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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돌아왔다…1시간의 마법

[공무원 근무혁신 감동사례 공모전] ② 우수상(수기)

글: 심은실 서울특별시 성북구 돈암1동주민센터

유연근무, 스마트워크, 남성공무원 육아휴직 등 근무혁신으로 공직사회가 달라지고 있다. 작은 변화는 삶의 활력소가 됐다. 직장은 즐거워지고 가정은 행복해졌다. 인사혁신처가 이처럼 근무혁신으로 달라진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공모전을 통해 모았다. 근무혁신으로 내 삶이 달라졌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공무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엄마, 나 꿈에 어흥어흥~ 코끼리 나왔어!” 졸린 눈을 부비며 일어나자마자 종달새마냥 지지배배 재잘거린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웃음이 난다. 코끼리 울음소리가 뭐였더라? 잘 떠오르지 않지만, 일단 어흥은 아닌 것 같다.

곧 죽어도 레이스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야 말겠다는 딸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그만 실랑이를 멈추고 백기를 들었다. 그래, 졌다. 초록초록한 체육복은 선택받지 못한 채 옷장 서랍 속으로 도로 들어갔다. ‘미운 네 살’이라는 말은 도대체 어느 위인의 명언인건지 어쩜 딱 맞는 말이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분홍으로 촌티를 팍팍! 풍기는 딸과 손을 꼭 잡고 쏟아지는 햇살과 함께 쉼 없는 재잘거림을 들으며 어린이집까지 함께 걸어간다. 가는 내내 문득 아침의 평화로운 일상에 한없이 감사하다. 사랑하는 귀한 딸과 함께 걷는 이 길이 ‘꽃 길’이다.

‘1시간’의 마법은 초보 워킹맘인 나의 가정, 육아, 그리고 직장생활의 일상을 절망의 끝에서 놀라운 희망과 새로운 도전으로 바꿔놓았다. 

오랜 벗이었던 동갑내기 신랑과 2013년 스물아홉 겨울에 결혼했다. 그리고 신혼여행으로 떠난 아름다운 하와이에서 우리는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닷가를 거닐며, 빛나는 조개도 줍고, 예쁜 딸도 선물 받았다. 서른의 무더웠던 늦가을,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엄마가 되어있었다.

오직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짧고도 길었던 육아휴직 1년 6개월을 뒤로한 채 나는 2015년 7월 발령시즌에 맞춰 복직신청을 했다. 엄마로서의 내 모습 보다 활동적으로 일하며 동료들과 소통하는 또 다른 내가 그리웠다. 그런데 막상 복직날짜가 정해지고 나니 기대감 반, 걱정 반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복직 첫 날. 막연히 잘할 수 있을 것 같던 나의 자신감은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업무강도는 각오했지만 현실은 업무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감당해야 할 또 다른 벽은 엄마로서의 육아와 집안일이었다. 아이는 너무 어렸다. 내가 왜 아침, 저녁으로 왜 보이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매일같이 울었다. 고생할 각오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워킹맘의 현실은 내가 각오한 그 몇 배로 뜨겁고 차가웠다.

업무적으로는 업무 관련 지침이 5번도 넘게 바뀌어 있었고 무엇보다도 부서에서 나는 더 이상 막내가 아니었다. 복직하면서 배치 받은 여성가족과 보육지원팀에서 선임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업무량도 상당했다.

