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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눈위에 ‘눈’ 되어 함께 싹튼 믿음

[평창 패럴림픽 인간승리] 스키 양재림-가이드러너 고운소리

2018.03.06 글: 김동훈 한겨레신문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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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건 그 안에 인간 승리의 드라마가 있기 때문입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특정 지을 수 없는 인간승리. 에움길을 돌아 그 자리에 당당하게 선 그 감동만은 영원할 것입니다. 정책브리핑은 9일 개막하는 패럴림픽에서 우리에게 불가능은 스스로 정해놓은 한계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이들을 만나봅니다. (편집자 주)

평창 패럴림픽 스키부문 전종목 메달을 노리는 양재림(왼쪽)과 고운소리. 이들은 호흡이 맞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종목 특성상 선수와 가이드러너로서 친자매 이상 가깝다.(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평창 패럴림픽 스키부문 전종목 메달을 노리는 양재림(왼쪽)과 고운소리. 이들은 호흡이 맞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종목 특성상 선수와 가이드러너로서 친자매 이상 가깝다.(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나는 시각장애인 스키 선수다. 그는 나의 가이드 러너다. 그의 목소리만 믿고 나는 달린다. 때론 시속 100㎞의 속도로, 보이지 않는 기문들 사이를…. 우리의 연결에 장애는 없다.”

시각장애 스키선수 양재림(29)과 그의 ‘가이드러너’ 고운소리(23·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는 마치 무선통신 블루투스와 같다. 한 이동통신사가 여기에 착안해 이런 캠페인 광고를 만들었다.

양재림은 엄마 뱃속에서 7개월 만에 몸무게 1.3㎏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그런데 산소과다로 왼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오른쪽 눈도 비장애인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바로 앞 사물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그에게 미숙아 망막병증에 따른 3급 시각장애인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하지만 스키를 배우며 ‘장애인’ 꼬리표를 잘라냈다. 한쪽만 간신히 보이는 눈으로는 균형을 잡을 수 없었다. 균형 감각을 키우려는 어머니의 권유로 5살 때 스키를 배웠다. 미대 진학을 준비하기 위해 한동안 폴을 놓았다가 2009년 이화여대 동양화과에 입학한 뒤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스키를 탔다.

그런데 또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부모는 하얀 눈이 자외선에 반사돼 오른쪽 눈까지 시력을 완전히 잃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이미 스키에 흠뻑 빠진 딸의 도전을 막을 수 없었다.

장애인동계체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국가대표에 선발됐고, 꿈에 그리던 2014년 올림픽 무대도 밟았다. 하지만 2014년 소치동계패럴림픽은 그에게 깊은 좌절을 안겼다. 메달이 기대됐던 장애인 알파인스키 회전 종목에서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대회전 종목에선 4위에 머물러 아쉽게도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한국 동계패럴림픽은 통산 메달이 2개에 불과할 정도로 메달이 귀하다. 소치패럴림픽에서도 한국선수단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만큼 양재림의 아쉬움도 컸다. 소치패럴림픽을 앞두고 훈련 도중 부상 때문에 3개월을 쉬었고, 대회 개막 일주일 전에야 다시 운동을 시작한 탓이 컸다.

절망감에 빠져 있을 때 ‘영혼의 동반자’를 만났다. 가이드러너 고운소리가 주인공이다. 시각장애인도 스키를 탈 수 있는 것은 가이드러너의 존재 덕분이다. 가이드러너는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 선수의 앞에서 ‘눈’ 구실을 한다.

가이드러너가 형광 조끼를 입고 먼저 출발한 뒤 시각장애 선수에게 무선 헤드셋으로 끊임없이 게이트와 코스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지형이 어떤지 끊임없이 말을 하며 선수를 이끈다. 선수는 가이드러너의 신호에 따라 속도와 움직임을 결정하며 슬로프를 내려간다. 선수와 가이드러너가 얼마나 호흡을 잘 맞추느냐가 이 종목의 관건이다.

고운소리는 국가대표를 꿈꾸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13년간 스키 선수로 활약했다. 유니버시아드 국가대표까지 지낸 그는 선수생활을 막 접으려던 찰나에 ‘재림 언니’를 만났다. 2015년 8월이었다. 고운소리도 양재림과 같은 학교(이화여대)에서 스포츠과학을 전공하고 있다. 그리고 비록 패럴림픽이지만 양재림의 ‘분신’으로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를 함께 밟게 됐다.

둘은 친자매 이상으로 가깝다. 일상 생활에서도 항상 붙어다니는 단짝이다. 이따금 여행도 함께 간다. 호흡이 맞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종목 특성상 선수와 가이드러너가 일상적으로 ‘소통’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일이다.

둘이 첫 출전한 대회는 만난지 4개월여 만인 2015년 12월이었다. 캐나다 월드컵에서 은메달 2개를 따내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하지만 2016년 1월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양재림이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함께 울고 격려하며 둘의 믿음은 더욱 단단해졌다.

그리고 지난해 1월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회전 은메달, 대회전 동메달을 따내며 멋지게 재기에 성공했다. 평창패럴림픽을 앞둔 지난해 여름에는 네덜란드 등에서 전지훈련하며 착실히 준비했다.

알파인스키 회전 등 5개 종목 메달 도전

양재림과 고운소리는 이번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장애인 알파인스키 시각장애인 부문 활강, 슈퍼대회전, 대회전, 회전, 슈퍼복합 등 5종목 출전권을 따냈다. 이 가운데 메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목은 회전이다. 양재림은 현재 회전 종목 세계랭킹 8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부상 여파로 랭킹 포인트는 많이 따지 못했을 뿐 객관적인 실력은 메달권이라는 게 대표팀 설명이다.

가이드러너인 고운소리는 “소치패럴림픽 이후 언니(양재림)의 기량이 많이 좋아졌고, 국내 대회인 만큼 코스를 직접 많이 타 봐서 적응도 잘 돼 있다”며 “언니가 3년 동안 노력한 땀의 결과를 메달로 보여줘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양재림도 “준비를 많이 했고, 국내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앞선다”며 “엄마와 아빠를 비롯한 가족들이 응원 오는 것에 힘을 얻어 꼭 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양재림과 고운소리. 둘의 목표는 전종목 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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