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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이 본 한미정상회담

정책기고

보다 크고 보다 빠른 비핵화 방안 지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 5월 22일(현지 시간) 오후 백악관을 방문해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양 정상은 6월 12일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을 성공적 개최를 위한 북한 비핵화 방안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중 잠시 진행된 기자단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한 평화를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협상 방향을 언급하면서도 만일 북한이 강경한 태도로 나올 경우 정상회담의 연기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한 미국의 북핵 협상 방향 당초 북미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습을 보였을 때 굳이 문재인 대통령이 이 시기에 미국을 방문할 필요가 있는지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5월 7일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2차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강경한 입장을 연일 밝히고 있는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됨으로써 우리 정부의 역할이 빛나게 됐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한미 양국 정상의 신뢰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정상회담은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정도 조율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미국의 북핵 협상 방향의 큰 그림이 나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대신 북한에 그만큼 큰 보상을 하겠다는 미국의 빅딜 구상이 제시됐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에 비핵화의 핵심 부분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괄타결 방식을 통한 빅딜 구상이 그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물리적으로 일괄타결의 이행이 어렵다는 문제 인식도 드러냈고 그 결과 일부 단계를 나눌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짧은 시간을 여러 차례 강조함으로써 단계를 나눔으로 인해서 비핵화가 지연되는 것은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이뤄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체제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제시했다. 과거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전보장을 넘어 김정은 정권의 안정과 북한의 번영까지도 약속한 적극적 안전보장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정은 정권의 안정과 북한을 도와서 위대한 국가로 만들어 주겠다는 트럼트 대통령의 약속이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어떻게 구체화 될 것인지 향후 관심을 모을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다가올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기대의 목소리만 낸 것은 아니다. 미국이 원하는 특정한 조건들(certain conditions)을 얻을 수 없다면 정상회담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아도 다음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 언급은 국내정치적 이유로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 없이 개최하려 든다는 미국 내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함과 동시에,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반박한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북한 모두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의용 안보실장의 언급과 같이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99%로 평가한다. 철저한 준비로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 정착 물론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 북한의 비핵화 단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그리고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은 어느 정도로 제공해야 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조기에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북한으로부터 반출해 내야 한다. 북한의 핵 시설이나 핵관련 인력들은 그 다음에 천천히 풀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기 비핵화에 북한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북한이 원하는 정치적,외교적,경제적,군사적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인권문제 제기를 자제하고, 비핵화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하며, 대북 경제제재 해제와 경제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최근 북한이 강조하고 있는 연합군사훈련이나 전략자산 배치 문제에 대한 그들의 요구 사항도 수용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존립이 흔들리는 상황은 받을 수 없다. 만일 북한이 그 정도의 보장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비핵화 의지 없이 시간을 끌기 위한 핑계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제 평창 평화구상에서 북미 정상회담만이 남았다. 북한과의 핵협상은 수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서로 사용하는 용어의 의미가 같은 것인지부터 비핵화 조치와 보상 간의 선후관계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디테일의 악마가 도사리고 있다.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도 이행의 문제가 남는다. 하지만 지금도 이미 걷지 않아본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2018.05.24
  • 부부의날,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건강한 갈등 대처법
    내가 선택한 배우자가 내가 상상한 바로 그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는 결혼 후 1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아니, 이미 결혼식 준비과정에서 살아가는데필요한 다양한 모습의 그대가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그 사람도 나도 상대의 드러나는 현실적인 모습에 조금씩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괜챦은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저 사람과 결혼하고 나서부터는 내 삶이 엉망이 되었어요. 아주 극소수의 사례, 예를 들면 정신질환이나 중독, 극단적인 폭력이나 유기의 문제에서 나는 일반적인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결혼생활의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부부상담사례를 통해 나는 결혼생활의 어려움이 두 사람 간의 차이, 특별히 두 사람 간의 서로에 대한 기대의 차이와 그 기대의좌절에서 오는 갈등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부부관계는 갈등 그 자체보다 갈등에 대한 대처방법이 갈등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이는 부부상담의 다양한 이론에서 거듭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5월 21일은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에서 부부의 날로 정해 지켜지고 있다. 부부의 날을 맞아 부부간에 어떤 갈등대처 방식이이를 악화시켜 불행한 결혼에 이르게 하는지 살펴보고 건강한 대처 방식을 고민해 보자. 부부가 서로에 대해 유감이 발생했을 때 하지 말아야 할 것 네 가지와 해야할 것 한 가지가 있다. 하지 말아야 할 네 가지는 공격하지 말라, 마음에 없는 용서를 빌지 말라, 거리를 두지 말라, 아이나 일과 같은 제삼자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해야하는 한 가지는 그 문제에 대해 진정한 대화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편이 국을 먹다가 국이 왜 이렇게 짜? 당신 왜 요새 이렇게 음식을 짜게 해하면서 불평을 하고 직장생활하는 아내는 밥하느라고 힘들었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음식타박을 하는 남편에게 화가 난 상황이라고 하자. 이에 대해 아내가 국 좀 짠 걸 가지고 왜 짜증을 내요? 