관내 어린이집 60개소에 매월 보조금 신청 서류를 검토한 후 보조금 지급, 보육교사 임용관리, 어린이집 전체 수급관리 및 각 주민센터를 통해 접수된 학부모의 보육료 신청 건에 대해 검토하고 승인하는 업무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학부모의 민원전화와 어린이집 원장님들의 문의가 쏟아져서 업무시간 내에는 민원을 받고, 야근하면서 기본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팀 내에서 선임으로서의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업무를 잘 처리해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또한 아이를 키우면서 일한다는 것이 일종의 ‘장애’가 아니며, 중요한 업무도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나로 인해 피해를 끼치거나, 혹은 무한한 배려를 원하지 않았다. 쉬고 오더니 잘못한다는 말보다 어쩜 일도 잘하고, 아이도 잘 키우고, 가사일도 잘하네~ 라는 칭찬이 고팠던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눈물겨웠다. 자꾸만 업무가 밀렸다. 이상하게도 열심히 하는데 업무는 쌓여만 갔다. 게다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집안일로 더 이상 집은 휴식의 장소가 아니었다. 집에 오면 10시. 그때까지 졸린 눈으로 잠들지 않고 기다린 아이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내게 잰걸음으로 달려와 안겼다. 신나서 깡충깡충 뛰며 아직 신발도 채 벗지 못한 내게 이것저것 장난감을 보여줬다.

그 눈빛을 보는 게 갑자기 서글펐다.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잔뜩 놀고 싶어 하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 겨우 재워놓고 살살 거실로 기어 나와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장난감을 정리했다. 12시가 훌쩍 넘었다. 매일매일 일, 집, 그리고 나 자신과 매일 고독한 전쟁을 했다.

설상가상 아이는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아침에 내가 살짝만 움직여도 바로 깨서 목 놓아 울었다. 말도 못하는 갓 돌 지난 아이는 그저 엉엉 울면서 얼굴을 도리도리 흔들었다. 엄마가 옆에 없어서인지 정서적으로 불안해 보였다. 어린이집 가는 길 내내 떨어지기 싫다며 우는 아이를 선생님께 던지다시피 안겨드리고 죄인처럼 나왔다.

겨우 머리만 감고나온 탓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지하철역으로 뜀박질을 했지만 만원 지하철은 늘 연착되고 나는 지각했다. 눈앞에 숙제가 쌓여있는데, 나는 그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추락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는 자주 아팠고, 육아문제로 늘 돌발연가를 쓰는 것이 눈치가 보여 죄송한 마음에 팀장님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급히 짐을 챙겨 어린이집으로 향했던 적도 있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10년 전만 해도 기댈 곳이 있었다. 힘들면 힘들다고 누군가를 붙잡고 하소연할 수 있었고, 동료들과의 크고 작은 갈등은 술 한 잔과 함께 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온 세상이 다 나만 바라보고 내게 기대려는 듯 했다. 비틀비틀 흔들렸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일상의 연속이었다.

전쟁같은 하루, 겨우 숨만 내쉬며 뛰어다니는 동안 내가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어떤 것도, 아무것도 해내지 못 할거라는 막막함, 소외감과 더불어 0점까지 직원, 동료, 선배, 아내, 며느리, 딸,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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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딱 한 시간만 여유가 생긴다면, 그러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아침에 아이를 여유롭게 챙겨서 보내고 저녁에 집에서 아이를 충분히 케어하고 재워놓은 뒤에 밤에 잔업을 처리하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에 유연근무제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선뜻 신청하기에 겁이 났다.

나만 애기를 키우는 것이 아닌데 내가 너무 유별난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들었다. 부서에서 기피할 거라는 두려움과 동료들,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용기를 내서 팀장님께 말씀드렸는데 걱정했던 나를 오히려 다독여주셨다.

“그때가 원래 힘든 거야. 알아. 너만 이상한 게 아니고 다 그런 시기를 거쳐. 그런데 그 시기를 잘 거치면 단단해지고 여물어. 딱 5년만 각오하고 잘 버티면 돼. 함께 해보자.”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앞이 보이지 않아서였다. 언제까지 내가 이렇게 힘들어야하는지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아서 그 두려움이 컸다. 그런데 먼저 아들 둘을 멋지게 키우신 선배 워킹맘인 팀장님의 조언은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침 1시간의 유연근무제를 신청했다. 물론 팀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팀장님의 배려, 과장님의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0시까지 출근해서 7시까지 일하고 초과근무하지 않는 나의 새로운 일상이 시작된 것이다.

