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영역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밤을 낮으로 낮을 밤으로 뒤 바꾸는 일이라구
하늘을 땅으로 땅을 하늘로 뒤엎는 일이라구”
지난달 27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폭풍같은 하루를 보내고 난 뒤 오래 전 읽었던 시가 떠올랐다. 자신의 시처럼 역사를 살다 간 문익환 목사의 ‘잠꼬대 아닌 잠꼬대’라는 제목의 시다.
문 목사는 30년전인 1989년 초 이 시를 발표하고 두 달 뒤 평양을 방문했다. 그 날 밤, 문 목사처럼 역사를 살지는 못했지만 역사를 적었다는 사실에 달궈진 가슴이 쉽게 식지 않았다.
남북정상회담 전, 그 많던 우려와 야유와 저주를 말끔하게 씻어버린 12시간의 마법이었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4월 27일 아침 경기 고양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취재진이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출발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쪽 판문각에서 모습을 드러낸 9시30분부터, 만찬을 마치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환송을 받으며 차에 오른 밤 9시30분까지 실내에서 열린 회담과 만찬을 제외하곤 대부분 생중계됐다.
2000년과 2007년 정상회담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감동과 재미가 있었다. 내외신 기자 3000여명이 모여있는 메인 프레스 센터에서도 중계된 영상을 보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냐고 묻는다면, 2002년 월드컵 축구 경기를 집에서 보는 것과 거리에서 붉은악마들과 응원하면서 즐기는 것은 다르지 않느냐고 되묻고 싶다.
프레스 센터에 있던 기자들의 ‘본업’은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지만, 그들도 사람인지라 가슴 졸이고 눈물 흘리다 웃음이 터져버리는 장면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저마다 잊을 수 없는 명장면으로 꼽는 부분은 다를 것이다.
필자는 정상회담 사흘 전인 24일치 <한겨레>에 ‘문 대통령, 군사분계선 넘어가 김정은과 함께 내려올까’라는 제목으로 “남북 정상이 수십년간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나든다면, 분단의 ‘선’을 평화와 화해의 ‘면’으로 바꾸자는 10여년 전 합의를 직접 실천해 보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그래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아무렇지 않게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하는 순간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오기 시작하더니, 손을 잡고 북쪽으로 갔다가 다시 남쪽으로 넘어서자 숙연해졌다.
프레스 센터가 웃음바다로 바뀐 적도 여러번이었다. 두 정상만 카메라 앵글 안에 들어오기로 했던 순간에 김여정·김영철 등 북쪽 수행원들이 따라 붙었다가 황급히 화면 밖으로 사라진 장면이나 두 정상 대신 북쪽 기자의 엉덩이가 화면을 가득 채운 순간은 각본없는 코미디였다. 전세계로 타전된 그 영상 속 주인공을 언젠가 만나게 되면 ‘세상에서 가장 얄미운 엉덩이를 가졌다’고 놀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면발이 불지 않도록 평양 옥류관 수석주방장이 제면기까지 직접 공수해서 대접한 평양냉면. |
젊은 나이에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되어 북쪽 인민들 앞에서 늘 근엄한 모습으로만 비쳤던 김정은 위원장의 유머도 내외신 기자들의 피로회복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머리발언에서 “평화와 번영, 북남관계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는 그런 순간에서, 출발선에서 신호탄을 쏜다는 그런 마음”이라고 말했다가 ‘신호탄을 쏜다’는 표현이 걸렸던지 묘한 웃음을 지었다.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당신은 앞으로 아무 것도 쏘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멀리서 온 평양냉면을 얘기했다가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돌아보며 “멀다고 말하면 안 되갔구나?”하고 말하는 대목에선 현장의 기자들도 함께 웃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로 인한 위기가 고조되고 북한과 미국이 ‘말의 전쟁’을 벌일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길을 열었으니 기자들은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을 앞두고 있다.