음식하느라고 힘들어 죽겠구만이라고 맞받아치는 건 공격하는 것이다. 이 경우 남편은 공격받은 것 때문에 다시 공격하게 되고 갈등이 커진다. 아내가 자기의 화난 마음을 감추고 그래요? 내가 음식을 짜게 했나봐요. 물 데워서 부으면 될까? 하고 대응하지만 안색은 좋지 않다면, 그 당시엔 괜챦은 듯 넘어가지만 아내의 쌓인 화는 신체적인 질병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남편에 대한 애정의 철회와 같은 수동공격적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불행한 결혼이 될 수 있다. 은퇴 무렵 그동안 내조 잘 하던 아내가 이혼하자고 하면 그건 이런 식의 부정적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서 나타난 결과인 경우가 많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용서를 비는 대응의 가장 안 좋은 측면은 남편이 자신의 행동이 아내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이 그 행동을 지속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거리를 두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짜요? 그럼 물 부어 먹어요. 그렇게 남편의 표현에 응대를 하는 듯 보이지만, 마음의 벽을 철저하게 치고 있기 때문에 아내는 남편의 불평 따위로는 마음이 상하지도 않는 상태이다. 이런 방식으로 남편과 거리두기를 하는 것은 무례한 남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지만 서로의 친밀감과 관계에 대한 욕구를 철저히 부정하게 됨으로 인해 이 둘은 한집에서 남남처럼 살아가게 된다. 겉으로 싸우지 않으며, 상처도 입지 않지만, 가정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존재한다. 그래서 두 사람 중 약한 쪽 사람의 건강이나 마음이 상해를 입기 시작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가정의 긴장된 분위기는 약한 자녀에게 심리적, 행동적인 문제를 불러오기도 한다. 남편과의 화난 감정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아내가 5살 짜리 아들에게 장난감을 치우라고 짜증을 내는 행동, 남편의 서운한 행동에 상처 난 마음을 가진 아내가 아이들 앞에서 자꾸 한숨을 쉬거나 남편에 대한 불평을 하는 행동, 남편보다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아이에게서 위로를 찾고 그 아이에게 지나친 기대를 거는 행동, 모두 부부의 갈등에 아이를 끌어들이는 행동이며 이런 대상이 되는 아이는 엄마의 기대를 무의식적으로 읽어내면서 엄마와 분리되지 못한 채 성장하기 쉽다. 아내와의 갈등이 생기면 인터넷게임이나 술을 찾는 행동, 가족보다는 일과 함께 하는 것이 더 편한 행동, 혹은 자기 편을 들어주는 자신의 엄마를 아내보다 더 중시하는 태도 등은 남편들이 부부갈등에서 제 삼자를 끌어들이는 전형적인 행동들이다. 이런 제 삼자를 끌어들이는 행동은 우선은 갈등을 직면하지 않게 하므로 괜챦은 듯 보이나 장기적으로 부부의 갈등의 소지를 점점 키우게 되는 측면이 있다. 이상의 네가지 금지행동은 우리가 부부갈등상황에서 오히려 자주 취하게 되는 행동이다. 그런 행동보다는 내가 어떤 일로 섭섭하고 화가 나는지, 그래서 당신이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는지에 대해 진정성 있는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권한다.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상당한 다짐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확신컨대, 부부의 사소한 갈등에 이런 건강한 방식의 대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 부부의 마음은 더욱 건강해지고 자녀는 밝고 행복하게 자라날 것이며 결혼의 구력이 더해질수록 부부관계는 풍성해지고 베푸는 가정이 될 것이다. 우리는 결혼할 때 결혼 전의 가족 안에서 배운 갈등해결 방식을 내 안에 담아서 혼수로 가지고 간다. 만일 그 방식이 건강하지 않은 것이라 한다면 내가 원하지 않던 내 부모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내가 답습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런 세대 간 답습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나의 새로운 마음과 행동에 달려있다. 어떤 경우 부부상담은 이러한 새로운 출발에 도움이 된다. 지역마다 설립된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이런 부부상담을 무료로 제공하는 여성가족부가 관장하는 공공기관이다. 그 곳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은 어떨까? 여러분 모두의 건강하고 행복한 부부생활을 기원한다.
    조은숙 상명대학교 가족복지학과 교수 2018.05.21
  • 함께 그리는 우리 바다 디자인
    19세기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잘 그려낸 영화가 있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톰 크루즈 주연의 파 앤드 어웨이(1992)라는 영화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불모지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마차와 말을 타고 질주하며 깃발을 먼저 꽂는 이에게 땅을 나눠주는 장면이었다. 이는 마치 드넓은 바다를 선점식으로 이용하는 우리네 방식을 연상케 하였다. 임자 없는 땅에 깃발 꽂기처럼 그간 우리 바다는 공유재임에도 불구하고,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여겨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같은 바다를 놓고 보호생물인 남방큰돌고래 서식지와 해상풍력단지 예정지 간의 갈등, 바닷모래 채취를 둘러싼 갈등 등 첨예한 갈등과 이해관계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할 방안이 그동안 부족했다. 늘 아쉽게 느껴왔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개선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는 바다를 관장하는 해양수산부의 존재 이유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시작이 반이다는 말처럼 다행히도 지난달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해양공간을 어업활동, 해양관광, 안전관리 등 9개 해양용도구역으로 지정, 관리할 수 있는 바다공간 디자인의 근거가 마련됐다. 우리가 흔히 쓰는 디자인(Design)이라는 말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윤곽을 잡다, 계획하다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라틴어 데지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밑그림을 뜻하는 프랑스어 데생(Dessin)과도 관련이 있다고 하니 사뭇 흥미롭다. 디자인은 결국 밑그림이나 계획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에 대해 어원까지 살펴본 이유는 과연 우리 바다에 종합적인 디자인이 있느냐 하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육지에서는 예전부터 도시계획, 토지이용계획 등 종합계획을 수립해 우리 국토를 보다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고 이용해 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작 육지면적의 4배가 넘는 우리 바다의 이용과 보전에 관해서는 이러한 종합적인 디자인을 그리지 못했다. 올바른 바다 공간 디자인을 그리기 위해서 이제 우리는 무엇을(What)에서 어떻게(How)로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먼 과거에 밤하늘의 별자리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들의 길잡이가 됐듯이, 이제는 해양공간계획이 바다관리에 있어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하며, 이를 위해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해양공간계획은 데이터에 기초한 과학적 접근방법으로 세워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해양환경, 수산자원, 선박항해, 해양레저 등 해양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단일 플랫폼에 구현할 계획이다. 이렇게 생산된 통합 해양정보는 우리 바다공간 밑그림의 훌륭한 소재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해양공간계획은 자연은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대에게 빌려온 것이라는 인디언의 지혜를 반영해 새로운 시각에서 정립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우리 바다를 위해 수산자원의 산란지이자 수 많은 바다생물의 서식처로서의 생태적 가치를 중시할 것이며, 향후에는 자연적 특성, 활용 가능성과 적절한 입지를 진단해 균형감 있게 관리해나갈 계획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다함께 만들어갈 것이다. 바다는 그 어떠한 물도 가리지 않는다는 해불양수(海不讓水)란 말이 있다. 바다의 무한한 포용을 상징하지만, 이 때문에 지금은 병들고 아파하고 있다. 바다가 우리 모두의 것이듯, 이를 아끼고 되살리는 것 또한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일상생활 속에서 바다가 주는 가치를 몸소 깨닫고, 이 위대한 자산을 미래세대에까지 연결시킬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바다관리에 대한 제대로 된 밑그림을 이제부터 함께 그려나가기를 기대한다. * 이 기고는 5월 16일자 조선일보에도 게재됐습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2018.05.18
  • 안전무시 관행, 이것만은 꼭 바꿉시다!
