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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귀경길 장거리 운전자는 멀미약 먹지 마세요”

정책기고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중요한 건 행동이다
한 사회의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살 만한 세상인지를 나타내는 한 가지 척도가 바로 자살률이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로 측정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1983년 약 8명 수준에서 외환사태가 일어난 직후인 1998년 18.4명으로 급증하였고 2003년 금융위기 후 24.7명까지,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 후에는 30명 이상으로 증가해 2011년에는 31.7명까지 치솟아 정점을 찍는 등 사회경제적 상황과 밀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통계인 2016년 자살률은 25.6명으로 다소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로 2003년 이후 15년간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후 지난 10년 동안 약 15만명 이상의 자살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6.25 전쟁 동안 전사한 한국군 약 14만명을 넘어서는 숫자이며, 트라우마와 자살생각, 우울증 등으로 영향을 받는 가족과 주변인들까지 고려한다면 엄청난 수의 국민이 자살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영향받고 있다. 모든 자살문제의 원인이 정부에 있는 것은 아니며 정부가 전부 직접 해결할 수도 없다. 정부에 자살예방의 모든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 주도의 의무를 얼마나 잘 수행했었는지 국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국제연합(UN)과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 정부가 자살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는데 자살예방 국가전략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다. (1)자살예방 국가전략은 자살문제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한다. (2)정부가 자살문제의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음을 천명한다. (3)자살예방의 다양한 측면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킨다. (4)자살예방 관련된 관계자를 파악하여 각자에 적절한 책임을 부여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한다. (5)자살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려 국민의 인식을 개선한다. (6)자살문제에 대한모니터링 및평가시스템을 통해 관계자의 책임성을 높인다. (7)자살행동 연구 환경을 조성한다. 이러한 중요성으로 인해, 국가차원의 자살예방 대책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국가적 노력이 과거에 없었다고 할 수 없다. 2004년 제1차, 2009년 제2차 자살예방 기본계획이 수립되었고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제1차 종합대책 시작 당시 인구 10만명당 23.7명이었던 2004년의 자살률이 2016년 25.6명으로 오히려 증가해 지난 10년간의 자살예방 종합대책의 효과성에 의문을 가지는 이도 있을 수 있다. 더구나 5년마다 국가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자살예방법에도 불구하고 2014년 발표되었어야 할 제3차 기본계획은 2년간 발표되지 않기도 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100대 과제에는 최초로 자살예방이 포함되었다. 44번 과제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예방 중심 건강관리 지원의 세부 내용 중 포함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확산 계획이 그것이다. 그리고 바로 지난달 23일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인 행동계획(Action Plan)으로서의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정부가 우리 사회 주요 문제인 자살에 대해 심각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국민생명의 중요성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국정과제 안에 생명존중과 자살예방을 담은 것은 최초라는 의미가 있으며 정부 중점사업으로 추진되는 것 역시 최초의 일이다. 새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은 과학적 근거기반 접근, 자살고위험군 발굴, 자살위험에 대한 적극적 개입,관리,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및 유가족 지원, 대상별 차별화된 예방정책, 정부의 추진체계 마련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학적인 원인규명을 위해 자살사망자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국가차원의 자살률 동향파악 체계를 운영을 통해 자살원인을 심층 분석하는 계획, 총리실 주도로 관계 부처의 유기적 협력을 강화하고, 자살예방 전담부서인 자살예방정책과를 신설하는 점 등이 새롭다고 평가한다. 기존의 자살예방 국가계획과 내용상 유사하며 과학적 원인규명에 대한 강조를 제외하고는 기존의 계획이 재구조화 된 수준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한 단어로 인해 이전의 계획과는 다른 차별성을 가진다. 그것은 바로 행동이다. 즉 행동으로 실천되지 않는 이번 행동계획은 무의미할 것이다. 행동계획이 실현되기 위한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먼저 국가가 행동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지자체나 민간단체 및 국민 개개인을 행동하게 만드는 정책에 앞서 중앙정부 스스로가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관리에 앞서 중앙정부 스스로 효과적 정책수립과 예산배정 등을 통해 먼저 행동하는 계획이 되어야 한다. 