5월만 해도 한미,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잘 풀리면 남북미, 북중, 북러, 남북미중 회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취재를 하다가, 기사를 쓰다가 쓰러질 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 없다. 남북이 둘로 갈리기 전엔 국제역이었던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파리나 런던까지 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온다면. 문익환 목사처럼 몸을 던져 역사를 살지는 못하더라도 역사를 쫓아가며 기록하면서, 밤이 낮으로 낮이 밤으로 바뀌는 일을 보고 하늘이 땅으로 땅이 하늘로 엎어지는 일을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
이전다음기사 영역
이전기사남북 승용차·벤치 밀담…정상회담 관전 포인트 다음기사잃어버린 11년을 되찾은 ‘판문점 선언’지금 이 뉴스
- 정책뉴스 올해 단풍은 10월 말 절정 ‘산림단풍 예측지도’ 나왔다 산림청은 23일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참나무류, 단풍나무류, 은행나무의 단풍시기를 담은 올해 산림단풍 예측지도를 발표했다. 산림청은 해마다 국립수목원, 권역별 9개 공립수목원과 함께 전국 112개 지점에서 관측된 생물계절 자료와 국립산림과학원의 산악기상정보를 바탕으로 산림단풍 예측지도를 발표하고 있다. 수종별 단풍 절정 시기를 보면 참나무류 다음 달 28일, 단풍나무류 29일, 은행나무 31일로 나타났다. 지역별 차이는 있으나 지난해에 비해 단풍이 다소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신갈나무의 단풍 절정 시기는 최근 2년 대비 5일 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립공국립공원 내장산 서래봉의 단풍이 물든 모습.(ⓒ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는 지난 6∼8월의 평균기온이 지난 10년 평균 대비 1.3℃ 상승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이며 위도와 해발고도 등 지리적 요인과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로 인해 지역적인 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영태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기후변화로 늦더위가 이어져 단풍 시기가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예측지도의 정확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전국의 산림생태관리센터를 활용한 관측지점과 조사 대상 수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24 산림단풍 예측지도.(제공=산림청) 문의: 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042-481-4241), 국립수목원 정원식물자원과(031-540-8984)
- 한컷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2025 예산안’ 도시 문화, 자족기능 확충에 중점을 둔 2025년 행복청 예산안을 편성했습니다. ■ 도시 문화, 자족 기능 확충 · 국립박물관단지 건립 - 579억 원 · 어린이박물관 운영 - 109억 원 · 공동캠퍼스 운영 - 13억 원 ■ 실질적 행정수도 완성 · 대통령 제2집무실 건립 - 45억 원 · 국회세종의사당 건립 - 350억 원 ■ 행복도시 기반시설 구축 · 집현동 복합커뮤니티센터 및 평생교육원 건립 - 413억 원 · 국가재난대응시설 건립 - 58억 원· 공공청사, 광역도로 등 기타 - 877억 원
- 건강 대량 조리음식 식중독 예방요령 퍼프린젠스균은 산소를 싫어하고 아미노산이 풍부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어 음식을 대량으로 조리한 경우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 균으로 인한 식중독 발생에 주의해야 한다. 구체적인예방요령을소개한다. 1. 완전히 익히기 · 육류 등은 중심온도 75℃(어패류는 85℃) 1분 이상 익히기 2. 가열 조리 후 신속히 냉각, 여러 용기로 나누어 담기 · 차가운 물이나 얼음을 채운 싱크대에 올려놓고 저으면 더 빠르게 냉각 가능 3. 조리된 음식 즉시 제공 · 조리된 상태로 상온에 방치되지 않도록 조리 후 즉시 제공 ·가능한 2시간 이내 섭취 권장·대량 조리 음식을 실온에 방치할 경우, 살아남은 포자가 증식하여 식중독의 원인 4. 보관온도 유지 · 따뜻한 음식은 60℃ 이상, 차가운 음식은 5℃ 이하로 보관 5. 재가열하여 섭취하기 · 보관된 음식 섭취 시 충분히 가열하여(75℃ 이상) 섭취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 사진 서울공항 도착 행사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2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 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귀국,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2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 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귀국,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마중 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보고를 듣고 있다.
