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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2018 남북정상회담'

정책기고

남북 정상이 길을 내고 그 길을 주민이 가야 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방문객 시의 한 구절처럼 남북정상의 만남은남북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와의 조우다. 11년만의 정상회담은 남북 최고지도자의 만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 역사의 만남이자 5100만 남한주민과 2500만 북한주민의 만남이다. 남북한의 과거와 현재는 분단-전쟁-냉전-화해-갈등-평화라는 일련의 순환과정을 거쳤고, 그 속에서 남북한 주민은 애증의 관계를 이어갔다.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이 어떤 성과를 내는가에 따라 남북한의 미래, 남북한 주민의 삶이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2018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화해와 평화의 미래로 바꿔야 한다. 남북한 주민이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과거)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현재) 평화와 공존을 지향(미래)할 수 있는 정상회담이 돼야 할 것이다. 남북한 정상이 길을 내고, 그 길을 남북한 주민이 가야 한다. 비핵화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의 안전과 평화 2018 남북정상회담의 주요의제인 비핵화, 평화체제, 남북관계 발전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의 안전과 평화다. 특히 비핵화 문제가 풀려야 평화체제의 구축이나 남북관계의 획기적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현 상황에서 비핵화에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적 과제임은 분명하나, 비핵화의 최종 도달점은 국민들이 핵 위협과 전쟁의 불안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평화로운 한반도의 삶을 누리는 것이다. 이러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상회담 준비와 진행과정 그리고 이행 과정에서 철저히 국민이 참여하고 국민이 지지하는 절차의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정상회담이 돼야 한다.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중앙과 지방정부, 보수와 진보, 청년과 장년층이 함께 참여하고 논의하는 구조 속에서 정상회담이 진행돼야 한다. 여성이 주체자가 되어 평화의 패러다임 만들어야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대결구도에서 벗어나 평화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으로 힘의 논리가 아닌 대화와 협상, 중재와 상생의 여성주의 패러다임을 수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상회담과 남북관계 개선에서 여성이 주체자로 적합한 이유다. 정상회담 준비위, 자문단, 실무회의 등에 여성이 주체자로 참여하는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 2000년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여성,평화,안보(WPS)에 관한 유엔 안보리 결의문 1325호(UNSCR 1325호)를 채택하는데, 이는 분쟁상황에서 여성들의 안전한 삶을 보호하고 평화,안보 분야에서 여성의 동등한 참여와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2014년 5월 23일 여성,평화,안보에 관한 유엔 안보리결의 1325 이행을 위한 대한민국 국가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여성의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정상회담에 여성들이 참여해야 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남북여성이 정상회담 이행의 주체가 되는 남북여성평화협약을 정상회담 과정에서 북측에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여성이 여성평화협약을 체결하고, 성인지적 관점에서 모성보호 및 영유아보호를 위한 인도적 지원, 개발협력 지원 등을 협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2005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여성통일대회에 남측 대표의 한 사람으로 참가했다. 이 대회는 평양에서 남북장관급회담(9월 13~16일)이 열리고, 베이징에서 제4차 6자회담이 진행되는 등 국내외적으로 긴박한 시기에 개최됐다. 남북 대표단은 공동결의문을 채택해 여성들의 단합된 힘으로 전쟁을 반대하고 나라의 평화와 민족의 안녕을 수호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대회에 참가한 북측 여성들은 대부분 조선민주여성동맹 소속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데 반해 남측 여성들은 당시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부터 반미여성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념을 가진 여성들이 참가했지만, 여성 의제로 하나가 되어 남남갈등과 남북갈등을 풀어낼 수 있었다. 이러한 남북여성의 경험과 지혜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다시 모아야 할 때가 왔다. 우선 가능한 사업부터 시작해야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주요 의제일지라도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구체적 성과가 나오는 것이 필요하다.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만월대 발굴과 같은 문화재 복원 사업, 북한 영유아를 위한 인도적 지원 사업 등이 이번 회담에서 합의돼 남북관계 복원의 상징적 의미로 제시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사업은 유엔 대북제재에서 자유로운 사업이기에 현 상황에서 추진 가능하다.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관련해 이미 북측이 2015년 이산가족 상봉 말미에 상시면회도 생각해 보겠고, 우편을 교환하는 것도 생각해 볼 것이라고 의사를 타진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전면적 생사확인과 상봉의 정례화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또한 2015년 중단된 만월대 발굴사업 재개 의사를 우리정부가 지난 3월에 이미 표명한 바 있으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업 재개가 합의된다면 역사의 복원이라는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에 대한 인식 변화의 전기가 되길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길 바란다. 북한을 30여 년간 연구한 학자로서 북한사람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남북한 체제는 다르지만,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자녀를 잘 키우겠다는 희망을 갖고 사는 보통사람이라는 것이다. 90년대 중반 북한은 경제난, 한국은 IMF를 겪으면서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늘고 경제적 기여가 많아지면서 친정과의 관계가 긴밀해지는 등 가족의 삶은 남북한이 비슷해졌다. 그 결과 남북한 모두 딸을 선호하게 된다. 북한에서 아들만 둘이면 국제 미아라고 한다. 이번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우리와 다르지 않은 보통 사람들, 남북한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한반도가 만들어지기를 소원한다.
