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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폭우 침수 피해, 사전 준비로 막을 수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국지성 폭우의 발생빈도가 일상화되고 있으며 극단적인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한발 앞선 대응 시스템을 만들고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하여 상황 발생 시 효과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미리 준비하면 안전할 수 있다. 정상만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원장(공주대 스마트인프라공학과 명예교수)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자연재난이 대형화, 다양화, 복합화 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응 또는 예방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 20세기 동안 전세계 평균기온이 0.74C 상승할 때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1.5C 상승하였으며, 바다 표면온도 또한 전 세계가 평균 0.5C 상승할 때 한반도는 1.4C 상승하였고, 해수면의 경우도 전세계가 연평균 0.18cm 상승할 때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은 연평균 0.19cm 상승하는 등 한반도의 기후환경변화로 인해 우리 국민은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2023년 발생한 오송 지하도 침수 참사로 14명의 인명사고가 발생했는데, 그 이후에도 여름 우기 때마다 침수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바 재발 방지를 위한 사전대비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오송 지하도 참사는 제방 붕괴 및 침수위험 경고에 대해 실시간 대응만 제대로 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재난사고였다고 본다. "제방이 무너졌다"는 보고 후 30분 뒤 미호강 물이 궁평2지하차도까지 밀려왔을 때까지도 안전 책임을 맡은 관련 기관들의 대응은 미흡했다고 본다. 관할 기초자치단체는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침수위험 등을 전달받았음에도 광역지자체에 전달하지 않았고 자체대응도 하지 않은 듯하다. 도로통제 권한이 있는 광역지자체도 관련 기관들로부터 수차례 홍수위험 등을 전달받았지만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 경찰도 지하차도 침수위험과 관련한 112신고를 받았지만 실제로 현장에 출동하였는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미호강 둑이 터지기 1시간 40분 전 굴삭기 작업 없이 인부 6명이 삽질로만 보수공사를 하는 수준의 대응을 하고 있었다.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 원인을 수사하는 검찰수사본부와 전문수사자문위원 등이 충북 청주시 미호천교에서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임시제방을 살펴보고 있다. 2023.8.3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돌이켜 보면,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는 재난안전 관련 기관들의 신속한 행정조치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 예를 들면, 임시제방 보강 공사가 치밀했고, 홍수경보가 발령되었을 때 재난관리책임기관등에서 지하차도를 미리 통제했었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본다. 홍수때 마다 빈번히 발생하는 지하차도 침수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폭우와 홍수경보가 발령되면 지하차도의 차량진입을 자동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자동차단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그것이 어려운 상황인 경우에는, 경찰 또는 지방정부의 차량 통제가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매뉴얼화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대는 기후변화로 인해 국지성 폭우의 발생빈도가 일상화되고 있으며 국지적인 집중폭우로 인해 그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점에 초점을 맞춰 재난 대응 및 대비책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한편, 도시화로 인해 인구가 도시에 집중되면서 지하시설 활용도가 극대화됨에 따라 지하시설에 대한 침수 취약성은 점점 높아가고 있다.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기상예측 범위를 넘어서는 국지성 폭우가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이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커지는 추세이다. 2050년 이후에는 세계와 한국 인구의 67% 이상이 도시지역에 거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도시의 재난·안전 취약성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도심 침수에 대한 대비가 미리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극단적·국지성 폭우로 인해 유출이 증가함으로써 발생하는 도시의 지하 시설물과 인명피해는 갈수록 늘고 있다. 도시집중으로 인한 공간 부족으로 인해 교통, 주거, 전기설비 등의 시설물들이 침수에 취약한 지하와 저지대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고, 침수방지 시설설비인 펌프시설의 지상화, 배전시설의 지상화 등의 전반적인 침수대비 설비도 미흡한 상태이므로 이에 대한 개선 및 보강이 필요한 실정이다. 또한, 재난관리책임기관 등은 여름철 폭우에 대비하기 위해 풍수해 방재 시설에 대한 점검, 보수·보강을 강화해야 하고, 재난관리책임기관 등에서는 재난재해 발생 대비 비상대처 계획의 수립 여부를 진단해야 한다. 재난관리 대상이 되는 주요 시설로는 하천시설, 농업생산 기반시설, 공공 하수도시설, 하수 저류시설, 빗물 펌프장, 항만시설, 어항시설, 도로시설, 산사태 방지시설, 재난 예·경보 시설 등이 포함된다. 풍수해는 지역별로 각기 다르게 발생할 수 있으며 그 피해 규모도 다양할 수 있다. 더욱이 도시지역에서 국지성 풍수해가 발생하면 인명과 시설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의 풍수해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는 첫째, 중앙정부 차원의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사전대책 수립과 운영이 중요하며, 지자체 차원의 재난역량 강화도 매우 중요하다. 둘째, 재난관리기관에서는 침수위험 예상지역에 대한 예방, 대비, 대응 전략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이를 위해 지속적인 하드웨어적 물관리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을 활용한 정보전달 시스템 구축 및 운용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이 동시에 병행되어야 한다. 넷째, 이러한 자연재해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은 한발 앞선 대응 시스템을 만들고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하여 상황 발생 시 효과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미리 준비하면 안전할 수 있다. 2025.07.03 정상만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원장(공주대 스마트인프라공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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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위에 새로 지을 '진짜 대한민국' 시장의 반응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에 대한 신뢰의 결과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듯이, 국민의 삶을 가장 우선시하는 정책들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경제철학을 상징하는 '민생지원금'을 중심으로 한 추경의 신속한 편성은 산소호흡기 역할을 넘어 선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 경제의 누적 성장률은 올해 1분기까지 네 개 분기에 걸쳐1년 동안 -0.3%로 주요국 중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8%였다.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진 배경의 중심에는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의 가계 소비지출 침체가 있다. 올해 1분기 가계 당 실질소비지출은 361만 원으로, 2016년 1분기와 같다. 가계 소비지출 감소로 타격이 가장 큰 부문이 자영업 관련 소매판매다.전년 동기 대비 '실질 소매판매 변화율'이 지난 2022년 2분기부터 1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4월과 5월 소매판매도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였다. 