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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경력 쌓아가는 마이스터·특성화고 졸업자들

“남들보다 일찍 시작…조금씩 성장하는 내 모습이 좋아”

2017.03.31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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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정 한화손해보험 개인금융팀 사원 

한화손해보험 박수정 씨.
한화손해보험 박수정 씨.
벌써 직장 생활 4년 차다. 박수정(23) 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대기업에 취업했다. 채용전제형 고졸 인턴사원 제도를 통해서다. 요즘 같은 취업 불황에 주변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일찌감치 취업을 하고 여유가 생기니 자기계발에 신경 쓰게 된다. 남들은 대학을 나와 자격증을 취득하고 입사 지원서를 쓰는 시기에 그는 거꾸로 회사에 다니며 대학 진학,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이른바 ‘선취업 후진학’이다.

그가 졸업한 대전여자상업고등학교는 회계정보과와 회계경영과를 둔 특성화고다. 중학교 때 공부를 곧잘 하던 그가 특성화고를 선택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처음에는 특성화고에 다니다가 교대에 진학하려고 했다. 물론 부모님은 이를 반대했다. 남들처럼 인문계고에 진학해 대학에 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학교에 다니며 ‘회계’ 분야로 진로를 정한 딸을 응원해줬다.

대전여상은 취업을 위주로 교육과정이 편성돼 있다. 인문계고와 달리 회계, 컴퓨터 관련 과목이 많다. 또 반마다 반장 외에 ‘기능부장’이 있어 각종 자격증 날짜를 고지하고 학생들의 시험 접수를 맡는다. 그 덕에 박수정 씨도 재학 시절 파워포인트, 엑셀, 워드 등 각종 자격증을 취득해 입사 후 업무에 바로 이용할 수 있었다.

고졸 채용은 보통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이뤄지지만 2012년 한화그룹은 이례적으로 고등학교 2학년 인턴사원을 선발했다. 박수정 씨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한화손해보험 인턴사원이 됐다. 고2 여름방학 때 인턴 교육을 받은 그는 이듬해 10월 회사에 정식으로 입사했다.

열아홉 살 신입사원은 단번에 사내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가 다른 신입사원보다 7~10세 어렸기 때문이다. 현재 박수정 씨는 한화손해보험 개인금융팀에서 부동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회사에 와서 등기부등본이란 말을 처음 들어봤어요. 그만큼 모든 게 낯설었죠. 퇴근 후 따로 공부하며 업무에 숙달되기 위해 노력했어요.”

지금은 서울에서 방을 구할 때 부동산을 거치지 않고도 융자가 있는지, 돈을 돌려받을 때 어려움은 없을지 등을 꼼꼼히 따져볼 수 있을 만큼 노련해졌다. 회사에서 매년 10명 내외의 고졸 인재를 채용하고 있어 후배 교육도 맡는다. 그는 어린 나이에 입사한 만큼 회사에서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을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고도 했다. 내년에는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고졸 차별 때문이 아니라 자기계발 차원에서다.

“주변에 워낙 고스펙자가 많다 보니 동기부여가 돼요. 지금은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업무 관련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대학 교육을 병행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꿈 많은 청춘 박수정 씨가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당부한 것이 있다. ‘연봉보다 적성을 고려할 것.’ 어떤 회사인지, 어떤 업무를 하는지 먼저 고려하고 자신의 꿈과 연계된 곳에 입사하라고 당부했다. 또 자신의 꿈과 미래가 돈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강조해 덧붙였다.

김석현 한국공항공사 서울지역본부 토목조경팀 사원 

한국공항공사 김석현 씨.
한국공항공사 김석현 씨.
성적이 좋던 학생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특히 그랬다. 일반고에 진학해 명문대학교에 가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학생의 생각은 달랐다.

“일반고에 진학해서는 제가 이루고자 하는 바에서 멀어질 거라 생각했어요. 특성화고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죠.”

생각을 전해 들은 부모님은 만류했다. 그래도 그는 꺾이지 않았다. 한동안 집안 분위기가 살벌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던가. 결국 그는 특성화고에 진학했고 3년을 보냈다. 지금 부모님은 “네가 특성화고에 간 건 신의 한 수였다”고 말한다.

김석현(20) 씨는 서울의 한 특성화고에서 공간개발을 전공했다. 올해 졸업과 동시에 한국공항공사에 입사했다.

