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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모은 미술자료 많이들 봐야죠”

김달진미술연구소장, 40여년 수집한 2만여점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

2014.08.28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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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걸쳐 모은 미술자료 2만여 점을 기증한 김달진 소장은 “자료를 수집한다는 것은 역사를 기록한다는 스스로의 의지였다”고 말했다.
평생에 걸쳐 모은 미술자료 2만여 점을 기증한 김달진 소장은 “자료를 수집한다는 것은 역사를 기록한다는 스스로의 의지였다”고 말했다.

“그런 종이들 모아서 입에 풀칠이나 할 수 있겠어?” 매주 금요일만 되면 어깨에 검은색 가방을 메고 인사동 화랑을 돌아다니던 청년. 청년은 온갖 전시회를 돌아다니며 팸플릿, 브로슈어 등을 닥치는 대로 모았다. 이런 청년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쓸데없는 일을 하고 다닌다”며 혀를 차곤 했다.

김달진(59) 김달진미술연구소 소장의 이야기다. 김달진 소장은 미술계에서 ‘걸어다니는 미술사전’이라 불리는 국내 최고의 미술자료 전문가다. 하지만 20, 30대 시절만 해도 그의 수집에 대한 열정은 무모하게 취급되곤 했다.

김달진 소장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사람들이 보기에는 한심하게 비쳐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인사동에서 ‘금요일의 사나이’로 불렸다. 금요일만 되면 인사동·사간동 등 화랑가를 찾아다니며 온갖 자료들을 모으다 보니 붙여진 별명이다. 하지만 40여 년이 흐른 오늘날, 자료 수집을 향한 그의 고집은 한국 미술의 기록으로 이어지고 있다.

평생 모은 자료, 한국 미술 알리려 기증 결심

최근 김 소장은 지난 40여 년간 모아온 미술자료 2만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평생에 걸쳐 모아온 자식 같은 자료들을 기증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자료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마음으로 기증했다”고 이야기했다.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김달진 소장은 지난 7월 3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자료 기증에 대한 협약식을 체결했다.

김 소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전용공간 임차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서 한국미술정보센터를 운영하며 관람객들이 무료 열람하도록 해 왔다. 하지만 해당 사업이 중단되면서 김 소장은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

그가 기증하는 자료 중에는 1926년 조선총독부에서 편찬한 보통학교 도화첩 제4학년 아동용, 1956년 창간된 본격적인 미술잡지 <신미술>의 창간호와 2호, 1946년 윤희순의 ‘이조의 도화서잡고’ 등이 실린 잡지 <향토>의 창간호 등이 있다.

김 소장은 “도서, 학위논문, 브로슈어 등에는 시대별 한국 미술의 역사가 그대로 담겨 있다”며 “더 많은 분들이 이런 자료 등을 통해 한국 미술에 대해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달진 소장이 미술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중·고등학교 때부터다. 누군가에게는 금방 버릴 쓰레기였지만 그에게는 소중한 ‘보물’이었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에요. 말 그대로 재미있어서 시작한 일이죠. 고등학생 때 경복궁에서 열린 전시회를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박수근, 이중섭 등 몇몇 화가를 빼고는 한국 작가에 대한 정보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죠.” 하지만 김 소장은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 단순히 자료를 모으는 것에는 반대한다. 그는 “분명한 목표를 정하고 지향점을 정한 뒤 그에 맞는 자료를 모아야 가치가 있다”며 “미술자료에 집착했던 것도 이 자료들은 미술뿐 아니라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소장이 모은 미술자료를 보면 시대의 분위기, 변화상 등을 읽어낼 수 있다. 그가 평생에 걸쳐 모은 미술자료는 18톤에 달할 정도의 분량이다.

김 소장은 이런 열정을 인정받아 미술잡지 월간 <전시계>에서 3년여 간 기자생활을 했다.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자료실, 가나아트센터 자료실장을 하며 미술 관련 자료를 수집해 왔다.

2001년 12월에는 국내 미술정보의 체계적인 자료 수집을 위해 김달진미술연구소, 2008년에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열었다. 김달진미술연구소는 국내 미술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연구를 해오고 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기획전과 상설전을 통해 일반인들이 평소 접하기 힘든 미술자료들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마련해오고 있다. 이곳에서는 일제 강점기에 출간됐던 미술 관련 단행본, 정기간행물 등 다양한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김달진 소장은 “예술창작과 학술연구의 가장 기초적인 작업은 미술자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며 “상설전, 기획전 등을 통해 전문 아카이브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김달진 소장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잡지 <신미술> 창간호(왼쪽)와 <향토> 창간호.
김달진 소장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잡지 <신미술> 창간호(왼쪽)와 <향토> 창간호.

“미술자료 수집 분야의 전문성 높아져야”

2010년에는 그동안 수집한 자료를 일반인들이 무료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한국미술정보센터를 만들었다. 하지만 올해 9월 말부터는 한국미술정보센터의 문을 닫게 된다. 대신 센터 내에 있던 자료들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김 소장이 기증한 자료를 정리한 뒤 디지털 정보실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장인 김달진 소장은 앞으로도 한국 미술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책과 같은 학문적인 결과물로 남기는 일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예전에 비해 미술자료를 수집하고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 대한 의식이 생겨서 보람이 있다”며 “앞으로 자료 수집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젊은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창전동의 김달진미술연구소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현재보다 규모를 축소해 오는 11월 서울 종로구 홍지동으로 이전, 기존처럼 운영한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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