아침에 아이와 함께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여유롭게 어린이집을 향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아이를 쥐 잡듯 재촉하지 않아도 되고 웃으면서 등원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기뻤다. 아이가 방긋방긋 웃었다. 저녁에는 아이를 씻겨서 일찍 재워놓고 편안한 복장으로 머리를 질끈 묶은 후 집중적으로 일했다. 다음날 출근하면 바로 팀장님께 수정받을 수 있도록 계획서의 대부분을 사전 작업했다. 또한 새벽까지 법령과 지침 5권을 붙잡고 달달 외웠다.

업무는 더 이상 밀리지 않았고, 업무를 초과근무시간으로 미룰 필요가 없어져 업무효율성은 높아졌다. 야근하지 않기 위해 1분을 1시간처럼 일했다. 안방 화장대에서 화장품은 사라지고 온통 법령 책과 서류가 뒤덮었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 강해졌다. 초과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반짝반짝 빛나는 딸의 웃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

일과 가정이 양립되면서 가시적으로 좋은 성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이는 더 이상 어린이집에 등원하면서 울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도 낮잠을 편안하게 잘 자고 친구들과 다투거나 싸우지 않고, 밥도 잘 먹는다고 했다.

업무적으로는 자치구 내에서 민원업무처리 결과와 건수를 분석하여 직원이 받을 수 있는 민원처리우수상을 받았고 2016년 7월에 새롭게 기획된 ‘맞춤형 보육사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자치구 내에서 각 부서의 업무추진 실적 부문에서 우수과제 추진상을 수상했다.

여기에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전국 시군구의 맞춤형보육사업 추진정도를 평가한 결과 우리 성북구가 우수상을 받게 되었다. 다시 돌이켜봐도 더없이 행복했던 순간이다. 재직 6년간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상을 유연근무제를 시작하고 난 후 1년 동안 휩쓴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따뜻한 팀원, 동료, 팀장님, 과장님을 만나 배려 받으면서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사실 이미 엄마가 되는 순간 어느 정도의 각오를 누구나 하지만 현실의 벽은 그 각오의 수준을 우습게 넘어서기 일쑤다. 누구나 엄마를 연습하고 엄마가 되지는 않듯 모든 게 처음인 내게 주 3일제, 주4일제와 같은 획기적인 제도보다 더 절실한 것은 바로 ‘1시간’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워킹맘의 일상은 정말 달라질 수 있다. 어느 부서든, 어느 업무를 맡든 눈치 보지 않고 ‘1시간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일과 가정의 양립,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슈퍼맨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내 딸의 거울이 되는 이 길을 먼저 걷고 있다는 것이다. 너의 엄마로, 너의 인생선배로 그렇게 말이다. 사랑하는 딸이 나를 멋진 엄마이자 공직에서 크고 작은 성과를 일구어내는 자랑스러운 인생의 선배로 기억할 수 있도록 있는 힘껏 노력하고 싶다.

비록 바쁜 엄마였지만, 엄마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 자리에서 엄마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사랑했음을 느낄 수 있기를 꿈꿔본다. 부족하지만 사랑이 많은 엄마가 되고 싶고, 지침을 완벽하게 다 외우지 못하더라도 고마운 동료들과 함께 협업하며 묵묵히 공직의 길을 걷고 싶다. 

가정이 안정되니 사실은 욕심이 생긴다. 나는 내게 찾아와 줄 보석 같은 두 번째 아기천사를 간절히 기다리며 고대하고 있다. 두렵거나 무섭지 않다. 나는 준비되어 있고 회사에서는 전폭적으로 지원해줄 것이 분명하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얼마든지 업무처리를 잘 할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오히려 첫 번째 천사를 키울 때보다 더 잘해낼 자신감이 뿜뿜 생겼다.

슈퍼맨을 만드는, 한 시간의 마법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활용되기를 기대해본다.

2017.11.24 심은실 서울특별시 성북구 돈암1동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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