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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선진국 ‘임대차 제도’ 살펴보니…임차인 보호, 한국보다 훨씬 강력

손희문 오피니언뉴스 기자 2020.08.21
손희문 오피니언뉴스 기자
손희문 오피니언뉴스 기자

국내 주택시장에서 전월세 관련법 개편에 따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오피니언뉴스>가 해외 주요 선진국 통신원들을  활용, 이들 국가의 임대차 법제도를 확인한 결과 주요 해외 선진국의 임대차 제도는 한국과 달랐다.

이들 나라는 임대인보다는 임차인 보호에 좀 더 무게를 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주인의 사유 재산권을 인정하면서도 임차인이 계약상 동등한 지위를 갖도록 보호해주는 측면이 강하다.

자유주의 경제를 지향하는 영미권 조차도 임차인 권리 보호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미국 뉴욕의 임대차 정책 중엔 사회주의적인 느낌이 드는 조항이 있을 정도로 임차인 보호에 적극적이었다. 영국의 경우 주택 임대차 기간을 최장 14년까지 인정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은 영미권보다 훨씬 임차인 보호에 적극적이다. 독일은 임차인의 거주기간을 10년 보장하며, 프랑스는 헌법에 거주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세입자 보호에 힘쓰고 있었다.

반면 호주는 임차인 보호에 소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호주는 지난 20년 간의 집값 폭등으로 부동산에 자산편중이 심화되며 경제의 활력마저 떨어졌다. 호주 내부에서는 임차인 보호장치를 강화하는 법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본과 홍콩은 공통적으로 높은 집값에 대한 부담이 컸다. 특히 일본은 빈집 증가의 문제, 홍콩은 ‘닭장집’ 같은 사회문제로 주택문제가 비화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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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 전 세계에서 집값 가장 비싼 뉴욕, 임차인 보호도 세계 최고 수준

자본주의의 대표격으로 불리는 뉴욕. 그중에서도 맨하탄은 집값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은 것으로 유명한데, 이런 뉴욕시의 임대차 보호 정책이 한국보다 임차인의 권리를 더욱 강하게 보호하고 있는 점은 가장 큰 특징이자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또 뉴욕 주택 시장을 한국과 비교하면 뉴욕이 월 기준 주택 임대료는 월등히 비싸지만, 매매가격은 비슷하거나 약간 저렴하다.

뉴욕 맨하탄에서 방 1개인 아파트 가격은 평균 92만5000달러(약 10억원)이고, 임대시 평균 월세는 3710 달러(월 약 420만원)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퀸즈(맨하탄에서 자동차로 3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지역)의 경우 평균 월세는 2250 달러(약 240만원)이고 매매가는 65만 달러(약 7억원) 수준이다.

비싼 월세와 매년 2%씩 상승하는 월세에 더해 이사 시 부동산 중개비에 대한 부담도 상당하다. 임차인은 온라인 부동산 업체에서 물건을 찾고 가격 비교를 한다고 해도 한달 월세의 1.5배를, 매도자는 집값의 3~6%를 중개비로 지급해야 한다. 기타 부대비용(거래세·보험·변호사비 등)까지 더하면 주택을 쉽게 사고 파는 것이 녹록치 않다.

이렇게 높은 뉴욕 시의 집값을 시민들의 평균 임금(월급 약 300만원)과 견줘보면 뉴욕시 주택 월세는 일반 서민이 쉽게 감당 할 수 있는 정도 밖이다. 따라서 부자이고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 만 뉴욕 시에 거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뉴욕을 비롯한 미국은 전세 문화가 없고,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보다 월세로 거주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또한 뉴욕은 도시 거주자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저소득자와 다인종, 노인과 임차인의 권리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부동산 정책울 시행하고 있다.

임차인 보호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렌트 컨트롤(rent control)’과 ‘렌트 스테블라이즈 (rent stabilized)’ 아파트 정책이다.

‘렌트 컨트롤‘은 뉴욕에서 1947년 이전에 지어진 빌딩 중 1971년 이전에 렌트한 거주민의 경우 본인이 원할 때까지 입주 당시 가격으로 임대해서 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러한 뉴욕의 대표적인 임차인 보호 규정 때문에 방 3개(거실포함)짜리 아파트의 평균 월세가 5000달러가 넘는 건물에서 1971년 이 전에 들어온 70대 노인은 400달러만 내고 살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온 가족은 2500달러를 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있기도 하다.

이렇게 시장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아파트는 뉴욕시 전체 임대 주택의 1%를 차지한다.

또 다른 임차인 보호법인 ‘렌트 스테블라이즈’는 1974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 대해 임대료를 시 정부가 정한 상한선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렌트 스테블라이즈’ 의 경우 뉴욕시 전체 아파트의 50%인 100만채 정도에 적용된다.

‘렌트 스테블라이즈’에 적용되는 아파트의 월세 상한선은 2700달러이고 이런 아파트들의 월세는 시 정부가 정한 이상으로 올릴 수 없다.

