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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
이전 정부에서 주택관련 정책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공급을 늘려왔으나 오히려 무주택 서민·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은 요원해졌고 전셋값 상승으로 임차가구의 주거안정성도 취약해졌다.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율도 6.3% 수준으로 OECD 평균인 8%를 밑도는 수준이다.
대출을 통한 자가 소유를 권하는 정책을 추진했던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증가의 숙제만 안은 채 2016년 기준 자가점유율이 56.8%에 머물고 있다. 해외 사례를 고려해도 싱가포르를 제외한 OECD회원국 대부분이 반세기동안 자가 점유율이 70%의 벽을 넘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 자가 주택 촉진 정책은 한계에 봉착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반면, 스위스나 독일과 같이 자가 점유율이 40%대에 머물고 있어도 임차인의 주거여건이 비교적 안정된 나라를 보면 우리나라도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11월 29일 발표된 주거복지로드맵에서는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무주택 서민·실수요자를 위한 공적 주택 100만 가구 공급이다. 임기중 공공임대 65만 가구를 포함해서 공공지원(부지확보) 20만 가구 및 공공분양 15만 가구 등 100만 가구를 향후 5년간 매년 20만 가구씩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이중 공공임대주택은 연평균 13만 가구를 건설할 계획인데 이중 건설형 7만 가구, 매입형 2만 6000가구, 임차형 3만 4000가구를 공급, 물량 뿐만 아니라 임차 방식 및 지역적 안배 등을 고려해서 공급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의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필자 입장에서 이번 주거복지 로드맵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가장 반가운 정책이었다. 공공임대주택의 정의는 국가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정부의 재정보조, 영구임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 공익적 목적이라는 공통적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이 저소득층을 위한 전유물로 자가 소유에 비해 열등재로 인식되면서 입주자간 갈등을 초래하기도 하고 주택수당이나 주택바우처 같은 임대료 보조 제도보다 후순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공공임대주택은 초기에는 정부의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임대료 규제를 통해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반면 임대료 보조는 처음에는 재정 부담이 적으나 시장 임대료 상승에 따라 재정 부담이 점차 가중되는 단점이 있다(‘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 2017).
특히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했던 필자의 경험에 비춰볼 때 공공임대주택 서민의 주거안정 및 내집마련을 위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90년대 중반 결혼했던 필자는 다가구주택의 방 한 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당시는 1기 신도시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미분양이 늘어가던 시점이라 마침 일산신도시에 공급했던 50년 임대주택이 미분양되면서 무주택이었던 나에게도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96년 첫 입주시점의 월임대료가 9만 9000원이었고 매년 임대료가 오르긴 했으나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아파트를 분양받고 입주할 때까지 4년여 간 살다가 반납하고 나올 때 임대료가 14만 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는 ‘부담 없는 임대료’를 내면서 ‘주인 눈치 않보고’ 편하게 새 아파트에서 살다가 ‘원하는 날짜’에 보증금 돌려받고 나오면서 내 인생의 처음 살아본 아파트와 이별했다. 보증금이나 월세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아파트 청약, 계약금과 중도금을 마련하여 내집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징검다리가 돼 주었다.
또한 주거복지로드맵에서는 생애단계별·소득수준별 맞춤형 주거지원을 표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주거약자에 해당하는 ▲청년 ▲신혼부부 ▲고령층 ▲저소득 및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 정책을 담고 있다. 청년을 위해 셰어형·창업지원형 등 맞춤형 주택 30만실을 공급하고 신혼부부를 위해 신혼특화형 공공임대주택 20만 가구도 공급된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시대에 맞춰 무장애 설계를 적용한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5만 가구를 공급하고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공적임대 41만 가구 건설할 계획이다.
즉 주거복지로드맵은 주거 사다리로서 주거 약자를 위한 정책을 명확히 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을 명확히 했다는 의미를 가지나, 특정 계층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 청년이나 신혼부부 대상에서 벗어나는 차순위 취약계층의 역차별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할 계획이라 수도권 그린벨트 땅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분양가 상한제 주택 등 로또 광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민간의존도가 높은 국내 임대주택시장에서 다주택자를 양성화해 임대시장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서울 집값 상승폭이 커지는 상황인 만큼 민간임대사업자 양성 정책은 단기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주거의 안정을 도모할 로드맵이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시장의 불신과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새 정부의 뚝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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