    요즘 들어 주변에서 뉴스 보기 참 겁난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일까. 아마도 연일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대규모 인명피해 사고 소식 때문일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국민 안전을 위해 바로 잡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사고 현장을 다녀 보면서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이기 이전에 한 국민으로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아, 내 주변에 위험은 없는지 조금만 살펴보았더라면, 평소 비상구의 위치가 어딘지 알았더라면, 건설현장에서 각종 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했더라면, 위험한 곳에 불법 주,정차를 하지 않았더라면과 같이 생활 속의 각종 안전규정을 잘 지켰더라면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살리거나 아니면 사고 자체를 예방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동안 정부는 재난이나 사고가 터질 때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하며 각종 안전대책을 내놓곤 했다. 새로운 제도도 도입하겠다고 하고, 훈련과 점검도 수시로 실시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드리곤 했지만 유사한 사고가 여전히 반복되고 소중한 생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여 안타깝다. 정부의 대책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대책 수립할 때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아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일까. 이와 같이 반복적인 사고 발생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고질적인 안전무시 관행도 이유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국민,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정책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불법 주,정차, 비상구 폐쇄 및 물건 적치, 과속,과적운전, 안전띠 미착용, 건설현장 보호구 미착용, 등산 시 인화물질 소지, 구명조끼 미착용 등 7대 관행을 선정했다. 이러한 과제별로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경찰청,소방청,해양경찰청,산림청 등 정부 기관 합동으로 ▲법,제도 개선 ▲인프라 확충 ▲신고,점검,단속 강화 ▲안전문화운동 전개 등 4가지 분야의 근절대책을 수립,발표했다. 안전 분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입, 소방활동 방해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범칙금 상향(4만원 8만원), 산불 실화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 적용,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및 과속 단속 CCTV 설치(5년간 3450억원 투입), 안전보안관 양성을 통한 공익신고 활성화, 중앙-지방-재난안전단체 협업을 통한 안전문화운동 전개 등 4가지 분야별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안전무시 관행이 실효적으로 근절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러한 정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생활 속 고질적인 안전무시 관행이 근절되려면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많은 국민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기존 대책과 달리 금번 7대 안전무시 관행 근절대책의 핵심은 바로 국민과 정부가 함께 근절대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법,제도 개선과 인프라 확충을 통해 관행 개선의 기반을 만들고 국민은 각종 재난안전단체와 함께 직접 안전무시 관행 근절운동을 전개한다면 어렵더라도 점차 우리 속에 잠재된 안전 불감 의식이나 행태들이 개선되리라 믿는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대형 사고를 계기로 더 이상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불편과 불이익을 감내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안전 무시 관행이 하루아침에 개선될 수는 없겠지만 정부와 국민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노력한다면 반드시 바뀌리라 믿는다. 나라다운 나라, 사람 중심의 안전한 나라는 바로 불편과 비용을 감수해서라도 안전에 엄격한 사회가 되었을 때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나라를 버티게 한 국민들의 힘이 다시 한 번 필요하다. 우리의 안전한 삶을 지키기 위해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린다. 7대 안전무시 관행, 꼭 이것만은 제대로 바꿔봤으면 한다.
    김석진 행정안전부 안전정책실장 2018.05.17
