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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19 이겨낼 백신이자 치료제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0.03.12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주째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가 계도되고 있다.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정부의 권유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반해 확대되고 있다. 다행히 전염력 차단에 효과를 보고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의 골든 타임은 더 미룰 수 없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 1~2주로 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금처럼 백신없는 즉 약물치료제가 없는 감염재난에서 인류의 초창기부터 사용되어온 고전적이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원은 구약 성경 레위기에 기록되어 있는데, 13장 46절에 “혼자 살 되, 진영 밖에서 지낼지라”라고 돼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전염병 역사에 중요한 조치로 여러 번 기록돼 있다. 그 중에서도 1918년 미국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가장 많이 거론돼 왔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기, 범위에 따라 미국 주요도시 사망자의 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교회 예배와 학교 수업이 중단됐고 일터도 일부는 중단됐다. 심지어 대통령의 장례식 조차도 축소됐다.

도시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행여부, 실시 시점의 차이에 따라 감염율과 치사율 차이도 생겨났다. 스페인 독감으로 회자되는 1918년에서 시작돼 1920년에 종식된 독감 경험으로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다. 그 이후 대감염이 있을 때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도입이 검토되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한 개인이 다른 개인을 감염시키지 않을 거리, 즉 재채기의 비말이 전파되지 않는 거리를 대략 6피트(feet)로 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기침, 재채기 등의 예절로 발전됐다. 침이 튀지 않도록 입을 가리는 것이나, 기침을 옷소매에 하고, 악수를 하지 않고 인사를 하는 예절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의 하나로 소개된 것이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한 2주간의 '잠시 멈춤' 캠페인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2주간 타인과의 만남을 자제하고 개인 위생수칙 준수 등을 권고했다.(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한 2주간의 ‘잠시 멈춤’ 캠페인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조금 더 확장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감염기 동안 만남을 갖지 않는 것으로 나아갔다. 사회적 회합을 취소하는 것, 종교적 의식을 미루는 것, 큰 대중적 모임을 개최하지 않는 것이 포함되고, 학교 문을 닫거나 직장 문을 닫는 것도 포함됐다. 의료수준이 낮았던 과거에는 죽음 공포 자체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력한 동기가 됐다.

그 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감염병 전파의 확산을 차단해 전체적인 감염률을 낮추고, 취약자 및 면역력이 낮은 사람을 보호해서 치사율을 낮추고, 감염이 최고치에 이르지 않게 해  전체적인 감염 고조를 낮추고 의료진과 방역진에게 새로운 방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행이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패는 비과학적 지식과 태도로부터 기인하기도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도입 자체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인해 거부되기도 해왔다. 세균, 바이러스보다 신이 강하다고 믿거나, 자신들의 신이 보호할 것이기에 두렵지 않다는 태도부터 공포 가득한 소문에 이끌려서 사회적 제례를 하는 것 등 현대에 들어서도 100년전 반응처럼 일부에 잔존해 있다.

2013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때 일부 서아프리카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협조하지 않았다. 공포와 무지로 인한 이유도 있었고, 특정 집단의 이익과도 관련돼 있었다. 당시 참여했던 정신의학자들이 보고한 공포행동과 비협조행동만 50가지가 넘었다. 대감염이 종식된 이후에 정신의학자들은 국민들의 과학 교육과 함께 감염에 대한 보건교육이 절실하다는 보고서를 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감염병의 특징으로부터 기원한다. 감염병에서는 한 사람이 중요하다. 한 사람의 시민이 감염위험을 수용하고 함께 손을 씻고, 기침예절을 지키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해 매우 중요한 행동이 된다. 만일 한 사람이 위생수칙을 지키지 않고 감염자를 만나거나 격리를 지키지 않아 수퍼 전파가 되면, 감염 대책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수용과 인정으로 여러 대책이 시작되는 것 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는 모두가 함께 해야만 효과를 거둔다. 그래서 집단의 내적 응집력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의 관건이다. 집단 소속감이 높고, 집단 정체성이 뚜렷한 집단에서는 자발적 참여가 높을 것이고, 또 사회적 거리두기에의 동참이 결속감을 배가시킬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집단의 통합으로부터 일어날 수 있다. 정부를 비판하면서 마스크 사재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나부터가 아니라 너부터”라는 캠페인으로 분위기를 전환해주는 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가능하게 하고 집단 감염을 방어하는 강력한 인간 항체가 된다.

바이러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그런 공동의 집단행동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야말로 바이러스에 대한 대집단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의 치료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백신이 되어주는 집단이 될 것인지 아니면 서로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감염집단으로 더 오랜 시간 고통받을 것인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행 안에서 목도될 수 있다. 역설이지만 만나지 않을수록 더 결속되는 행위가 사회적 거리두기이고, 서로에게 치료제가 되는 백신이다.

21세기이지만 감염병 위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란 실천으로 감염병으로부터 탈출해야하는 우리에게 결국 가장 중요한 통찰은 과학지식과 공감력에 기초해서 서로를 생각해주는 마음에서 배양된 심리 백신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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