또한 임차인이 월세를 밀리지 않았다면 집주인이 거주민을 내보내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심지어 임차인이 월세를 내지 못하는 경우에도 인권법과 차별법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보호받을 수도 있다.

뉴욕 초고층 아파트.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욕 초고층 아파트.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호주 - 집값 폭등에도 임차인 보호엔 ‘소홀’…주택 투기로 국가경제 활력 잃어

호주 역시 한국과 같은 전세 제도가 없다. 주택 임대료를 2주 간격 또는 월세로 내야하기 때문에 소득(직장)이 분명하면 어렵지 않게 임대를 시작할 수 있다. 보증금 명목의 임대 계약금은 2~4주 임대료 정도로 한국에 비교하면 부담이 매우 낮다.

매매든 임대든 대부분의 부동산 거래는 중개 에이전시를 통해 성사된다. 중개 수수료는 거래 가격의 1.5~2% 사이인데 가격이 높을수록 중개 수수료 비율이 낮아진다.

임대 계약 기간은 대체로 1년이 기본이다. 세입자가 퇴거를 할때는 4주 전에 집주인들이 부동산 임대관리를 맡긴 임대관리회사에 통지하면 된다.

집주인의 임대료 인상 상한선은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시세에 비해 지나친 인상이라고 판단되면 임차인은 법원에 이의를 신청해 깎을 수도 있다. 

종합하면 그만큼 기본 계약기간이 짧은 만큼 세입자는 이사를 자주 가야한다는 부담을 가지게 되고, 연간 임대료 상한선이 제한돼있지 않아 집값이 폭등해도 세입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이의제기에 그친다.

호주는 과거에 임대 주택을 주택 매입 전단계에 일시적으로 거치는 공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최근에는 20년 동안 집값이 3~5배 폭등하며 장기 임대 현상이 확산되고 있고, ‘임차인 보호가 소홀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 호주 내에서도 임차인 보호장치를 강화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임대차 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산업에 투입되어야 할 민간 자금이 주택 투기에 집중되면서, 산업경쟁력을 제고하는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원자재 수출에만 의존, 한때 호황을 누렸던 호주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불황이 시작됐다. 그 와중에도 주택투기는 여전했다. 에너지 외에 제대로 된 산업기반을 갖출 기회를 주택투기로 날려버렸다. 최근에는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에 호주는 “중국이 코로나19감염의 진원지”라는 미국의 주장이 동조하는 바람에 중국과 심각한 무역마찰을 빚고 있다. 곡물, 원자재의 중국 수출이 중단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집값 급등을 방치할 경우 국가 경제가 어떻게 활력을 잃는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호주다.      

◆ 독일 - 10년 거주기간 보장·보증금은 월임대료 3배 수준, 퇴거강제는 ‘불가’

호주에 반해 독일은 임차인 권리 보호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유럽 전체적으로는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에 익숙하다. 임차인이 원하면 10년 거주기간 보장이 되고, 퇴거를 강제할 수 없다.

독일에서는 임대계약기간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대부분 10년을 기본으로 본다. 때문에 임차인이 자주 바뀌는 경우도 흔치 않다. 집주인이 바뀌어도 그 계약은 그대로 유지된다.

임차인 퇴거는 임대인(집주인)이나 직계가족이 다른 거주지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법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임차인이 다양한 이유를 대고 버티면 쫓아내지 못한다. 예컨대 임차인이 취학연령의 아동을 키우는 가정의 부모인 경우, 추가비용을 내 이사를 할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면 집주인은 쫓아내지 못한다.

주로 독립된 아파트를 임차하려면 월임대료와 함께 보증금은 월임대료의 3배 정도 필요하다. 이 보증금은 임대기간 만료 후 퇴거 시 이 주택에 대한 손해보상 목적으로 설정된 것이다. 중개비는 월 임대료의 2배 수준이다.

독일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주택임대료가 급등하는 지역에 한해서 ‘주택임대료 브레이크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새로운 임대계약 체결 시 해당지역의 임대료수준을 10%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다만 ▲새로 건축된 주택 ▲리모델링한 주택 ▲주인이 임대사업을 처음 시작한 주택 등에 한해 예외를 둔다.

한편 독일은 주택거래 비용(거래세)을 높게 설정해 잦은 주택거래를 못하도록 묶고 있다. 독일인들은 대체적으로 주택을 한번 사면 평생 실거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리고 주택을 임대한다 하더라도 임대차계약 또한 빈번하게 작성하지 않는다. 부동산 거래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임대인들은 임차인이 오랫동안 자기 집에서 사는 것을 원한다.

◆ 프랑스 - 최단 임대기간 3년·보증금은 월임대료 3배, ‘임대료 지급 능력’이 중요

프랑스는 임대료 지급 능력을 꼼꼼하게 살피는 대신, 임대보증금의 부담은 크지 않다.

