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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은 이웃집 아버지, 파트너로 함께 가야죠”

서울 성동구 ‘아파트 경비근로자와 상생하는 고용안정 협약서’ 체결

2018.03.02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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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는 전체 주택의 약 75%가 공동주택이다. 그만큼 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다수의 구민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자칫 삭막하기만 할 수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에 훈훈한 소식이 들려왔다. 도시의 개성 강한 주민들이 아파트 경비원들을 위해 상생을 실천한 것. 성동구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이하 성아연)와 서울 성동구가 ‘아파트 경비근로자와 상생하는 고용안정 협약서(MOU)’를 체결하며 뜻을 모았다.

MOU의 배경에는 최저임금 보장이 있었다. 성아연은 성동구 아파트 대표들로 결성된 단체로 평소 아파트 정보를 공유하며 주기적인 회의를 가져왔다. 지난해 하반기, 2018년 최저시급이 7530원으로 결정되며 경비원의 임금 인상과 고용이 성아연 정식 안건에 부쳐졌다. 경비원의 임금 인상은 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이 늘어남을 의미했다. 몇 차례 논의를 거친 끝에 성아연은 함께 잘 살자는 ‘상생’에 합의했다. 지기남 성아연 회장은 “경비원은 우리 이웃의 형이고 아버지입니다. 아파트 주민 중에도 경비근로자가 있을 수 있어요. 파트너로 인정하고 함께 가는 게 맞습니다”라고 상생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 성동구와 성동구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회장 지기남, 가운데)는 아파트경비근로자를 위한 고용안정 협약서를 체결하며 ‘상생’을 선택했다. ⓒC영상미디어
서울 성동구와 성동구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회장 지기남, 가운데)는 아파트경비근로자를 위한 고용안정 협약서를 체결하며 ‘상생’을 선택했다.(사진=C영상미디어)

성동구 벤치마킹 문의 이어져

물론 이견도 있었다. 임금 결정은 개별 아파트의 고유 권한인데 이를 침해한다는 의견이었다. 다른 지역은 근무 형태를 바꾸거나 임금 인상폭을 낮게 설정하는데 성동구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지 회장은 대표자들을 설득했다. 정부에서 결정한 16.4% 인상분에 따라 경비원의 임금을 올려도 주민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파트마다 상황은 달랐지만 세대당 4000~1만 원을 부담하면 됐다. 주민들이 이 정도의 부담을 감수하면 경비원은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주민에게도 “아파트와 경비원을 위해 그 정도 감당할 수준이 되지 않으십니까?”라고 공손하게 되물으면 이내 동의하곤 했다. 수차례 논의 끝에 대표자들은 의기투합했다.

여기에 성동구가 가세해 MOU가 성사됐다. 성동구 역시 최저임금 보장이 결정된 직후부터 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고 있던 차였다. MOU에는 경비원의 안정적 고용 보장과 근로환경 개선, 아파트 관리 서비스 향상을 위한 노력, 공동체 문화 확산과 가치 공유를 위한 상생 협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MOU는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 그렇지만 아파트 입주민들이 경비원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그들을 위한 진심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경비원 당사자들에게 이보다 더 든든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성동구는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특별 교육을 지원할 예정이다. 우선 노무사, 회계사 등을 초청해 법률 상담을 진행한다. 아울러 아파트 승강기 안전 진단, 지진·화재에 대응한 안전 교육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성동구에서 실시하지 않는다면 개별 아파트에서 직접 부담해 진행해야 할 일이었다. 양측은 MOU를 기점으로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동구청 공동주택과 최영준 팀장은 “성동구의 상생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른 지자체의 문의가 종종 온다”고 했다.

주민에 대한 믿음·고마움이 업무 열정으로

아파트 경비근로자와 상생하는 고용안정 협약서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행당삼부아파트. 1996년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에는 498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서 5년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노희일 씨는 이제 아파트 단지를 훤히 꿰뚫고 있을 정도로 노련한 경비반장이다. 2018년 최저임금이 16.4% 오른다는 소식과 함께 그에게 스친 것은 고용 불안이었다. 휴게시간이면 동료 경비원들과 모여 앞으로의 일을 걱정했다. 그는 “사실 월급이 10만~20만 원 오른다는 기대감보다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 컸어요”라고 했다.

그러나 성아연의 결정 소식이 알려지며 불안감은 곧 해소됐다. 행당삼부아파트는 노 씨를 비롯한 경비원 열두 명과 미화원 네 명의 고용을 유지하며 임금 역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노 씨의 2018년 1월 급여는 2017년 대비 실수령액 25만 원이 올랐다. 적지 않은 금액에 그도 놀랐다. 그는 “손주들에게 세뱃돈을 두둑하게 줄 수 있어 좋았어요”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급여가 오르고 주민들에 대한 믿음과 고마움이 생기자 업무에 더 열정적으로 임하게 됐다.

관리사무소도 반색했다. 성아연에서 먼저 나서 긍정적 결론을 유도해줬기 때문이다. 김학진 행당삼부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원의 처우를 보장해주니 관리사무소 입장에서는 큰 부담을 덜었습니다. 안 그랬으면 꽤 난처했을 거예요”라고 했다. 아파트 관리가 입주민과 경비원 사이의 조율관계라기보다 결정을 통보하는 관계에 가까운데 주민들이 먼저 원칙에 입각한 합의를 이끌어내주니 경비원에게 전달하는 입장에서 훨씬 수월해졌다는 설명이다.

행당삼부아파트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했다. 경비원·미화원 열여섯 명 모두가 조건에 해당돼 아파트는 200여 만 원을 받게 됐다. 안정자금이 들어오면 관리비에 반영돼 주민들이 부담하는 관리비는 다시 조정될 예정이다. 성동구는 116개 아파트 중 85개 의무단지를 중심으로 경비원의 고용 불안을 줄이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를 하고 있다.

중요한 건 지속적인 실천이다. 지기남 회장은 경비원의 고용 보장이 안정 궤도에 이르면 근무환경 개선이 다음 단계라고 했다. 경비원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행당삼부아파트 관리 초소에 에어컨을 설치할 예정이다. 성동구 역시 아파트 공동체 문화가 돈독해질 수 있도록 문화행사 등 협력 방안을 기획하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성동구 아파트 곳곳에서 ‘찾아가는 음악회’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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