둘째, 보건복지부에 자살예방정책과가 신설되었으나 중앙정부가 가진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전담직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계획은 행동으로 옮겨질 수 없다. 상담, 게이트키퍼 양성 및 관리, 지역 협의체 구성 및 네트워크 관리를 위해 최소 3명 이상의 전담인력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실제 행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담당자의 전문성을 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예산 측면에서 2017년 대비 58억원 증가하였으나 대부분 전수조사, 게이트키퍼 양성 등에 배정되었고 지역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배정된 예산증가는 전혀 없다. 행동을 위한 직접적 예산이 필요하다. 넷째, 자살예방정책을 계획하는 콘트롤 타워로서의 전담부서는 생겼으나 행동을 실행하는 콘트롤 타워로서의 중앙자살예방센터의 역할과 위상은 보장되어 있지 않다. 현재 1년씩의 민간위탁 형태로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공공영역의 기관으로 실효성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번 국가행동계획에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중앙심리부검센터의 통합 및 신규기관 신설을 담고 있는데 행동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체계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행동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2022년까지 자살률 17.0명으로 감소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되었으나 그 근거가 모호하다. 어떤 측면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감소 목표를 계획하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실행이 가능하다. 끝으로, 계획수립, 모니터링 및 평가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형식적으로 급조된 계획은 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려우며, 피상적인 모니터링과 평가는 합리적인 판단과 적절한 피드백을 행동에 연결시킬 수 없다. 이를 가능케 하는 시간과 인력의 보충이 절실하다. 정부가 자살예방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것도 최초이며,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대통령이 직접 강조한 것도 최초이다. 일회성의 계획발표가 아닌 지속가능한 행동 추진을 통해 생명을 존중하고 자살예방 행동을 실현하는 국가의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를 바란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18.02.14
  • 최저임금 올려도 고용 움츠려들지 않는다
    2018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언론의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6470원에서 16.4% 인상된 7530원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다. 초기에는 기업의 부담이 언론을 통해 제시되다가, 최근에는 일부 아파트 경비 해고 사례를 앞세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거나 가게 망하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정부는 최저임금 향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영세자영업자에게 일자리 안정 자금(2조7000억원)을 마련했다. 물론 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는 한다. 이를 위해 수혜 대상자를 넓히고 적극적인 보완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계나 보수 언론의 내용과 달리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감소가 전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최근 고용동향 통계를 보면 최저임금이 인상 되었어도 1월 고용동향이 예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최저임금을 크게 올려 고용이 움츠러들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과는 차이를 보이는 결과다. 일자리 변동 여부는 고용보험 가입자 수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확인 가능하다. 즉, 고용보험 가입자가 감소했으면 일자리가 줄어 든 것으로 해석된다. 2018년 1월 기준 전체 고용보험(피보험자) 현황은 1280만8000명으로, 지난해 1월에 견줘 26만7000명(2.1%)이 늘어났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서비스업은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줄지 않았다. 물론 인력공급,고용알선업 등이 포함된 사업지원서비스업은 일자리 감소가 있다. 그러나 이 업종 고용 둔화는 주로 300인 이상 사업장과 여성, 30대 이하였다. 즉, 최근 정부의 공공부문 청소,경비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해 소속이 바뀐 현상 등으로 해석된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이 우리나라 노동시장 전체의 일자리 감소나 고용축소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어떤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을 국정과제로 제시 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하는 사람들의 3분의 1이 겨우 시급 7000원 이하를 받고 있는 나라. 지난 10년 동안 10명 중 1명은 몇 년째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는 나라. 이게 정상적인 나라일까. 최저임금은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수준으로서 최소한의 임금 으로 정의된다. 때문에 최저임금은 일의 성격이나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임금, 그저 최저 시급에 맞추어 일을 시키는 임금에서 벗어나야 한다. 