외환위기 때조차 네개 분기가 지난 후에는 플러스(+)로 반등(기저효과 영향 포함)했음을 볼 때 전례 없는 자영업 침체가 진행 중인 것이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수출액 3347억 달러는 2022년 상반기 수출액(3505억 달러)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며, 수출 역시 '잃어버린 4년'이 진행 중이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수출 비중이 2021년 2.92%에서 올해 2월 기준 2.66%까지 추락한 배경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에서 내수가 0.5%p(포인트), 수출이 0.3%p를 기록할 정도로 내수와 수출이 동반 추락하고 있고, 주요 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1%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 이유다. 이처럼 지난 3년, 민생과 한국 경제는 폐허로 변했다.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정부와 민주주의 실종이었다. 세계 179개국을 대상으로 민주주의 수준을 가장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스웨덴에 있는 국제 연구단체인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Dem)'에서 발표한 민주주의 수준 지수를 보면 한국은 2021년까지 17위로 1등급 국가군에 있었으나, 지난해는 41위로 3등급 국가군으로 전락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민주주의 회복 신호가 켜지자 시장은 바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경기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과 나빠질 것으로 보는 사람을 비교하는 소비자심리지수(전자가 후자보다 많은 것을 의미하는)는 100을 회복했고, 수출도 이재명 정부 첫 달인 6월 수출액이 6월 기준 역대 최고인 598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청신호가 들어왔다. 무엇보다 경제주체의 심리가 가장 빠르게 반영되는 주가는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대선 직전까지는 최하위를 기록하더니 대선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코스피 지수3000포인트를 유지 중이다. 시장의 반응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에 대한 신뢰의 결과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듯이, 국민의 삶을 가장 우선시하는 정책들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경제철학을 상징하는 '민생지원금'을 중심으로 한 추가경정예산의 신속한 편성은 산소호흡기 역할을 넘어 선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30년 이상 역대 정부는 대외환경의 변화에 따른 충격이 발생할 때 가장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보통 사람의 삶을 방치했다. 그 결과가 내수 취약성의 구조화다. GDP 대비 가계소비지출 비중은 외환위기 이전까지 60%가 넘었으나, 그 이후 계속 하락해 지난해부터는 46%도 되지 않는다.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50%를 넘는 것과 비교된다. 가장 최근의 충격인 코로나19 펜데믹으로 가계 소비지출은 원래 예상 규모보다 2020년에 GDP의 3.9%에 해당하는 79조3000억 원이나 줄어들었고, 올해 1분기(연 기준)에는 GDP의 5.5%에 해당하는 125조 5000억 원으로 그 격차가 확대됐다. 자영업, 내수, 성장이 곤두박질친 이유다. 이는 미국과 대비된다. 미국 개인 소비지출 역시 코로나 충격으로 2020년에 4468억 달러가 줄어들자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1월, GDP의 8% 규모인 1조 9000억 달러를 투입하는 '미국 구조 계획(American Rescue Plan)'을 추진하고, 이 계획은 그해 3월 10일에 상원 예산위원회에서 통과됐다. 그 결과 2021년 2분기부터 미국 개인소비지출은 예상 규모를 초과하며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약 1조 1932억 달러가 초과했다. 미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금융위기 이전(2001~2008년)에 2.2%에서, 가계보다 금융회사 구제에 돈을 투입했던 금융위기 이후(2009~2019년) 1.9%로 추락했다가, 펜데믹 이후(2000~2024년)에는 2.8%로 21세기 이후 최고치를 달성한 배경이다. 또한 가계 희생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을 교훈 삼아 금융위기 전 GDP의 100%가 넘었던 가계부채를 60.7%까지 낮춘 배경이다. 반면, 한국의 가계부채는 외환위기 전 48%에서 지난해 90%까지 증가했고 그에 따른 부채 상환 부담의 증가는 가계소비를 억압하고 성장을 둔화시킨 핵심 원인이 됐다. 문제는 가계소비지출의 붕괴 규모에서 보듯이 일회성 민생지원금으로 민생을 회복하기에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민생지원금을 정기적 사회소득(임금)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일회성 민생지원금은 '일시적 소득'이고 경제이론적으로 지역화폐로 지급하더라도기존 지출의 일정 부분을 상쇄하기에 소비 진작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규모가 부족하고 재정 부담 증대의 문제를 내포한다. 이는 사회소득 강화와 조세에 의한 재분배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두 가지 모두 OECD에서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한다. 예를 들어,소득 공제의 전면 수술로 확보한 추가 세수를 전 국민에게 인적 공제 혜택으로 균등 지급하면 1년에 4인 가족 기준 100만 원을 8회 지급할 수 있다. 이렇게 일정 비율을 지역화폐와 연계시킨 정기적 소득으로 자리매김한 민생지원금은 중소상공인의 매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돼 소비 진작 및 내수 강화에 기여하고, 하위 70%가 최대 혜택을 보기에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임금 의존도와 기초 노령연금 인상 부담 등을 낮춤으로써 최저임금을 둘러싼 저임금 노동자와 소상공인 간 갈등 및 노인 빈곤율 해소를 달성할 수 있다. 또 하나 과제로, 서민의 물가 피해를 줄여야 한다. 2020년 이후 전체 물가는 16%가 인상된 반면, 저소득층일수록 지출 비중이 높은 식료품 물가는 25%나 올랐다. 2020~2024년간 싱가포르는 상위 20%, 중위 60%, 하위 20%의 물가 상승률은 각각 18%, 16%, 14%로 정부가 물가 부담을 낮추고 있다. 이렇게 민생과 내수를 안정화한 바탕 위에 반도체+AI 생태계 재구성을 추진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2025.07.02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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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대극복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의 '기본장치'부터 채우자 아이를 낳으면 축하받고, 어디서든 편하게 기저귀를 갈 수 있는 도시와 나라. 그 기본이 갖춰지는 순간, 출산율 그래프보다 더 큰 '행복지표'가 우리 삶을 채울 것이다. 거창한 구호보다 화장실의 작은 교환대, 스포츠 시설의 가족 탈의실처럼 눈높이를 맞춘 '생활 장치'야말로 반등을 지속시킬 열쇠다. 지금 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자.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지난 1년 사이 출생아와 혼인이 10개월 연속 늘어나는 '33년 만에 반가운 반등'이 이어지고 있다. 2025년 4월 출생아 2만 717명(+8.7 %), 혼인 1만 8921건(+4.9%). 특히 30~34세 여성 출산율이 3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하며 "결혼과 출산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라는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부모가 일상에서 "아이를 낳길 잘했다"라고 확신하려면, 양육 친화 인프라가 먼저 받쳐줘야 한다. 작은 불편이 쌓이면 통계의 상승세는 언제든 꺾일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기본장치를 촘촘히 깔아 둘 골든타임이다. ◆가족 화장실·기저귀 교환대는 '보육 정책'이 아닌 '생활 인권' 2024년 11월 27일 기준, 서울시 개방·공중화장실 3708곳 중 기저귀 교환대가 있는 곳은 1123곳(30%)뿐이다. 그마저도 여성 화장실에만 있는 곳은 575곳, 남성 화장실만 있는 곳은 23곳이다. 돌 안된 아이와 무더운 여름에 외출했다 기저귀 교환대를 찾아 헤매야 했던 아버지, 기저귀 교환대가 없어 변기 위에서 교체해야 했던 아버지, 5세 딸과 발레 수업에 나선 한 아버지는 남성 탈의실의 할아버지 민원으로 복도에서 옷을 갈아입혔다. 수치로도 인식으로도 성평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더 나은 성평등 돌봄을 위해서는 성평등 설비가 먼저다. ◆ 정책이 앞서갈 때 인프라도 함께 앞서가야 올해 국가공무원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아빠 교육·캠프 프로그램 만족도는 평균 4.8점(5점 만점)을 기록할 만큼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2025년 한 해 가족센터 등 공공·위탁 기관들도 예산 삭감, 부족 탓에 가족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 난항을 겪기도 한다. 