  •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 연기했다 하더라도···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5,22 한미정상회담, 6,12 북미정상회담 등 후속 시간표가 정해지면서 한반도 정세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한반도 상황의 분수령이 될 역사적인 정상회담들이 예정됨으로써 긴박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회담의 주도권확보를 위한 샅바싸움,수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방식과 관련 미국 내에서 여러 이견이 표출되고 있고, 급기야는 북한이 제동을 걸고 있는 양상이다. 북한은 남북고위급회담을 돌연 연기했고,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담화발표를 통해 북미회담 개최의 재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그 속사정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지난 남북대화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북한이 특정한 이유를 들어 대화를 연기하거나 취소한 사례는 많이 있다. 명목상으로는 여러 가지 근거를 들지만 궁극적으로는 최고 존엄을 비롯한 북한 체제의 안위 문제와 관련이 있다. 체면을 중시하는 북한은 체제 유지에 훼손을 가하는 근본 문제라고 판단할 경우 여지없이 모든 대화의 문을 일거에 닫아 왔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빅딜을 계획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현 시점에서 북한은 대화중단 카드를 다시 꺼내어 협상력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미국 내에서도 읽혀진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두 번 방문하는 등 북미 간 물밑접촉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 정부나 조야에서는 여러 가지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화파와 강경파 사이의 이견을 협상 전까지 계속 부각하면서 비핵화 방식과 수준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노련한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비교,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협상이란 모두가 제로섬 게임은 아니다. 그러나 테이블 위에 놓인 하나의 파이(pie)를 누가 많이 가져가느냐의 문제로 접근한다. 파이를 서로 많이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는 것은 협상의 기본이다. 결국 타협에 의해 공평하게 파이를 가져가기도 하지만 그러기까지는 수많은 예외성도 표출되는 것이 바로 협상이다. 주변국 또한 각자의 몫을 차지하기 위해 분주한 것을 보면 이번 파이가 지금까지 가장 큰 파이임에는 틀림없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유래 없이 40일 만에 북중정상회담을 두 차례나 개최했다. 비핵화와 경협카드를 북한에 제시하면서 북한에 훈수를 뒀을 것이다. 일본은 재팬패싱을 불식시키고 납치자 문제 해결 등을 카드로 내세우고 있다. 러시아 역시 한반도 여건이 개선될 경우 경제협력 등의 문제를 놓칠 수 없다. 6,12 북미정상회담은 이러한 수싸움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협상의 장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까지 무기한 연기한 것은 유감스럽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신경이 곤두선 북한이 남북관계를 포함해 향후 협상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갈등 사항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었어야 했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선언 3조 4항 비핵화와 관련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 하기로 하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어떤 사안이든 우리 측을 신뢰하고 다양한 계기를 통해 진지하게 협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5,22 한미정상회담이 예견돼 있는 만큼, 북한의 이른바 불만사항 들이 우리를 통해 미국에 전달되고, 그 가운데 우리의 중재노력이 배가되면 좋았을 것이다. 일단 북한이 남북대화를 무기한 연기한 만큼, 며칠 남지 않은 한미정상회담의 의제가 보다 명확해졌다. 북한의 이러한 협상 태도와 주도권 다툼에 대해 한미가 어떻게 다뤄나갈 것인지 치밀한 대응방안이 협의돼야 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결과와 비핵화 방식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대해 정상 차원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 북중정상회담의 결과 등에 대해서도 한미 간 분석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정상간 의견조율을 최종적으로 끝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낙관은 경계하되 비관은 패배주의다.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했다 하더라도 대화를 재개하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공식적인 대화창구가 아니더라도 비공식적으로나 남북 정상간 핫라인을 통해 소통을 해야 한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남북 정상간 논의하는 절차는 북미 정상회담 전 반드시 거칠 필요다 있다. 협상은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협상장에서 뛰쳐나오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면서 정상국가의 길로 인도해야 한다. 우리는 한반도 운명의 운전대를 쥐고 있다. 1단에서 5단으로 변속이 바로 되지는 않는다. 단계적인 변속을 가하되 모든 당사자들이 같은 차에 타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도록 해야 한다. 한반도의 봄햇살은 찬란히 다가왔지만 봄을 마냥 즐기기에는 너무도 할 일이 많다. 한미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5.17