때문에 최저임금이 현실화되어야 할 이유를 한번만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최저임금은 1894년 뉴질랜드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은 우리나라 34개 법안에 기준이 되는 금액이다. 법정최저임금(7530원)은 저임금 빈곤 해소 취지도 있지만 직장인들이 해고나 구조조정을 겪을 때 받는 실업급여의 지급 기준이 된다. 또한 최저임금은 청년고용 및 장애인고용할당 미적용 사업장의 과태료 기준이다. 여성의 출산 및 육아휴직 급여의 기준이 최저임금이기에 모성보호 향상의 척도다. 게다가 임금에 비례하여 국민연금이 부가되니, 65세 이후 노후 빈곤을 예방하는 금액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도 인간다운 삶, 즉 안정된 생활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수준(just pay)은 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유엔(UN)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보고서를 제출한바 있다. 한국은행도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민간 소비가 확대되고 경제성장률이 상승하는 효과가 날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다소 힘들더라도 최저임금 논의는 경제사회적 효과가 확인 될 때 까지 우리사회에서 적정한 임금 혹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제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2018.02.14
  • 100년 뒤, 2118년 설날 아침 풍경
    2118년 설날 아침. 서울 시내의 거리는 한적하기만 합니다. 시청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해 인사를 끝으로 뉴스 앵커가 아침 방송을 마무리했다. 극장 스크린 크기의 초울트라 스마트TV를 향해 리모컨을 누르자, 역시 설날 분위기를 전하는 방송이 나왔다.증조할아버지 댁은 작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이 평온한 모습이었다. 119세에 접어드신 증조할아버지는 아직도 정정하시다. 하지만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설 명절만큼은 꼭 참석하려고 했었다. 설 전 날, 3살짜리 딸과 태어난 지 6개월 된 아들 녀석을 데리고 내가 살고 있는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나도 나이를 한 살 더 먹어 어느덧 31세가 된다. 이번 설에는 네 증조할아버지 댁에서 만나기로 했다. 5대가 모여 한번 놀아보자. 할아버지께서 20여일 쯤 전에 이런 문자를 보내셨다. 최근 몇 년간 아버지 댁, 할아버지 댁, 증조할아버지 댁을 돌아가면서 설 명절을 보냈는데, 이렇게 결정하셨다는 것이다. 나는 직장인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부산-서울을 20분 만에 주파하는 초초고속진공열차를 타고 왔더니 정확히 20분 만에 서울역에 내렸다. 부산 집에서 증조할아버지 댁까지 딱 30분 걸린 셈이다. 서울역에 내려 하늘에서 달리는 공중택시를 탔는데 중간에 약간의 교통 체증이 있었다. 그것만 아니었어도 몇 분 먼저 도착했으리라. 차례 상은 따로 차리지 않았다. 초울트라 스마트TV에 내장된 컴퓨터 버튼을 느리고 아이콘을 클릭하자 차례 상의 창이 활성화되었다. 아버지는 증조할아버지의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물론 증조할아버지의 아버지 사진과 지방을 불러왔다. 한자로 뭐라고 쓰여 있었는데 한자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읽을 수가 없었다.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의 뜻을 할아버지가 설명해주셨다. 증조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한글 지방으로 바꾸기로 이미 할아버지한테 허락을 받아 놓은 상태다. 설 날 아침, 정갈하게 차린 아침을 먹었다.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온 음식이라는 떡국은 맛있었다. 며칠만에 먹어보는 쌀로 만든 음식이었다. 이미 87세를 넘기신 할머니와 60세가 되신 어머니, 그리고 29세가 되는 내 아내가 함께 오순도순 마련한 음식이었다. 118세 되신 증조할머니는 부엌에서 함께 음식을 준비하려다 며느리와 손주 며느리 증손주 며느리의 성화에 못 이겨 안방으로 돌아가셨다. 증조할아버지는 당신께서 18세 청년이었던 2018년의 설날 풍경을 말씀해주셨다. 차례를 지내는 집도 물론 많았어. 하지만 젊은이들은 명절이 아닌 휴가 기간이라 생각해 외국의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무척 늘어났지. 증조할아버지는 당시 설날에는 세뱃돈을 주는 풍속이 있었다면서 잠깐 말씀을 멈추셨다. 갑자기 초인공지능(Super AI) 컴퓨터로 가시더니 컴퓨터 화면을 손으로 톡톡 건드렸다. 그러자 나와 아내의 팔에 파란불 신호가 나타났다. 각자의 팔 피부에 심어진 컴퓨터 칩에 50만원씩 입금되었다는 표시가 떴다. 다 큰 저희들한테 무슨 세뱃돈이세요? 증조할아버지는 이런 게 낙이라고 하며 껄껄 웃기만 하셨다. 세뱃돈 이야기가 끝나려는 순간, 90세 되신 할아버지께서 62세의 아들에게 윷놀이를 하자고 하셨다. 할아버지께서 문자로 말씀하신 5대가 모여 한번 놀아보자는 것은 윷놀이였던 셈이다. 119세에 접어들어 약간 거동이 불편하신 증조할아버지는 구경만 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내가 한 팀이 되었고, 할머니와 어머니와 내 아내가 한 팀이 되었다. 가족 간의 남녀 대결이었다. 윷이나 윷놀이 말판을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극장 스크린 크기의 초울트라 스마트TV의 버튼을 누르자 모니터에 윷과 말판이 떴다. 할머니가 가장 먼저 클릭을 하자 도가 나왔다. 그렇게 힘이 없으세요? 힘으로 윷을 던져? 클릭을 조절해야지. 다음은 할아버지 차례였다. 윷이야! 어머니가 클릭하자 모가 나왔다.와~~ 퇴도다. 아버지 차례가 되어 클릭하자 한 칸 뒤로 후퇴하는 퇴도가 나왔다. 한바탕 웃음보따리가 펼쳐졌다. 아버지도 같이 하시죠! 90세의 할아버지가 소파에 기대 앉아계신 119세의 증조할아버지께 하신 말씀이었다.아니면 어머니가 대타로 나오세요. 118세 되신 증조할머니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하시면서 한사코 사양하셨다. 2118년, 우리 가족의 설날 아침 시간은 그렇게 무르익어갔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2018.02.14
  • 밸런타인데이, 다른 나라는 어떤 선물 주고 받을까
