”라고 몇 번을 반복했다. 느릿느릿 덜컹거리는 열차를 타고 눈이 시릴 정도로 새파란 바다를 보는 기분이란. 짧아서 더 애틋했던 것일까, 그 구간을 무한반복하고 싶은 마음 가득이었다.

아쉬움 가득한 채 내린 송정역은 역사가 예쁜 역이었다. 초록색 기와지붕이 마치 빨강머리 앤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있는 송정역에서 나와, 송정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송정해수욕장은 해운대의 화려함에 비해 소박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한 대리는 해수욕장에 비스듬히 누워 주변을 둘러봤다. 넘실거리는 큰 파도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서퍼들이 눈에 들어왔다. 반대쪽으로 눈을 돌리니 제트스키를 타며 소리를 지르는 이들, 노란색 튜브에 몸을 둥둥 띄우며 망중한을 즐기는 이들, 온 몸에 오일을 바르고 태닝을 하는 이들까지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이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해운대는 파도가 높아 서핑하기에 좋다.

해운대는 파도가 높아 서핑하기에 좋다.

오후에는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 부럽지 않은 해운대에서 해수욕을 즐겼다. 신라 말기의 대학자 최치원의 자, 해운에서 유래된 해운대. 최치원은 벼슬을 버리고 가야산을 향하다가 우연히 해운대에 들렀는데 주변 절경에 감탄해 암벽에 해운대라는 글자를 남겼다고 한다. 남은 시간에는 해운대 인어상을 지나 부산의 새로운 명소 APEC 누리마루를 돌아봤다.

마지막 코스는 센텀시티에 있는 영화의 전당이었다. 지붕의 한쪽만 기둥이 있고 다른 한쪽은 떠 있는 이색적인 외관이 특이했다. 마틴루터교회 등으로 유명한 쿱 힘멜 브라우사에서 설계를 맡아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던 영화의 전당. 특히 밤에 만난 영화의 전당은 수많은 조명으로 수놓아져 여행의 맛을 더해줬다. 포스터를 보니 8월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에 야외에서 무료로 영화를 상영한다는 안내가 있었다. 시네마천국의 토토처럼 야외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니, 한 대리는 부산에 사는 이들이 무척 부러웠다.

밤이 되면 영화의 전당은 화려한 조명에 옷을 갈아입는다.

밤이 되면 영화의 전당은 화려한 조명에 옷을 갈아입는다.

세 번째 날, 자연의 놀라움 태종대와 다대포

세 번째 날은 부산의 대표적인 여행지, 태종대에서 출발했다. 입구에 있는 깜찍한 다누비 열차를 타고 전망대까지 천천히 달렸다. 전망대 앞에는 어울리지 않게 두 아이를 안고 있는 모자상이 있었다. 세상을 비관하여 자살하려는 이들에게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태종대의 기암절벽과 시원한 바다가 가슴을 후련하게 만들어 준다.

태종대의 기암절벽과 시원한 바다가 가슴을 후련하게 만들어 준다.


숲을 따라 내려가니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보기만 해도 아찔한 절벽이 나타났다. 짙푸른 태종대 앞 바다는 신비로움을 품고 있었다. 그 앞에는 ‘주전자 섬’이라고 불리는 섬이 두둥실 떠 있었다. 평평한 바위를 찾아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더 없어 평화로웠다. 한 대리는 일상에서 괴롭던 일들이 작은 일처럼 느껴졌다. 세상은 이리도 크고 자연은 이리도 장엄한데, 너무 사소한 일에만 연연해 온 것은 아닐까 반성이 되었다.

태종대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수국이 한창 아름답다는 태종사에 들렀다. 일본과 네덜란드, 태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져와 키운 수국들이 태종사 경내 곳곳을 화려하게 메우고 있었다. 활짝 핀 수국을 보니,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지금이 아닌가 하는 행복감에 잠시 젖어들었다.

다음 코스는 크고 넓은 포구라는 뜻을 가진 다대포였다. 낙동강 최남단에 있는 다대포는 일몰 촬영지로 유명한 곳.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다른 일몰 풍경을 선물해, 포토그래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곳이다. 낙동강에서 내려오는 흙과 모래로 육지와 이어진 몰운대. 해안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나무 데크를 걸어가 보니 낙조 전망대도 마련돼 있었다. 다대포 일몰은 역시나 한 대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춤을 추는 다대포 음악분수.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춤을 추는 다대포 음악분수.


마지막은 다대포 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낙조분수의 화려한 공연이었다. 지름이 60m이고 둘레가 180m나 되며, 물이 최고 55m까지 올라가는 낙조분수는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앞의 장엄한 분수쇼를 생각나게 했다. 아름다운 음악 선율에 맞춰 이리저리 흔들어대는 물길과 그들을 받쳐주는 화려한 조명들. 공연이 펼쳐진 30분간 분수 쇼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마지막 날, 보수동에서 헌책 고르기

한 대리는 언젠가부터 큰 길보다는 작은 골목을 기웃거리는 것이 더 즐거웠다. 한국전쟁 때 피란지였던 부산은 역사적으로 골목이 많은 도시. 수많은 골목 중 향기로운 책 향기를 맡기 위해 보수동으로 헌책방 골목으로 향했다.

추억을 떠오르게 만드는 보수동의 헌 책들.

추억을 떠오르게 만드는 보수동의 헌 책들.


시끌벅적한 국제시장을 거쳐 들어선 보수동.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졌다. 50년 전에나 나왔을 법한 책들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책장에 꽂혀있었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우리나라에 없어 아쉬워했던 것이, 이런 멋스러운 서점들이었는데 부산에서 이런 보물을 만나다니 놀라웠다.

작은 입구에 들어가면 눈이 크게 떠질 정도로 초대형 서점이 나타났다. 이렇게 많은 책을 어떻게 다 기억하고 있을까 싶었지만, 주인아저씨는 제목만 대면 어디에선가 책을 척척 들고 나오셨다. 도서관만큼이나 세세하게 분류가 되어있었다. 골목을 돌아다니다 큰 수확을 얻기도 했다. 청계천과 파주의 헌책방을 수년간 들락거리며 찾던 책을 보수동에서 만난 것. 부산으로 휴가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절하게 드는 순간이었다.

보수동 책방골목에는 50여개의 책방이 사이좋게 모여 있었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소중한 책을 품고 골목을 기웃거리다보니, 벽화가 그려진 계단이 나타났다. 한편의 짧은 동화가 벽에 그려져 있었다. 벽에 그려진 동화를 보며 오르는 계단은 하나도 힘이 들지 않았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보수동 벽화골목.

이야기가 이어지는 보수동 벽화골목.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 차장에 흐르는 풍경 뒤로 3박 4일간의 알차고 가슴 벅찬 순간들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처럼 흘러갔다. 이제 막 부산의 매력을 알 것 같았는데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 어느 멋진 해외 여행지보다도 더 멋스러운 부산을 휴가지로 추천해 준 친구가 무척 고마웠다. 내년 휴가도 부산에서 보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한 대리는 부산 지도를 펼쳐보고 있었다.

글·사진/채지형 여행작가(http://www.traveldesigner.co.kr)

모든 답은 길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세계의 시장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는 것과 표정 담긴 인형 모으기를 특별한 낙으로 삼고 있다. <지구별 워커홀릭> <인생을 바꾸는 여행의 힘> <여행작가 한번 해볼까> <어느 멋진 하루 Photo&Travel> 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KBS FM 이금희의 '사랑하기 좋은 날' 등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여행 코너를 진행했으며, 신문과 잡지에 따뜻한 여행과 삶에 대한 글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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