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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정상회담 중 잠시 진행된 기자단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한 평화를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협상 방향을 언급하면서도 만일 북한이 강경한 태도로 나올 경우 정상회담의 연기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한 미국의 북핵 협상 방향
당초 북미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습을 보였을 때 굳이 문재인 대통령이 이 시기에 미국을 방문할 필요가 있는지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5월 7일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2차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강경한 입장을 연일 밝히고 있는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됨으로써 우리 정부의 역할이 빛나게 됐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한미 양국 정상의 신뢰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정상회담은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정도 조율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미국의 북핵 협상 방향의 큰 그림이 나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대신 북한에 그만큼 큰 보상을 하겠다는 미국의 빅딜 구상이 제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에 비핵화의 핵심 부분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괄타결 방식을 통한 빅딜 구상이 그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물리적으로 일괄타결의 이행이 어렵다는 문제 인식도 드러냈고 그 결과 일부 단계를 나눌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짧은 시간’을 여러 차례 강조함으로써 단계를 나눔으로 인해서 비핵화가 지연되는 것은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이뤄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체제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제시했다. 과거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전보장을 넘어 김정은 정권의 안정과 북한의 번영까지도 약속한 적극적 안전보장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정은 정권의 안정’과 ‘북한을 도와서 위대한 국가로 만들어 주겠다’는 트럼트 대통령의 약속이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어떻게 구체화 될 것인지 향후 관심을 모을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다가올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기대의 목소리만 낸 것은 아니다. 미국이 원하는 ‘특정한 조건들(certain conditions)’을 얻을 수 없다면 정상회담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아도 다음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 언급은 ‘국내정치적 이유로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 없이 개최하려 든다’는 미국 내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함과 동시에,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반박한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북한 모두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의용 안보실장의 언급과 같이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99%로 평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의 안내를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철저한 준비로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 정착
물론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 북한의 비핵화 단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그리고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은 어느 정도로 제공해야 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조기에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북한으로부터 반출해 내야 한다. 북한의 핵 시설이나 핵관련 인력들은 그 다음에 천천히 풀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기 비핵화에 북한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북한이 원하는 정치적·외교적·경제적·군사적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인권문제 제기를 자제하고, 비핵화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하며, 대북 경제제재 해제와 경제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최근 북한이 강조하고 있는 연합군사훈련이나 전략자산 배치 문제에 대한 그들의 요구 사항도 수용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존립이 흔들리는 상황은 받을 수 없다. 만일 북한이 그 정도의 보장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비핵화 의지 없이 시간을 끌기 위한 핑계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제 평창 평화구상에서 북미 정상회담만이 남았다. 북한과의 핵협상은 수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서로 사용하는 용어의 의미가 같은 것인지부터 비핵화 조치와 보상 간의 선후관계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디테일의 악마가 도사리고 있다.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도 이행의 문제가 남는다. 하지만 지금도 이미 걷지 않아본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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