또, 교환대·유아 세면대 설치 예산은 '부대비'로 분류돼 삭감 1순위가 되기 쉽다. 수도권·지방, 신도시, 대형 시설·동네 상가 간 인프라 격차도 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에 불평등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행동으로 증명된 변화의 가능성 아빠들은 이미 행동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버지 역할, 소통, 놀이 교육 등에는 과거에 비해 100명 중 30~40명이 순수 자발 신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서울시의 경우 2025년 5월 1000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한 '유아차 런' 과 6월 탄생응원 서울축제 행사를 진행하여 건강한 양육 문화와 탄생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응원하며 새로운 양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이끌며 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서울시와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에서 운영하는 서울시 100인의 아빠단 50가족을 서울 대공원 캠핑장으로 초청, 1박 2일 공동 양육 체험을 통해 "양육 스트레스가 줄고 관계가 깊어졌다"는 후기가 쇄도하며 더 많은 양육 프로그램이 늘어나기를 원했다. 서울대공원 캠핑장에 모인 서울시100인의아빠단(필자 제공) 정부와 지자체는 이 에너지를 일상으로 옮길 생활 인프라를 깔아 주고 부모들의 열정을 '일상의 편의'로 이어주는 것은 정책 당국의 행동이 증명해야 할 몫이다. ◆출산율 UP! 지금 당장 채워야 할 네 가지 기본장치 먼저, 성평등 인프라의 표준화다. 국공립 시설·대중교통 환승 거점·대형 민간시설에 가족 화장실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 추진하고남녀 화장실 모두 유아 거치대·교환대·유아 세면대·벽면 발판을 같은 비율로 갖추도록 '생활 SOC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것이다. 서울시청의 가족 화장실.(필자 제공) 다음으로 아버지 교육 프로그램 예산 증액 및 주말 자녀 동반 프로그램의 확대다. 공공, 위탁 등의 시설에서 성 평등을 위한아버지 교육 예산을 증액하고자녀 돌봄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한편, 시설(공간), 인프라 개선을 통해 아버지들이 자연스럽게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문화와 정책의 선순환 구조 확립이다. 교육·체험 프로그램에서 체감한 만족도를 인프라 개선 요구로 연결해 '정책 행동 문화 정책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돌봄 시민권' 캠페인의 확산이다. 앞서 소개한유아차 런, 탄생응원 서울축제 등 체험형 행사 등과연계해 '아이를 돌보는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인식의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일상적인 양육이 불편한 나라라면 반등은 오래가지 못한다 출산율 반등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다. 그러나 기본 인프라가 미비하면 "출산은 기쁜 일"이라는 메시지는 공허해진다. 아이를 낳으면 축하받고, 어디서든 편하게 기저귀를 갈 수 있는 도시와 나라. 그 기본이 갖춰지는 순간, 출산율 그래프보다 더 큰 '행복지표'가 우리 삶을 채울 것이다. 거창한 구호보다 화장실의 작은 교환대, 스포츠 시설의 가족 탈의실처럼 눈높이를 맞춘 '생활 장치'야말로 반등을 지속시킬 열쇠다. 지금 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자. ◆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자문위원이자 가치자람사회적협동조합에서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으로 근무 중이다.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으로 활동하며 세 아이와 함께 소통하는 아빠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아빠육아와 남성육아휴직 인식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5.07.02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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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경청통합수석'을 신설한 이유 새 정부는 역사상 처음으로 '경청'이라는 명칭을 달고 경청통합수석을 신설했다. 대통령에게 소통의 핵심은 '말하기'가 아니라 '듣기', 즉 '경청(敬聽)'이고 이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실 조직도를 보면 '경청통합수석'이라는 자리가 눈에 띈다. 새 부처를 만들려면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하는 행정부처와 달리, 대통령실은 마음만 먹으면 조직 신설이 가능하다. 그래서 신임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개성은 대통령실 조직도에 더 분명히 나타난다. 역대 정부의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의 입(口) 역할을 한 수석은 '홍보수석'이었다. 이 입(口) 역할은 민주화 이후 김대중 대통령까지는 '공보수석'으로 불렸다가 언론 중심의 공보를 대국민 홍보로 확대한다는 취지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홍보수석'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는 '국민소통수석'으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에게 소통이란 무엇일까. 사람 간의 대화가 '말하기(言)'와 '듣기(聽)'로 이뤄진 쌍방향 과정이듯이, 대통령의 소통 역시 '국민에게 말하는 행위'와 '국민의 말을 듣는 행위' 두 가지로 이뤄진다. 대통령은 기자회견, 대중연설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에게 말을 걸지만, 대통령이 하는 말의 총량이 아무리 많더라도 소통을 잘했다고 하지 않는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행위가 빠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정부의출근길 도어스테핑이 실망스러웠던 이유는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정작 기자들의 말은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수, 부처, 공자와 같이 인류에게 탁월한 지혜를 말해준 사람을 성인(聖人)이라고 하는데, '성(聖)'이라는 글자는 귀(耳)와 입(口)과 왕(王)이 합쳐진 글자임을 알 수 있다. 즉 성인은 단순히 대중에게 지혜를 말한 사람이 아니라 대중의 목소리를 잘 듣는사람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의 '귀(耳)' 역할은 민정수석의 몫이다. 민정수석실은 여론과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지만, 대개는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구를 통제하는데 치중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귀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이재명 정부의 '경청통합수석' 신설이 반가운 것은 역사상 처음으로 '경청'이라는 명칭을 달고 대통령의 귀 역할을 하는 자리가 신설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에게 소통의 핵심은 '말하기'가 아니라 '듣기' 즉 경청(敬聽)이고 이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국민의 말을 경청한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 기왕 경청통합수석이라는 대통령의 귀(耳)가 열린 만큼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미팅'을 하며 참석자 질문을 받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6.25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첫째, 대통령이 경청한다는 것은 기꺼이 반대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 편의 목소리만 듣는 것은 경청이 아니다. 지난 6월 26일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추경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야당 의원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스스럼없이 악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권성동 의원의 어깨를 '툭'치는 장면은 모처럼 보는 대통령다운 모습이었다. 향후 국정운영 과정에서 이런 장면을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반대편의 말을 들어야 정치가 복원되고 국민통합이 이뤄진다. 둘째, 대통령의 경청은 실제 정책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대통령은 정치적 계산에 의해 경청하는 제스처를 취할 수 있지만, 그것이 실제 정책의 변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단순히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만 하는 행위를 '상징적 반응성', 경청한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을 '실질적 반응성'이라고 부른다. 