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6월의 식재료] 비타민·철분이 풍부한 ‘곤드레’
설득력 있는 ‘사우스 힙합’을 제시하다
산이의 Rap Genius는 미국 남부 지역의 힙합, 즉 사우스 힙합(South Hiphop) 스타일의 노래다.산이가 살던 애틀란타가 사우스 힙합의 중심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노래의 탄생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언젠가 산이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 있다.애틀란타 사람들은 사우스 힙합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애틀란타의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뉴욕이나 엘에이 힙합음악은 틀지 않는다. 2000년대 중반 들어 사우스 힙합이 미국 주류음악을 장악했던 시절이 생각난다. 너무 자랑스러웠다. 당연히 나도 사우스 힙합을 좋아한다* 사우스 힙합(South Hiphop)이란 미국 남부 애틀란타와 뉴 올리언스 등에서 시작된 힙합으로, 일반적으로 클럽이나 파티 분위기의 신나는 분위기에 자기과시적인 가사를 사용해 더티 사우스(Dirth South)로도 발달했다. (편집자 주)래퍼 산이가 2017년 10월 서울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더 유닛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나의 기억도 틀리지 않다. 릴 존(Lil Jon)의 괴성이 빌보드를 지배하고, 루다크리스(Ludacris)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어셔(Usher)도 사우스 힙합을 내세웠던 시절이 있었다. 사우스 힙합은 화끈하거나 말초적이거나 끈적끈적 했다. 뉴욕이나 엘에이 힙합과는 확실히 달랐다.그러나 사우스 힙합은 각종 폄하에 시달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사우스 힙합을 촌스럽거나 괴상하거나 무식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사우스 힙합이 득세하자 힙합은 죽었다(Hiphop Is Dead)는 선언까지 나왔다. 그러자 루다크리스 같은 사우스 래퍼는 이런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공연을 하기도 했다. 힙합 안 죽었는데? 사우스에 잘 살아 있어(Hip Hop Ain't Dead It Lives In The South)물론 지금은 도끼의 치키차카초코초 같은 노래도 큰 거부감 없이 반응을 얻는 시대다. 하지만 산이가 Rap Genius를 발표하던 당시의 상황은 달랐다. 뉴욕 힙합과 달리 사우스 힙합은 진정한 힙합이 아니었다. 사우스 힙합을 시도한 뮤지션도 한 손가락에 꼽혔다. 도끼 역시 지금의 성공을 한순간에 얻은 것이 아니다. 도끼 역시 자신의 사우스 힙합 스타일을 인정받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만약 산이가 Rap Genius를 발표하던 당시에 도끼가 치키차카초코초를 발표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지금 같은 큰 반응은 얻지 못했을 것이다.산이의 Rap Genius는 생소했던 사우스 힙합의 총체적 면모를 한국에서 설득력 있게 제시한 노래였다. 프로듀서 제피(Xepy)가 빚어낸 강렬하고 변화무쌍하며 질 좋은 사운드는 확실히 사우스 힙합의 그것이었다. 또 'Rap Genius' 곳곳에는 사우스 힙합 특유의 기법이 양념처럼 배어있었다. 2011년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시상자로 나선 지난해 수상자 래퍼 산이.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하지만 무엇보다 빛났던 것은 산이의 역량이었다. 언뜻 보면 Rap Genius의 가사는 유치하다. 그러나 실력이 모자란 탓에 본의 아니게 유치하게 된 가사와 일부러 의도를 가지고 유치하게 쓴 가사는 다르다. Rap Genius는 당연히 후자였다. 산이는 사우스 힙합의 단순하고도 유치한 멋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Rap Genius에서 그 본분에 충실했다. Rap Genius의 가사는 의도된 단순함과 유치함, 기발함, 재치, 밉지 않은 잘난 척, 다양한 비유, 말장난, 적절하게 한국화된 소재의 집합체였다. 미국의 사우스 힙합 음악을 들었을 때 느껴지던 매력과 멋, 그것들이 모두 Rap Genius에 담겨 있었다. 한국의 사우스 힙합 음악에 최초로 설득 당했던 순간이라고 할까. 산이는 Rap Genius로 2010년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그러나 시상식날 그는 자신의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2층에서 술을 마시다가 허겁지겁 뛰어내려와 상을 받았다.◆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대중음악, 특히 힙합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영화제를 만들고 가끔 방송에 나간다. 시인 및 래퍼, 시와 랩을 잇는 프로젝트 포에틱저스티스로도 활동하고 있다. 랩은 하지 않는다. 주요 저서로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우리 시대의 클래식, 힙합-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는가,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 등이 있고, 역서로는 힙합의 시학, 제이 지 스토리, 더 에미넴 북, 더 스트리트 북, 더 랩: 힙합의 시대 등이 있다. murdamuzik@naver.com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2019.06.14
혁신적 포용국가
2019 희망사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