    곧 설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 전에 치러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밸런타인데이다. 과거에는 우리의 전통과는 상관 없는 서구의 문화이고, 지나치게 상업적인 날이라며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제는 젊은 층뿐만이 아닌 대부분의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는 날이 됐다. 이 밸런타인데이(St. Valentino)는 여느 기념일과 마찬가지로 숱한 속설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 기원은 고대 로마의 미신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가축의 번식을 주관하고, 풍요를 상징하는 늑대신 루페르쿠스를 기리며 행해지던 루페르칼리아라는 목신 축제를 기독교에 흡수하여 만들어낸 것이다. 본래의 루페르칼리아 축제는 2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 동안 진행이 됐는데, 축제기간 동안 젊은 미혼 남성은 이성의 이름을 추첨 형식으로 뽑을 수 있었다고 한다. 남자들은 자신이 뽑은 이름을 가진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축제 기간 동안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리고 함께 축제를 보내고 나면 그 인연이 연인관계로 발전하거나, 결혼까지 성공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5세기 후반에 이르러 교회는 이교도들의 이러한 풍습을 탐탁지 않게 여겼고, 교황 젤라시오 1세가 목신 축제를 금지하는 법령을 내려 교회 차원에서 2월 14일을 사랑의 날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로마 기독교는 이를 위해 3세기에 순교한 발렌티노 신부를 연인들의 수호성인으로 선정한다. 3세기경, 전쟁을 치르고 있던 로마제국은 병사들을 모집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당시 황제였던 클라우드 2세는 이를 남자들이 국가보다 자신의 가정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라 여겨 결혼을 금지시킨다. 그런 황제의 명령으로도 남녀 간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는데, 이런 이들을 위해 교회의 이름으로 비밀 결혼식을 진행해준 사람이 바로 발렌티노 사제였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런 행동이 왕에게 발각돼 감옥에 갇히게 된 인물이다. 유럽에서는 밸런타인 데이의 가장 중요한 선물은 초콜릿이 아니라 바로 사랑의 단어들이 적힌 카드라고 하는데, 그것 역시 발렌티노 사제에 의해 생긴 것이라는 설화가 있다. 감옥에 갇힌 발렌티노의 담당 간수에게는 앞이 보이지 않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사제의 기도로 다시 앞을 보게 돼 이에 감격한 딸이 발렌티노가 처형 될 때까지 그를 돌봐주며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270년 1월 14일, 발렌티노가 형장으로 끌려가며 사랑하는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남기며 마지막 구절에 당신의 발렌티노라고 쓴 것이 밸런타인 데이 카드의 유래가 됐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수호성인에 대한 다양한 일화들은 대체로 후대에서 만들어졌다고 보이는 편이라 정설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유래야 어찌됐건 중세에 이르러 이 사랑의 날은 그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다. 14세기 영국의 제프리 초서의 기록에 의하면 당시의 젊은 남녀들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를 서로의 밸런타인이라고 부르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아마 그쯤 영국에서도 이 사랑의 날이 젊은 남녀들에게 영향을 줬던 것 같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백을 하는 밸런타인 데이의 모습을 14세기 영국의 풍습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에서는 2월 14일을 새들이 사랑을 시작하는 날로 여겼다고 하는데, 당시 영국의 소녀들은 2월 14일 아침을 맞이하며 가장 먼저 만나는 새로 자신들의 결혼을 점쳤다고 한다. 만약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새가 울새라면 가난한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이고, 참새라면 가난하지만 행복한 결혼을, 또 방울새라면 부유한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믿었다고 한다. 그런 분위기에 더불어 남자들은 자신의 미래를 점치며 꿈에 부풀어 있는 여자들에게 용기를 내어 고백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마 날이 날이니만큼, 고백을 받는 여인들도 상대방에게 비교적 호의적이었던 모양이다. 이러한 시기들을 지나 19세기에 이르러 비로서 우리가 아는 밸런타인데이의 모습이 생겨났다. 유럽 내에서는 하트가 그려진 카드를 만들어 연인들끼리 주고 받기 시작하고, 19세기 중반에 이 유행을 이어받은 미국인들이 여러 가지 디자인을 넣은 밸런타인데이용 특별 카드를 만들어 상품화하기 시작한다. 더 이상의 이름 뽑기나, 행렬 등의 의식이 있는 종교적인 축제가 아니게 변모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나라마다 각각 다른 모습으로 정착돼 발전됐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연인끼리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꽃다발과 선물을 주고받고, 중국은 80년대에 들어 마찬가지로 식당에서 외식을 하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며 데이트를 즐긴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한다. 한국에서 연인은 물론, 이성친구와 직장동료 모두에게 초콜릿을 돌리는 것은 일본에서 넘어온 유행이다. 그리고 미국에서의 밸런타인은 연인 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 등 다양한 의미의 사랑을 표현하며 카드를 주는 모습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이렇게 2월 14일은 전세계적으로 수천만이 다양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날이 됐다.