- 국민이 말하는 정책 ‘단기취업특강’ 강의 듣고 취업 정보 얻어요! 대학교 고학년이 가장 관심 많은 정보는 대부분 진로와 구직 관련 정보가 아닐까. 나 역시 취업 준비를 시작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진로 및 취업, 구직 등에 대한 정보를 여러 곳에서 찾아보고 있다. 진로 및 구직 관련 정보는 취업 관련 누리집과 특강 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특강 같은 경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특강이 꽤나 긴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기에 학업과 대외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나에겐 긴 시간을 투자해 수강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단기취업특강을 수강할 수 있는 고용센터 목록. 그러던 와중 고용24에서 지원하고 있는 오프라인 단기취업특강 제도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단기취업특강은 전국의 다양한 고용센터에서 여러 주제로 진행되고 있는 특강으로, 구직자들이 구직에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강의식 프로그램이다. 구직 정보가 필요한 모든 구직자들은 사전에 신청만 한다면 수강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주제의 특강을 선택한 뒤 신청 및 수강하면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오프라인 단기취업특강 과정에 직접 참여해 취업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 짧은 시간 동안 구직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쌓아보기로 했다. 고용24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단기취업특강 카테고리. 프로그램 신청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고용24 포털에 접속한 뒤 취업 지원 카테고리의 구직자취업역량 강화프로그램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여러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다. 단기취업특강 신청 화면. 그 중에서 단기취업특강을 클릭하면 강의 수강이 가능한 여러 고용센터의 정보가 나오는데, 원하는 고용센터를 고른 뒤 관심 있는 특강을 선택해 수강신청을 하고 수업을 들으면 되는 방식이다. 신청서를 작성한 뒤 제출하면 짧은 시간 내에 담당자 분의 확인이 이루어지고, 신청 확인이 되면 수강이 가능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북부고용센터에서 수강 가능한 단기취업특강의 종류. 나는 집에서 접근성이 높은 여러 고용센터의 프로그램을 살펴보다가 서울북부고용센터에서 진행되는 서민금융 지원제도 및 구직자 신용관리 강의를 듣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특히 현재는 대학생 신분이지만, 취업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구직 과정에서 신용을 관리하는 방법은 꼭 알아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해당 강의를 수강하기로 결정했다. 단기취업특강이 진행되는 서울북부고용센터의 모습. 신청을 완료한 뒤 강의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강의 안내 문자가 한 차례 왔고, 강의 당일에 시간 맞춰 고용센터에 방문한 나는 문자로 안내된 내용을 따라 무사히 강의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서울북부고용센터에서 진행된 단기취업특강 현장의 모습. 강의실에 들어서니 수많은 수강자들이 강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고, 열정 넘치는 강연자분의 인사와 함께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의 내용은 수많은 서민금융 제도에 대한 안내와 더불어 신용에 문제가 생긴 구직자가 어떤 방법으로 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구직자의 연령과 상황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해 주셔서 인상 깊었다. 더불어 신용 문제 해결의 경우에도 연체 발생 전과 연체 위기 상황, 그리고 연체가 발생했을 때 등으로 자세히 나누어 설명해 주셔서 문제가 실제로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배울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시간이었다. 단기취업특강 수강 뒤에 작성하는 설문지. 강의 수강을 마치고 나면 간단한 만족도 조사를 진행하고, 이후 강의 수료를 완료했다는 내용의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강의를 다 듣고 나서 이런 프로그램을 진작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쉬웠고, 앞으로 관심 있는 분야의 강의가 진행된다면 일정을 맞추어 또 강의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기취업특강 수업을 모두 들은 뒤 받을 수 있는 수료증. 강의를 진행해주신 권이천 강사님과도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강의에 참여한 구직자들이 서민금융제도를 몰라 비싼 금리의 대출을 받아 신용 유지 및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금융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슬기롭게 이겨나갈 수 있도록 열심히 강의를 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더불어 강의를 들은 수강자들이 신용을 건강하게 관리함과 더불어 경제적 문제가 생겼을 때 이 강의의 내용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라는 뜻을 전달하시기도 했다. 취업을 앞두고 있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해 구직 정보를 받는 것에는 부담을 느끼는 구직자들이 단기취업특강 제도를 통해 부담 없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양은빈 bin2bin249@khu.ac.kr
- 영상 한복과 함께 즐기는 2024 가을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가치를 대표하고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지속해온 한복. 올가을, K-궁궐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궁중문화축전에서 한복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만끽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