  • 치매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집에 가고 싶은 치매 할머니이제 꽤 시간이 지난 이야기지만 요양병원에서 초기 치매 환자 분을 뵌 적이 있다. 섬에서 혼자 살고 계시던 분이었다. 치매로 인해 요리를 잘 못하게 되고 지병 약을 먹는걸 자꾸 잊어버려서 건강이 나빠져 입원했다. 그런데, 회복된 후에도 퇴원을 할 수가 없었다. 심한 치매가 아니라 씻기, 식사 등 기본적 일상생활은 가능했지만 집에서 혼자 지내면 또 다시 약도 식사도 못 챙겨서 건강이 나빠질 것이 뻔했다. 돌아가실지도 몰랐다. 자식들은 육지에 사는데 생계가 빠듯해 일을 그만두고 할머니를 돌볼 수가 없었다. 장기요양제도가 있기는 했지만 거동 멀쩡한 초기 치매라 등급을 받지 못했고 섬 안에 이용할 기관도 없었다. 육지로 나와야 하는데 매일 혼자서 배를 타고 나와 낯선 곳에서 길을 찾을 수도 없었다. 섬에는 다른 대안 주거시설도 없었다. 할머니는 매일 집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셨고 심어놓은 꽃들 다 말라죽겠다고 걱정하셨다. 자식들과 통화해 의논도 해봤지만 일단 병원에 계실 수 밖에 없었다. 빨리 집에 가게 해줘하는 소원 하나 이뤄드리지 못한 것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원죄처럼 마음 속에 남아있다. 당시에는 방법이 없었다. 지역에 치매 어르신을 위한 서비스가 부족했던 것이다. 가족이나 치료자가 안타까워해도 개인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안타까움을 느꼈던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수천? 수만? 2017년 추정 치매환자 수는 70만 명이었다. 어르신 본인, 가족, 지인, 어르신이 만났던 치료나 돌봄 인력까지 합치면 수백만은 아닐까? 지난 십 몇 년 간의 안타까움을 합치면 혹시 천만이 넘지는 않을까? 치매국가책임제의 출범그러니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하고 국가가 나서서 치매를 책임지겠다는 말에 반가워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지난해 9월, 치매극복의 날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표한 치매국가책임제에는 치매 안심센터 전국에 개소, 치매안심병원 확충, 중증 치매 산정특례 적용 및 진단검사비 보험적용 등 의료비 지원, 장기요양보험 대상 확대, 치매안심마을 조성을 통한 인식개선, 국가치매연구개발위원회 구성을 통한 치매극복연구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2017년 이전에도 2008년 1차, 2012년 2차, 2016년 3차 국가치매종합계획이 시행돼 치매에 관한 제도는 계속 갖춰지고 있었다. 전국에 치매상담센터, 광역치매센터, 중앙치매센터가 생겼고 치매상담콜센터도 생겼다. 전국 보건소에서 조기검진 사업이 시행되고 있었고 장기요양에는 치매특별등급, 치매전담형 요양기관이 있었으며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치매 관련 지원을 받으려면 여기저기 너무 복잡했고, 가족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나 경제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데 치매상담센터를 업그레이드해 실제 치매 관련 서비스를 통합해줄 센터를 세우고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인 지원을 하려면 예산이 많이 필요했고 많은 통합적 노력이 필요했다. 적극적인 정책 의지 없이는 넘어갈 수 없는 벽이었는데 치매국가책임제에 와서야 비로소 그 벽을 넘어섰던 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그리고 국가치매책임제 출범 8개월이 되었다. 당장 현장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생겼다. 중증 치매 산정특례 적용,진단 시 검사비용 보험적용 확대 등으로 진단과 치료와 관련된 비용 부담이 감소했다. 중증치매 의료비 수혜를 받은 환자가 3월말 기준 1만 7000명이라고 하니 제도 홍보가 되면 더 늘어날 것이다. 경증치매에도 인지지원등급이 적용돼 장기요양서비스를 더 많은 분들이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무연고 저소득 어르신의 의사결정을 돕는 공공후견인 제도도 도입된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된 단계이다. 모든 지역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해 지역의 치매 관련 서비스를 통합해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조기검진, 예방관리 뿐 아니라 상담 등 맞춤형 사례관리를 제공하고, 가족을 지원하며, 각종 지원서비스에 연결해드리고, 장기요양기관에 가지 못한 분들을 위한 주간 쉼터도 운영한다. 치매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치매안심센터에 가면 되는 것이다. 현재 치매지원센터는 전국 256군데에 개소해 있다. 1년도 안되어 전국 256개소에 확충했으니 국가의 적극적 정책 추진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치매에 대해 안심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만일 치매국가책임제가 모두 실현돼 서비스가 갖춰진 상태였다면? 집에 갈 수 없었던 치매 할머니는 치매안심센터와 의논해 집에 갈 방법을 찾으셨을 것이다. 낮에는 주간보호센터, 안된다면 치매안심센터의 쉼터에서 약과 식사를 챙겨드렸을 것이다. 집에서 꽃도 가꾸고 길 잃지 않도록 실종방지 서비스도 받으셨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예 좀더 초기에 치매를 진단받아 인지재활서비스를 받으면서 집에서 지내시고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만 현재의 치매안심센터는 아직 개소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제 씨를 뿌려 키우고 있는 단계이다. 씨가 싹터 제대로 된 열매를 맺으려면, 즉 치매 어르신에 대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좋은 비료가 있어야 한다. 첫 번째로는 전문성이 필요할 것이다. 그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은 기존의 전문가들을 활용하고 협업하는 것이다. 안심센터의 정책 기획과 운영에 걸쳐 기존 전문가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민간 협업이 필요할 것이다. 치매에 대해 책임을 지려면 치매를 예방하고, 진단하고, 치료하고, 돌보고, 가족도 지원해야 한다. 치매안심센터 혼자서 그 일을 모두 해결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기존의 민간 서비스를 잘 통합하고 빠르게 연결해주며 빈틈을 채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돌봄이 필요하면 장기요양기관에, 진단이 필요하면 전문 의사가 있는 병원에 매끄럽게 연계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치매국가책임제가 제대로 열매 맺으면 많은 치매 어르신과 가족의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 훌륭한 씨앗이 똑바로 잘 자라 좋은 열매를 맺도록 장기적 관점에서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 201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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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그곁에 사람이 살고 못살고, 모두 이유 있다