박현선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2018.04.23
  • 사람을 위한 평화의 봄이 온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 고대 로마 귀족 베게티우스가 한 이 말은 너무도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전쟁과 폭력도 영원한 승리도, 영원한 지배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적대적 양자 관계에서의 무기 경쟁은 치킨게임과도 같아 상대가 죽거나 포기해야 끝나기 마련이다. 다자 관계에서의 무기 경쟁은 도미노게임처럼 어느 한 나라가 군비증강을 하면 인접국들도 줄이지 못한 채 증강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그 결과 20세기 두 차례에 걸친 대전이 벌어졌다. 그러한 두 차례 세계대전에 의한 피해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 잔혹했다. 인명 피해만 보면, 민간인과 군인 6000여만 명의 죽음과 600만 명의 홀로코스트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들 수 있다. 그 속에는 일제 강점기 한국민이 흘린 수많은 희생도 있다. 전쟁을 통해 수많은 민간인들이 행방불명되고 납치됐다. 그러한 납치사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한국, 중국,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일부 일본, 오키나와의 여성 20만여 명의 일본군 위안부사건이 아니겠는가. 잘 알려졌듯 20만여 명 중 80% 가까운 여성이 한국 여성이었다. 그토록 잔혹한 양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나서야 평화의 본격적 논의가 시작됐다. 요한 갈퉁이 말하듯 평화의 수단에 의한 평화가 도출되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세상의 평화를 원하면 평화로서 평화를 준비해야만 함을 깨닫게 됐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의 제창으로 출발했던 국제연합(UN)은 평화의 이상을 안고 출발했다. 세계 평화의 상징인 UN본부는 존 D. 록펠러 주니어가 850만 달러를 기부해 뉴욕 이스트 강변에 세워졌다. 유엔은 실질적인 평화적 역할에 대해서는 관점과 입장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유엔이 수립된 이래로 작은 전쟁들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3차 세계대전은 막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유엔이 작성한 세계인권선언은 보편적 인권으로서의 시민권과 사회권 등을 서서히 공론화시키면서 인권 약소국의 인권을 신장한다거나 인권 탄압국을 세계적으로 비판해 탄압 상황을 개선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유엔 수립 이후 최초의 지역 전쟁이 바로 한국전쟁이다. 한국전쟁 3년간 군인(남북군인, 유엔군, 중국군 등)이 322만 명, 민간인이 250만 명 정도 사살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에게 전쟁은 1953년 7월 27일 끝난 것이 아니라, 정전협정 체결로 인해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65년간 남북의 적대적 대립과 긴장, 화해는 되풀이돼 오고 있다. 이러한 한반도의 분단은 정권이나 체제의 입장에서 보면 적대적인 상대 정권을 각인시키면서 자기 구성원들의 충성도를 집결시키고 체제 경쟁을 통해 자신의 정권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한 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분단은 무엇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분단과 준전시상태는 참극이자 비극을 가져왔다. 한반도 분단으로 인해 일대 피해를 받은 사람은 이산가족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핵가족을 넘어 1인 가구의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청년 세대에게 있어서 생활방식은 1인 가구가 부쩍 늘어났지만, 그들에게도 가장 소중한 존재는 가족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에는 여전히 가족의 가치가 부정될 수 없다. 그런데 분단과 한국전쟁은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부부, 부모, 자식과 형제자매들을 빼앗아 갔다. 한번 이산된 후 상봉은 커녕 생사마저 알 수 없게 돼 통한의 세월을 보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의 수는 극히 일부에 해당된다. 그런데 그 수가 고령화로 인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등록된 13만 1531명 중 2018년 3월 말 현재 5만 7920명(2세대도 포함) 정도가 생존해 있다. 2016년 통일부가 실시했던 등록 이산가족 전수조사에 따르면 그들 중 76.3%가 당장 생사확인을 희망하고 있다. 대면상봉을 원하는 사람도 63.7%에 달한다. 이산가족의 통한을 치유하는 것은 개인들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분단과 전쟁으로 인한 이산의 피해를 국가가 책임을 지기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목자가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수량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비효율도 이런 비효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마리 양을 찾기 위해 목자가 노력하는 모습을 99마리 양이 볼 때 그 목자를 신뢰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의 봄을 애타게 기다리며 눈을 감고 있는 이산 1세대들을 위해서도 문재인 정부는 평화 구현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산가족이 분단과 전쟁 적폐에 의해 피해 받은 대표적인 사례라면, 최근 분단과 적대적 세력들의 고래 싸움 속에서 새우등이 터진 대표적인 피해자들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과 기술자들, 노동자들이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따르면 2년간 공단 폐쇄로 입은 피해액은 무려 1조 5000억 원에 달한다. 한때 종업원 350여 명에 연 매출 100억에 달했던 한 입주기업이 이제 6명 직원에 연 매출 8억 원으로 미미해졌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지난 촛불집회에서도 눈물겨운 호소를 했다. 그 기업인들은 개성공단이 평화의 땅이었고, 남북경제협력의 장이었으며 북한의 시장경제 학습의 공간(아시아경제, 2018년 2월 10일자)이었다고 강조해왔다. 실로 개성공단에 다시 사람들이 넘쳐날 때 그곳은 경제적 상생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경제, 평화 공동체가 될 수 있다. 한반도 분단으로 인한 피해자는 한국의 청년들임을 대개 사람들은 주목해 오지 않았다. 20대 초의 대학생들에게 꿈을 물어보라. 십중팔구는 꿈이 없다거나 군대 갔다 와서 진로를 설계하겠다고 말한다. 페이스북이 지금은 말썽을 일으키고 있으나, 한때 창업과 SNS의 열광을 일으켰던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든 것이 20살이었고, 10대부터 새로운 SNS의 길에 대한 열망을 품고 그 방면의 업적을 계속 쌓았던 것은 유명하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능력이 없어서만이 아니다. 