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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老)배우의 아름다운 자리

따뜻한 자본주의를 위한 ‘마중물’

[일자리 추경 연속 기고] ② 왜 일자리 추경인가?

나권일 <포브스코리아> 에디터

나권일 <포브스코리아> 에디터 2017.06.15

왜 일자리 추경인가?
 

나권일 <포브스코리아> 에디터
나권일 <포브스코리아> 에디터
미국의 저명한 경제평론가 아나톨 칼레츠키(Anatole Kaletsky)는 지금의 세계경제를 ‘자본주의 4.0’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바 있다.

잘 알다시피 자본주의 1.0은 정부와 시장이 서로 관여하지 않는 자유방임의 시기, 자본주의 2.0은 케인즈 학파의 이론을 수용한 수정자본주의 시대, 자본주의 3.0은 최근까지 위세를 떨쳤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해 몰락한 신자유주의 시대를 말한다.

이에 비해 자본주의 4.0은 ‘적응성 혼합경제’로 설명된다. 정부와 시장이 모두 틀릴 수 있기에 제도와 시스템에서 더 한층 유연한 적응성이 필요하며, 경제적으로도 고속성장만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와 비즈니스를 대립 관계가 아니라 동반자 관계로 인식하는 점에서 혼합경제이고, 환경에 맞춰 제도적 구조, 규제, 경제 원칙들을 기꺼이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적응성 시스템이다. 세계 경제의 복잡성과 예측불가능성으로 인해 자유무역과 자유로운 시장경제가 주는 혜택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불평등이 커졌기 때문에 따뜻한 자본주의, 민주주의적 자본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자본주의 4.0의 이론적 배경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11만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일자리 추경’도 큰 맥락에서는 여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가져온 소득 불평등과 일자리난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보호자로서, 그리고 국민을 위한 복지서비스 및 인프라 제공자이자 공공재의 공급자로서 국가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권한을 ‘제대로’ 수행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번 일자리 추경에 포함된 소방인력 확충, 조류독감, 구제역 등 안전 관련 공무원 확충, 보육교사 등 보육·보건요양 일자리, 치매관리 등 사회복지 일자리, 숲해설사 등 사회공헌 일자리, 노인일자리 등 공공서비스 일자리의 확충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청년들의 창업과 중소기업 취업 유도 환경조성을 위한 청년창업펀드, 창업기업융자금과 재기지원펀드 조성 등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책도 마찬가지다. 노인일자리 단가는 27만원에 불과하고, 고정적인 일자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긴 하지만 현재 파탄지경인 서민경제와 노년 세대의 구직난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말하는 ‘지금 당장 고통을 겪고 있는 소득계층에 대한 긴급한 삶의 질 향상, 소득 향상을 위한 대안’이라는 설명이 이해될 수 있다.

시급한 실업문제와 복지서비스를 동시 해결함으로써 가라앉은 경제에 활성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실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경제는 심리에 좌우된다. 타이밍이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탄핵정국으로 사실상 경제가 스톱 상태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일자리 추경이 민간경제와 내수 시장의 활력을 찾기 위한 긴급한 ‘마중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지금처럼 주식 시장이나 부동산 투자로만 돈이 몰려서도 안 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다만, 이번 일자리 추경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를 해소할 대책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산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중소기업체 대표들은 숙련된 인력이 모자라 발을 동동 구르고, 구직청년들은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취직을 포기하고 부모에 의탁하는 경우가 많다.

구인난과 구직난이 되풀이되는 미스매치 현실은 임금격차, 주거와 보육 등 직원복지 문제까지 연관되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대한 대책도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하나, 자본주의 4.0 시대는 기득권층이 사회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층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하도록 권장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효율적인 정부와 역동적인 민간 기업은 서로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협력적인 관계라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정부가 최근 경제계에 주문하는 메시지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정부의 정책 결정은 관련 부처 관료들의 갈등에 의해 종종 왜곡되기도 하고,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을 위한다고 결정한 정책이 본래의 목적을 잃고 흔들릴 때는 국민들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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