예컨대 지난 6월 25일, 호남 주민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한 여성이 울먹이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장 제가 나선다고 뭐 특별히 될 것 같지는 않다. 진상 규명은 지금 수사 조사 기관에서 하고 있으니까 좀 기다려 보라" 참사로 가족을 잃었을 그 여성은 대통령이 자신의 슬픔에 공감한 것에 위안받았을 것이고,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뻤을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모든 민원을 정책에 반영할 수는 없겠지만, 국민주권정부라는 이름에 값하려면 최소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대통령의 경청이 상징적 반응성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 반응성으로 이어져야 국민들이 정권 교체의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한 효능감이 국민적 지지로 차곡차곡 쌓여야 이재명 정부도 개혁에 성공할 수 있다. 2025.07.01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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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명시대, 담대하게 나서자 우리나라 인공지능 분야 탑티어인 두 분을 임명하면서 AI를 지렛대 삼아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문명시대'를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이는 'AI 3대 강국'을 향해 국가차원에서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약속을 즉각 실천한 것이다. 방향은 분명하다. 임문영 미래전환 대표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을 신설하고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임명했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을 내정했다. 명실공히 우리나라 인공지능 분야 탑티어인 두 분을 임명하면서 AI를 지렛대 삼아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문명시대를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이는 후보시절부터 AI 3대 강국을 향해 국가차원에서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약속을 즉각 실천한 것이다. 방향은 분명하다. AI는 우리 인류가 맞이할 새로운 문명의 전환이다. 20세기초 인류는 전기와 원자력을 바탕으로 산업혁명과 민주주의 혁명을 성취하면서 역사상 가장 높은 문명의 도약을 이뤘다. 그런데 그 20세기 문명을 완전히 대체할 새로운 문명이 시작됐다. AI 패권은 군사력과 경제력, 문화력까지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공공과 민간의 효율을 동시에 극대화하고, 사고방식을 바꾸며 인류가 오랫동안 익숙해왔던 지식체계를 뒤집어 놓고 있다. 지능을 구매하는 시대가 됐고, 무한한 지식을 생산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는 AI 강국이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 새로운 지식문명의 시대에 가장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나라다. 우리 주변에는 중국, 러시아, 일본, 몽골까지 모두 제국을 운영한 강대국들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동북아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해 가장 근대화된 나라가 됐다. 그 이유는 우리가 지식민족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를 만들었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글자를 만들었으며, 세계에서 두번째로 인터넷을 만든 나라다. 활자, 글자, 인터넷을 이렇게 한 민족이 만들어낸 사례가 거의 없다. 또한 우리나라는 AI의 가장 기초가 되는 반도체에서부터 제조업, 각종 디지털 서비스와 높은 국민의 수용성 그리고 뛰어난 케이(K)-문화까지 갖춘 나라다. 연구자들의 능력도 출중하다. 다만 그동안 이런 요소들을 조직하고 이끌어갈 정치적 리더십이 불안정하고 부족했다. 하지만 이제 국민들이 지켜낸 빛의 혁명으로 새로운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주권정부가 탄생했고 국가의 모든 역량을 효율적으로 쏟아부을 준비가 됐다. 비로소 사회전반에 혁신의 기운이 생동하고 있다.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될만 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우선 가장 먼저 부족한 AI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GPU를 확보하며, 이를 뒷받침할 전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뛰어난 연구자들이 마음껏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런 연구자들에 대해 국제적 수준의 대우를 해주고, 그와 연결된 기업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창업과 투자를 지원하며 국가가 선도적 구매자로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AI기술에 대해 국가가 주권을 갖는 '소버린 AI(자국 인공지능)'를 확보해야 하며 첨단 모델에 대한 연구를 선도해 국제 표준과 세계적 연구 네트워크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또한 AI를 활용해 국방과 안보에서 첨단 군사력을 획득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공업무를 AI로 혁신해 행정 효율을 높이고 대국민 서비스의 편의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비효율적인 행정절차와 낭비적인 중복예산은 AI를 적용해 혁신할 때 엄청난 예산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GDP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강점인 제조업 등 민간 산업에서도 AI를 이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공정을 지능화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해야 한다.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해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국민들의 AI 활용능력과 문해력이 높아지고 우리의 뛰어난 K-문화까지 어우러지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AI 강대국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불확실하다. 하지만 미래는 우리 모두에게 분명히 다가오는 명백한 사실이라는 점에서 확실한 것이다. AI의 대가인 제프리 힌튼 교수의 말처럼 '인류는 인간보다 뛰어난 것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따라서 그 모습이 불확실하지만, 다가올 것이 확실한 이 새로운 미래를 새로운 생각으로 대응해야 한다. 모방이 아니라 창조로, 낡은 분열이 아니라 통합으로, 기술만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사적 변화로 미래를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식민지배, 분단, 전쟁, 독재, 가난을 딛고 세계사에 유례없는 발전을 이룩했다. 하지만 이제는 초고령사회 진입, 낡은 산업경쟁력, 인구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는 이런 위기를 기회로 바꿔 놓을 지렛대이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다. 다만 우리가 추격해야 할 길을 명확하게 알았던 압축성장 시기와 달리, 새로운 AI시대는 우리가 스스로 그 길을 찾아야 한다. 정해진 정답이 없고 스스로 찾아야 하는 해답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모든 환경을 극복해낼 힘은 언제나 그렇듯 용기와 지혜다. 2025.06.30 임문영 미래전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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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준비하는 소중한 불씨, 새 정부 추경이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 새정부 추경안 발표는 기술 발전·산업 경쟁력의 속도를 따라잡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신산업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는 신산업을 위한 혁신의 불씨를 살리는 소중한 희망의 신호다기술과 산업의 변화는 빠르지만, 그 방향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이번 추경이 한국 산업의 방향과 속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의 희망을 사람을 위한 기술로 함께 실현해 나가는 것, 그것이 이번 추경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김민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인간중심생산기술연구소장 "한 달만 지나도 바뀌어 있다." 