초경쟁사회에서 10대 때는 대학 입시를 위해 모든 꿈을 접어뒀고, 대학 진학 이후에도 대다수 남학생들은 군대 문제로 불안증을 겪고, 여학생들은 유리천장 경쟁에 대한 공포감에 놓여 진취적인 미래를 꿈꾸며 준비하는 게 남의 일이 돼 있다. 2018년도 국방비 예산 43조 1000억 원의 1/4이라도 청년들의 일자리 확대와 보편적 복지 등에 돌릴 수 있다면 모든 한반도 사람들의 삶의 질이 바뀔 수 있다. 국방비 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것 자체는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분단은 우리의 삶을 바꿨다. 분단되기 전 중국 동북3성지역은 한반도의 뒤뜰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동북3성지역에 벼농사를 가져다 준 사람들이 바로 한반도 사람들이지 않은가? 그런데 분단 70여 년간 우리는 섬 아닌 섬에 살고 있다. 바다와 대륙을 잇는 반도민으로서의 장점을 잃어버린 채 섬사람이 돼왔다. 평화는 우리의 삶을 바꿀 것이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들어서면 우리들은 선조가 유라시아를 횡단했듯이 유라시아 횡단열차, 아시안 하이웨이를 타고 공부도 하고 사업도 하고 여행도 하며 유라시아 수많은 민족들과 다양한 교류를 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게 할 것이다. 정부가 한반도의 봄을 부르는 전령사라면 진정한 봄을 맞는 것은 모든 한반도 구성원이다. 평화의 봄 햇살에 한반도의 깊은 겨울을 녹여낼 수 있도록 평화를 건설하는 일을 미룰 수 없다. 평화만이 전쟁과 핵의 위협을 보습으로 만들고,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하며, 좋은 일자리와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확실한 길이다. 또한 한반도 평화는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유라시아를 잇는 화룡정점이다. 우리가 진짜 평화와 원하는가? 그렇다면 전쟁이 아닌 평화를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 바라는 우리의 소원이자, 남북정상회담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김귀옥 한성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2018.04.20
  • 평화와 번영의 새시대 여는 첫 걸음
    해방 이후 분단된 지 73년째, 그동안 남과 북은 비극적인 전쟁과 극적인 화해 및 정상회담을 거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같은 대규모 공동사업을 펼치기도 했으나, 지금은 교류와 협력이 모두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촉즉발의 전쟁 발발마저 우려되는 최악의 상황을 겪은 바 있다. 많은 이산가족이 세상을 떠나고 있지만 흩어진 가족의 상봉과 서신교환조차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분단국가이면서 가장 전쟁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분단 현실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영원히 종식시키고, 평화와 번영의 새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간절한 염원을 실현할 수 있는 기적같은 반전의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이 참가하고, 이를 계기로 남북한 특사 상호 교환 등을 통해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높은 수준에서 진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도래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는 남북한 최고지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간 남북간의 수많은 합의들을 지켜봐 왔다.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는 좋은 합의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신이 더 깊어지고 오히려 후퇴돼 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지난 1992년 2월 19일에 발효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와 그에 따른 두 개의 부속합의서는 내용적 측면에서 더 이상 추가할 것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4 공동성명(1972), 6,15 공동선언(2000), 10,4 남북정상선언(2007) 등 모두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주옥같은 합의들과 실천 조치들이 담겨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작은 합의라도 제대로 지켜지는 새로운 신뢰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그간의 합의들과 새로운 합의들이 반드시 지켜줄 수 있도록 약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중한 합의들이 돌이킬 수 없도록 제도화돼 굳건한 평화통일의 문이 열리도록 해야 한다. 합의는 하고 이행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협의해서 그것을 국민들 앞에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회담의 결과물인 남북합의서를 국가간 조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규범력을 부정한 역사는 이제 종식돼야 한다. 남북합의들이 준수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의 규칙은 사라지고 지속가능한 평화의 달성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합의 이행 정신과 실천은 비핵화-평화정착-남북관계 발전 선순환을 도모할 수 있는 절대적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은 기존 합의의 준수 및 이행의 뒷받침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남북간의 합의 이행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상회담의 정례화가 필수적 과제로 판단된다.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필수적 요소는 남과 북이 문제해결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오래 전부터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변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남과 북은 6,15 선언과 10,4 선언을 통해 남북문제의 주인이 우리 민족임을 거듭 천명한 바 있다. 10,4 선언 제8항에서는 남과 북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 현안문제들을 협의하기로 합의했으나, 정권교체로 말미암아 이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2018년 1월 9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성사된 남북고위급회담에서도 이를 재확인한 것은 의미가 있다. 남북고위급회담 공동보도문 제6항은 남과 북은 남북선언들을 존중하며,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 열렸던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6,15 남북 공동선언문의 제1항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 선언)의 제1항도 남과 북은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며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중시하고 모든 것을 이에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했다. 