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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 한국인 의식주 변천사] ⑧ 수영복의 변화

쭉쭉빵빵 섹시美 발산…아찔 시원한 ‘비키니’가 대세

2015.07.21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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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철이면 바다로 산으로 피서를 떠나는 분들이 많을 거야. 자연스럽게 수영복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지. 지난해 피서 땐 너무 심한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이 많아 손자들과 같이 있기가 영 거시기 하더라고.

지금 기준으로 보면 얌전하고 조신한 수영복이었겠지만, 구보씨가 청소년 땐 수영복이라는 말만 들어도 엄청난 자극이었어. 그래서 수영복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 좀 해볼게.

1979년 5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수영복 심사.
1979년 5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수영복 심사.

광복 직후엔 바캉스나 피서 같은 말은 잘 알지도 못했고 휴가를 떠나는 사람도 거의 없었어. 입에 풀칠하기조차 힘든 판에 휴가는 무슨 놈의 휴가야. 당시엔 수영복도 그냥 평상복이나 같았어. 보통 ‘사루마다(猿股, さるまた)’라고 하던 검은색 무명 팬티가 남성 수영복이었지.

당시에도 고가의 수영복이 있었지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어. 찾아보니 이런 기사도 있네. “실용적인 털실 수영복. 아름답고 실용적인 수영복을 털실로 준비하여 바다에서의 생활을 즐기도록 하자.”(1959년 7월 16일자 동아일보). 이번 휴가 때 털실로 짠 수영복 입고 해수욕장 가봐! 금방 뉴스에 날걸?

“미스 수영복 모집. 삼중당에서는 (…) 전국 미스 수영복을 모집한다고 하는 바 뜻있는 여성들의 많은 응모를 바라고 있다 한다.”(1959년 6월 26일자 동아일보). 그 어려운 와중에도 미스 수영복 모델을 뽑았다니 참 난감하네. 좀 거하게 말해서, 1961년에 나온 백화사의 ‘상어표 수영복’은 광복 후 한국 수영복 패션의 혁명 주체 세력이었지.

구보 씨는 그때 20대 후반이었는데 아슬아슬한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 모습이 아직도 눈에 삼삼해. 상어표 비키니 수영복이 미친 파장은 컸어. 여성 해방의 상징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어서 반대파와 싸우는 일도 많았다니까. 그때부터 우리나라에서 ‘비키니’라는 말을 많이 썼지만, 사실 프랑스의 디자이너 루이 레아(Louis Reard)가 비키니라는 새로운 수영복을 발표한 건 광복 다음 해인 1946년이었지.

백화사의 상어표 수영복 광고(1969년 6월 13일자 동아일보).
백화사의 상어표 수영복 광고(1969년 6월 13일자 동아일보).

“결혼반지 사이로 빼낼 수 없으면 진짜 비키니가 아니다.” 레아가 했던 이 말엔 더 이상 버릴 수 없을 때까지 단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비키니의 철학이 담겨 있지. 레아는 새 수영복 이름을 고민하다가 당시 비키니섬에서 이뤄진 미국 핵폭탄 실험같이 이 수영복이 주목받길 바라며 ‘비키니’라 명명했다고 해. 당시 로마 교황청은 비키니를 부도덕한 옷이라 비난했고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에선 비키니 착용을 법으로 금지했다니까 알 만하지.

‘실용적인 털실 수영복’에 관한 신문 기사(1959년 7월 16일자 동아일보).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여름 패션의 아이콘

신문에서는 당시 외국 사정을 이렇게 전했어. “노출 수영복의 그 후 이름은 유행. 꼴은 해괴망측(駭怪罔測). 네크라인(목선) 개선한다는 것이 그만 격렬한 찬반의 논쟁. 상인들도 진열을 꺼려.”(1964년 6월 30일자 동아일보). 하지만 비키니는 점차 대중화돼 탱키니(소매 없는 짧은 셔츠로 된 비키니), 마이크로키니(초미니 비키니), 모노키니(원피스 형태지만 허리나 가슴 부분을 훤히 드러내는 비키니)로 변화를 거듭했지.

