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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 역사와 현재가 어우러진 전시 공간 되다

[문화현장] 덕수궁 야외프로젝트 : 빛·소리·풍경

2017.09.15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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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 하늘, 색색이 수놓은 단풍으로 가을 덕수궁은 산책하기 안성맞춤이다. 역사와 낭만이 숨 쉬는 이곳 덕수궁을 찾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고궁의 정취를 느끼며 현대적 미술관으로 변모한 ‘덕수궁 야외프로젝트 : 빛·소리·풍경’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애란, ‘대한제국의 빛나는 날들’.
강애란, ‘대한제국의 빛나는 날들’.

덕수궁은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자리하며 우리 삶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문화재청 덕수궁관리소가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 되는 해를 맞아 덕수궁을 배경으로 뜻 깊은 전시를 개최했다. 역사적 공간에 조형적 접근을 시도한 ‘덕수궁 야외프로젝트 : 빛·소리·풍경’이다. 한국 작가 9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이 전시는 오는 11월 26일까지 진행된다.

덕수궁은 고종 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조선이 자주 독립국임을 대내외에 밝힌 역사 현장이기도 한 곳. 작가들은 수개월 동안 덕수궁을 드나들며 이곳만의 역사적 배경과 공간의 독특한 특성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관객은 자신만의 빛과 소리를 찾아내고 아름다운 풍경과 조우하며 특별한 시공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중화전 동행각_장민승·양방언 ‘온돌야화’



장민승·양방언, ‘온돌야화’.(사진=국립현대미술관)
장민승·양방언, ‘온돌야화’.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 양방언과 미술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장민승이 만났다. 장민승은 100여 년 전 우리 선조들이 걸었을 법한 거리를 찾는 것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더 이상 실존하지 않아 기록물로만 확인할 수 있는 주한 외국 공관들, 환구단, 손탁호텔 등을 재발굴해 아날로그 슬라이드 필름으로 동시대의 감각을 되살렸다. 여기에 양방언 특유의 감성으로 창작한 곡이 더해졌다. 이로써 두 작가는 시각과 청각을 감각적으로 두드리는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석조전 서쪽 계단_김진희 ‘딥 다운-부용’



딥 다운 부용.(사진=국립현대미술관)
김진희, ‘딥 다운 부용’.

자칫 지나치기 쉽다. 덕수궁을 휘도는 바람 소리처럼 말이다. 하지만 석조전 서쪽 계단을 오르며 시선을 위로 돌려 주의를 기울이면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진희의 ‘딥 다운-부용’이다. MP3 스피커, 라디오 부품들을 새로운 형체로 재탄생시켜 다사다난했던 덕수궁의 역사를 이미지화함과 동시에 청각으로도 느낄 수 있게끔 유도했다. 계단 위아래를 오르내리며 여러 각도에서 작품을 대면할 수 있듯이,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이곳이 또 다른 시작점이 될 수도 있음을 강조한다.

석어당_권민호 ‘시작점의 풍경’



석어당_권민호 ‘시작점의 풍경’.(사진=국립현대미술관)
권민호 ‘시작점의 풍경’.

한국 근현대사가 담긴 덕수궁이 한 편의 영상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연필과 목탄으로 덕수궁과 주변 풍경에 대한 잔상을 흑백 드로잉으로 보여준다. 서울역, 최초 증기기관차 모갈 1호, 주상복합 건물 등 산업화의 상징적 요소로 당시 급변하는 현장의 풍경을 시각과 청각으로 동시에 풀어냈다. 석어당의 정면 외관을 한 폭의 풍경화처럼 표현해낸 이 작품에는 대한제국 시기와 현대의 덕수궁 주변의 모습이 숨은 그림 찾기처럼 들어 있다.

석조전 복도각_정연두 ‘프리즘 효과’



프리즘 효과.(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정연두, ‘프리즘 효과’.

역사의 순간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된다. 한 줄기의 빛이 프리즘으로 여러 가지 색으로 발하는 듯하다. 작가는 ‘프리즘 효과’를 통해 대한제국의 고종 황제와 덕혜 옹주의 찰나의 모습을 네 개의 각도에서 바라본다. 첫째, 황제와 아버지 사이에서 딸을 지키고자 한 고종을 바라보는 사적인 시선, 둘째, 일제에 나라를 잃은 치욕과 나라를 지키고자 갈등한 고종을 나타내는 시선, 셋째, 한국 최초의 재판소 평리원을 바라보는 공적인 시선, 마지막으로 열강의 입장에서 고종과 덕혜 옹주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다. 석조전에 나란히 서 있는 고종 황제와 덕혜 옹주, 관객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

덕홍전_강애란 ‘대한제국의 빛나는 날들’ ×임수식 ‘책가도389’



임수식, ‘책가도389’.
임수식, ‘책가도389’.

1887년, 우리나라 어느 곳보다 빨리 전기가 들어왔던 덕홍전답게 빛이 이곳을 가득 채운다. 작가는 고종 황제가 어떤 책을 서재에 뒀을까 하는 질문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는 빛을 발하는 100여 권의 디지털 책과 오래된 가구, 영상 등으로 ‘대한제국의 빛나는 날들’이 만들어졌다. ‘책가도389’는 그 연장선상에서 고종 황제 집무실에 있었을 법한 책을 고증을 통해 이미지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관객은 빛이 어우러져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한 고종 황제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함녕전_이진준 ‘어디에나 있는 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시리즈 불면증 & 불꽃놀이’



이진준 ‘어디에나 있는 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시리즈-불면증&불꽃놀이’.
이진준 ‘어디에나 있는 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시리즈-불면증&불꽃놀이’.

고종 황제가 생을 마감한 함녕전에서 작가는 영상과 소리로 불꽃 축제의 이미지와 탄성을 재구성해 부조화를 나타냈다. 이는 일제의 강압 속에서 불면증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냈을 고종 황제의 심경과 대비돼 어디에나 있는 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불면증과 불꽃놀이가 됐다.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 속 나약한 인간인 동시에 황제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감춰진 불안감이 느껴진다. 이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밤에 볼 것을 권한다.

함녕전 행각_오재우 ‘몽중몽’



오재우 ‘몽중몽’.
오재우 ‘몽중몽’.

‘꿈속의 꿈’이라는 뜻의 ‘몽중몽’은 덕수궁 일대를 무대로 한 VR와 영상 작품이다. 작가는 덕수궁을 고종 황제가 원대한 꿈을 품고 대한제국을 선포한 장소이자 미래를 설계한 공간으로 상정했다. 기존 체제를 옹호하는 입장, 개혁파의 미래에 대한 의지, 고종 황제의 입장 등 여러 꿈이 모인 특별한 이곳은 전통과 현재를 잇고자 한 시도로 표현됐다. 일반인에게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함녕전 앞 행각 안에 앉은 관객은 고종 황제의 꿈속에서 어떠한 세상을 마주할까.

관람 안내
장소 : 덕수궁 내  
날짜 : 11월 26일까지
요금 : 무료(덕수궁 입장료 1000원)
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9시(월요일 휴관)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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