이같은 남북간의 선언과 합의들은 우리 문제를 주변 강대국들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과시하고,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장치는 최고지도자간의 만남을 정례화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달 5~6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간 핫라인(Hot Line)을 설치하기로 합의한 것은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의 핵심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정상회담 정례화를 약속하고, 약속한 것은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결의를 대내외에 선포하는 자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2018.04.19
  • 평양지국·서울지국…언론교류도 기대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차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도착한 2000년 6월 13일, 김일성종합대학 4학년 학생이었던 필자는 4,25문화회관 근처 대도로변에 서 있었다. 그날 김일성대학 학생과 교직원이 모두 김 전 대통령의 연도환영에 동원돼 영생탑 앞부터 서성구역 비파거리까지의 구간에 배치됐다. 얼마쯤 기다렸을까,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께 탄 승용차가 필자의 앞을 지나갔고, 필자는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을 불과 23m 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 남북 정상의 첫 만남을 평양에서 육안으로 목격했던 필자는 중국과 몽골을 거쳐 서울에 온 지 1년 반 정도 지난 2007년 10월 2일에는 TV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북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가면서 대한민국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갔다. 역사적인 그 순간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7년 전 평양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 한국에 와서 처음 몇 년간은 필자도 다른 탈북민들처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언론사와 대학원 등에서 남북문제와 국제정치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공부하면서 이러한 생각은 많이 달라졌다. 정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현존하는 실체를 부정한다면 그 존재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 오히려 우리가 그 존재를 애써 외면하는 동안 문제는 점점 더 커진다. 우리가 과거 10년간 북한 정권을 외면하고 있을 때 북한은 끊임없이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도 성공했다. 과거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만 기대를 걸고 손을 놓고 있었던 동안 북핵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린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문제에 직면해야 한다. 누군가를 변화시키려면 그를 자주 만나서 설득하고, 그가 변화를 선택했을 때 어떠한 이익이 차례질 수 있는지 지속해서 알려줘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자주 만나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현재 생각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민의 안위와 국익을 위해 현재 직면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지도자이지 정의의 잣대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종교지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화를 회피하는 것은 용기가 없기 때문이며, 적대관계에 있는 상대라고 해도 그를 만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다.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미중 정상회담이 없었다면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 가능했을까? 또 1989년 12월 냉전 종식을 선언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의 몰타 회담은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체제 변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에 비춰 봐도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는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하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해 4월 26일 국회 정론관에서는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탈북청년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 나선 탈북청년들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위해 필요하다면 북한의 김정은과 회담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김정은이 좋아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존재하는 북한 통치자를 만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탈북청년들이 꼭 1년 만에 열리게 될 남북 정상회담을 예언하면서 가졌던 바람은 북한의 변화였다. 탈북청년들이 누구보다도 북한의 변화와, 그 변화를 통해 북한 주민의 삶과 인권 상황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것은 그 땅에 그들의 가족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떠한 합의가 이뤄지든 그것이 남북한의 위정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두 번의 만남이 아니라 남북 정상 간의 정례적인 만남을 통해서 북한 지도자가 주민을 위한, 북한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언론사 교류에 대한 논의가 조금이라도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북미 관계와 북일 관계가 최악일 때에도 미국의 AP통신과 일본 교도통신 기자는 평양을 드나들었다. 하지만 우리 언론인은 평양 소식을 외신을 통해서만 듣는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더라도 북한 당국의 의중을 파악하고, 우리 정부의 생각을 북한에 전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남북 언론사 교류라고 생각한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의 기자가 평양에 상주하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기자가 서울에 상주하는 그날을 그려본다.
