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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동대문시장 패션타운 밀착 24시

하루 만에 ‘신상’ 옷 뚝딱…유행 선도 불, 꺼지지 않는다

2016.11.17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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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옷을 사러 전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온 손님들로 불야성을 이룬 동대문은 아침에도 활기가 넘쳤다. 영업을 마무리하는 상인들 사이에서 그날의 옷 주문을 위해 디자인을 고민하는 디자이너, 제작 주문을 받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일명 원단삼촌, 수금을 위해 분주히 다니는 은행 직원, 아침 영업을 위해 준비하는 상인, 아침 요깃거리를 파는 점포 등으로 또 다른 하루를 맞이했다.

 동대문시장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사람들이 어두운 톤을 더 선호해요. 이번 신상 코트를 출시했는데 오늘은 체크무늬 패턴을 추가 주문해요.”

“단추는 박시한 코트에 30mm로 변경해서 넣는 게 어때요?”

“좋아요.”

신평화패션타운 여성복 3층 ‘카이로’도 손님의 발길이 뜸해진 아침 7시 30분에 디자이너들이 모여 그날 주문할 옷 디자인 회의로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대표와 디자이너들은 최근 판매량을 점검한 뒤 수백 개의 샘플 원단 중에서 컬러와 재질을 선택하고 디자인 시안을 제작해 품목별 일일 목표량을 정해 공장에 제작을 의뢰한다. 디자인 미팅이 끝나자마자 매장과 연계된 공장별로 직원들이 찾아와 시안을 재빨리 가져간다. 그리고 그들은 제작에 필요한 원단을 확보하러 원단 창고로 향한다.

신평화패션타운 상인회장이기도 한 한영순 카이로 대표는 동대문에서 30년 이상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한 대표는 “30년 사이에 동대문을 중심으로 한국 패션시장이 고속 성장했다”며 “성장할 수 있었던 저력은 발 빠른 변화와 대응”이라고 꼽았다.

발 빠른 변화와 대응
디자인·생산·유통·판매 원스톱 소싱

“체크 원단 들어왔어요?” 한 대표는 제작 발주를 하고 난 이후 코트를 의뢰한 서울 신당동 의류공장을 찾았다. 그는 오버핏의 체크 원단 코트의 디자인 포인트를 제작자에게 설명하고 원단을 직접 꼼꼼히 살폈다. 카이로의 경우 셔츠, 니트 등 상의류와 코트류, 하의류 등 품목별로 특화된 네다섯 개 공장에 주문이 들어간다. 주문서에 적혀 있는 원단, 디자인 등을 확인해 공장 장인은 재단을 하고 분주히 옷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서울 신당동, 창신동, 신창동, 장위동 등에 자리한 공장에서 하루 평균 약 500장의 옷이 생산된다. “연계된 공장은 저희와 함께 일을 수십 년 해오셨어요. 게다가 매일 옷을 생산하다 보니 가족이나 다름없죠. 이제 척 하면 딱입니다.” 동대문 패션의 영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공장에서 옷이 만들어지는 동안 패션 트렌드를 읽기 위해 패션쇼, 전시회 등을 찾아보는 것도 필수다. 11월 8일 한 대표는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명품봉제 페스티벌’을 찾았다.

▶오전 7시 30분◀디자이너들이 모여 그날 제작할 옷을 두고 회의한다.
오전 7시 30분. 디자이너들이 모여 그날 제작할 옷을 두고 회의한다.