    박준우 칼럼니스트·요리연구가 2018.02.12
  • 행동하는 평화, 함께 만드는 평화
    올겨울은 너무 춥습니다. 그러나 눈 쌓인 강원도 산들은 아름답습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산은 겨울에 아름답다고 합니다. 사람도 진정 아름다운 사람은 자기생의 겨울을 지날 때 아름답습니다. 설이 다가왔습니다. 덕담을 주고받는 것은 새해 인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서로의 복을 빌고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풍습은 우리의 오래된 전통이라고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덕담을 하면 내 안에 덕이 고입니다. 악담을 하면 그 악한 기운이 내 안에 쌓입니다. 악한 기운은 나중에 병이 됩니다. 남에게 좋고 내게도 덕이 되는 좋은 덕담을 많이 주고받는 설 명절이 되 길 바랍니다. 설 명절에도 평창 올림픽은 뜨겁게 진행됩니다. 저는 평창이 평화의 평, 번창의 창이 되리라 믿습니다. 평화가 찾아오고 번영으로 가는 올림픽이 되길 바랍니다. 북한이 참가하게 되면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안심하고 선수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안전한 올림픽으로 치르게 되었습니다. 올림픽 개회식이 진행되는 동안 전 세계 수십억 인구가 화려하고 격조 높은 우리 문화를 생방송으로 보았습니다. 우리는 북한만이 아니라 92개 나라와 올림픽을 치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인입니다. 우리가 주최국입니다. 자신감을 갖고 북한을 초청했고 예술단 공연도 하게 했습니다. 우리는 군사적 대결과 평화적 시기가 교차하는 굴곡진 역사를 살아 왔습니다. 올림픽을 치른다고 북핵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누구나 압니다. 그러나 남북문제도 군사적 해결방식이 아니라 대화로 풀어야 합니다. 공멸의 방식이 아니라 공존의 방식 중에 선택해야 합니다. 평화는 올림픽이 실현하고자 하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전 세계가 평화올림픽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스포츠는 행동하는 평화이어야 합니다. 함께 만드는 평화이어야 합니다. 평창 올림픽의 레거시는 평화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흘린 땀을 기억합니다. 메달을 따는 선수들이 흘린 땀을 향해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이 흘린 눈물을 향해서도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올림픽이 열리는 이 추운 강원도의 겨울을 따뜻한 겨울로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위클리공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018.02.12
  • 국가안전대진단,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제천 화재, 밀양 화재 등 연이은 사고로 인해 안타까운 국민의 생명이 희생되었다. 수출순위 세계 7위, GDP 세계 11위,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해 보인다. 지금은 온 국민이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안전대책을 바라고 있다. 정부에서는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교통사고 및 산업재해 사망자, 자살 인명피해 줄이기 운동)와 함께 실효성 있는 국가안전대진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안전대진단은 개별법에 있는 각종의 안전점검을 보완해 이 시기만큼은 국민과 정부, 중앙과 지방, 모든 기업들까지 우리 주변의 안전문제를 돌아보자는 안전운동의 성격을 갖고 있다.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 수준을 높이고 문화를 만들기 위한 성격을 잃지 않으면서 국가안전대진단이 강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올해 국가안전대진단은 지난 2월 5일부터 시작해 3월 30일까지 시행된다. 총 30만 곳에 대한 안전점검이 실시된다. 그 중 중소형 병원과 요양원 등 안전사고 취약 다중이용시설 6만 곳에 대해서는 민관합동으로 전수점검이 실시된다. 또 안전점검과 사후확인 실명제, 관계부처 합동점검 및 안전감찰도 병행된다. 민간전문가,자율방재단,안전보안관 등이 참여하는 국민참여도 확대되고 안전점검 결과 공개도 추진된다. 그리고 그동안 화재 등 각종 안전사고의 원인이 지자체의 인허가 및 관리감독과 관련된 사항이 많이 노출된 점을 반영하여,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을 이전보다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안전점검의 책임성과 실효성을 높이고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안전점검과 더불어 다음 사항에 대한 개선이 국가안전대진단과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정부는 금번 국가안전대진단을 통해 각종 건축물 및 시설 등의 물적 위험요소들을 발굴하고 개선해야 한다. 그간 경제 우선을 위한 규제완화로 훼손되거나 아직 준비하지 못한 각종 안전관련 법,제도의 미비점을 찾아 재정비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각종 건축물과 시설물의 안전한 이용방법에 대한 대국민 교육,홍보,안내를 적극적으로 실행하여 안전문화운동 확산의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국회는 최근 부랴부랴 소방관련법 개정을 했으나 이는 아주 작은 부분이다. 아직도 고치고 새로 제정해야 할 안전 관련 법 조항들이 소방분야를 포함, 많이 산적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각 정당이 힘을 모아 신속하고 치밀하게 안전관련 법,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셋째, 기업과 각종 건축 및 시설물 소유자는 시설을 이용하는 국민과 해당 근로자의 안전을 반드시 책임지고 지켜주겠다는 안전 경영방침과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져야 한다. 아울러 이번 안전대진단에 참여해 각종 위험요소를 찾아 적극 개선하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은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만큼 스스로 주변의 위험요소를 찾아 없애야 한다. 최고의 안전 대책은 전 국민의 안전신고 생활화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문화로 정착돼 국민 모두가 안전 파수꾼이 된다면 안전한 대한민국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내가 없앨 수 없는 위험은 안전신문고(www.safetyreport.go.kr)에 신고하는 등 안전문화운동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주변이 범죄 소굴이 된다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Broken Window Theory)이 있다. 우리 주변의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안전 위험요인도 깨진 유리창 법칙이 적용된다. 안전과 관련된 위험요소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무시한다면 국민의 안전은 크게 위협 받을 것이다. 이번 국가안전대진단을 계기로 우리 모두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에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