산업 현장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다. 기술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산업은 그 기술을 흡수해 경쟁력을 높인다. 문제는 우리가 그 속도를 따라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산업 대전환과 탄소중립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AI 기반 혁신경제, 기후위기 대응, 산업의 녹색전환은 이미 글로벌 경쟁의 핵심 전략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제는 추격이 아니라 선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5년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발표는 그 속도를 따라잡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신산업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AI와 신재생에너지, 벤처·중소기업 지원 확대―는 신산업을 위한 혁신의 불씨를 살리는 소중한 희망의 신호다. 정부가 이번 추경을 통해 제시한 'AX 전환' 지원은 기술보급을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와 문화를 전환하는 AI Transformation이며,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산업 설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국산 NPU 조기 상용화를 위한 실증 지원은 AI의 산업 내재화를 가속화하고, 중소기업·스타트업을 위한 저리 정책자금과 창업패키지 확대는 기술 창업 생태계의 안전망이 된다.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토대다. AI는 더 이상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촉매이며,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이다. AI 기반의 에너지 최적화, 생산 공정의 자율화, 공정 내 안전예측 등은 산업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기술-사람-환경'이 함께 진화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번 추경은 AI 확산과 인프라 구축에 1,715억 원, 국산 NPU 조기 상용화 지원에 300억 원을 투입해 산업 전반에 AI를 내재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사이버보안, 문화, 제조, 바이오 등 4대 특화 프로젝트가 포함된 1조 원 규모의 AX 전환 지원 사업은 공공, 지역, 민간이 함께 참여해 실증 기반을 구축하고, 지자체-기업 협력으로 지역 주력산업에 맞춤형 AI 확산을 가능하게 한다. 산업 현장 곳곳에서 AI는 생산성을 끌어올리면서도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탄소배출과 같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달, 하루라도 늦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이번 추경의 AI 투자는 시급하고도 반드시 필요한 투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6.20.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번 추경에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1,118억 원의 추가 예산도 포함되었다. 주택과 건물의 자가용 태양광 설치 보조금을 확대하고, 발전사업용 태양광 설치비용의 최대 80%를 저리 융자해 보급 속도를 높인다. AI 기반의 에너지 최적화 시스템과 스마트 그리드 기술이 결합될 때 신재생 확대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산업의 녹색 전환 속도 또한 가속할 수 있다. AI와 신재생 투자의 결합은 2035년, 2050년을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 전환의 실질적 수단이 될 것이다. 신산업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위해 AI와 신재생에 더불어 바이오, K-컬처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도 함께 가야 할 것이다. 바이오 산업은 긴 호흡이 필요한 미래 먹거리이며, AI 기반 데이터 분석, 신약 후보물질 발굴, 스마트 진단 시스템은 바이오 산업의 혁신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K-컬처는 창의성을 산업화해 수출과 고용, 관광,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한국 특유의 신산업이 될 수 있으며, AI 기반 창작도구, 글로벌 분석, 데이터 기반 마케팅은 K-컬처의 세계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기 추경에 연계하여 장기적 예산 복원과 RD 지원을 통해 불씨와 같은 신산업이 우리 경제를 다시 세우는 큰 불길이 될 수 있도록 살려나가는 일이다. 또한 이러한 노력이 AI미래기획수석실과 같은 구조적 기반 위에서 현실화되고 AI전환과 녹색전환이 함께 나아가는 가운데, 그 속에서 우리 산업은 스스로 성장의 엔진이 되는 구조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번 추경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가장 어려운 순간에 희망의 불씨를 살린다." 기술과 산업의 변화는 빠르지만, 그 방향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이번 추경이 한국 산업의 방향과 속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의 희망을 사람을 위한 기술로 함께 실현해 나가는 것, 그것이 이번 추경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2025.06.30 김민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인간중심생산기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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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추경, 동네상점·전통시장 활기 기대 이번 추경은 민생경제 활성화와 내수 진작, 소상공인 지원, 고용 안전망 강화 등 다양한 정책 목표를 담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확대와 신속한 집행은 국민과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며, 경제 회복의 신뢰와 희망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는 2025년 6월, 30조 5000억 원 규모의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발표했다. 이번 추경은 경기 침체와 민생의 어려움, 그리고 미국발 통상 전쟁과 소비·건설·투자 부진 등 내외부 경제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새 정부 출범 보름 만에 빠른 속도로 편성한 이번 추경은 실제 지출 증가분 기준 20조 2000억 원이 투입되며, 내수 진작과 민생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번 추경의 핵심은 전 국민에게 차등 지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다. 소득 상위 10%는 1인당 15만 원, 일반 국민은 25만 원, 차상위계층은 40만 원, 기초수급자는 50만 원, 농어촌 인구소멸지역 주민에게는 추가로 2만 원이 지급된다. 2차 지급까지 합하면 대다수 국민은 25만~52만 원 규모의 쿠폰을 받게 된다.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총 13조 2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정부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할인 발행에도 6000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 올해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역대 최대인 29조 원에 달한다. 숙박, 영화, 스포츠시설, 미술전시, 공연예술 등 5대 분야 소비 진작을 위한 할인쿠폰 780만 장도 제공된다. 이처럼 소비 진작 예산은 전체 추경 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경기 침체를 돌파할 마중물 역할을 한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고정비용 부담 완화, 금융 지원 확대, 장기연체채권 매입·소각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소상공인 특별 채무조정 패키지에는 1조 4000억 원이 투입된다. 최대 143만 명의 소상공인이 부채 부담에서 벗어나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지역사랑상품권은 연 매출 30억 원 이하 업체로 사용처가 제한된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아닌 동네 상점과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 중심의 소비가 촉진된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경영 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소상공인 지원정책은 디지털 역량 강화, 안정자금 지원, 저신용·단기 연체자 대상 특별경영안정자금 지원 등으로 확대된다. 2025년 기준 일반경영안정자금은 최대 1조 2200억 원, 특별경영안정자금은 1조 6000억 원까지 지원된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이 장을 보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마련된 첫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전 국민에게 15만~50만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 1억 원 이하 빚을 갚지 못하고 있는 저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최대 90% 채무 탕감 방안 등이 담겼다. 2025.6.19.