“매일 옷을 디자인하고 제작하기 때문에 패션 트렌드를 읽는 것을 넘어 리드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저는 주로 패션쇼, 전시회 등에 가면 새로운 영감을 많이 얻습니다.” 실제로 DDP는 많은 패션기업과 디자이너들이 패션쇼를 여는 장. 지난 10월에만 이상봉, 박종철 등 유명 디자이너의 패션쇼가 열렸다. 한 대표는 “최근 2주 동안에도 크고 작은 패션쇼 등 행사에 열 번 이상 다녀왔다”고 했다. 이렇게 공장과 패션쇼장을 오가는 사이 밝았던 하늘이 어둑해졌다. 밤 8시가 되니 아침에 분주히 주문서를 가지고 갔던 원단삼촌들이 커다란 비닐보따리를 한가득 가지고 다시 돌아왔다. 수백 장의 옷이 들어 있는 보따리를 들기가 버거울 땐 옷 보따리를 올린 지게를 메고 그날 주문해 완성된 따끈따끈한 옷을 매장에 가져다준다.

▶오전 8시 30분~오전 9시◀ 각 공장별 원단삼촌에게 주문서 및 시안을 전달한다.
오전 8시 30분~오전 9시. 각 공장별 원단삼촌에게 주문서 및 시안을 전달한다.

명품 브랜드 아시아 공략 위해 한국 안테나숍
빠르고 감각 있는 한국의 저력

신상 옷을 받은 매장은 이제 또다시 두 번의 아침을 맞이했다. 의류 가게를 하고 있는 지역 곳곳의 소상공인부터 쇼핑하러 온 학생, 캐리어를 열심히 끌고 다니는 해외 여행객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쇼핑몰은 또 다른 활기가 생겼다.

중국인 여행객 자한(24) 씨는 “옷 종류가 정말 다양하고 한류 스타가 입는 세련된 스타일을 만날 수 있어 좋다”며 “만족스러운 쇼핑을 해서 즐겁다”고 밝혔다.

매장 곳곳을 둘러보니 디자인 카피 제품 혹은 저품질 옷이 많다는 동대문 상권에 대한 인식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옷 소재도 백화점 브랜드의 품질과 견줄 만했고 디자인은 오히려 더 다양했다.

▶오전 11시◀ 시안을 바탕으로 공장 장인이 옷을 재단하는 모습.
오전 11시. 시안을 바탕으로 공장 장인이 옷을 재단하는 모습.

동대문에서 12년 동안 캐주얼 의류를 판매해왔다는 김영진(42) 씨도 디자인부터 생산, 판매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하며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빠르고 감각 있다”며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트렌드를 잘 찍어내는 감각이 세계를 이끄는 한국 스트리트 패션의 저력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세계 명품 브랜드도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한국에 가장 먼저 안테나숍(실제 판매에 앞서 신제품이나 신업태에 대한 시장조사, 수요조사, 광고 효과 측정 등을 목표로 운영하는 점포)을 만들어요. 한국이 가장 유행에 민감한 시장이기 때문에 한국을 선점하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생각인 거죠. 그것만 해도 한국인들의 감각과 패션시장이 우수한 걸 알 수 있죠.”

▶오후 9시◀ 관광객 등 손님들이 매장을 둘러보는 모습.
오후 9시. 관광객 등 손님들이 매장을 둘러보는 모습.

최근에는 동대문 의류를 온라인으로도 주문받아 판매하면서 해외로의 판매도 활발하다. 중국, 대만, 홍콩 등 인근 아시아 지역이 해외 주문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이 외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신평화패션타운 상인회장인 한영순 카이로 대표는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동대문도 변화하고 있다”며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 등에 마켓을 개설해 중국 바이어와 대부분의 거래를 온라인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신평화패션타운 4층에는 바이어 전문 상담관이 있어 세계 각지에서 동대문을 찾은 바이어들이 자신이 원하는 콘셉트의 아이템을 찾기 위해 상담을 하고 있었다. 자정이 가까워졌지만 동대문시장의 활기는 식을 줄 몰랐다. 디자인부터 생산, 유통까지 24시간 안에 이뤄지며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열정이 배어 있는 곳. 그렇기에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유행을 선도하는 곳. 그것이 한국의 스트리트 패션이 고속 성장한 이유일 것이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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