    지성림 연합뉴스 통일외교부 기자 2018.04.17
  • 보호무역주의 대응, 우리기업 통상역량 키우려면
    작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조사를 개시한 각종 수입규제 조치가 금년 초부터 현실화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이 보호무역으로 회귀할 때마다 가장 손쉽게 활용하는 반덤핑, 상계관세 조사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규제 수준이 강화되었다. 게다가 기업들의 청원 없이 상무부의 자체 판단에 근거한 반덤핑, 상계관세 직권 조사도 개시되었다. 좀처럼 사용하지 않은 세이프가드 조치가 16년 만에 2건이나 발동되었으며,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서는 국가안보위협을 근거로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었다. 태양광 셀 및 모듈과 세탁기에 대해 쿼타 및 고관세를 부과한 세이프가드 조치 2건 모두 우리 기업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세탁기의 경우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투자를 결정했다. 또한 미국은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여 국가안보위협 해소를 위해 철강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는데 한국은 다행히 협상을 통해 관세부과에서는 면제되었다. 그러나 관세 대신 쿼타를 설정하여 당분간 우리 철강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수출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 조사개시는 뚜렷하게 증가했다. 조사개시 건수가 증가한 사실보다 규제 형태와 대상 품목이 다양해지고 규제 수준이 이전에 비해 강화되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2015년에 반덤핑 절차법을 개정하고 조사당국인 상무부의 재량권을 높여 고율의 반덤핑관세 및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개정된 절차법 중 하나가 바로 불리한 이용 가능한(AFA: Adverse Facts Available) 조항이다. 동 조항의 목적은 조사과정에서 수출기업들의 성실한 정보제공을 독려하기 위함이나, 美상무부는 AFA 적용에 대한 상당한 재량권을 행사하며 징벌적 수준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또 다른 개정 사항은 조사당국이 덤핑마진 산정시 수출가격과 비교 기준이 되는 수출기업의 구성가격 산정을 위해 제공한 생산원가 자료 중 특별시장상황(particular market situation)에 해당하는 부분에 있어 조사당국 재량의 다른 방식으로 조정하는 내용이다. 미국은 2017년에 한국산 유정용강관(OCTG)의 주재료인 열연코일의 한국내 구매가격이 특별시장상황으로 왜곡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재량적인 방법을 통해 연례재심 덤핑마진을 이전 보다 높게 산정했다. 그 이후 12월에 스탠다드 강관, 금년 1월에 송유관 반덤핑 연례재심의 예비판정에서 작년 유정용강관에 적용된 PMS가 그대로 인용됐다. 한편, 미국발 보호무역조치가 강화되면서 우려했던 바대로 다른 지역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철강에 대한 232조 조치를 취하자 EU도 철강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사를 개시하였으며,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상응하는 관세부과 조치를 단행했다. 이렇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반덤핑, 상계관세 등 보호무역조치를 예상하고 사전에 대응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일단 조사가 진행되고 대응을 하더라도 조치가 취해지면 어느 정도 피해는 감수해야만 한다. 기업 차원에서 사전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출 물량이 갑작스럽게 증가하지 않도록 조절을 하는 것이다. 물론 기업의 이윤 추구 목적상 잘 되고 있는 수출을 자제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수입국 내에 경쟁 기업들이 존재하고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등의 문제가 있을 경우 경쟁 수출기업들을 상대로 수입규제 제소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특히 미국에 수출을 하면서 중국 기업과 경쟁을 하는 우리 기업들은 미국이 중국산에 대해 수입규제조치를 부과하거나 조사하고 있는지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중국산이 수입규제 때문에 미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한다고 해서 그 기회를 틈타 미국에 대한 수출을 크게 증가시킬 경우 추후에 우리 기업들도 제소를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심해지면서 시장 다변화가 화두가 되었다. 우리나라 전체 무역이 중국과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은 결국 개별 기업 차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주식에서 위험 분산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처럼 보호무역과 같은 위험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미국, 중국 이외의 다른 국가들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빗발치는 수입규제 포탄에 맞게 될 경우에 대비하여 기업 자체의 대응 체제를 구축해놓는 노력도 필요하다. 덤핑 조사의 경우 조사당국에서 요구하는 많은 자료를 제출해야만 하는데 평소에 전사적으로 대응 체제 구축에 대한 인식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위기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수에 대비해서 쌓아놓은 뚝방은 평소에는 모르지만 사태가 일어나서야 비로소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우리 기업들이 보호무역주의 파고를 완벽하게 피하기는 어렵겠지만 사전에 대응 체제를 튼튼히 구축해놓는다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위원 2018.04.17
  • ‘가을이 왔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우리의 안보현안에서 항상 핵심이 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이제 거의 30년이나 된 만성적인 문제다. 북핵문제를 이렇게 만성적인 상태로 만든 한반도의 전쟁상태, 나아가 민족분단은 이제 70년이나 된 아주 고질적인 문제다. 불치의 병처럼 이렇게 오랫동안 악화된 북핵문제, 나아가 전쟁과 분단의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지난 4월 1일, 남측예술단이 평양에서 남북의 평화협력을 기원하며 봄이 온다는 주제로 공연을 했다. 그 전에 북측의 예술단이 평창겨울올림픽을 축하하기 위해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을 했고,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부위원장이 특사단으로 남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답방으로 정의용 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우리 특사단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하고 남북정상회담을 4월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생각하지 못한 봄바람이 갑자기 불어왔다. 