그 섬에는 사람이 살지만 오가는 배가 없다. 낚싯배를 타지 않으면 갈 수도 없다. 가장 가까운 뭍이 척포다. 그래서 척포인지. 쏜살같이 달리는 낚싯배로 10분이면 닿는다. 오곡도로 간다는 말에 행색을 살피던 주인은 낚시도 하지 않으면서 뭐 하러 갈려고 하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오소리 쉰 두 강정 오곡도를 이르는 말이다. 쉰 두 개의 골골 갯바위가 있어 비롯된 말이다. 농사짓기도 배를 접안하기도 힘든 섬이다. 오곡도는 통영시 산양읍 연곡리에 속한다. 연대도와 오곡도 섬 이름에서 한자씩 따와 연곡리라 했다. 이 섬에는 배를 정박할 모양을 갖춘 포구가 없다. 쌀농사를 지을 논도 없다. 오가는 객선도 없다. 전기도 10여 년 전에 들어왔다. 통영에서 불과 10여분이면 닿는 가까운 섬인데도 방치에 가깝다. 섬살이에 불편하기 그지없었을 것 같다. 가깝지만 먼 섬이다. 마을은 회관이 있는 동쪽을 향한 애민 앰민(앞에 있는 마을로 앞면이라 함)과 학교가 있었던 남쪽 까막자리(손골, 좁은 골짜기) 두 개의 마을이 있다. 앞면은 큰 마을, 까막자리는 작은 마을이라고도 한다. 섬은 모두 해상국립공원구역이다. 통영에서 불과 10여분인데가까운 먼 섬? 큰 마을로 올라가는 선창에 내려준 낚싯배가 굉음은 남기고 비진도로 달린다. 이곳에서는 낚싯배가 해상택시다. 급할 때는 여객선이 오가는 섬에서도 청할 수밖에 없다. 뭍에서 섬까지 30분 이내 거리에 많은 섬들이 많으니 객선을 기다릴 수 없는 여행객이나 주민에게 발이 되는 교통수단이다. 오곡도에는 2002년에 전기가 들어왔다. 그 전까지 자가발전으로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 전등만 켜고 살았다. TV는 물론이고 냉장고, 선풍기도 사용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18호 30여 명이 거주했다. 주민들은 전기가 들어오면서 냉장고, 전기장판, 선풍기를 쓸 수 있게 되어 너무 좋아했다.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 섬에서는 귀하고 고마운 것이 되기도 한다. 이제 그들도 섬에 묻히거나 섬을 떠났다. 오곡도 해안은 가파른 갯바위에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디 하나 배를 접안해 둘 곳이 없다. 통영에서는 이렇게 골골이 이루어진 갯바위를 강정이라 한다. 그래서 오곡도를 오실이 쉰 두 강정이 했다. 오실이는 오곡도를 말하며, 그곳에 쉰 두 개의 강정이 있다는 말인 듯하다. 가정 이름도 삿갓여, 새생이강정, 이도령여, 춘향여, 춘향강정, 갈무여, 벼락바위 등 다양하다. 오소리가 많이 살아 지명이름이 오실이 오수리 오소리 오곡도가 되었다는데 아닌 듯하다. 배를 접안하기도 힘들고, 농사지을 땅도 마땅치 않았던 섬에서 어떻게 섬살이를 했을까. 해상케이블, 누굴 위한 것일까.선거철이 되자 통영에서도 해상케이블카가 논란이다. 여행객을 위해 케이블카를 놓아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미륵산 케이블카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는 소문이 돌고, 여수에서도 반응 좋자 삼천포 그리고 목포에도 추진중이다. 통영을 자주 찾는 필자도 딱 한 번 케이블카를 타다. 미륵산을 빨리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점 때문이다.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판단했던지 큰 욕심을 냈다. 달아마을 통영수산과학관에서 학림도-연대도-오곡도-비진도-용초도-한산도 등 경유하는 국내 최장 해상 케이블카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통영시 일 년 예산을 민자로 유치해야 하기에 실현가능성은 알 수 없지만 지금도 넘치는 여행객을 더 많이 유치하겠다는 성장전략이다. 지역신문에 마치 사업이 결정된 것처럼 소개되었다. 여기에 오곡도가 포함되어 있다. 섬 주민들은 이런 기사가 나면 그대로 믿는다. 여기에 외지인들이 땅을 사겠다고 오가고 부동산이 움직이면 사실로 굳혀진다. 이쯤이면 섬땅은 집터와 묏자리를 제외하고 외지인들 차지가 되고 만다.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대나무와 동백 숲길을 걸으며 듣는 휘파람새 소리는 이 계절이 섬을 찾는 또다른 이유다. 오곡도처럼 조용하고 고즈넉한 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력이다. 큰 마을 애민로 오르려면 수십 번 절을 해야 한다. 까막자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요한 섬에 드는 데 이 정도 수행은 감수하라는 자연의 요구다. 오르는 길에 잘 갈무리 해 놓은 물메기 통발이 사람이 살고 있다는 흔적이다. 오르는 길도 잠깐이니 힘들 것도 없다. 오르면 이정표가 없는 갈래 길을 만난다. 왼쪽은 큰 마을을 거쳐 작은 마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 대나무 숲길이 유혹을 한다. 길이 생각보다 잘 다듬어져 있다. 마음과 달리 발걸음은 휘파람새 소리를 따라 대나무 숲으로 빨리듯 들어갔다. 휘파람새 소리를 듣는 것이 계절에 섬길을 걷는 기쁨 중에 하나다. 허수아비에 놀라다 대나무 숲을 지나면 다시 대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안 구들장까지 뚫는 것이 대나무다. 쑥대밭이 되었다는 말이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니다. 안으로 들어가려다 깜짝 놀랐다. 작은 마늘밭에 사람이 서 있었다. 반가워야 해야 할 사람을 보고 놀라다니. 더 기가 막힌 것은 가까이 가보니 허수아비였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더니. 내 모양이 꼭 그렇다. 날씨마저 흐릿한데다 숲에 나와 다음 숲으로 들어가기 직전, 갑자기 드러난 모양이라 꼭 사람처럼 보였다. 그 길을 지나니 왼쪽에 공덕비가 하나 세워져 있다. 그저 그런 공덕비려니 하고 지나치려다 자꾸 비가 붙잡는 것 같아 꼼꼼하게 살펴보니 독립된 섬이 되도록 힘 쓴 고씨 형제의 공덕을 기리는 비였다. 오곡도는 한때 연대도에 딸린 섬이었다. 