“당시 막 대학 진학을 앞둔 대다수의 친구들은 아직까지는 ‘공사’라는 직장에 대한 개념이 잡히질 않아 큰 반응이 없었어요. 같이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친척들에게는 몇 달 동안 제 취업이 큰 화젯거리였지요.”

현재 그는 서울지역본부 토목조경팀에 소속돼 있다.

“제 전공으로 갈 수 있는 공기업은 굉장히 한정돼 있어요. 때문에 채용 공고가 뜰 때마다 원서 접수를 했는데, 공항공사는 1차 시험 때 한국사와 일반상식을 보더라고요. 자신 있는 분야라 망설이지 않고 지원하게 됐습니다.”

입사 동기 중 고졸 사원도 꽤 있어서 나이차 때문에 느끼는 불편함은 없었다고 한다. 특유의 넉살 덕에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대졸 동기들과도 잘 지낸다고.

“71명의 동기 가운데 고졸 사원은 열두 명이었습니다. 제 성격이 워낙 살갑기도 하고, 대졸 동기들과는 어느 정도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죠. 하하.”

그는 업무 수행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아무래도 고교 시절의 교육 과정이 크게 한몫했다.

“정말 뿌듯했던 일화가 있습니다. 회사의 측량 장비 중 자동레벨이 있는데, 측량을 하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선배들은 레벨에 대한 실무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설치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는데 공간개발을 전공한 저는 레벨은 수십 번 만져봤기에 간단히 설치할 수 있었죠. 그때부터 부서 내에서 제 별명이 ‘측신(측량의 신)’이 됐죠.”

그는 “이제 대학 들어가서 개강을 하고 새 친구를 사귀느라 바쁜 친구들이 가끔은 부럽기도 하지만 4~5년만 지나면 다들 저를 부러워할 것”이라면서 웃었다.

김석현 씨는 훗날 후학 양성의 꿈을 가지고 있다.

“딱히 강의 주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후학들에게 취업과 도전, 성공과 관련된 강의를 해보고 싶습니다. 실제로 모교에서 후배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는 마지막으로 ‘고졸 인재’가 좀 더 양성화되기 위한 제언도 곁들였다.

“취업하고 나서 느낀 점이 있어요. 아직까지 현장에서 경험해야지만 알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실무 중심의 교육을 받은 저도 그렇고요. 교육 과정이 좀 더 실무적으로 재편되면 더욱 많은 양질의 인재들이 배출될 것 같습니다. 결국 그런 인재들이 진정한 능력 중심의 사회를 실현하는 거니까요.” 

 이선민 (주)코비젼 협업팀 사원 

IT개발자 이선민씨.
IT개발자 이선민씨.

여학생 치고는 독특한 꿈이었다. 어릴 적부터 게임을 좋아했던 이선민(24) 씨는 IT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IT 업계 사람들에게 물씬 풍기는 ‘전문가 포스’도 썩 마음에 들었다. 일찍이 진로를 정하고 미림여자정보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 전 필수과정인 적성검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이 꼭 맞는 과로 나왔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부모님 또한 그의 의사를 적극 지지했고, 친구들은 원하던 공부를 하게 된 것을 축하해줬다.

“클라이언트 미팅을 하면 제 나이를 듣고 다들 깜짝 놀라요. 하지만 협업을 하다 보면 이내 나이는 논외가 되죠.”

코비젼은 그룹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다. 협업팀에 근무하는 이선민 씨는 그룹웨어 중에서도 전자결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2012년부터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해 20대 초반이지만 벌써 5년 차 직장인. 올해는 대리로 승진까지 했다. 특유의 근면성실함과 함께 사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밝은 성격도 가산점이 됐다.

“저희 회사에서는 업무 평가를 도입하면서 능력 중심의 직원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타 회사의 경우 고졸, 대졸에 연봉 차이를 두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직급 차이를 두기도 하고요.” 

이선민 씨는 “현장에서 일해보면 고졸이라고 해서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면서 “편견을 없애고 능력 중심으로 평가해주는 기조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으론 ‘고졸 사원’이라 다소 애매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입사했을 때 제가 너무 어리다 보니 상사 분들이 조금 낯설어 하는 느낌이랄까요? 하하하. 이렇게 어린 사원은 처음 보셨을 테니까요. ‘세대차이 안 나야 할 텐데’ 하며 우스갯소리도 하시고요. 입사 동기들보다 훨씬 어린 건 물론이고 몇 기수 후배들도 저보다 나이가 많아요.”

