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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외길…수소생산 전문기업 ‘우뚝’
[창조경제 가젤형 기업] 산업용 가스 제조·판매 ‘덕양’
수소자동차 보급에 대비한 수소충전기 개발 이어 연료전지 시장도 노크
덕양은 울산지역을 기반으로 수소를 비롯한 탄산가스·액체질소·산소·아르곤·암모니아 등 산업용 가스 생산·판매업체로 성장해 왔다. |
울산 중구 학산동의 한 허름한 건물에 작은 간판 하나가 내걸렸다. 간판 이름은 ‘울산산소’. 29세의 젊은 사장은 자전거와 리어카에 산소통을 싣고 배달을 시작했다. 주변에서 “산소통을 들고 다니는 것은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젊은 사장은 ‘산소 한 통에 쌀 한 말’이라는 높은 부가가치에 험한 일을 주저하지 않았다. 1961년 10월의 일이다.
그리고 50여 년이 지난 뒤 그 젊은 사장은 허름한 구멍가게를 국내 최대 산업용 가스공급업체로 성장시켰다. ㈜덕양의 이덕우(81) 회장 이야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덕양은 수소를 비롯해 탄산가스·액체질소·산소·아르곤·암모니아 등 산업용 가스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다. 이 중 수소는 전체 매출액의 약 65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며 이 회사의 주력제품으로 꼽힌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2,471억8,281만원으로 전년도보다 109퍼센트 이상 늘었다.
최근 몇 년간의 성장률은 더욱 놀랍다. 이 회사의 2007년 매출은 655억원에 불과했지만, 6년 만에 370퍼센트 이상 매출을 늘렸다. 같은 기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30퍼센트를 상회한다. 2009년 1,040억원의 매출을 거둬 처음 1천억원대로 진입한 이후 2011년 2,148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2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하기도 했다.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늘었다. 2007년 14억원에 머물던 영업이익은 2009년 73억원, 2011년 108억원으로 100억원대를 처음 돌파했다. 2013년에는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로부터 매출액 1천억원을 돌파한 고성장 벤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9년 1천억 매출기업 진입…2년 만에 두 배 성장
이 같은 회사의 급성장은 오직 ‘가스사업’이라는 외길 경영을 고집해 온 이 회장의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회장이 가스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산업 트렌드를 읽는 탁월한 감각 덕이었다. 이 회장은 “1957년 군 제대 후 마산의 통조림업체에 입사했는데 3년째 되던 해 울릉도 책임자로 발령 나자 사표를 내고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며 “공업도시로 발전 가능성이 높았던 울산을 택해 가스사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예측은 적중했다. 가스 가게를 연 지 불과 1년 만인 1962년 울산공업특구 건설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가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60년대 중반 정유공장과 비료공장이 세워지면서 산소 대신 용접용 카바이드(아세틸렌) 고압가스 주문이 쇄도했고 한국비료와 계약하면서 회사는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당시 국내에는 산소생산기술과 시설은커녕 전문 인력조차 드물었다. 이 회장은 사업 확장을 위해 가스를 직접 생산해야 한다고 판단해 관련 기술을 몸으로 익혀 나갔다. 관련 논문과 서적을 닥치는 대로 사서 읽었고 일본으로 건너가 산소 제조기술을 배웠다. 1974년 아세틸렌공장을 인수한 데 이어 1979년에는 산소충전소를 준공했다.
이 회장은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울산 석유화학공단의 생산주력제품이 비료 등 유기화학제품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수소 생산에 나섰다. 이 회장은 수중에 있던 모든 돈을 털어 1984년 수소공장을 차렸다.
우여곡절과 시련도 많았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현대자동차가 설립된 이후 LPG충전소 사업 권유를 거절한 것이었다. 그는 “초기 사업은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됐지만 시련과 풍파도 헤아릴 수없이 많았다”며 “현대자동차가 설립된 후 LPG충전소를 한번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는데 이를 수락했다면 초기 사업은 더욱 탄탄하게 진행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회고했다.
회사의 급성장은 이 회장의 노력이 토대이지만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데는 2008년 공동 대표로 취임한 이 회장의 차남 이치윤(53) 대표의 역할이 컸다. 이 대표 취임 이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 그 방증이다.
이 대표의 저력은 회사의 모든 사정을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수소공장이 설립되던 1984년 대학을 졸업하고 평사원으로 입사해 영업, 가스 충전, 배달까지 밑바닥부터 훑고 관리와 재무분야까지 거쳤기에 가능했다. 이 대표의 첫 작품은 1991년에 나왔다. 가스원료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총 40킬로미터에 달하는 화학단지 내 원료공급용 파이프 매설 사업을 추진한 것. 이전에는 원료를 용기에 충전해서 사와야 했다. 1997년에는 수소를 연료로 쓸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고, 그 해 10월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합금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말 SK에너지와 수소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상반기 중 플랜트를 완공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수소 납품이 이뤄져 매출 증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1천억원가량이 소요되는 플랜트는 SK에너지 탈황공정에 사용할 수소를 생산한다. 시간당 5만노멀입방미터의 생산 능력을 자랑한다.
이에 따른 매출 규모도 최소 1,2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돼 현재 매출액의 50퍼센트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매출액 증가 추세와 신규 매출이 가세할 경우 내년은 4천억원대 진입을 예상하는 이유다. 2009년 처음으로 매출 1천억원대를 돌파한 지 6년 만에 다시 매출 4천억원 돌파를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
이 대표는 최근 수소자동차 연료충전소인 수소 스테이션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수소자동차가 보급되면 연료충전소인 수소 스테이션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약 30억원을 투자해 2008년 수소 스테이션에 쓰일 수소충전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대표는 “수소를 원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휴대용 또는 발전용·가정용 연료전지를 개발해 덕양을 ‘토털 수소기업’으로 키워 나가겠다”며 “100년 가는 가업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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