딸린 섬이란 많은 경우 바다와 연안을 이용할 권리를 큰 섬이 좌지우지 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어촌계라는 규약이 있지만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다수결로 결정하게 되면 실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 큰 섬에서 결정한 것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오곡도와 연대도의 관계가 그리했던 모양이다. 섬이 독립되었으니 이보다 경사가 어디있겠는가. 이를 기념해서 마을주민들에 세운 공덕비이다. 고씨 형제의 노력으로 이웃한 큰 섬 연대도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된 섬으로 자리를 잡게 되자 주민들이 공덕비를 세웠다. 섬의 독립은 나라의 독립만큼이나 섬 사람에게는 큰 의미를 갖는다. 오롯이 바다를 이용할 권리를 갖기 때문이다. 사람에 놀라다 섬 동쪽 몽돌밭은 옛날 섬으로 드는 나들목이었다. 그곳에서 올라오면 송덕비가 있는 곳을 지나 애민과 까막지리로 이어진다. 그곳 숲길 머리 위로 새끼줄에 쳐져 있었다. 새끼줄 중간에 쌀을 감싼 한지가 몇 개 꽂혀 있다. 혹시나 해서 당집을 찾아 주변을 기웃거렸다. 숲을 헤치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되돌아 나왔다. 큰 마을이라는데 집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인기척도 없다. 조용함을 너머 고요하다. 어디서 왔어요. 이번엔 진짜 사람이다. 허수아비가 아니다. 언제 나타났는지 작은 그릇에 방금 뜯은 방풍을 한 움쿰 담아 내려오고 있었다. 60대 박아무개였다. 인사를 하고 섬에 온 이유도 말씀드렸다. 사내도 오곡도 토박이는 아니었다. 마산이 고향인 박씨는 몇 년 전 이곳에 낚시를 왔다가 마음에 들어서 들어왔다고 했다. 마침 일도 뜻대로 되지 않고, 조용한 곳에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온 것이 몇 년이 훌쩍 지났다. 커피나 한 잔 하자며 사내가 머무는 산방으로 따라들었다. 비진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집에 머물고 있었다. 몇 년이 되었지만 가끔 외로움이 밀려온다며, 이것마저 즐겨야 하는데 라며 웃었다. 한때 잘 나가는 사진작가였다. 박씨의 안내로 고정옥 마을이장님 집을 찾았다. 이장님 집은 전망이 더 좋았다. 막 밭에서 일을 하고 오셨다며 한 숨 돌리고 계셨다. 마을이장, 어촌계장 그리고 우편물 배달까지 맡는다. 실제로 섬에 거주하는 주민은 일곱 가구다. 오곡도에서 이장 고씨부부와 섬이 좋아 들어온 박아무개 세 사람을 만났다. 미역밭, 그 흔적을 찾다. 옛날에는 어찌 살았냐고 묻자 농사짓고 미역 뜯고 살았단다. 지금은 어장을 하지 못하지만 옛날에는 해안을 나눠 매년 추첨을 해 미역밭을 일궜다. 고씨가 마을회관에서 그 흔적인 곽전분배기라는 문서를 보여줬다. 곽전은 미역밭이다. 농사지을 땅이 적고, 물이 마땅치 않는 섬은 바다가 괜찮다. 절해고도에 사람이 머물고 마을을 이루는 이유다. 멀리 서남해 끝섬 가거도나 만재도, 서해 격렬비도, 동해의 울릉도나 독도 그리고 제주에도 예전에는 미역밭으로 섬살이를 했다. 오곡도는 뭍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섬살이는 절해고도 못지 않다. 임진년(1952)에는 미역자리를 38개로 나누었다. 곽전이름 아래에 곽전전대, 합자전대, 천초전대라고 구분해 금액이 정해져 있었다. 합자는 홍합을 천초는 우무가사리를 말한다. 그 분배기에는 이도령여를 받은 김아무개의 경우, 곽전대금으로 15,000원, 합자대금 300원, 천초대금 2,000원을 마을에 내놓았다. 1950년대이니 미역대금이 꽤 큰 금액이다. 곽전대금은 모두 15,000원으로 동일하지만 합자와 천초대금은 각각 차이가 있으며, 합자는 모두 해당되지만 천초대금이 없는 자리도 15곳이었다. 미역밭을 기준으로 분배하고 여기에 딸린 천초나 합자는 그해 작황을 가늠해 부과했다. 1957년 곽전분배문서를 보면 미역밭이 모두 43개로 늘어났다. 결혼해서 분가해 가구가 늘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강정 중에는 소너머진 강정, 이도령여 춘향강정라는 재미있는 지명도 있다. 강정은 한자로 江丁이라 적었다. 미역밭 수만큼 마을가구가 있었다. 미역밭 아니면 먹고 살 수 없으니 미역밭이 곧 가구 수였다. 이제 그 바다를 돌아보기도 버겁다. 미역밭을 매년 추첨해서 나누었다. 미역밭이 없으면 섬살이를 할 수 없었으니 미역밭 개수는 곧 마을 가구수였다. 이름도 춘향강정, 소너머진강정, 이도령여 등 재미있고 해학적이다. 까막자리, 휘파람새 배웅을 받다애민에서 학교가 있는 손골로 돌아오는 길은 길지 않다. 회관에서 나오는 길에 나들목에서 보았던 모양새와 같은 금줄을 또 보았다. 공동우물 입구에서다. 매년 정월이면 당제를 지내고 있다. 부산에서 스님을 모셔와 당산나무에서 제를 지내고 우물과 나들목에도 제를 지내고 있다. 손골로 이어지는 길도 대나무숲과 동백터널이 이어진다. 손골에 이르러서 마을로 가는 길 이정표를 지나면 비진도 서쪽 끝자락이 고개를 내민다. 손골로 내려서는 아늑한 보금자리에 학교가 있었다. 지금은 기도원이 들어서 있다. 이정표는 수행하는 곳이니 여행오신 분은 마을로 가는 길로 가시라는 이정표다. 수련원은 매년 한 두 차례 사람들이 들어와 며칠 씩 수행을 하고 돌아간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인터넷도 잘 되지 않는다. 수행하기 딱 좋은 섬이다. 작은 마을 학교자리에 실제로 명상수행을 하는 기도원이 있다. 불교계에는 제법 알려진 간화선으로 참선수행을 하는 곳이다. 오곡도 유일한 교통수단인 이장님 배는 우편배달도 겸한다. 손골마을로 내려가는 길도 큰마을 올라오는 길만큼이나 가파르다. 역시 올라오는 길에도 수련원으로 가는 길은 굳게 닫혀 있고, 맹견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까지 있다. 40여 가구가 생활하던 1950년대에는 학생 수만 해도 100여 명은 되었을 것 같다. 까막자리도 서너 집이 가파른 골짜기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 사는 흔적은 있지만 누구도 만날 수 없었다. 휘파람새소리만 주인대신 울어댔다. ◆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어촌사회 연구로 학위를 받은 후, 섬이 학교이고 섬사람이 선생님이라는 믿음으로 27년 동안 섬 길을 걷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에서 해양관광, 섬여행, 갯벌문화, 어촌사회, 지역문화 등을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을 하고 있다. 틈틈이 섬살이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며 섬문화답사기라는 책을 쓰고 있다. 쓴 책으로 섬문화답사기, 섬살이, 바다맛기행, 물고기가 왜, 김준의 갯벌이야기 등이 있다.