초반에는 이런 상황이 조금 어색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때는 조금 소심한 성격이라 말주변도 없고 낯가림도 있었는데 조직 생활을 하면서 바뀐 것 같아요. 직장에서 다양한 상황에 부딪히고 고객사 미팅을 하면서 많이 배웠죠.”

본사는 서울이지만 그는 요즘 울산에 머물고 있다. 울산 소재 한 중공업 회사의 프로젝트를 맡게 돼 거의 한 달째 타지 생활을 하고 있다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바닷가 근처라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요. 덕분에 회사, 집, 회사, 집, 하고 있죠.”

이선민 씨는 훗날 국내 최고의 그룹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하지만 회사에 몸담고 있는 동안에는 조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거라고.

“직급이 계속 올라가면 회사에서 요구하는 사항도 그에 따라 달라지겠죠. 제가 기대하는 것도 있을 테고요. 그걸 둘 다 충족시키는 직원이 되고 싶어요. 조직 내에서 꼭 필요한 사람. ‘결재 시스템만큼은 이선민이 잘 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요.”

김현아 아이디헤어 직원 

헤어디자이너 김현아 직원.
헤어디자이너 김현아 직원.
김현아(20) 씨는 새내기 미용사다. ‘아이디헤어’에서 디자이너를 꿈꾼 지 5개월이 됐다. 하지만 가위질을 하는 그의 손은 능숙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미용 자격증을 취득하며 다진 실력 덕분이다. 그가 졸업한 한국뷰티고는 헤어미용, 피부미용, 네일아트, 메이크업 등 분야의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제주도 소재 특성화고다.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취업에 나선다. 지난해 취업률(60.3%)도 진학률(23.5%)보다 높았다.

한국뷰티고는 토탈뷰티과를 편성해 일반 교육과정 외에도 자격증을 목표로 수업을 진행한다. 1학년은 헤어미용, 피부미용을 배우고 2학년은 네일아트, 3학년은 메이크업 과정이 추가된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교과 수가 줄어들고 전공 수업과 실습 과정이 많아진다. 또 학교에서 뷰티숍과 카페 시설을 운영해 지역 주민, 학부모를 대상으로 일정 금액을 받고 학생들이 실습 활동을 겸해 미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현장 경험을 쌓고 수익금은 소외 이웃에게 기부한다.

이렇게 경험을 쌓다 보면 자격증 취득이 어렵지 않다. 김현아 씨도 졸업 전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학교는 취업도 연계해준다. 김현아 씨가 지금 일하고 있는 ‘아이디헤어’는 학교와 협약을 맺은 미용실이다. 3학년 여름방학 때 경기도 일산에 있는 이곳에서 실습을 시작했고 작년 11월 취업을 확정지었다. 함께 졸업한 친구들 역시 서울, 부산, 경기 등 각 지역에서 자리를 잡았다.

학교에서 미용 관련 이론과 기본 기술을 익혔다면 이제는 응용 단계다. 정식 디자이너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2~3년의 스태프(견습)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대한 기술을 터득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게 고되고 힘들지만 참고 견딘다. 그를 지탱해주는 힘은 디자이너가 된 미래의 모습이다.

“미용은 경력이 중요해요. 전 고등학생 때부터 미용을 접해 익숙해졌고 열아홉에 일을 시작했죠. 대학에서 미용을 배운 사람은 보통 스물셋에 스태프 과정을 시작하는데 그때면 전 디자이너가 돼 있을 거예요.”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이 엠티를 가고 캠퍼스 커플이 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김현아 씨는 미래를 생각하며 남들보다 조금 일찍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두상, 모발이 각각 다르고 유행이 시시각각 변하는 만큼 김현아 씨는 게으를 틈이 없다.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다.

스무 살. 남들은 한창 꿈을 찾는 나이지만 그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어려서 문구용 가위로 친구들의 머리를 다듬어주다 적성을 발견했고 남들보다 빨리 진로를 선택했다.

“아직 파트너(스태프·견습)지만 빨리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힘들어도 만족하는 손님을 보면 즐거워요. 나중에는 ‘아이디헤어’ 제주 지점을 만들고 모교에서 후배들에게 미용의 매력을 알려줄 거예요. 미용에 관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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