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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과 ‘분배 가치’ 두 마리 토끼 잡으려면

[3만 달러 시대를 말하다] ④ 혁신성장의 길

2019.01.29 홍기석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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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했다. 3만 달러 시대 진입은 선진국 대열에 확실히 합류했다는 것으로 분명 자부심을 가질만한 성취다. 하지만 서민들은 소득 3만 달러를 체감하지 못하며, 낮은 성장률과 고용 부진·고령화 등 추가 도약의 걸림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정책브리핑이 전문가 5명의 릴레이 기고를 통해 3만 달러 시대의 의미와 4만, 5만 달러시대 조기 진입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 등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홍기석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홍기석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최근 들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포용적 성장’이란 개념은 모든 계층이 성장의 혜택으로부터 배제되지 않는 경제성장 즉 친분배적 성장을 의미한다. 따라서 포용적 성장은 분배와 성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등하게 강조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의 정부 정책이 성장보다 분배 쪽으로 치우쳤으며 소득의 상향평준화보다 하향평준화를 추구한다는 비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러한 점을 반영해 성장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게 됐으며, 그에 따라 포용적 성장이 국정 비전으로 대두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포용’과 더불어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널리 인식되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이제 더 이상 자본과 노동의 확대에 기초한 양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혁신을 통한 생산성의 제고 즉 질적 성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술혁신, 규제혁신, 금융혁신, 교육혁신 등이 언급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다. 기술혁신은 새로운 산업 및 상품을 개발하거나 기존의 상품을 보다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게 하며, 규제혁신이나 금융혁신은 여러 상품들 가운데 사회적으로 보다 가치가 높은 상품이 우선적으로 생산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뤄지게 한다. 한편 새로운 산업이나 신기술에 부합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교육혁신과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아마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목표를 정하는 것은 쉽지만 실제로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혁신 성장의 목표가 공허한 구호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혁신의 기본은 경쟁이다. 창조적 파괴를 통한 신기술·신산업의 개발, 규제혁신과 부패청산을 통한 자원배분의 개선 등은 모두 시장 경쟁원리를 강화하는 것에 해당한다. 따라서 무엇보다 더 많은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경쟁 원리를 무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생계형 적합업종의 지정이나 SOC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의 정책은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낙후된 기업과 산업을 보호하고 정부의 재량에 따라 국고를 할당하는 것은 혁신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혁신 성장이란 우리 경제의 공급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며 수요증대를 통한 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은 지출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증가시킴으로써 경제 전체의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것으로서, 통상적인 총수요 관리정책과 유사한 면이 있다. 작년 4분기의 (전분기대비) 경제성장률이 정부 지출의 증가로 인해 예상보다 높은 1%를 기록한 것도 수요 증대를 통한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요증대를 통한 성장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정부 정책이 단순히 수요를 증가시키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장기적인 공급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이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거나 고용기회를 감소시키지 말아야 하며 정부 지출의 증가가 생산성 높은 자본축적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최대한 시장 원리를 최대한 따르고, ‘시장의 실패’를 보전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 ‘정부의 실패’라는 더 큰 비효율을 낳지 않도록 엄밀한 기준에 따라 이뤄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 혁신이나 성장이 분배 혹은 포용과 항상 상충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혁신과 분배 가치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들을 보다 심도있게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대기업-중소기업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판로를 다변화·국제화하고 법률지원을 통해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막는 정책 등이 유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은 대기업-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줄이는 동시에 기술혁신을 장려하는 효과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한계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은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을 잔존시킴으로써 중소기업 부문 전체의 생산성을 낮추고 대기업-중소기업 격차를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직접적으로 분배 가치를 표방하는 정책보다 오히려 혁신을 추구하는 정책이 분배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포용적 성장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진전이라고 생각된다. 분배 가치와 혁신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정책들이 신중히 개발돼 3만 달러 시대를 넘어서는 진정한 포용적 성장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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