불과 6개월 전 한반도는 엄동설한이었다. 북한은 작년 9월 3일, 6차의 핵실험 끝에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고, 11월 29일에는 미국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호 시험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유엔안보리는 제재결의안 2375, 2397호를 통해 북한을 강력하게 압박하고 봉쇄했다. 1994년 클린턴 정부시기에 검토된 적이 있던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폭격론이 참수작전과 더불어 2015년부터 다시 거론됐다. 2017년에 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말 폭탄을 쏟아내며 코피작전을 거론하기도 했다. 선제공격, 예방전쟁, 전면적 핵전쟁의 위기가 감돌았다. 지난해 우리는 눈보라가 치는 엄혹한 겨울의 한 가운데 있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유엔의 대북제재가 극한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라는 말처럼, 궁하고 궁한 때에 변화가 일어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관된 대북제안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 속에서 북한의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 역사의 대변환을 꾀했다. 핵,미사일을 포함한 북한문제는 결국 북한과 미국, 북한과 남한이라는 두 개의 관계를 풀어야만 해결되는 문제다. 3월 5일 우리 특사단이 김 위원장을 만나 합의한 내용의 핵심은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라는 것이다. 3월 26일 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남조선과 미국이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답해 와서 평화,안정의 분위기를 만들고, 평화실현을 위해 단계적, 동보(동시)적 조치를 취한다면 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은 체제보장과 비핵화를 단계적이고 동시적으로 진행하자고 주장하고, 우리는 일괄타결과 단계적 실행을 주장하며, 미국은 일괄적이고 단기적인 해법을 추구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동시적, 단계적, 단기적이라는 시간과 관련해서는 압축이라는 개념을 고려할 수 있다. 또 체제보장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체제인정을 통한 평화와 성장을 제시할 수 있다. 즉 압축적 비핵화와 압축적인 평화, 압축적인 상호인정과 압축적인 성장이라는 개념이다. 우선 4월 정상회담은 역대 정부의 합의를 압축적으로 계승하고 이를 발전시켜야 한다.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과 함께 2000년의 6,15공동선언, 2005년 6자회담의 9,19합의, 2007년의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등이 남북관계 발전의 토대인 것이다. 이 합의들의 공통점은 남과 북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 위에서 평화를 이루고 번영을 도모하며, 우리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적이고 점진적으로 통일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역대 북미간의 합의에는 1994년의 제네바합의, 2000년 12월의 북미공동코뮤니케, 2005년 9월의 9,19공동성명이 있다. 이들 합의문에 공통된 것은 북한이 핵과 장거리미사일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과 북한이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국교를 수립하며, 평화체제를 수립한다는 것, 그리고 국제사회가 각종 경제제재 해제와 경제지원으로 북한경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오는 4월의 남북정상회담과 5월로 예측되는 북미정상회담의 공통적인 주제는 결국 압축적인 체제인정과 압축적인 평화 그리고 압축적인 성장이다. 핵,미사일 개발, 즉 체제안전을 위해 오랫동안 경제를 희생시킨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의 단계를 압축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체제인정과 평화와 성장의 프로세스도 압축해야 한다. 남북 간의 기존 합의를 존중해 평화공존을 제도화하고, 북미 간에 국교를 수립하며,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에 더해 북한이 압축적이고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북한에게 줄 때 비로소 일괄적이고 단계적이며 단기적인 비핵화가 가능할 것이다. 이때가 됐을 때 우리는 가을이 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배기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고문 2018.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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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자서전(1)-누구나 쓸 수 있는, 그러나 이 세상에서 유일한 이야기
얼마 전 은퇴한 50대, 60대들의 모임에서 자서전 쓰기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주는 건 아니니까 뭐 강의라고까지 거창하게 말할 건 아니다. 평소에 가슴 속에 담아두었지만 정작 나도 아직 실천하지 못한 숙제 같은 것이다. 무엇보다 나와 비슷하거나 좀 많은 연배여서 관심이 통하고 이야기가 편했다. 평생 해온 일은 다를지언정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그리고 자식으로서 동시대를 헤쳐온 삶의 흔적과 무늬가 고만고만하기에 정서적 유대감이 서로를 묶었다. 힘들게 살아온 이야기를 나눌 때는 마치 치열한 전쟁터에서 함께 귀향한 듯한 전우애마저 들었다. 다들 솔깃하게 경청했다. 그러나 똑같은 고민은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 인생역정을 책으로 쓰자면 아마 수십 권으로도 모자랄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성공한 인생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제가 유명인사도 아닌데 자서전을 쓴다면 남들이 비웃지나 않을지 걱정도 되고요. 또 설사 자서전을 쓴다 해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모르겠습니다. 나는 자서전 이야기를 할 때 영화 국제시장(2014년, 윤제균 감독)의 마지막 장면을 보여준다. 이념적 논란도 있었지만, 1400만 명 이상이 관람해 명량 신과 함께-죄와 벌에 이어 역대 관객수 3위를 기록한 영화다.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자식들이 거실에서 즐겁게 웃고 떠들 때 덕수(황정민)는 슬그머니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흥남부두에서 헤어진 아버지의 빛바랜 사진 앞에서 독백하며 운다. 나는 이 부분이 이 영화 전체에서 최고의 명장면, 명대사라고 생각한다. 영화와 동시대를 헤쳐온 한국 중장년의 자화상이고, 울지 말라고 배운 한국 남자가 흘리는 가장 뜨거운 눈물이다. 이 영화야말로 지금 황혼에 접어든 이들의 고전적 자서전 모델이 아닐까. 자서전은 바로 이런 거다. 어린 시절부터의 주인공 일생이 연대기처럼 흘러가지만 영화는 지루하지 않고 감동을 준다. 