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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봉 한국지진공학회장(인하대 교수) |
포항 지진은 도심지 근처 얕은 위치에서 발생하여 규모가 5.8이었던 경주지진 보다 작았음에도 피해는 훨씬 컸다. 기와 탈락과 담장 붕괴 등이 많았던 경주지진과는 다르게, 포항지진은 주택 등의 구조적 부분까지 피해가 발생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필로티 건물, 기울어진 아파트 등 생활공간인 주택의 피해는 시민들의 불안을 키우기도 했다. 지진이 나자 전국의 지진 전문가들은 한걸음에 현장으로 달려가 안전점검을 지원하는 등 유례없는 피해상황을 수습하는 데 큰 도움을 준 바 있다.
포항지진은 1년 전 경주지진을 겪어서인지 정부의 초동조치가 빠르게 이뤄진 것으로 생각된다. 지진 발생을 알리는 긴급재난문자가 진앙보다 먼 곳에서는 사람들이 지진을 느끼기 전에 먼저 도착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신속하게 가동됐다.
무엇보다도 다음날로 예정된 수학능력시험 시행 여부를 수험생의 입장을 반영하여 연기하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더욱이 발생 5일 만에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는 등 수습·복구를 신속하게 진행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지진 피해지역인 포항시의 한 대학교를 방문해 지진 피해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
그러나 경주와 마찬가지로 포항에서도 내진성능확보 부족, 피해 수습 장기화 등의 문제점들은 여전히 노출되기도 했다. 지진 관련 제도개선과 대책이 실행돼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에서는 내진보강 강화, 단층조사 등 대책들을 보다 더 과감하고 빠르게 실행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포항지진으로 인한 재산피해는 850억원에 이른다. 정부에서는 공공시설에 대한 복구를 빠르게 추진하는 한편, 주민 생활 안정을 위해 신속하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심리치료와 함께 구호활동도 적극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사유시설 피해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국가 재정의 한계와 형평성 등을 이유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국민도 지진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우선,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에 대한 숙지를 통해 대응역량을 강화하고 개인 소유의 건물에 대해서는 내진성능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보험가입 등을 통해 개인의 자산을 지킬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정부는 세금감면 외에도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연내에 시행예정인 ‘지진 안전 시설물 인증제’는 시의 적절한 제도로 보이며, 향후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포항은 아직까지 복구가 진행 중인 시설이 남아있고 지진 여파로 인한 충격과 함께 지역 경제도 주춤해졌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지진 피해로부터 경제를 회복하고 포항을 지속 가능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지진피해가 컸던 포항 흥해지역을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추진한다는 소식도 있다.
포항의 지진피해지역은 내진설계·보강과 함께 재난피해 방지를 위한 방재시설계획 등을 통해 지진 안전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이외에도 포항지역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여러 부처에서 추진 중인 사업을 연계하는 등 다양한 방안도 함께 강구돼야 할 것이다.
경주와 포항지진을 겪은 후, 학계와 정부는 더 이상 한반도가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공감대 속에 우리나라의 지진방재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올해 5월 이후 정부는 지진방재 개선대책을 새롭게 개선하여 국가 시스템에 적용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
학계 전문가들도 포항지진 피해 사례들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지진분야에 대한 연구를 새로운 방향에서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이런 작업이 어느 정도 완료되는 시점에는 전문가와 정부가 다 같이 모여 지진방재대책 등을 재점검하고 토론하는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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