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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문화잔재 바로알고 바로잡기

고증을 통한 일제 잔재청산

[기고]최경국 명지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2005.07.01


각설이타령과 바나나떨이

일본의 전통예능을 수록한 평범사의 역사와 예능 비디오 시리즈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비디오에 실려있는 예능 ‘바나나 떨이’는 한국의 각설이타령과 곡절이 아주 비슷했기 때문이다.
최경국 교수
‘바나나 떨이’는 후쿠오카현 모지항(福岡県門司港)의 명물이다. 1900년도 초부터 1940년경까지 대만에서 몬시항으로 대량의 바나나가 유입되었다. 바나나는 아직 파랗게 덜 익은 상태에서 수입하여 일본에서 도매상에 넘어갔을 때 노랗게 익혀서 소매상으로 넘긴다. 그런데 잘못해서 수송선 안에서 익어버리면 그 많은 바나나를 노천상에게 넘겨서 더 익기 전에 팔아버리게 되었다. 한국이라면 남대문시장에서 좌판 위에 올라가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며 “떨이에요, 떨이. 양말 두장에 천원!”이라고 소리치듯이 구성지고 멋지게 대사를 읊으면 손님들이 몰려드는 가운데 바나나를 떨이로 파는 ‘바나나 떨이’의 곡절이 내 귀에는 각설이타령과 아주 유사하게 들렸다. 전체는 상당히 길기 때문에 조금 줄이면 다음과 같다.

[COLOR=skyblue][COLOR=seagreen]자아 자아 모지항 명물 바나나 떨이
볼일이 없으시거나 바쁘시지 않으시면
보고 가십시요, 듣고 가십시요.
보고 듣는 데는 짐이 안 되는
바나나 장사의 자랑거리 바나나 노래
웃기고 재미있게 곡절을 부쳐
고향 가실 때 선물로 사가시게 하는
모지의 명물 바나나 장사
(중략)
한 송이 얼마에 떨이 하느냐,
자아 자아 사세요, 사요
이렇게 좋은 바나나를 600엔에 안 사시면 59
58이면 오팔팔 옛날 옛적 미남자
그 남자한테 반한 고무라사키 58이 비싸다면 55....
[/COLOR][/COLOR]

후쿠오카현 몬시항(福岡県門司港)의 명물인 ‘바나나 떨이’는 한국의 각설이타령과 곡절이 아주 비슷하다.


이렇게 처음 600엔을 부른 바나나 가격이 단계를 밟아 400엔까지 내려간다. 바나나 가격을 내려가면서 구경꾼들이 싸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를 감지하면 그 가격에 팔아버리는 장사법이다. 이 비디오를 보는 순간 한국의 각설이타령 곡절이 부산과 가까운 후쿠오카로 넘어갔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이 비디오를 보았을 때가 일본에 유학중이었기 때문에 민속학 세미나에서 이 사실을 일본의 연구자에게 질문하였다. “일본의 바나나 떨이라는 거리예능(일본에서는 大道藝라고 부른다)은 한국의 각설이타령과 유사하다. 그러니까 한국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라는 질문을 받은 그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였다. 일본에는 ‘바나나 떨이’의 원형이라고 보여지는 숫자세기 노래에 대한 기록은 훨씬 이전부터 있었다는 취지였다.

그 교수는 여러 번 한국에 체재하면서 연구활동을 해온 사람으로 한국의 절 중에서 자신이 안가본 곳은 거의 없다고 호언할 정도의 한국통이었다. 아마도 한국에서 각설이 타령을 들었고, 유행하던 품바도 보았을 것이다. 오히려 각설이 타령이 일제시대 때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라는 주장으로 들렸다. 물론 한국의 각설이 타령에 대한 기록도 1875년 신재효 판소리사설집에 등장하고 있고, 구걸하는 사람이 음악을 하였다는 기록은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까지 나는 한국에 있고 일본에 있으면 거의 한국이 일본에 전해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언뜻 비슷한 예능도 각각의 나라에서 오래된 기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영향관계를 입증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한국 도깨비는 일본 오니(鬼)?