그건 덕수의 삶이 비록 투박하고 거칠지만 진실하기 때문이다. 그가 파독 광부에서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돌아와 다시 가족을 위해 베트남 전쟁에 가려고 하자 아내 영자(김윤진)가 말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 인생인데 왜 그 안에 당신은 없나요? 맞다. 지금 중장년은 어찌 보면 자기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했다. 가족과 회사와 나라를 위해 평생을 뼈 빠지게 일했다. 열사의 사막에서 짠내 나는 난닝구를 빨며 돈을 부쳤다. 보람은 있었지만 진정 자신을 위한 삶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나 자신을 위해 살기엔 늙어버렸다. 이제라도 자신을 찾아야 한다. 나는 자신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자서전을 써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서전은 내 평생의 땀과 눈물에 대한 스스로의 보상이다. 자서전을 쓰는 과정은 나를 용서하는 것이고 나와 화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은 멋진 삶을 위한 성찰이자 다짐이다. 내가 나에게 선물을 준 적이 있었던가. 자서전은 내가 나에게 주는 인생 최고의 생일 선물 같은 것이다. 요즘 지자체가 운영하는 몇몇 평생교육원이나 사회복지관, 은퇴자를 위한 주거단지 같은 곳에서 자서전 쓰기 강좌를 만들어 글쓰기에서부터 자서전을 구성하는 법을 가르치고 출판기념회까지 열어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지난 대선에서 (떨어진) 어느 후보는 어르신 자서전 쓰기 지원을 공약으로 내세운 적이 있다. 이색 공약이라고들 했지만 나는 지키지도 못 할 약속보다 훨씬 괜찮은 공약이라고 생각했다. 자서전에 대한 가장 큰 거리감은 성공한 이들만 쓰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서전은 결코 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기 자랑과 성공담으로 가득 찬 정치인이나 회장님, 명사의 전기나 회고록이 아니다. 플루타크 영웅전도, 루소의 참회록도 아니다. 영화에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나 가수 남진, 디자이너 앙드레 김 등 유명인사가 잠시 묘사되지만, 국제시장통의 꽃분이네 포목점 하나로 밥 먹고 애들을 공부시킨 배우지 못한 평범한 덕수, 그가 바로 주인공이다. 그가 자서전의 가장 빛나는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평범한 삶이 위대한 이야기를 잉태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보다 위대한 이야기는 없다. 우리 모두는 자서전을 쓸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하자 어떤 분이 박수를 쳤다. 자서전은 나의 재발견이자 내 삶의 재구성이다. 자서전에 담을 것은 나의 삶에서 일어난 표면적 사건의 나열보다는 그 깊은 아래에 있는 진솔한 나의 감정과 이면, 뒷얘기다. 그건 아름다울 수도 있고, 가슴 아플 수도 있고, 부끄러운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는 나만의 기억이자 추억이다. 내 삶에서 나의 희로애락과 경험은 고유하고 유일하다. 모사품이나 짝퉁이 없다. 내 자식도 내 배우자도 모르는 것이다.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다. 보통의 사람이 역사로 남는 건 자서전뿐일 것이다. 멋진 묘비명이나 유언 대신 당신의 가슴이 오롯이 담긴 한 권의 책이 당신을, 당신의 삶을 기억하는 것이다. 인생은 기승전결이 있는 거대한 글감이다. 인생이 책 한 권과 같다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써내려가는 작가다. 원고지에 옮기지 않았을 뿐이다. 글을 잘 쓸 줄 모른다고 한다. 자서전에 대단한 문학적 감수성이나 문장 실력이 필요한 건 아니다. 인생을 글로 쓰는 일에 정해진 규칙은 없다. 기본적인 것은 책에도 있고 강사도 있다. 가장 분명한 건 진실한 글만큼 감동적인 글은 없다는 것이다. 자서전은 당신이 이 세상에 남기는 최고의 걸작이다. 최고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 한기봉 언론중재위원/칼럼니스트 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를 했다. 파리특파원, 국제부장, 문화부장, 부국장, 주간한국 편집장, 인터넷한국일보 대표,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장을 지냈다.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로 글쓰기와 한국 언론에 대해 강의했다. 언론보도로 피해를 본 사람과 언론사 간 분쟁을 조정하는 언론중재위원이다. hkb821072@naver.com
언론중재위원/칼럼니스트 한기봉 2018.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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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정심에 덜컥 입양 금물…강아지 행동과 사회화 문제 신경 써야”
서울대학교 수의학과에는 서울시야생동물센터가 설치돼 있다. 2017년 5월 문을 연 이곳은 반려동물이 아닌 야생동물의 진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다. 야생동물은 전염병 유발 등의 문제로 일반 동물병원에서 진료가 불가능해 그간 민간기관에서 관리를 해왔다. 지방 민간기관에 이어 서울시에 개소했고, 작년에만 300건의 진료를 봤다.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아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점점 수요가 늘어나서 올해는 700~800건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동물행동의학 1호 박사 신윤주 수의사. 이곳에서 근무하는 신윤주 수의사는 국내 동물행동의학 1호 박사다. 아직 국내에 행동학 관련 진료나 사업이 이루어지는 곳이 없어서 야생동물을 돌보고 있지만 서울대와 성신여대에서 동물행동학 강의를 하며 전공을 이어가고 있다. 동물의 행동을 수의학적으로 분석해서 치료하고 행동 교정을 끌어내는 동물행동의학을 연구해 세 편의 논문을 완성했어요. 반려동물의 사회성과 스트레스의 관계, 분리불안 완화법, 드라이어와 펫드라이룸의 스트레스 차이입니다. 반려견의 행동실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연구 실험방법을 활용했다. 분리불안 반려견을 모집한 다음 보호자의 체취가 묻은 옷을 주고 책을 읽는 목소리를 들려준 후, 스트레스의 상태를 관리해서 통계적인 수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것이 스트레스를 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요소는 아니지만 다른 방법들과 함께 활용하면 반려견의 분리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사회성과 스트레스의 관계를 연구하는 실험에서는 어렸을 때 스트레스를 받은 유기견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사회화 기간인 생후 3~12주 사이를 주목해볼 때, 사회성이 좋은 유기견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낮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것은 사회화 훈련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또한 향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유의미한 논문이 됐다. 제 연구 주제를 말씀드리면 많은 분들이 개 훈련사랑 비슷하네라는 반응을 보이세요. 방송에 노출돼서 많이 아시더라고요. 비슷한 역할을 할 때도 있지만 동물행동의학 전문가는 동물의 행동을 이해한 다음 의학적으로 접근해요. 