    정재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부대표)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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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가심비, 플라시보소비, 일점호화, 있어빌리티, 탕진잼, 그리고 행복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이모(22)씨는 최근 서울 신라호텔 한식당 라연에서 9만8000원짜리 점심을 먹었다. 라연은 미슐랭가이드 서울판이 2년 연속 최고 등급인 별 셋을 준 식당이다. 이씨는 한 달 일해서 번 알바비 중 생활비를 뺀 나머지를 한 끼 식사에 썼지만 아깝지 않다. 음식을 워낙 좋아해 꼭 맛보고 싶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자 부럽다는 친구들의 댓글과 하트가 수십 개씩 달리고 팔로어가 확 늘어나는 걸 보며 배가 불렀다고 말했다. 올해의 소비 트렌드를 소개한 한 일간지에 얼마 전에 실린 기사 일부다. 영수증의 김생민이 이 기사를 읽었다면? 당연히 수퍼울트라 스튜핏!이라고 외쳤을 게다. 댓글과 하트뿅뿅을 보낸 이 학생의 친구들은 진정 그뤠잇!이라고 동조한 것일까. 이런 소비를 일점호화(一點豪華)라고 요즘 부른다. 큰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어떤 한 가지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것이다. 일본 영화감독 데라야마 수지가 1967년에 쓴 책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에 처음 등장한 용어인데 일본의 장기불황 때 유행했다고 한다. 그는 거적때기를 덮고 자더라도 한 부분에서만큼은 호화로움을 추구하자. 그것은 무료하기만 한 소시민적 삶의 한 돌파구다라고 했다. 3만 원짜리 청바지를 입으면서도 운동화는 30만 원짜리 레어템을 신고, 한 달 월급이 훨씬 넘는 명품 핸드백을 메는 거다. 젊은층의 소비 심리 중에 있어빌리티와 탕진잼이란 신조어도 있다. 뭔가 있어 보이려 하는 것과 탕진하는 재미다. 텅장(텅 빈 통장)이 무섭지 않다.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질러버리는 시발 비용이란 말도 있다. 욕설에서 나왔다. 과거의 지름신이 다른 얼굴로 강림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매년 우리 사회의 트렌드를 포착해 기가 막히게 이름을 붙이는 전문가다. 그가 이끄는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매년 말이면 그 다음해의 트렌드 코리아를 발표한다. 2018 트렌드 코리아 중에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이 가심비(價心比)다. 가격 대비 객관적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價性比)를 차용한 말이다.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지수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창적 용어다. 가심비가 소비의 대세가 된 듯하다. 신제품 마케팅에서 가심비 석 자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다.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에 가장 많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게 소비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빨래건조기, 스타일러, 로봇청소기, 소형 냉장고 같은 것이다. 설 선물 세트부터 백화점 푸드마켓, 여행 상품, 인테리어, 패션, 화장품, 취미용품, 심지어 유명 제과 브랜드가 내놓은 발렌타인 케이크나 피자 회사의 신제품에도 가심비란 말이 들어갔다. 식상할 정도다. 가심비 소비 성향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 불안 심리가 부추겼다. 옥시 사태나 살충제 계란 파동, 햄버거병, 발암물질이 포함된 생리대 논란 같은 거다. 김 교수는 이를 가짜 약을 줬는데도 약효가 있는 위약효과에 빗대 플라시보(placebo) 소비라고 불렀다. 특정 연예인의 이미지나 콘텐츠, 브랜드만을 사 모으는 굿즈 바람도 세다. 가심비와는 조금 다르다. 굿즈 소비는 의미에 대한 소비다. 자기가 애착을 갖거나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대상을 소유하고 싶은 심리다. 아이돌 그룹이나 특정 캐릭터의 굿즈 샵인 플래그십 스토어가 많이 생겨났다. 카뱅(카카오뱅크)의 성공은 카카오프렌즈 굿즈에 힘입은 바 크다. 출판업계 마케팅은 책이 우선인지, 끼워 주는 굿즈가 우선인지 모를 정도다. 평창롱패딩의 매진, 영화나 만화 캐릭터의 광적인 수집, 드론이나 액션캠 전동킥보도 같은 고가의 취미용품 덕후도 굿즈 소비다. 가심비나 일점호화, 있어빌리티, 탕진잼, 굿즈 열풍 같은 소비 트렌드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 가슴이 아프다. 대체로 이렇게 분석한다. 아무리 정서적 만족을 외쳐도 그 바닥에 있는 건 일종의 박탈감이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사라진 시대다. 행복은 보이지 않는다. 대박이나 목돈 마련의 희망도 없다. 그 현실적 박탈감을 위로하는 가장 즉각적인 방법이 실용적 소비가 아닌, 감성적 기호적 소비다. 미래가 아닌 지금, 내 존재감을 확인하고 적어도 남에게 행복하게 보이고 싶다. 비록 인형뽑기나 다이소의 탕진재머(탕진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회용 행복일지라도. 마케팅은 그런 심리를 파고든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소비 대상이 당연히 꽤 비싸다는 것이다. 박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갑을 열고 싶으나 열지 못하는 현실은 박탈감을 더해준다. 요즘 SNS는 방대한 있어빌리티 전시장이다. 수없이 달린 댓글과 좋아요를 보면서 자기만 루저가 된 것 같은 자괴감에 빠져드는 젊은이도 많을 것이다. 왕따 아니면 관심종자(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욜로(you only live once),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케렌시아(querencia, 고단한 삶의 피난처), 휘게(덴마크), 라곰(스웨덴), 오캄(프랑스). 가심비나 있어빌리티와는 성격이 좀 다른, 개인의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 용어들이다. 요즘 유독 행복어 사전에 새로 등재할 행복용어들이 넘쳐나고 있다. 우리네 삶이 그만큼 행복하지 않다는 게 아닐까. 오늘도 소셜미디어에는 행복 인증샷이 넘친다. 많이 질러서 행복한 사람이 있고, 다 버려서 행복한 사람도 있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9만 8000원짜리 점심을 먹고 행복한 사람도 있고, 집에서 갓 구운 식빵을 손으로 찢어 먹으며 행복한 사람도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행복 찾기에 피곤하다. 마치 행복이 인증되는 것처럼. 어찌 해야 행복할까. 국내외에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가 많다. 행복에 대한 책도 많이 나왔다. 행복론은 요즘 대학의 커리큘럼 중 하나다. 나는 국내 언론에 보도된 행복에 대한 연구를 인터넷에서 최대한 뒤져봤다. 표현의 차이는 다소 있었지만 결론은 거의 이 말로 통했다. 인간은 행복에 집착하려 할수록 행복하지 않다. ◆ 한기봉 국민대 초빙교수/언론중재위원 한국일보에서 30년 기자를 했다. 파리특파원, 국제부장, 문화부장, 편집국 부국장, 주간한국 편집장, 인터넷한국일보 대표,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장을 지냈다. 언론보도로 피해를 본 사람과 언론사 간 분쟁을 조정하는 언론중재위원이며, 국민대 언론정보학부에서 글쓰기와 한국 언론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hkb821072@naver.com