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번 추경은 고용 안전망 강화에도 중점을 둔다. 고용 안전망 강화를 위해 1조 6000억 원, 소상공인 회복 지원에 1조 4000억 원 등 민생 안정 분야에 총 5조 원 가량의 재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올해 GDP 성장률을 0.1~0.2%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본다. 취약계층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7년 이상 연체된 5천만 원 미만의 장기연체채권을 매입·소각해, 완전히 상환 불가능한 경우에는 채무를 말소한다. 이는 경제 취약계층의 재무건전성 회복과 신용 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과거 코로나19 시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경험을 보면, 지원금의 70~80%가 신규 소비로 이어졌다. 업종별 매출 증대 효과도 뚜렷했으며, 특히 준내구재·필수재 업종에서 효과가 컸다. 이번에는 대면 소비가 자유로워 소비 진작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 다만 당시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비가 억제되었던 상황이었던 반면, 현재는 자발적 소비 위축 상황이어서 소비 증가폭이 제한적일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2조 7000억 원, 신산업 투자(인공지능 등)에 1조 20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한다. 에너지 전환 정책도 포함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재원을 배분한다. 이처럼 이번 추경은 단기 경기 부양과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를 아우르는 포괄적 정책 패키지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추경이 단기적으로 소비 심리를 개선하고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성장률 제고 효과는 올해 0.1%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며 신중한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재정건전성 악화 등 부작용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신속하고 실질적인 정책 대응은 국민과 소상공인에게 희망과 신뢰를 준다. 이번 추경은 민생경제 활성화와 내수 진작, 소상공인 지원, 고용 안전망 강화 등 다양한 정책 목표를 담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확대와 신속한 집행은 국민과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며, 경제 회복의 신뢰와 희망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2025.06.27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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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재난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폭염은 더 이상 견뎌야 할 더위가 아니라 대응해야 할 재난이다. 특히재난행정의 진화와 함께 문화행사·체육활동 등 생활영역 전반에서 선제적이고 기술기반의 폭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야 할 더 안전한 여름, 지금이 그 출발점이다.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 여름의 시작이 반가운 것은 옛말이다. 이제 여름이 다가오면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어가고, 밤이 되어도 더위가 꺾이지 않는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폭염은 일상에서 피할 수 없는 재난이 되었다. 지난 2023년 여름, 대한민국은 온열질환으로 무려 2800여 명이 고통받았고, 그중 32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폭염은 이제 '덥다'는 말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 된 것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폭염을 '극한기후(extreme weather)' 현상으로 규정한다. 극한기후란 과거의 경험과 관측치를 뛰어넘어 극도로 이례적이고 파괴적인 기후 현상을 뜻한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서 한반도의 여름은 점점 길어지고, 폭염은 더욱 빈번하고 강력해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폭염 일수와 강도 역시 증가 추세다. 이제 우리는 폭염이라는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폭염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고통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폭염 피해는 노인, 만성질환자, 어린이, 야외 근로자 등 취약계층에게 집중된다. 특히 농촌에서 고령의 농업인들이, 도시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가장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폭염을 일반적인 계절 현상 정도로 가볍게 여기고 있다. 폭염은 눈에 보이지 않게 조용히 다가오는 '침묵의 살인자'다. 장마전선이 물러가고 무더위가 찾아온 23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쪽방촌 골목에 폭염 대비용 쿨링포그가 가동되고 있다. 2025.6.23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러한 현실에 재난행정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전통적으로 재난행정은 주로 재난 발생 이후의 수습과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제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사전에 위험을 예측하고 피해를 예방하는 적극적 행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폭염 대응 정책은 무더위쉼터 확대, 폭염 알림 서비스와 방문 점검 등 점차 진일보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무더위쉼터가 있어도 접근이 어려운 독거노인, 스마트폰이 없어 정보를 얻지 못하는 취약계층 등 현장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면 민관 협력을 넘어 첨단기술 기반의 하드웨어적 재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이 함께 손잡고 AI와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폭염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몇몇 지역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폭염 관리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AI 기술은 취약지역의 폭염 위험도를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위험군을 사전에 파악해 적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행정기관과 민간이 신속하고 정확한 예방 대책을 추진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 분야역시 여름철 각종 문화행사와 스포츠 행사가 폭염 속에서 이루어짐을 고려해 폭염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 축제 및 행사 주최 기관과 협력해 무더위쉼터와 쿨링존 등 첨단 냉방시설을 행사장 내외에 충분히 설치하고, AI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모니터링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람객의 안전을 관리해야 한다. 또한 행사 시간을 폭염 위험 시간대를 피해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 보다 안전한 행사 개최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도 필요하다. 