1970년대 들어서는 가슴과 허리 부분을 더욱 대담하게 파낸 ‘미니 비키니’가 나왔고, 원피스 수영복이 복고풍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어. 여성들이 비키니를 자주 찾으면서 선글라스도 덩달아 인기를 누렸지. 이때부터 강렬한 색상에 몸매를 두드러지게 강조한 수영복이 대세가 됐다고 보면 맞을 거야.

1980년대는 아슬아슬한 수영복의 시대라고 할 수 있어. 팝스타 마돈나가 속옷 차림으로 나와 노래를 부른 다음부터, 우리나라 수영복 패션은 거의 란제리 스타일로 바뀌었지. 수영복이 과감해도 너무 과감해서 남자들이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였으니까. 가슴이 거의 드러날 것 같은 브래지어에 옆선을 가는 끈으로 이어 만든 팬츠는 너무 아슬아슬했어. 그래서 1980년대 하면 지나치게 과감한 노출 장면과 ‘아슬아슬’이라는 말밖에 안 떠올라.

1990년대엔 수영복에 잠시 복고풍이 불었지만 화려하면서도 허벅다리 부분이 깊게 파인 하이 컷 렉(High-Cut Leg) 수영복이 인기를 끌었지.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첨단 신소재로 만든 기능성 수영복도 부상했고, 색상과 디자인이 다양해지면서 비키니는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패션 아이템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어. 비키니가 ‘부도덕한 옷’에서 여름 패션의 아이콘이 된 거지. 남성 비키니에 눈길을 주는 여성도 늘어났어. 바닷가에서 사각팬티나 반바지를 입고 이리저리 서성거리던 아저씨 패션을 사라지게 할 맨키니(Mankini : Man+Bikini)가 등장한 거야.

2000년대 이후는 수영복 패션에서 섹시함과 스포츠를 가장 강조하게 됐지. 물 저항이 적은 첨단 신소재를 쓰고 중요한 곳만 간신히 가린 디자인이 보편적인 수영복 스타일이 됐고, 위험 수위를 들락날락할 만큼 아찔한 비키니에 상하의를 한 벌씩 겹쳐 입는 ‘레이어드룩’도 인기였지. 남성 수영복도 봐. T자형 팬츠, 치부가 드러나듯 움 푹 파인 팬츠, 오색 꽃무늬의 띠 팬츠, 엉덩이가 드러나는 ‘핼끔’ 팬츠까지, 남성 수영복에서도 섹시미를 팍팍 강조했어. 이 밖에도 기능에 치중한 긴팔 수영복 래시가드(Rash Guard)를 입는 사람들도 늘었어.

아 참, 수영복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지. 1957년 5월 처음 시작한 미스코리아 대회는 그동안 국민에게 큰 볼거리를 선사했지만, 성을 상품화한다며 많은 비판을 받은 것도 사실이야. 그래도 미스코리아 대회의 백미는 역시 수영복 심사가 아니었을까 싶어.

그런데 2014년 대회부터는 비키니 심사를 도입했어. 대회 58년 역사 동안 지켜온 원피스 수영복 심사 기준이 깨진 거야. ‘란제리 쇼’를 하는 거냐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엄청 많더라고. 글쎄, 꼭 비키니 심사를 해야 미인을 선발할 수 있을까. 어떤 기자가 “꼴은 해괴망측(駭怪罔測)”이라는 기사를 다시 썼으면 싶어. 

※ 이 시리즈는 박태원의 세태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1934년)의 주인공 구보 씨가 당시의 서울 풍경을 이야기하듯이, 우리가 살아온 지난 70년의 기억을 톺아본 글이다.

글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전 한국PR학회장)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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