도깨비는 어떻게 생겼을까? 도깨비는 상상상의 존재로서 실제로 본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얼마 전부터 한국민족의 문화원형을 밝히는 일련의 연구와 맥을 같이하는 일로서 한국 도깨비 연구도 활발하다.
그러나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존재로서 도깨비의 이미지는 오히려 일본의 오니라는 연구가 있다. 김종대 '도깨비의 세계'를 보면 '혹부리 영감'은 일제시대 교과과정의 개편을 통해 일본의 「瘤取爺」가 「혹부리 영감」으로 개칭, 수록됐다고 되어있다 김종대 '도깨비의 세계'(국학자료원, 1997년).

이 이야기는 한국이 일본과 한국이 그 뿌리를 같이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한일합방의 당위성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한 이야기라고 한다. 그런데 1915년부터 30년 동안 교과서에 실렸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커서 이제는 한국민들이 모두 도깨비를 생각하면 일본의 오니를 떠올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도깨리라고 하면 머리에 뿔이 달려 있으며, 무서운 방망이, 큰 덩치와 날카로운 송곳니와 같은 아주 무서운 모습을 떠올린다. 이 모습이 바로 일본의 오니의 모습이라고 한다.

20여년동안 한국의 도깨비를 연구해온 김종대씨의 설은 영향력이 커서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글들에서 우리가 보아오던 도깨비 그림이 일본의 오니 그림이라고 하는 내용이 많이 올려져 있다. 2004년 KBS 설특집 프로그램에서도 1900년도 일본의 교과서와 일제시대 조선 보통학교 교과서의 혹부리 영감 이야기를 비교하여 도깨비와 일본의 오니가 똑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점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김종대씨의 설에는 일본 오니에 대한 고찰이 빠져있는 점이 아쉽다. 일본 오니의 형상을 그대로 본뜬 것이라고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일본 오니의 형태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일본은 한반도의 문화적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일본의 오니에는 한국 도깨비의 요소가 가미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비교하면 한국은 사색적이고 일본은 이미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깨비를 비교해 보아도 한국은 풍부한 도깨비 문화를 갖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기록은 빈곤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너무나도 많은 이미지를 남기고 있다. 일본 오니의 이미지에 대해서 졸고 「일본 鬼(오니)의 도상학(Ⅰ)--鬼面瓦에서 에마키(絵巻)까지」 최경국「일본 鬼(오니)의 도상학(Ⅰ)--鬼面瓦에서 에마키(絵巻)까지」(『일본학연구』제16집, 단국대학교 일본연구소, 2005. 4)에서 다루었는데, 여기서 간단히 소개하겠다.


우리나라의 도깨비(백제시대 기와)와 일본의 오니.


귀면와에서 보면 일본에 기와를 전해 준 것은 백제이므로 초기에는 백제의 영향이 가장 컸다. 그런데 일본에서 뿔이 달린 귀면와가 발달하게 되는 8세기 말 부터는 통일 신라시대 귀면와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던 중 오오사카(大阪) 四天王寺에서 발굴된 기와에서는 외뿔 오니의 모습이 보이는데 이러한 형태는 한반도에서 출토된 유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이다.
『出雲風土記』에서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는 눈 하나 달린 오니가 첫 번째 구체적인 모습이었으나 이전에 형성된 오니의 모습은 외래 불교의 오니에 의해 모습을 감추게 되고 지옥의 옥졸인 적귀, 청귀와 나찰의 모습의 영향을 받은 오니가 만들어진다. 한편 눈 하나 달린 오니는 신에서부터 출발하였지만 시대가 밑으로 내려가면서 요괴이야기로서 각지에 전승하게 된다.
이로서 보면, 오니의 이야기는 일찍부터 있었지만 구체적인 실체에 대한 인식은 없었다. 오니의 형상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귀면와와 불교 회화이다. 오늘날 오니 얼굴의 구체적인 묘사는 귀면와와 공통점이 있고 다른 신체적 특징은 불교회화에서 취하였다.
『餓鬼草子』의 나찰에서는 호랑이 가죽 하의, 우두귀와 마두귀에서는 적색 피부와 청색 피부, 그리고 훈도시나 호피 허리 장식(나중에는 호랑이 가죽 훈도시로 그려진다), 그리고 철지팡이와 같은 특징이 확립되어 있다.『北野天神縁起』에는 뇌신의 모습과 지옥의 귀졸의 모습이 보인다. 외뿔의 오니, 뿔 둘 달린 오니 등등 오늘날의 오니상을 이루는 요소는 모두 갖추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합해져서 근세 에도시대에 이르러 오늘날 오니의 형태가 완성된다.