체육시설과 경기장에도 AI 기반의 냉방시스템을 도입하고, 야외 체육 행사 시 무더위 휴식 시간을 의무화하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한편, 기술적·제도적 장치를 아무리 마련해도 국민 개개인의 관심과 책임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국민은 폭염 특보와 경보 등 재난 정보를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이웃의 상황을 살피는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폭염으로 가장 고통받는 이들은 우리 주변의 가족과 이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후변화가 점점 심화되는 오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 현상은 앞으로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정부와 민간, 시민사회가 더 긴밀히 협력하고 AI 등 첨단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대응하지 않는다면 매년 여름 같은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폭염이 일상화된 지금, 문제의 심각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적극적인 예방 및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제 '더위는 참으면 된다'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폭염은 피할 수 없는 계절 현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해야 하는 국가적 재난이다. 정부와 민간은 기술과 정책을 적극 도입하고, 국민은 작은 실천을 통해 서로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 더 이상의 희생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와 국민이 함께 손잡고 극한기후 시대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 올여름, 우리 모두의 작은 관심과 적극적인 대응이 더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2025.06.26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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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인생 늘어나는 빈집…내 집 가격 이대로 유지될까 가계 자산의 30~40% 정도를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 가계 자산은 70~80% 정도가 부동산이다. 재건축 자금 마련도 문제지만 빈집이나 슬럼화 문제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때 노후 빈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자산의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 우리보다 20년 가량초고령사회를 앞서가고 있는 일본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살펴보면 머지않아 우리에게 닥칠 문제가 아닐까 걱정을 갖게 하는 사례들이 많다. 늘어나는 빈집과 아파트의 슬럼화 문제도 그 한 예이다. 2018년 일본 아사히신문 취재반이 일본의 빈집 문제를 취재하여 '負動産時代(부동산시대)'라는 제목의 책을 낸 일이 있다. 왜 不動産이 아니고 負(마이너스)동산인가? 주택이나 토지 소유주가 관리비, 세금 등을 내는 게 싫어 팔려고 내놔도 팔리질 않으니까, 오히려 자기 돈을 얹어서 가져가라고 해야 할 정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 내용 중 특히 주목되는 건 가격을 산정할 수 없는 빈집이 계속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일본 총무성에서 발표하는 전국 빈집 상황 조사 통계에 의하면, 2018년 당시 일본의 빈집 수는 848만 채로 일본 전체 주택 수의 13.6%를 차지했었다. 이것이 2023년에는 900만 채로 늘어났고, 2038년에는 빈집 비율이 31.5%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노무라종합연구소). 농촌지역이나 지방 도시뿐 아니라 도쿄 수도권에도 빈집이 늘고 있다. 예를 들어, 1970~80년대에 신도시 붐을 일으키며 인기리에 분양되었던 타마신도시는 지금 노인들만 남아있거나 한 집 건너 비어있는 빈집타운이 되어있다. 빈집이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이다. 빈집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구미선진국에서와 같은 기존 주택의 공동화 방지 대책은 없이 매년 80만 채 이상의 주택이 신축되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큰 이유이다. 주택건설업자는 속성상 핑계만 있으면 신규주택을 지으려 하고 주택 구입자 또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주택은 자산이라는 생각으로 내 집 마련에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건 단독주택보다도 재건축을 못 한 채 슬럼화되어 가고 있는 노후화된 아파트단지의 문제이다. 일본에서는 아파트를 구분소유주택이라고 부른다. 구분소유주택을 재건축하려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민 80%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그만큼 동의를 얻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재건축의 경제성, 소유주의 고령화, 상속된 아파트일 경우 상속자 간에 합의가 어렵다는 점 등이 그 이유이다. 재건축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위치가 좋아야 하고, 둘째는 저층이어야 한다. 고층으로 만들면서 비용을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치가 좋지 않거나, 위치가 좋다고 하더라도 이미 고층이면 재건축이 어렵다. 재건축을 못한 아파트들은 슬럼화되고 빈집 예비군이 될 수 밖에 없다. 또, 이들 노후화된 아파트는 그 자체의 문제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주위의 지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니혼대학 시미즈 치히로 교수가 조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어느 지역에서 건축된 지 20~25년 정도 지난 아파트가 1% 증가하면 그 지역의 지가를 4%정도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의 일본인 친구 한 사람이 도쿄 근교에 살고 있다. 그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28평형 아파트를 1984년에 1200만 엔(약1억2000만 원)에 매입했다. 이것이 일본 부동산버블의 피크였던 1991년에는 3600만 엔(약 3억 6000만 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최근에는 '300~400만 엔(3000~4000만 원)가격에도 팔릴지 말지'라고 한다. 40년 넘는 낡은 아파트라 가격이 안 오르는 것 같은데 재건축하면 오르지 않겠느냐고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가능성 제로'라는 것이었다. 330세대 아파트 소유자 대부분이 고령자들이어서 재건축이 귀찮기도 하거니와 하려고 해도 재건축 기금을 적립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0%만 반대하면 재건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아파트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다시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다. "몰라. 나는 살다 떠나면 그만이지. 나라에서 철거하든지 말든지." 일본의 아파트 재건축 문제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가 아닐지 생각된다. 오죽하면, 지금까지 재건축에 성공한 아파트의 80%는 지진으로 붕괴되어 저절로 주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던 아파트였을 정도이다. 그런데 문제는, 빈집 증가와 아파트 슬럼화 문제로 우리가 일본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훨씬 더 빠르게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5.6.24.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우선,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 분석 결과에 의하면, 2023년 현재 전국의 빈집은 전년 대비 8만가구 늘어난 153만 4919만 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총 주택 수의 7.9%에 해당한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절반이 넘는 122곳의 빈집 비율이 10%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빈집이라고 하면 농가주택을 연상하기 쉬운데 도심에도 빈집이 생기고 있다. 신도시 개발 등으로 젊은 층들이 원도심에서 신도시로 이주하면 원도심의 인구가 줄어들게 된다. 원도심을 떠나지 않은 주민들은 고령층이나 고령 1인가구인 경우가 많다. 이들이 사망한 후 상속인이 주택을 물려받지 않으면 빈집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더욱 더 심각한 것은 아파트 슬럼화의 문제이다. 일본은 아파트의 슬럼화가 문제라고는 하지만 일본 전체 주택 수 중 철근·콘크리트로 지은 대규모 아파트의 비율은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마키노 토모히로 저 '일본 부동산의 미래' 참조). 반면에, 우리나라는 어떤가? 2023년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체 주택 1954만 6000채 중 아파트는 64.6%에 해당하는 1263만 2000채나 된다. 거의 모두 10층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이다. 