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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건 회복 기원하는 ‘따뜻한 응원의 말 한마디’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 2020.03.16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

1347년 10월 시실리에 제노바 선박이 들어오면서 유행하기 시작한 페스트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전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결국 페스트 대유행으로 유럽 전 인구의 1/3인 약 2500만명이 희생되었고 중국에서도 약 13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럽인들은 이 질병이 사람을 통해 전염되는 것임을 알아챘고 여행자들이 병을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해 1377년 검역법을 제정하였다. 검역(quarantine)이라는 용어의 어원은 프랑스어로 40을 의미하는 ‘quarante’에서 유래했는데, 예수가 40일간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에 맞서 수행한 것처럼 항구에 들어온 배들은 40일 동안 페스트가 발생하지 않아야 안전을 승인받고 승객과 화물을 내릴 수 있었다.

페스트가 유행하는 동안 거지, 유대인, 한센병 환자, 외국인 등은 흑사병을 몰고 다니는 자들로 매도되어 집단폭력을 당하거나, 학살을 당하기도 했는데 특히 유대인들에 대한 핍박이 심했다. 유대인들이 페스트에 잘 감염되지 않는 현상을 두고 이들이 병을 퍼뜨렸다며 혐오가 극에 달했던 것이다. 사실 유대인이 페스트에 잘 걸리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했는데 유대인의 율법상 목욕을 하고 식사 전후에 손을 깨끗하게 씻는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사능 재난 역시 낙인과 혐오가 흔히 수반되는 재난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다른 지역에 이주하게 된 주민들은 엄청난 낙인과 혐오, 따돌림에 시달렸다. 후쿠시마현 출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 괴롭힘 건수는 2011~15년 동안 총 75건에서 2016년 한 해에만 129건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세균덩어리, 방사능 오염자로 매도당했고, 배상금을 많이 받지 않았느냐며 금품을 갈취당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감염병과 방사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노출 정도를 알기 어렵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사람들에게 커다란 불안과 공포를 가져온다. 불안감을 많이 느낄수록 정보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데 이것이 제대로 충족되지 못할 때 불확실한 상황이나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루머가 생성된다. 뿐만 아니라 적대적인 감정을 만족시키고자 하는 욕구도 루머가 만들어지는데 기여한다.

그러나 루머로부터 시작한 혐오와 낙인은 곧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코로나19가 처음 유입되었을 때 우리 사회에는 중국 공포증, ‘시노포비아’ 가 극에 달했다. ‘노 차이나’ 포스터가 등장하는가 하면 일부 식당은 중국인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동양인을 차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스포츠선수들은 헛기침 한번에 코로나 바이러스와 연관지어 온갖 조롱을 받았다. 대구에 코로나 발생이 급증하면서부터는 대구 시민의 탑승 좌석에 소독제를 뿌리는 등 특정 지역에 대한 기피와 혐오가 팽배해지기도 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감염병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을 예방하고 심리적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10가지 마음건강지침을 발표했는데, 개인에 대한 혐오는 감염위험이 있는 사람을 오히려 숨게 만들어 방역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인신공격과 신상노출이 이차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의 적은 감염병이지 병에 걸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같은 편에 상처를 주어서는 안된다.

<코로나19 극복 위한 대국민 마음건강지침>

1. 불안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입니다.
2.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으세요.
3. 혐오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4. 나의 감정과 몸의 반응을 알아차리세요.
5. 불확실함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세요.
6. 가족과 친구, 동료와 소통을 지속하세요.
7. 가치있고 긍정적인 활동을 유지하세요.
8. 규칙적인 생활을 하세요.
9. 주변에 아프고 취약한 분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10. 우리 서로를 응원해주세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게시돼 있는 국민들의 응원문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게시돼 있는 국민들의 응원문구.


우리 모두는 바이러스 앞에 평등하다. 바이러스는 남녀노소, 지역, 국가를 가리지 않는다. 확진자 중 누구도 자신이 감염병의 피해자가 될거라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우리 중 그 누구도 감염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비난과 차별, 혐오의 말을 내뱉기 전에 나 또는 내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져보자. 회복을 기원하는 따뜻한 응원의 말 한마디가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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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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