즉 일본 오니를 이루는 두 가지 특징, 귀면와와 불교회화는 둘 다 일본의 독특한 이미지라고 볼 수 없다. 게다가 귀면와에 그려진 오니는 확실하게 한반도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불교회화도 아시아 공통의 문화이다. 오히려 일본 오니가 한국 도깨비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해야 한다.
지붕위에서 악귀들을 제압하던 도깨비 기와는 한반도에서 많이 발견되는 유물이지만 고려시대까지이고 조선시대로 접어들면 억불숭유정책 탓인지 거의 그 모습이 사라져 버렸고, 백제로부터 도깨비 기와를 받아들인 일본에서는 지금까지도 지붕 위에서 사방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자리를 확실히 지키고 있다. 그리하여 지금 일본은 귀면화가 세계 속에서 일본만이 가진 문화재이며 세계에 자랑할 만한 일본의 고유문화라고 자부하고 있다.

무분별한 일제잔재청산

진해군항제
일본영화를 보고있으면 벚나무에서 벚꽃이 눈처럼 떨어지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漢詩에서 花라고 쓰면 매화를 가리키지만 일본노래에서 花라고 쓰면 벚꽃을 지칭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보통 일본의 國花가 벚꽃이라고 생각하는데 國歌나 國旗처럼 법률로서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도 일본의 국화는 벚꽃이나 국화라고 생각한다. 국화는 천황의 문장이라서 그렇게 생각하지만 절대적인 국민적 지지는 역시 벚꽃이다.
일본제국주의는 벚꽃을 전시중에 많은 젊은이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데 이용하였다. 벚꽃은 한번에 활짝 피었다가 한번에 지고마는 성질 때문에 그 이미지가 특공대에 사용되어 “천황을 위해 깨끗하게 지거라. 사쿠라처럼”이라는 격려를 받으며 많은 특공대원이 죽음으로 떠났다. 일본제국시대에 이런 군가가 있었다.


너와 나는 동기 사쿠라
같은 훈련소의 연병장에 피어
한번 핀 꽃이라면 지는 것을 각오했다
멋지게 지자꾸나, 나라를 위해
(중략)
너와 나는 동기 사쿠라
서로가 멀리 떨어져 진다고 해도
사쿠라의 수도 야스쿠니 신사
봄 가지에 피어 다시 만나자



그러나 이는 벚꽃이 일본군부에 이용당한 것이지 벚꽃의 책임은 아니다. 이러한 벚꽂의 군국주의적인 이미지에 세뇌되어 한국뿐 아니라 중국도 많은 벚나무를 베어내었다. 이제는 일본제국주의가 지구상에서 사라진지 벌써 60년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일본 군국주의자의 이미지 조작에 의한 주박에 사로잡혀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위, 진해의 벚꽃을 베어버려야 한다는 주장이 창궐하고 있다. 60여년 전에 시행한 일본 군국주의자의 세뇌에 아직도 빠져있는 그 자체가 일제의 잔재가 아닌가하는 느낌이 든다.

참고로 벚나무는 지구상 20여국에 자생하였고, 특히 일본 벚나무의 주종인 왕벚나무는 원산지가 제주도라는 연구(국민일보 2001년 4월 11일자)도 있다. 봄을 알리는 꽃으로 사람들을 그 아름다움으로 즐겁게 하는 벚꽃에 쓸데없는 원죄를 덜어주었으면 한다.
위의 세 가지 사례로 볼 때, 우리가 일제의 잔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도 그 근원을 따져보지 않고는 쉽게 단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혹은 너무나도 일제시대에 대한 반감이 지나쳐 자연물조차도 일제와 연관시키기도 한다.

이에 나는 일제잔재청산에 몇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철저한 고증을 거쳐야 한다. 둘째, 역사로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셋째, 너무 배타적이어서는 안 된다. 넷째 최소화시켜야 한다 등이다.


◎최경국: 명지대학교 인문대학 일어일문학과 부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 졸업, 동경대학교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 표상문화론 전공 석, 박사취득(학술박사). 박사논문: 『에도시대에 있어서의 '미타테(metaphorical pictures)' 문화의 종합적 연구』
저서: 『造物趣向種三種』, 太平書屋, 1996.6
역서: 『일본문화론의 변용』, 소화출판사, 1997.6
공저: 『イメ-ジ 不可視なるものの强度(이미지, 불가시한 것의 강도)』, 동경대학출판회, 2000.6
『일본의 문화와 예술』, 한누리미디어, 2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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