이 비율은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이다. 형편만 되면 아파트에 거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10년, 20년 후 이 아파트들을 처리하는 문제로 얼마나 고생을 하게 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당국이 우리보다 앞서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로 하여 시급한 대응책을 마련해야겠지만 개인 차원의 대응책 또한 중요하다. 가계 자산의 30~40% 정도를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 가계 자산은 70~80% 정도가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재건축 자금 마련도 문제지만 빈집이나 슬럼화 문제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때 노후 빈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자산의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전 미래에셋 부회장 대우증권 상무, 현대투신운용 대표, 미래에셋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로 일하고 있다. 대우증권 도쿄사무소장 시절, 현지의 고령화 문제를 직접 마주하면서 노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품격 있는 노후를 보낼수 있는 다양한 설계방법을 공부하고 설파하고 있다. 2025.06.24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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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첫 정상외교', 민주주의 국격 회복 및 실용외교 가동 외교적으로 소외됐던 한국의 국제 위상을 단숨에 회복하고, 한국이 '민주주의 회복력'을 가진 저력 있는 모범국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또 우선적으로 유사가치국들인 G7과의 우호관계를 확인함으로써 이재명 정부의 대외 전략 기조인 '실용외교'를 가동하고 그 성공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전 국립외교원장) 다자 정상외교우호 협력 강화·무역 등 외교 데뷔전 완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1일 만에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6월 16〜17일)'에 참석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제사회에서 실종됐던 한국 외교를 반년 만에 정상궤도로 복귀시켰다. 경제 성장과 함께 민주주의도 실현해 미국의 가장 자랑스러운 동맹국으로 칭송받다 일거에 국격이 실추되고 외교적으로 소외됐던 한국의 국제 위상을 단숨에 회복하고 한국이'민주주의 회복력'을 가진 저력 있는 모범국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또 우선적으로 유사가치국들인 G7과의 우호관계를 확인함으로써 이재명 정부의 대외 전략 기조인 '실용외교'를 가동하고 그 성공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서방 선진7개국은 물론이고 회의에 초청받은 유수한 국가들 정상들을 두루 만났고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T) 관련 정상들의 회의에 참석해 에너지 안보와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부문에서의 한국의 국제협력과 공헌을 다짐했다. 이를 통해 국제 질서 운영 거버넌스를 함께 주도하는 책임 있는 강대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G7 확대 시 입회할 수 있는 최우선국으로서의 지위도 공고히 했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고 정상 간 상호 신뢰와 연대를 다지려는 노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야기된 중동 위기 상황으로 급거 귀국함으로써 후일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된 점은 아쉬웠다. 반면, 이틀이란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 대통령은 숨 가쁘게 9건의 정상회담 일정을 수행해 우호 협력 강화와 무역 등 현안 논의에서 진전을 모색하면서 외교 데뷔전을 완수했다. 첫 대면 정상회담으로 만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는 교역 투자 및 에너지 협력에 공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는 방산 및 자원의 공급망 확보 등 호혜적인 협력 진흥을 기약했고 한반도 평화와 북핵문제 해결 진전을 위한 소통 강화를 약속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진솔함과 격의없는 태도로 각국 정상들과 친근한 관계를 맺었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이 대통령을 초청했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는 호혜적인 이익 증진을 위해 핵심기술·방산 등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 두 강국 정상들과는 유년시절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노동자로서 어려움을 겪고 이를 극복한 경험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재명 대통령(뒷줄 가운데)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G7 및 초청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일 정상회담, 한·미·일 공조 발전 공감 무엇보다 정권 교체로 지속 가능성 여부가 주목받던 한·일관계는 훈훈한 정상회담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이 기대됐다. 이 대통령은 최근 자민당 정부에서 가장 지한적인(한국을 잘 아는) 정치지도자로 여겨지는 이시바 총리와 양국 우호 관계 지속과 경제 협력 진전 그리고 올해 수교 60주년과 광복 80주년을 맞는 한·일관계를 상호 호혜적인 협력관계로 진전시키기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과거 문제는 잘 관리해 나가고 협력의 문제를 더 키워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현하자'는 취지에서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한·미·일 공조 유지·발전에 공감하며 성숙한 한·일관계의 기반을 조성하자고 합의했다. 아울러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도 경제 협력을 포함해 양국관계를 강화하기로 했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는 북핵 문제 해결 협력을 기약했다. 유럽연합 지도부와는 정상회담에서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브뤼셀에서 한-EU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제안받았다. 끝으로 주최국인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도 G7과의 파트너십 강화와 안보·방산, 에너지 안보 등의 협력을 더욱 심화하기로 하고 공식 일정을 마쳤다. APEC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 준비 등한반도 평화 회복 기대 서방 선진국들과의관계 구축으로 실용외교의 첫걸음을 뗀 이 대통령에게 많은 외교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관세협상 만료를 앞둔 미국과의 호혜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고, 한·미동맹 역할 변경이나 주한미군 규모, 방위비 분담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 및 우호관계 형성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서의 만남이나 미국 방문 등을 고심하고 있다. 또 다른 주요 과제는 윤석열 정부에서 불편해진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상호존중 하에 호혜적인 협력을 진흥하며, 비우호적인 관계로 악화된 러시아와의 관계를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과정에서 조속히 정상화해 대외관계에서 적절한 균형과 일정 정도의 외교적 자율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10월 말 경주에서 주최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이시바 총리 등 21개 회원국 정상이 모이는 초대형 국제행사이므로 잘 준비해서 반드시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한다. 끝으로 완전히 단절되고 적대관계로 변한 남북관계에 대해 우선적으로 자강력 증진과 건실한 한·미동맹 공조 강화를 통해 실효적인 확장억지와 확고한 재래식 도발 억지 태세를 갖추는 가운데 남북 간 소모적인 대립을 완화하고 해소하며 소통을 재개해야 한다. 나아가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고 평화를 회복하는 한편 북·미 대화 재개를 지원하고 이를 활용하면서 남북 간 호혜적인 교류·협력도 실현하고 북핵문제 해결에도 진전을 이루면서 남·북·미 3자 간 선순환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남아있다. 2025.06.20 홍현익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전 국립외교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