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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규명·대비책 마련…포항지진이 던진 숙제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2017.12.05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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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지난해 9월 12일 규모 5.8 경주지진이 발생한 지 14개월만인 지난 11월 15일에 또 다시 강력한 지진이 포항시 흥해읍 지역에 발생했다. 규모에 비해 강력한 지진동으로 인해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크게 발생했다. 주택 전파 252건을 비롯해 주택피해가 1만 6000여 건에 이르고, 인명피해 91명 등 이재민이 1200여 명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는 등 경주지진 때의 피해 정도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번 지진은 깊이 5km 지하에 위치한 북서쪽으로 약 30도 가량 기운 가로 6km·세로 3km 가량의 단층면이 비스듬히 어긋나며 발생했다.

이번 포항 지진 역시 지난해 경주지진과 마찬가지로 지표에서는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던 지하 숨은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주향이동단층 성분과 역단층 성분을 모두 포함한 단층 운동을 보였다. 또한 단층면이 단순한 평면을 띄기 보다는 굴곡을 가진 복잡한 구조를 가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본진 이후에 발생한 여러 여진들의 특징과 부합된다. 본진보다 깊은 곳에서 발생한 여진의 경우 역단층성 지진인 데 반해, 본진보다 얕은 깊이에서 발생한 여진은 주향이동단층성 지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포항 지진을 통해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언제든 피해를 볼 수 있는 곳임이 재확인됐다. 특히 최근 들어 크게 증가한 중대형 지진 발생 빈도는 우려를 크게 한다. 한반도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로 지금까지 발생한 규모 5.0 이상의 총 10개의 지진 가운데, 절반이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 발생한 것들이다. 최근의 한반도 지진 위험성 증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이 크다. 동일본 대지진은 한반도 동해안 지역을 일본 열도 방향으로 5cm가량 이동시키고, 한반도 서해안 지역은 2cm 가량 이동시켰다. 결과적으로 3cm 가량 동서 방향으로 확장된 한반도 지각은 동일본 대지진 이전에 비해 강도가 낮아진다. 한반도 지각내의 지진파의 속도가 동일본 대지진 직후 약 3%가량 감소한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지진파 속도는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회복 중에 있다. 약화된 지각에서는 지진 발생 빈도와 그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 12일에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지진에 이어 지난 11월 15일에는 포항 지진이 발생했다. 지하 11km 지하에서 발생한 경주지진은 단층내에 누적하고 있던 많은 에너지를 포항 지역을 포함하는 북동 지역과 남서 지역에 추가했다. 이렇게 지진에너지가 추가된 지역에서는 많은 여진들이 이어졌고, 포항지진으로 이어졌다. 주목할 점은 포항지진이 발생한 흥해읍 일대는 경주지진 이전까지는 규모 2.0 이상의 눈에 띄는 지진 발생이 없었던 곳이다.

이번 포항지진은 경주지진과 몇 가지 점에서 다른 특징을 보인다. 경주지진은 1~10Hz 사이의 고주파수 대역의 지진파 에너지가 높은데 반해, 포항지진은 0.6Hz 이하의 주파수 대역에서 경주지진보다 높은 에너지를 보였다. 포항지진에 의해 건축물이 많은 피해를 보인 까닭은 진원깊이가 낮고, 분지형 퇴적층으로 이뤄진 표층에서의 지진파 증폭, 건물에 영향을 주는 저주파수 대역에서의 많은 에너지가 그 원인으로 평가된다. 포항 일대의 표층을 구성하는 퇴적층 내에 포함돼 있던 많은 물들은 강한 지진동에 의해 지표로 배출되며 액상화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액상화 현상은 규모 6이상의 강한 지진에서 주로 관측되는 현상이다. 포항 지역의 퇴적 분지형 지질구조로 인해 강한 지진파 증폭현상이 발생하며, 액상화 현상을 동반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지금껏 한반도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지진 재해 효과가 관측되고 있다.

최근 포항지진 촉발 원인으로 진앙지 인근에서 건설 중이던 지열발전소의 영향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지열발전소와 포항지진 진앙과 1km 남짓 가깝게 위치해 있고, 물주입 시기에 미소지진이 발생했던 점을 들어 이번 포항지진의 원인으로 의심 받고 있다. 2016년 1월부터 이뤄진 주입된 물의 총 누적량은 약 1만 2000㎥에 이르고 다시 배출된 물의 양을 고려하면, 순수하게 지중에 남아 있는 물의 양은 약 5000㎥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입된 물의 양과 주입 기간, 지열발전소 가동 방식이 규모 5.4라는 큰 지진을 유발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특히 중대형 지진이 유발되기 전에 흔히 보이는 수천 회에 달하는 미소지진과 수많은 중소형 지진들의 거의 관측되지 않았던 점도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지열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있었던 물 주입량, 주입 압력, 주입 시기, 시추공 깊이 등 다양한 기초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양한 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져 국민 불안이 하루빨리 해소되길 기대한다.

지진 원인 규명과 함께 향후 발생 가능한 지진에 대한 철저한 대비도 필요하다. 이번 포항지진 발생으로 주변 지역에는 포항지진으로부터 전이된 지진에너지가 새롭게 축적됐다. 포항지진 진원지로부터 북동쪽과 남서쪽 방향으로 응력이 증가돼 한반도 남동부 지역에는 매우 복잡한 응력 환경이 형성됐다. 특히 경주와 포항 사이 지역과 포항과 영덕 사이 앞바다 지역의 지진에너지 증가가 눈에 띈다. 이번 포항지진 여진은 빈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간헐적인 발생이 6개월 이상 지속적 될 가능성도 있다. 추가된 지진에너지의 해소까지 최대 10여 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보면, 지진에너지가 축적된 지역에 대한 꼼꼼한 지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란 점은 이제 재론의 여지가 없다. 지진 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많은 기초 정보 구축이 절실하다. 지하에 숨겨진 활성 단층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2007년 규모 4.8 오대산 지진, 지난해 경주지진, 올해 포항지진 등 내륙에서 발생한 주요 지진 들이 모두 지하 숨은 단층에서 발생했음을 감안해 볼 때, 한반도에서 지진을 유발하는 단층이 지표에서 관측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해역 지역 단층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도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소 등 사회 기간 시설들이 위치해 있는 해안 지역은 강한 지진파와 지진해일을 동반하는 해역지진에 취약할 수 있다.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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