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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우→무 · 알타리무 →총각무 '바른표기'
그래도 어떠하겠나. 할인점이 물건도 싱싱하고 값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 우리 같은 서민들은 싼 곳을 찾아갈 수밖에.
그래서 휴일에 아내와 함께 할인점에 자주 간다. 재래시장은 시장대로 사람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이곳도 즐거운 쇼핑을 할 수 있다. 상품과 진열대가 깔끔하고, 밝은 조명 아래 마음대로 고르는 재미가 쏠쏠한 것이다.
그런데 가끔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다. 할인점 측에서 상품 가격과 안내를 위해 부착해 놓은 게시판에 맞춤법이 바르지 않은 것을 종종 본다. 대표적으로 ‘무’를 언제나‘무우’라고 쓰고 있다. '무강즙 · 무말랭이 · 무생채 · 가랑무 · 갓무 · 왜무 · 총각무’라고 하듯 ‘무’라고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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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우'는 비표준어, '무'가 표준어 |
주위에 사람이나 재산이 없어 혼자이거나 신분이 보잘것 없다는 뜻으로 무의 밑에 잔뿌리가 없는 것에 비유해서 ‘무 밑동 같다’는 말을 쓰는 것을 기억하면 쉬울 듯도 하다.
'기음( - 매다) · 또아리 · 배암 · 비음(설-) · 새앙쥐 · 소리개’ 등으로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모두 ‘김 · 똬리 · 뱀 · 빔 · 생쥐 · 솔개’로 써야 한다.(준말이 널리 쓰이고 본말이 잘 쓰이지 않는 경우에는, 준말만을 표준어로 삼는다.-표준어 규정 제14항)
‘알타리무’도 ‘총각무’가 표준어다. 고유어 계열의 단어가 생명력을 잃고 그에 대응하는 한자어 계열의 단어가 널리 쓰이면, 한자어 계열의 단어를 표준어(표준어 사정 원칙 제22항)로 삼기 때문이다.(‘개다리밥상/맞상/멧줄기/군달/알무-알타리무/잇솔’은 모두 ‘개다리소반/겸상/산줄기/윤달/총각무/칫솔’이 표준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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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는 '총각무'가 표준어 |
겨울철 김장을 하기 전에 동치미와 함께 담가서 배추김치보다 일찍 먹는 김치도 총각김치라고 한다. 이 김치는 젓국과 풀국으로 담아 걸쭉하고 진한 맛이 나는 남쪽지방의 김치였는데, 지금은 지방을 가리지 않고 많이 먹는 김치가 되었다. 상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사람들도 알타리김치라고 하는데, 총각김치라고 바르게 표현해야 할 것이다.
이와는 달리 고유어 계열의 단어가 널리 쓰이고 그에 대응되는 한자어 계열의 단어가 용도를 잃게 된 것은 고유어 계열의 단어만을 표준어로 삼는다.(표준어 사정 원칙 제21항) 따라서 ‘꼭지미역’(꼭지를 지은 미역 - 미역의 생식 부분으로 영양이 풍부하고 항암 작용을 하는 물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다시마와 함께 다이어트용과 건강보조 식품으로 사용됨)이 표준어이고, ‘총각미역’은 비표준어이다.
최근 사람들이 승용차를 이용해 일주일치 물건을 사는 생활의 변화를 맞으면서 할인점은 여러 면에서 인기가 있다. 우선 24시간 영업을 한다. 판매한 금액의 일정액을 적립을 해서 산 사람에게 돌려주기도 한다. 할인점들은 저마다 자기들이 가장 싸게 제품을 판다고 선전한다. 심지어 인근 할인점과 비교하여 어떤 제품이든 더 싼 제품을 파는 곳이 있으면, 보상금을 준다고 광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 화려한 할인점은 싼 가격만큼이나 마음과 정신까지 싸게 팔고 있다는 느낌이다. 할인점들은 서로 차별화 경영을 표방하고 있는데, 우선 우리말 표기부터 바르게 하는 데 앞장서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새로 문을 연 할인점은 21세기를 맞아 ‘글로벌’ 유통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는 반면에 제 나라의 글자와 말도 바르게 쓰지 못하면서 ‘글로벌’을 운운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앞뒤가 맞지 않는 허구선인듯 싶다.
국정넷포터 윤재열(http://tyoonkr.k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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