국민대 초빙교수/언론중재위원 한기봉 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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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근로자-사업주 상생, 현장에 맞게 다듬어줬으면”
지난 달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보장과 관련, 청와대에서 중소,벤처기업인과 소상공인을 초대해 폭넓은 대화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이들과의 대화에서 올해의 국정목표를 삶이 나아졌다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저임금 보장 안착을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또한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용궁단골식당 김정애 대표님 어디 계시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음식값을 올려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십니다. 음식점 하시는 분들의 공통된 걱정이 아닐까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달 16일 청와대 중소,벤처기업,소상공인 간담회 종료 뒤 문재인 대통령과의 기념 사진. 최저임금 보장으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기 위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지원을 통해 노동자의 대부분을 고용하고 있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인건비 부담이 예년보다 높아지지 않도록 전력을 다하고 있다. 사업할 맛이 나고 한지붕에 있는 노동자들이 일할 맛이 나야 국민 경제가 나아지는 법. 정책브리핑은 용궁단골식당 김정애 대표를 만났다. 전문 컨설팅을 위해 고용노동부 안동지청과 소상공인시장 진흥공단 관계자들이 함께 동행했다. 경북 예천군 용궁면에 있는 용궁단골식당은 1965년 시어머니 김대순 씨가 개업해 3대를 이어 김정애 대표가 가업을 이어받고 있다. 주메뉴는 순대국밥과 오징어 불고기 등이다. 식당을 운영하시면서 최근 최저임금 보장 뉴스를 접했는데? 최저임금은 근로자들로 하여금 노동력에 따른 최소한의 소득으로 생활의 안정성을 가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적합하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시대 흐름에 맞춰서 근로자들에게 가장 유익한 정책입니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근로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정책으로써, 오랜 기간 자리를 잡고 고정적인 매출을 갖는 사업주들은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하겠지만, 창업주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됩니다. 김정애 대표와 사위 박경원 씨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창업주에게 어떤 부담이 있을까요? 예를 들면, 창업주들이 창업을 할 경우 가게 홍보,음식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더불어 물가상승에 따른 인건비(최저임금)가 상승함에 따라서 식당운영 시 매달 소요되는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어 한정된 자본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고,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전 폐업 하는 등 기존과 유사한 선례를 남길 것으로 생각 됩니다. 또한적은 매출이 발생되는 사업주들의 경우에는 매출은 고정적이나, 인건비와 물가상승에 따라 운영에 많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에상됩니다. 이러한 실정으로 볼 때 최저임금 및 물가상승에 비례해 사업주들에게도 사업운영에 따른 소요되는 비용들이 절감될 수 있는 별도의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예천 인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관계자들이 이날 한자리에 모여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실제 식당을 운영하면서, 다른 사업주들의 입장을 이야기 해주신다면? 사업주들을 위한 별도의 정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사업주들은 최저임금 및 물가상승을 고려하여 음식 값을 올리거나, 음식의 양을 조절하는 등의 행동을 취하여 최저임금 인상 이전의 수익을 내기 위하여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에는 얼마 전 대기업의 치킨 값 인상이 있었을 때 언론 및 여론, 그리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인하여 큰 타격을 입었던 것처럼 매출 및 가게 이미지에 지장이 가해질 것을 두려워하여 쉽게 가격 및 양을 조절 하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용궁단골식당 내부. 또한, 현재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사업주들은 인력 감축 및 영업시간 단축을 하는 방안을 실질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인력을 감축할 경우에는 다시금 실업자들이 늘어나는 현상과 함께 여러 분야, 다양한 곳의 사업장에서 불안감을 숨길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영업시간이 단축되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근무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크게 누리지 못하거나 오히려 더 줄어든 급여를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렇게 되면 사업주 및 고용주와 근로자들 모두에게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여 서로 상생하고자 하는 정책의 의도는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현실적인 부분, 그리고 작은 부분에서부터 보게 되면 임금에 따른 지출이 많아질수록 고용에 대한 부담이 늘어 날 것이고 이는 다시금 새로운 실업문제로 발전이 될 수 있는 부분임을 한 번 더 생각해 주시고 더 나은 그리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의 정책으로 다듬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저임금 보장 뒤에도 음식값을 올리지 않고 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먼저, 신생창업주 및 적은 매출이 발생되는 소규모사업자들에게 가게 정착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하여 식당홍보 비용 및 임대료 등이 지원 되면 좋겠습니다. 