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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세상을 바꿉니다

한국이 더욱 가까워진 특별한 하루

[문화, 국가를 변화시키다] 주한 외국인 대상 한국문화 알리기

풍자와 해학을 맛본 한국문화유산 탐방길

2015.01.13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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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단순히 차를 맛보는 것뿐만 아니라 바르게 앉는 법, 손 매무새를 바르게 하는 법도 수배 울있다.
다도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단순히 차를 맛보는 것뿐만 아니라 바르게 앉는 법, 손 매무새를 바르게 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

하늘이 높았던 10월 첫 주말 아침, 사십 명의 외국인을 태운 버스가 안동 하회마을에 도착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이 주최하는 ‘유네스코 등재 한국문화유산 탐방 프로그램’에 참가한 주한 외국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탐방 프로그램은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매월 1~2회씩 경주 석굴암과 불국사·수원 화성·고창 고인돌·창덕궁(이상 세계문화유산), 강릉단오제·택견·판소리(이상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 등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문화유산을 방문해 주한 외국인들이 한국의 고유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국·독일·튀니지·인도·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 11개국에서 참석한 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하회마을 탐방에 나섰다.

유쾌한 별신굿 탈놀이

하회마을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난 뒤 8백 년 역사의 하회마을의 유래와 서애 류성룡 선생, 풍산 류씨 집성촌의 특성에 대해 강의를 들은 뒤 바로 ‘안동 하회 별신굿 탈놀이’ 구경을 시작했다. 부용대가 파란 하늘과 흰 구름, 무대 옆 느티나무와 어우러진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탈놀이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참가자들은 통역기를 귀에 꽂고 전문 통역사가 설명하는 무대 상황에 귀를 기울인다. 흥겨운 풍물패 소리와 함께 각시가 무동을 타고 등장하는 첫째마당부터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올랐다. 백정과 소가 등장하는 백정마당에서 소가 관객들을 향해 소변을 뿌리자 아이들은 까르르 웃고 외국인들 역시 폭소를 터뜨린다. 별신굿 탈놀이의 특징은 거리낄 것 없는 노골적인 묘사와 풍자다. 백정이 소의 중요 부위인 ‘우랑’을 뚝 떼어내어 관객들 앞에 흔들면서 사라고 권한다. 파계승과 부네가 등장하는 마당에서는 부네가 쭈그리고 앉아 소변을 보고, 이를 몰래 보고 있던 파계승이 또 몰래 냄새를 맡는 파격적인 장면도 있다. 능청스러운 몸짓으로 한국 서민층들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객석은 웃음의 파도가 확 퍼져나간다.

외국인 참가자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붓글씨 쓰기.
외국인 참가자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붓글씨 쓰기.

미국에서 온 아리엘 푸크네츠 씨는 “뚜렷한 신분사회였던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지켜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계층별로 구분되는 옷을 입고 서로 여유 있게 패러디를 하면서 신분사회의 모순을 극복하는 것 같다. 매우 재미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다도 체험장.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 다도 강사가 이들을 맞이했다. 여기서는 방석에 예의바르게 앉는 법, 손을 포개는 방법, 절하는 방법부터 전통 녹차를 만들고 마시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소개됐다. 참가자들은 무릎을 꿇고 앉는 것이 힘들어 기우뚱거리기도 했으나, 눈을 반짝이며 한국의 전통 예법을 배우려 애썼다.

최고의 인기는 본인의 이름을 쓰는 서예 체험장

외국인 탐방단에게 가장 인기를 끈 곳은 서예로 본인의 이름을 쓰는 서예 체험장이었다. 붓을 들고 종이에 외국어로 자신의 이름을 쓰면 그 아래에 다시 한글로 그것을 써주는 체험이다. 모두들 능숙하게 붓질을 하며 이름을 써 내려갔다. 다 쓴 후에는 가족들끼리 사진을 찍으며 “가장 큰 기념품이 될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선유줄불놀이

무릎 꿇고 앉기나 양반다리는 쉽지 않았지만 모두들 열심히 배웠다.
무릎 꿇고 앉기나 양반다리는 쉽지 않았지만 모두들 열심히 배웠다.
저녁을 먹고 다시 부용대 앞 만송정이 늘어진 강변 모래사장에 모였다. 이날 밤의 하이라이트 선유줄불놀이가 열릴 곳이다. 일년에 딱 두 번, 9월과 10월 하루씩만 하는 전통 불꽃놀이다. 공중에 길게 걸어놓은 줄에 숯가루를 넣은 봉지를 달아 불을 붙이자 불꽃이 꽃처럼 흘러내리며 강을 가로질러 타들어가는 장관이 펼쳐졌다.

강 위에는 양반과 기생을 태운 배 한 척도 둥실 띄워 선유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연출했다. 탈춤이 서민들의 놀이라면 선유줄불놀이는 양반들의 놀이다. 8백여 년의 역사를 가진 하회마을, 서정적인 낙동강, 마을의 정원인 부용대, 만송정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그대로 활용해 은근하고 오랜 전통적 불꽃놀이의 진수를 보여준다.

강을 가로지르는 줄불, 절벽에서 떨어지는 낙화와 함께 참가자들이 직접 띄워 하늘로 올리는 풍등이 큰 관심을 모았다.
강을 가로지르는 줄불, 절벽에서 떨어지는 낙화와 함께 참가자들이 직접 띄워 하늘로 올리는 풍등이 큰 관심을 모았다.
함성이 터져 나왔다. 만송정 앞 모래사장에서는 커다란 종이등에 불을 붙여 하늘로 풍등을 띄워올리기 시작했다. 공중을 가로지르는 줄불, 절벽에서 떨어지는 낙화, 그리고 땅에서 하늘로 솟아 올라가는 불들이 한데 어우러져 어두운 밤하늘을 불꽃으로 수놓았다.

풍등을 날리면서 소원을 빌어야 한다는 말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자하라 자말 씨와 페루지 씨 부부가 나섰다. 손을 꼭 붙잡고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던 그들이다. “무엇을 빌었냐?”고 물었더니 잠시 망설이다 “아직 아이가 없다. 아이가 생기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한국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고 한국의 집에서 걷고 자고 전통공연을 보고, 우리 식의 해학과 풍자를 맛본 이들.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한국문화의 깊이와 아름다움에 공감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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