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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한 번 덜 하면 계속 함께할 수 있잖아요!”

주민투표로 경비원 고용 지켜낸 인천 가좌동 진주2단지

2018.01.31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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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23.5% 반대 58.2%. 누구도 예상 못한 결과였다. 지난해 7월 2018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되며 인천 가좌동 진주2단지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고민에 빠졌다. 최저임금이 오른다는 건 경비원들의 월급 인상을 의미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었다.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10월, 이 안건은 주민투표에 부쳐졌다.

안건에는 기존 일곱 개의 초소를 네 개로 축소하고 그에 따른 경비원도 14명에서 7명으로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인력을 유지할 경우 세대별로 매월 5020~8560원의 관리비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대로 초소를 통합하고 인력을 감축하면 초소 구축 비용이 발생하지만 입주민 부담은 없었다.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주민 부담도 1/2로 줄어

사실 이곳은 2년 전에도 경비원 감축을 두고 주민투표를 한 경험이 있다. 당시 근소한 차이로 기존 경비 인력을 유지하는 결과가 나왔다. 하물며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마당에 낙관적인 결과를 예측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유성만 경비원은 “3년째 이곳에서 일했어요. 이제 일자리를 잃으면 어쩌나 걱정 많았죠”라고 당시를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주민의 81%가 참여한 투표에서 주민의 58.2%가 고용 유지를 선택했다. 해고 의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였다. 덕분에 경비원 14명, 청소원 4명은 직장을 유지하게 됐다. 유 씨는 “결과를 보고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저 주민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었죠”라고 말했다. 결과가 공고되자 입주민들은 오며가며 경비원에게 “함께하게 돼서 기쁘다”는 뜻을 전했다.

주민들은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다는 점, 초소를 통합하면 경비원들의 업무량이 늘어난다는 점을 지적하며 고용 유지의 뜻을 전했다. 요즘같이 택배 등을 관리하는 업무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비용을 조금 더 내더라도 좋은 서비스를 받고 싶은 공감대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한 입주민은 “우리는 6000원씩 늘어나는 셈이지만 경비원은 일자리를 잃는 거잖아요. 외식 한 번씩 덜 하고 어려운 상황을 함께 이겨나갔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단다.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하고 살아가는 경비원을 그냥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김찬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주민들이 이런 결정을 내린 건 평소 경비원들이 성실하게 일하는 걸 주민들이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진주2단지의 유대관계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경비원은 24시간 1일 맞교대 형태로 근무한다. 수시로 순찰을 하고 주차관리, 분리수거 등 아파트 내 질서를 유지하고 주민의 편의를 확인한다. 경비원은 성실하게 본연의 임무를 다했고 주민들도 이를 높이 샀다. 경비실에는 여름이면 아이스크림, 음료수, 겨울이면 귤, 부침개 등 주민들이 가져다준 간식거리가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순찰 도중 눈길에 미끄러져 팔을 다친 한 경비원에게 입주민이 위로금을 전하기도 했다.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책이 발표된 시점은 이 아파트의 경비원 고용 유지가 결정된 후였다. 아파트 측은 1월 급여가 지급된 후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할 계획이다. 매월 218만 원의 안정자금이 지급돼 가구당 인상액이 79㎡ 2845원, 102㎡ 3660원, 135㎡ 4840원으로 조정된다. 처음 예상했던 관리비 부담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김창규 경비원은 “월급이 26만 원 정도 오르게 됐어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으로 가계에 큰 보탬이 될 것 같아요. 이곳에서 벌써 6년째 일하고 있는데 건강하게 오래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주민투표로 경비원 14명과 청소원 4명 전원 고용을 유지하기로 한 인천 진주2단지 아파트는 1월부터 월 218만 원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받는다. (왼쪽부터) 김창규 경비원, 김찬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입주민 신영희 씨, 유성만 경비원, 박상남 관리사무소장.(사진=C영상미디어)
주민투표로 경비원 14명과 청소원 4명 전원 고용을 유지하기로 한 인천 진주2단지 아파트는 1월부터 월 218만 원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받는다. (왼쪽부터) 김창규 경비원, 김찬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입주민 신영희 씨, 유성만 경비원, 박상남 관리사무소장.(사진=C영상미디어)

인력 감축에 앞서 주민 의견 꼭 물어봐야

진주2단지 아파트는 경비원·청소원의 해고나 휴게시간 확대 없이 일자리 안정자금과 관리비 인상으로 임금 인상분을 충당하기로 했지만 모든 아파트가 그런 것은 아니다. 경비요원·청소요원을 해고하고 두 명이 하던 일을 한 명이 하는 형태로 인력을 감축한다. 또는 휴게시간을 확대해 24시간 직장에 있음에도 사실상 근무시간과 급여를 줄이는 편법을 사용한다. 이러한 경우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상이 될 수 없다.

또 한 가지 이 아파트에서 눈에 띄는 점은 모든 과정을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의사결정을 내린 점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때문일까.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주민은 없었다. 김찬무 회장 역시 주민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아파트에서 주민투표를 거치지 않고 입주자대표회의 단독으로 인력 감축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어요. 뉴스에서 ‘기꺼이 관리비를 더 낼 의사가 있는데 왜 해고부터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변하는 한 주민의 인터뷰를 봤어요. 이런 문제는 대표가 단독으로 처리할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주민의 의견을 물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들과 입주자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 하는 관계니까요.”

최저임금 인상 속 상생 협력 사례

GS리테일(GS25)은 최저수입 보장 규모를 연 50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인상하고 심야 영업 시 전기료를 100% 지원한다. 본사가 부담하는 비용은 연 350억 원 정도다.

미니스톱은 ‘가맹점 안심 패키지 제도’를 도입했다. 매출이 극도로 부진한 점포는 위약금 없이 신규 점포로 옮겨준다. 경영주가 긴급하게 생활자금이 필요한 경우 300만 원의 긴급 생활자금을 지원하고 경영주가 부담하던 점포 수선비와 소모품비를 본부가 80%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신규 점포는 패스트푸드 상품 폐기 지원을 월 50만 원까지 지원 받는다.

패스트푸드점 KFC는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경영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전국 매장의 매니저와 아르바이트생 등 직원을 전년보다 20% 늘리고 50여 곳의 영업 종료 시각을 한 시각씩 연장하는 것이다. 대신 이벤트 등으로 고객을 더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서울 구로구 천왕연지타운2단지 아파트의 경비원 8명은 휴게시간을 보장받고 입주자가 경비원의 급여 인상분을 모두 분담하기로 했다. 경비원 임금은 2017년 월 177만 원에서 2018년 206만 원으로 인상됐다. 이 아파트는 공동주택대표회의 회장 명의로 ‘양심계약서’를 게재하며 “편법으로 경비원을 해고하고 휴게시간을 늘려가며 인금 인상을 안 하려는 파렴치한 아파트는 되지 말자”고 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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