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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700만의 시대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음식 문화도 변하고 있다. 꽃피는 봄날, 초콜릿을 못 받아 새카맣게 타들어 간 솔로의 심정을 위로하는 블랙데이도 있었지만, 솔로에게 만만한 음식이 짜장면만 있는 건 아니다. 1인용 냄비에 담긴 샤부샤부부터 정성이 듬뿍 들어간 가정식 밥상까지 혼밥족의 한 끼를 다양하고 맛있게 책임지는 곳이 있다. 누구에게는 고독한 식사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오롯이 미각의 향연이 되는 ‘혼밥’, 마음먹기 달렸다. |
혼자 밥 먹을 권리와 선택의 자유, 혼밥 |
몇 년 전만 해도 홀로 식당에 들어서면 주인장의 눈치를 살폈다. 1인분의 메뉴를 시키는 것도 그렇고 혼자 4인 테이블을 차지하는 것도 눈치가 보였던 것이다. 요즘 홍대나 신촌에 가면 일명 ‘혼밥’ 식당이 꽤 눈에 띈다. 일단 “몇 분이세요?” 라고 절대 묻지 않는다. 식권 발매기에서 1인용 식권을 구매하고 바 형태의 자리나 독서실처럼 꾸며놓은 칸막이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신속하게 음식을 가져다준다. 신촌역 부근의 혼밥 식당으로 역사 깊은 ‘이찌멘’ 라멘집이나 홍대역 뒷골목의 ‘니드맘밥’이 대표적인 곳이다. |
상수동에서 라멘으로 유명한 ‘하카타 분코’도 혼밥을 즐기는 손님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후루룩 먹기에 부담 없는 국수에 진한 육수가 배어 있어 영양가 있는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신림동에는 1인용 보쌈 정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 ‘싸움의고수’가 있다. 신사동에 가면 1인 피자를 골라 먹을 수 있는 ‘제인스피키피자’가 있다. 서넛은 모여야 맛볼 수 있던 보쌈이나 피자를 1인분씩 맛볼 수 있어 대학생이나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대개 프랜차이즈로 운영되고 있어 도심 곳곳에 있다. 혼자라도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권리, 서울 시내 핫플레이스에서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
나만을 위한 냄비, 샤부샤부가 보글보글, 하나 샤부정 |
혼자 밥 먹기에도 단계별 레벨이 있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햄버거 혼자 먹기는 초급. 일반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고 가끔 맛집을 시도하는 단계는 중급. 사람 많은 술집이나 고깃집은 물론이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최고급 레벨이다. 혼밥 초급자도 마음 놓고 중급 레벨에 도전할 수 있는 식당이 있다. 나 홀로 바에 앉아 보글보글 끓여 먹는 샤부샤부다. |
삼성동 골목에서 24년간 샤부샤부 한 가지로 고집스레 맛을 지켜온 식당이라 1인 메뉴도 알차다. 1인 손님을 위해 마련한 바 형태의 식탁은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인기다. 1인 냄비에 각자의 샤부샤부를 즐길 수 있어 개인 식사에 익숙한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것. 혼자 오는 손님들에게 왠지 마음이 가서 채소 한 가지라도 더 챙겨준다는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도 넉넉하다. |
소고기보다 더 사랑받는 돼지고기 샤부샤부는 국내산 돼지고기의 목심을 즉석에서 얇게 썰어 내오는데,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배추와 쑥갓, 비타민, 부추, 버섯, 곤약, 두부 등 넉넉하게 즐기는 채소는 11가지 소스로 만든 참깨소스에 찍어 먹으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진하게 우러난 육수에 끓여 먹는 우동은 직접 만든 가츠오부시 소스 덕분에 수준급의 우동을 맛볼 수 있다. 보글보글 맛있게 끓고 있는 20년 된 냄비만 보아도 엄마의 부엌처럼 편안하고 구수하다. |
따로 또 같이, 한 밥상에서 만나는 즐거움, 메시야 |
대부분의 혼밥 식당은 벽을 마주보고 앉게 테이블을 놓아서 혼자만의 식사를 하도록 배려한다. 하지만 솔로라고 해서 매일 면벽수행만 할 수는 없는 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고 운 좋으면 혼밥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곳, ‘메시야’가 있다. 경리단 골목에 있는 간판 없는 집, 메시야는 일본 가정식 밥상을 차려내는 식당이다. 집밥이라는 의미를 가진 메시야는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 요리에 관심을 가졌던 주인장이 타고난 손맛을 살려 차려내는 건강 밥상이다. |
오픈한 지 5년 차인 메시야의 메뉴는 하루에 한 가지씩 일주일 동안 일곱 가지의 다른 메뉴로 밥상을 차려낸다. 차돌박이덮밥이나 카레라이스, 고로케, 가지덮밥, 야끼소바 등 주 메뉴 한 그릇에 은어조림, 연근튀김, 연두부, 참깨소스 어린잎 샐러드, 미소된장국이 나온다. 수수한 미소된장국 한 가지에도 버섯, 당근, 우엉, 감자, 달걀과 두부 등 영양을 배려한 재료가 넉넉하게 들어간다. |
일본에서 직접 구입한 그릇이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워 밥상의 정성이 먼저 눈으로 느껴진다. 테이블은 10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기다란 테이블 하나뿐, 혼자 밥 먹으러 온 사람들이 가족처럼 어울려서 먹는 공간이다. 단 연인이 많이 찾는 주말에는 커플 사이에 껴서 식사할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
나를 위한 맛있는 사치, 한우 구워 먹기, 이야기하나 |
혼밥 레벨의 최고봉이라는 혼자 고기 구워 먹기도 강남역, ‘이야기하나’ 식당에 가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저녁 6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하나는 선술집 분위기이지만, 1인용 화로구이에서 좋은 품질의 한우를 구워 먹을 수 있어 솔로 손님에게 사랑받는 곳. 16가지의 한우 부위를 오로지 내 스타일로 익히고 먹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
부위별로 30g씩 두세 점 나오는데, 지방을 적절히 발라내고 살코기로만 나온다. 질이 좋은 꽃등심은 두툼하게 잘라 나오는데, 소고기에 대한 주인장의 자부심처럼 웰던으로 구워도 질기지 않다. 고기를 구워 먹고 나서 화로에 주먹밥을 구워 먹어도 별미. 곁들여 나오는 선지해장국은 구수하고 얼큰하다. 가격대가 만만치 않지만, 맛있는 한우를 골고루 맛볼 수 있어 특별한 날에 한 번쯤 사치를 부려볼 만하다.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일본, 중국 솔로 여행자들도 꽤 많다. |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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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민혜경(여행작가) |
* 위 정보는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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