보호자들이 아직은 행동이 의학과 연관된다는 걸 잘 모르시는데요, 훈련으로만 되지 않는 부분도 많습니다. 신윤주 수의사는 동물행동의학 박사는 얼핏 훈련사와 비슷해 보이지만 약물처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약물처방을 내릴 때는 충분한 근거가 되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따져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윤주 수의사의 또 다른 관심사는 동물 복지다. 개의 행동을 연구한다는 것은 유기, 학대와 연관돼 있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동물 복지와 연결된다고. 행동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보면 동물 복지는 시급한 문제입니다. 같은 행동도 상황에 따라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의 정확한 가이드가 없는 양육은 위험할 때가 많아요. 강아지 공장 등 구조적인 문제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국내 대부분의 반려견이 강아지 공장 출신인데, 태어나자마자 매장으로 보내져서 행동장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거든요. 영세하게 운영되는 곳이 많아서 실태조사조차 안 되는 것이 현실이에요. 작년 10월 유명 한식당 대표가 개에 물려 사망하면서 반려견 관리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 법 개정에 따른 처벌 근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 학대와 관련해 정부 내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특별사법경찰관을 확대해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윤주 수의사는 동물보호법과 관련된 사안은 동물이나 인간이라는 극단의 입장이 아닌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C영상미디어) 수의학적으로 동물 행동 분석 동물카페법, 입마개, 개파라치, 안락사 문제 등 여러 정책이 거론되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전공자의 눈에서 보면 좀 더 깊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가령 맹견을 지정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행동이 정상적인 경우도 있거든요. 큰 개는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사고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작은 개도 사나울 수 있잖아요. 종에 따른 분류도 위험한 발상이에요. 그야말로 개마다 다른데, 선을 제시한다는 것이 논리적이지 않다고 봐요. 동시에 누구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전공자로서, 개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동물을 안 키우는 사람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접근하면 문제는 더욱 까다로워진다고. 저 역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으시면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어려워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고, 동물을 안 키우는 분의 입장도 중요하니까요. 우리나라가 개고기를 먹는 나라이기도 하잖아요. 다만 지금 이슈가 되는 것들이 동물 관련 정책의 기준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봐요. 동물과 관련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면 목줄만 제대로 해도 교통사고나 개 물림 사고는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숙련된 분들은 긴 줄을 사용하시는데, 그분들은 그렇다 해도 대부분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신윤주 수의사는 동물보호법과 관련된 사안은 동물이나 인간이라는 극단의 입장이 아닌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는 항상 중도적인 입장이에요. 동물 실험이 없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과학자로서 그 과정을 통해 발전하는 부분이 있다고 봐요. 필요악이죠. 그렇다면 제대로 복지를 잘하자는 겁니다. 동물행동학을 연구한 신윤주 수의사는 동물 복지에 관한 확실한 소신과 원칙을 가지고 일을 대하고 있다. 야생구조센터로 집에서 불법으로 기른 갈매기의 치료를 요청해왔을 때 야생동물을 집에서 키우는 것은 불법이라는 이유로 진료를 거절하기도 했다. 갈매기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진료에 응할 수가 없었어요. 보호자는 몇 년 동안 동물을 키웠다고 생각하겠지만 무지에 의해 학대를 한 것이에요.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사막여우, 미어캣, 원숭이와 같은 동물을 가정집에서 키우는 것은 불법입니다. 그 차원에서 동물카페에 있는 보호동물 외래종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동물이 고통받고 있는 온상이죠. 동물 관련 단체나 상업기관들의 입장 차이가 극명한 경우가 많아서 일관적인 법규가 정착되기 어려운 상황이 안타깝다는 그는 동물보호법이 얼른 자리 잡기를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유기견에 대한 소신도 전했다. 세밀한 접근 필요한 동물 복지 무조건 유기견을 입양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트라우마 등 행동학적인 문제를 판단하지 않은 채 입양에만 급급해서 개인에게 넘기면 이후 개인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학대 유기견들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가 높은 상태예요. 물론 컨디션이 좋은 경우도 많지만, 분리불안 증상을 보일 수 있어요. 보호자가 처음 강아지를 키우는 경우 이러한 행동 문제가 나타나면 이것은 보호자에게 폭력적인 행위라고 생각해요. 신윤주 수의사는 입양을 주선하기 전에 유기견의 성격적인 면, 히스토리를 정확하게 고지해서 정보를 주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성격이 예민하다가 아니라 귀 청소를 할 때는 가만히 있고 목욕을 잘해요, 산책은 잘하는데 강아지를 만나면 싫어합니다와 같은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유기견 문제는 사회문제라고 생각해요. 불쌍하다고 동정심에 호소해서 덜컥 입양하면 이후 보호자가 감수해야 할 고통이 너무 크거든요.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유기견의 행동장애는 평생 안 고쳐질 수도 있어요. 역차별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지도교수와 함께 우리 집에 냥이가 들어왔어요를 출간한 신윤주 수의사는 우리 멍이가 사춘기예요라는 제목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 강아지의 사회화와 행동 문제를 큰 주제로 그가 평소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강아지 농장, 유기견 문제 등 동물 복지 관련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위클리공감]
위클리공감 201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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