섬마실 길라잡이 김준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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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정심에 덜컥 입양 금물…강아지 행동과 사회화 문제 신경 써야”
서울대학교 수의학과에는 서울시야생동물센터가 설치돼 있다. 2017년 5월 문을 연 이곳은 반려동물이 아닌 야생동물의 진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다. 야생동물은 전염병 유발 등의 문제로 일반 동물병원에서 진료가 불가능해 그간 민간기관에서 관리를 해왔다. 지방 민간기관에 이어 서울시에 개소했고, 작년에만 300건의 진료를 봤다.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아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점점 수요가 늘어나서 올해는 700~800건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동물행동의학 1호 박사 신윤주 수의사. 이곳에서 근무하는 신윤주 수의사는 국내 동물행동의학 1호 박사다. 아직 국내에 행동학 관련 진료나 사업이 이루어지는 곳이 없어서 야생동물을 돌보고 있지만 서울대와 성신여대에서 동물행동학 강의를 하며 전공을 이어가고 있다. 동물의 행동을 수의학적으로 분석해서 치료하고 행동 교정을 끌어내는 동물행동의학을 연구해 세 편의 논문을 완성했어요. 반려동물의 사회성과 스트레스의 관계, 분리불안 완화법, 드라이어와 펫드라이룸의 스트레스 차이입니다. 반려견의 행동실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연구 실험방법을 활용했다. 분리불안 반려견을 모집한 다음 보호자의 체취가 묻은 옷을 주고 책을 읽는 목소리를 들려준 후, 스트레스의 상태를 관리해서 통계적인 수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것이 스트레스를 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요소는 아니지만 다른 방법들과 함께 활용하면 반려견의 분리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사회성과 스트레스의 관계를 연구하는 실험에서는 어렸을 때 스트레스를 받은 유기견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사회화 기간인 생후 3~12주 사이를 주목해볼 때, 사회성이 좋은 유기견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낮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것은 사회화 훈련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또한 향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유의미한 논문이 됐다. 제 연구 주제를 말씀드리면 많은 분들이 개 훈련사랑 비슷하네라는 반응을 보이세요. 방송에 노출돼서 많이 아시더라고요. 비슷한 역할을 할 때도 있지만 동물행동의학 전문가는 동물의 행동을 이해한 다음 의학적으로 접근해요. 보호자들이 아직은 행동이 의학과 연관된다는 걸 잘 모르시는데요, 훈련으로만 되지 않는 부분도 많습니다. 신윤주 수의사는 동물행동의학 박사는 얼핏 훈련사와 비슷해 보이지만 약물처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약물처방을 내릴 때는 충분한 근거가 되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따져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윤주 수의사의 또 다른 관심사는 동물 복지다. 개의 행동을 연구한다는 것은 유기, 학대와 연관돼 있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동물 복지와 연결된다고. 행동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보면 동물 복지는 시급한 문제입니다. 같은 행동도 상황에 따라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의 정확한 가이드가 없는 양육은 위험할 때가 많아요. 강아지 공장 등 구조적인 문제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국내 대부분의 반려견이 강아지 공장 출신인데, 태어나자마자 매장으로 보내져서 행동장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거든요. 영세하게 운영되는 곳이 많아서 실태조사조차 안 되는 것이 현실이에요. 작년 10월 유명 한식당 대표가 개에 물려 사망하면서 반려견 관리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 법 개정에 따른 처벌 근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 학대와 관련해 정부 내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특별사법경찰관을 확대해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윤주 수의사는 동물보호법과 관련된 사안은 동물이나 인간이라는 극단의 입장이 아닌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C영상미디어) 수의학적으로 동물 행동 분석 동물카페법, 입마개, 개파라치, 안락사 문제 등 여러 정책이 거론되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전공자의 눈에서 보면 좀 더 깊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가령 맹견을 지정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행동이 정상적인 경우도 있거든요. 큰 개는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사고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작은 개도 사나울 수 있잖아요. 종에 따른 분류도 위험한 발상이에요. 그야말로 개마다 다른데, 선을 제시한다는 것이 논리적이지 않다고 봐요. 동시에 누구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전공자로서, 개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동물을 안 키우는 사람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접근하면 문제는 더욱 까다로워진다고. 저 역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으시면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어려워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고, 동물을 안 키우는 분의 입장도 중요하니까요. 우리나라가 개고기를 먹는 나라이기도 하잖아요. 다만 지금 이슈가 되는 것들이 동물 관련 정책의 기준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봐요. 동물과 관련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면 목줄만 제대로 해도 교통사고나 개 물림 사고는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숙련된 분들은 긴 줄을 사용하시는데, 그분들은 그렇다 해도 대부분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신윤주 수의사는 동물보호법과 관련된 사안은 동물이나 인간이라는 극단의 입장이 아닌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는 항상 중도적인 입장이에요. 동물 실험이 없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과학자로서 그 과정을 통해 발전하는 부분이 있다고 봐요. 필요악이죠. 그렇다면 제대로 복지를 잘하자는 겁니다. 동물행동학을 연구한 신윤주 수의사는 동물 복지에 관한 확실한 소신과 원칙을 가지고 일을 대하고 있다. 야생구조센터로 집에서 불법으로 기른 갈매기의 치료를 요청해왔을 때 야생동물을 집에서 키우는 것은 불법이라는 이유로 진료를 거절하기도 했다. 갈매기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진료에 응할 수가 없었어요. 보호자는 몇 년 동안 동물을 키웠다고 생각하겠지만 무지에 의해 학대를 한 것이에요.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사막여우, 미어캣, 원숭이와 같은 동물을 가정집에서 키우는 것은 불법입니다. 그 차원에서 동물카페에 있는 보호동물 외래종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동물이 고통받고 있는 온상이죠. 동물 관련 단체나 상업기관들의 입장 차이가 극명한 경우가 많아서 일관적인 법규가 정착되기 어려운 상황이 안타깝다는 그는 동물보호법이 얼른 자리 잡기를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유기견에 대한 소신도 전했다. 세밀한 접근 필요한 동물 복지 무조건 유기견을 입양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트라우마 등 행동학적인 문제를 판단하지 않은 채 입양에만 급급해서 개인에게 넘기면 이후 개인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학대 유기견들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가 높은 상태예요. 물론 컨디션이 좋은 경우도 많지만, 분리불안 증상을 보일 수 있어요. 보호자가 처음 강아지를 키우는 경우 이러한 행동 문제가 나타나면 이것은 보호자에게 폭력적인 행위라고 생각해요. 신윤주 수의사는 입양을 주선하기 전에 유기견의 성격적인 면, 히스토리를 정확하게 고지해서 정보를 주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성격이 예민하다가 아니라 귀 청소를 할 때는 가만히 있고 목욕을 잘해요, 산책은 잘하는데 강아지를 만나면 싫어합니다와 같은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유기견 문제는 사회문제라고 생각해요. 불쌍하다고 동정심에 호소해서 덜컥 입양하면 이후 보호자가 감수해야 할 고통이 너무 크거든요.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유기견의 행동장애는 평생 안 고쳐질 수도 있어요. 역차별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지도교수와 함께 우리 집에 냥이가 들어왔어요를 출간한 신윤주 수의사는 우리 멍이가 사춘기예요라는 제목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 강아지의 사회화와 행동 문제를 큰 주제로 그가 평소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강아지 농장, 유기견 문제 등 동물 복지 관련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위클리공감]
위클리공감 201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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