각 지자체에서는 자동차, IT 등 여러 산업분야에는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유독 식당과 같은 요식업종에 대해서는 그렇다할 지원정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착지원금이라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라 창업 초기 가게를 정착시키고 운영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들을 지원해주신다면 좋겠습니다. 간략하게 보면 가게홍보비용(간판제작, 카달로그 및 전단지 제작 등)과 더 나은 음식의 제공을 위한 개발비용(특화된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취득하기 위한 특허출원비용 등) 등의 일부분을 지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도중 식당운영으로 바빴던 사위 박경원 씨가 보충 답변을 하고 있다. 이어 김정애 대표 옆에 앉아있던 사위 박경원도 한마디 곁들였다. 최저임금이 인상이 되었을 경우 그 최저임금을 단계별 차등 적용을 할 수 있는 자격제도를 만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요즘 인력의 전문화가 이루어지고 직종 또한 많아지며 점점 자격증의 수도 많아지는 가운데 유독 서비스업종에 대해서는 전문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하면 안 되는 일이 바로 서비스업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김정애 대표는 노동자와 사업주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최저임금 보장 정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서비스업에 대한 자격증이 신설 되고 그 자격증을 기반으로 하여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임금에 대한 오픈이 가능하다면 더 나은 임금 및 대우를 받기 위해서 근로자들은 자격증을 취득 및 노력 할 것이고 고용주들은 확실하게 본인들에 사업장에 도움이 되는 이들을 선별, 고용할 수 있게 됩니다. 더 나아가서 전체적인 서비스업종의 질이 상승하며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여행객들 또는 귀빈들에게 대한민국이 서비스 강국이라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게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저희 영세사업자들이 밝고 웃는 얼굴로 영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 현장에서 전하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말(고용부 안동지청 김동식 근로감독관) 월 190만원 초과 많아 해결책 모색 최선 올해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지난해6470원에 비해 16.4% 대폭 인상됐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경영부담을 완화하고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올 1월1일부터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를 대상으로 총 2조 9708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원대상은 30인 미만 사업주를 원칙으로 하되, 최저임금을 준수하고 지원신청 당시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야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해고 우려가 큰 아파트 등 공동주택경비,청소원의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여 30인 이상 사업주도 지원함으로써 이들의 고용 안정을 기할 계획이며 사업주가 신청일 이전 1개월 이상 고용이 유지된 월 보수액 190만원 미만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경우, 노동자 한 명당 월 13만원을 지원하되, 단시간 노동자에 대해서는 근로시간에 비례하여 지원한다. 정부는 최저임금과 일자리 안정자금 현장 안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모든 부처가 함께 총력을 다하고 있으며 안정자금 홍보를 비롯, 지원대상인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있다. 지역 소상공인을 방문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니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았다.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려 하여도 노동자들이 4대 보험 가입을 꺼리는 경우가 있었다. 부모님의 기초생활 수급액이 줄어들거나, 대학생 학자금 대출의 불이익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 자체 보다 실질적으로 부담이 더 큰 임대료와 보증금 부담, 카드 수수료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우리나라는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23.5%로 OECD 선진국에 비해 높은 상황인 만큼,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프랜차이즈 본사-가맹점 간 공정거래 질서가 확립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월평균 보수액 190만원 미만의 근로자에 대해 지원되는데 제조업, 음식서비스업, 경비 종사자의 경우 장시간 근로로 인해 월평균 보수액이 19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 지원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여 보다 많은 소상공인, 영세 사업주들이 안정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월 6일 국무회의를 통해 ▲지원기간 도중에 노동자수가 30인을 초과하더라도 29인까지는 계속 지원 ▲생업에 바빠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이 어려운 영세 소상공인들의 신청 편의를 최대한 제고하기 위해 일자리 안정 자금 무료 신청 대행기관에 대한 지원금을 2개 상향조정 ▲일자리 안정자금 대상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경감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도록 개선▲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하여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도 연 240만원 한도에서 비과세대상에 포함시키고, 대상직종을 생산직에서 일부 서비스,판매,단순노무 종사자 까지 확대시키기로 결정했다. 한편, 생업에 바빠 영업시간 내에 신청기관 방문이 어렵고 인터넷도 익숙하지 않은 소상공인들을 위해1월말에서 2월말까지 고용노동부,근로복지공단 등 유관기관 직원들이 직접 현장에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첫걸음이 최저임금 안착이다. 최저임금과 일자리 안정자금 안착을 위해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이 소득중심 성장의 마중물이 되어 영세업체의 경영상 어려움과 노동자의 고용불안은 덜면서, 사회보험 가입도 늘어나 사회안전망이 강화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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