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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보다 무서운 ‘공포바이러스’

2020.02.19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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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새해 벽두부터 우리 사회는 불안과 공포의 도가니에 휩싸이게 됐다. 중국 우한에서 발발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한국에 상륙해 수십명이 확진자로 판명됐고 여기에 유언비어와 가짜 뉴스가 가세하면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이런 불안감은 집단 공포를 가져오고 사람들로 하여금 패닉 상태에 빠지게 한다.

지난 2014년 미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는 단지 10명의 확진자가 나왔을 뿐이다. 그중 두 명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환자를 돌보던 의료진이었다. 미국 정부는 특별 격리병실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춘 후 이들을 송환하고자 라이베리아에 호송기를 보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SNS에서는 ‘에볼라가 미국 전역에 퍼질 것’이라며 환자 송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등교를 거부했고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 지역을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강제격리조치에 처한 사람도 생겼다. 질병통제센터를 통해 의도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를 퍼트려 정부가 비상권력을 행사해 독재에 나설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가짜뉴스까지 횡행하면서 한때 미국 전역이 공포에 휩싸였다.

그런데 매년 발생하는 독감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비해 감염 가능성이나 치사율이 훨씬 높다. 실제 올해만 미국에서 독감으로 1만 4000명이 사망했다. 그런데 왜 독감보다 훨씬 더 공포를 느끼는 걸까?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생경한 위협(novel threat)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뇌 신경계의 편도체와 관련 있다.

 17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9번째 환자와 그의 아내인 30번째 환자가 격리된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7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9번째 환자와 그의 아내인 30번째 환자가 격리된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람들에게 맹독을 지닌 뱀의 사진을 보여준 후 익숙한 꽃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꽃을 보여줬다. 이때 생경한 꽃을 본 관찰자들의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공포심이 더 높아졌다. 익숙한 대상에 비해 생경한 대상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친숙편향(familiarity bias) 때문이다. 사람들은 들어본 적도 없는 새로운 위협에 가장 민감하고, 들어보긴 했으나 경험하지 못한 위협이 그 다음, 자신이 직접 경험했거나 경험한 사람들로부터 상세하게 전해들은 위협에 가장 둔감하다.

더군다나 감정은 전염성이 크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은 그 전파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퍼지고 나면 걷잡을 수 없게 되고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워지게 된다. 아무리 설명을 하고 이해시키려 해도 집단 공포심은 차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런 공포감이 확산되기 전에 정확한 정보와 명확한 설명들로 신뢰감을 형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기 전에 판단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질병과 해당 백신에 대한 가상의 신문 기사를 읽게 한 후 접종률을 조사한 결과, 설명이 가장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읽은 사람들의 백신 접종률이 높았다. 불확실한 상황이나 불명확한 대상을 기피하는 불확실 회피성향(uncertainty aversion) 때문이다. 신종독감에 대한 각국 정부의 소통 정책에 대해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전염병에 대한 예방에 대해 상세하고 구체적인 설명으로 안내하는 것이 예방 효과가 더 컸다. 이 병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라는 심리적 안정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도 이러한 친숙편향과 불확실회피성향을 고려해 소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단지 마스크를 착용하라, 손을 씻어라 보다는 ‘마스크 착용법’과 ‘손 세정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일반인 전체에 대한 안내보다는 ‘아동’과 ‘고령자’, ‘제조업’과 ‘서비스업’ 종사자 등 연령이나 직종에 따라 세분해 맞춤형 안내와 소통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다행히 국내에서 코로나19는 조금은 진정세인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다. 조금이라도 상황이 달라지면 다시 공포감이 고조될 것이다. 안도감 이후의 공포는 상승작용으로 인해 패닉이 더 강화될 수 있다. 실제의 코로나19의 전염보다 더 심한 전염성을 가지고 집단 패닉이 사람들에게 파고 들 것이다. 인간은 강인하지도 이성적이지도 않고 그저 감정에 지배당하는 나약한 존재다. 이런 국민에게 좀 더 강력한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언론의 명확한 보도와 정부의 효과적인 대응이 어느 때보다 더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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