프랑스에서 세입자로 들어가려는 경우, 같은 입주희망자들과 면접을 봐야한다. 면접 경쟁은 대개 세입자가 안정적으로 월세를 지불할 수 있는지 여부로 판가름 난다. 이에 보통 주택 월세의 3배 이상에 해당하는 월급명세서를 제출해야 한다.

프랑스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인기가 많은 임대아파트 규모인 90㎡(약 27평)형 집의 기준을 예로 들면, 파리 중심(6~8구, 14~17구)이나 고급 수도권지역(눼이·Neuilly)의 임대료는 월 3600유로(500만원) 수준이다. 이런 집을 임대하려면 앞서 설명한대로 임대료의 3개월치(1500만원)를 상회하는 월급명세서나 1년치(6000만원) 보증금이 필요하다.

임대 보증금은 세입자가 월세 지불능력 증빙서류가 있을 경우 월세 한 달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야한다. 증빙서류를 내지 못할 경우에는 임대인은 1년치 월세를 은행에 맡겨 놓게하는 은행보증을 요구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임차인의 최단 임대 기간은 3년이며,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원하는 경우 3개월, 임대인이 계약 해지를 원하는 경우 6개월 이전에 상대방에게 등기우편으로 고지해야한다. 중개비는 월세 한달 치 금액에 준한다.

또한 임대료의 경우, 매년 해당 지역의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을 산정해서 이에 비례하는 임대료 인상률 상한 제도를 두고 있다.

프랑스는 헌법상에 국민의 ‘주거권’이 보장돼 있는 나라다. 이에 따라 모든 국민의 주거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사회적 임대아파트 공급 ▲사회보장법 상 주택임대료 보조금 지급 등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 일본 - 보증금 월임대료 1~2개월 수준, 사례금을 집주인에게 따로 지불

한국에서 임대 및 월세 계약을 하면 보증금과 중개비가 필요하듯이, 일본도 시키킹(敷金)과 레이킹(礼金)이 든다. 일본 역시 전세제도가 없다.

일본의 주택임대 보증금은 독일과 프랑스 같은 유럽보다는 약간 낮은 수준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3개월치의 보증금을 요구하지만 일본은 보증금으로 월세의 1~2개월분에 준하는 금액을 내면 된다.

일본은 임차인이 ‘시키킹(敷金)’이라는 보증금을 내야하며, 금액은 한국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다만 한국처럼 보증금이 다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집을 사용한 사람이 나갈 때 집 컨디션을 원상복구 해 주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계약이 만료될 때 청소비와 수리비 등이 제외된 소정의 금액만 돌려받는다. 나갈 때, 집 컨디션이 안 좋을 경우에는 청소비와 수리비를 추가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특이한 점은 '레이킹(礼金)'인데, 한국말로는 사례금이고 중개비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집을 빌려줘서 감사하다는 뜻으로 임대인(집주인)에게 주는 돈이다.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수수료를 주는 한국과는 달리, 임대인에게 감사비(사례비)를 준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여기에 월세의 1~2개월분에 준하는 금액을 지불한다.

즉 집을 구할 때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내는 ‘복비’ 대신 집주인에게 ‘사례비’를 지불하는 것이다.

◆ 홍콩 - 향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은 ‘불안’…높은 집값 때문에 일명 ‘닭장방’까지 등장

홍콩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전세제도가 없어서 거주형태는 대부분 자가 혹은 월세로 나뉜다. 홍콩시민의 대부분이 높은 가격의 집을 구매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월세로 생활하는 편이다.

홍콩의 집값이 높다 보니 월세 또한 높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5평 아파트의 월세는 300만 원이 넘고 10평 규모의 아파트도 250만 원 정도다.

홍콩섬에서 1980년도에 지어진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한화로 약 40억원 수준이고 99.17㎡(30평)정도 아파트에 거주하려면 월세는 6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임대 계약은 2년 단위가 기본이다. 보증금은 2개월치를 내고 부동산 중개비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반반씩 낸다. 임차인은 한달 월세의 절반치를 중개비로 부담한다고 보면 된다.

만약 같은 지역에서 새로 지은 아파트에 월세로 입주하려면 월세 비용은 약 50% 정도 상승한다. 그러나 홍콩섬 외곽으로 나갈 경우에는 월세 비용은 20~40% 정도 낮아진다.

월세 가격이 높다 보니 홍콩 서민의 주거방식 중 하나로 등장한 것이 홍콩에서 ‘닭장방’이라 불리는 좁은 원룸이다. 한국의 고시원 중에서도 매우 좁은 방을 생각하면된다.

사람 1명이 들어가 누우면 꽉찰 정도의 작은 방인데 월세가 워낙 높다 보니 이런 좁은 공간을 활용한 주거방식이 늘고 있다. 실제로 홍콩의 중위임금을 받는 직장인이 월급의 반 정도를 집세로 지불한다면 5평 전후의 조그만 공간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홍콩에서는 여러 명이 집 하나를 임대해서 월세를 공동 부담하며 함께 생활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홍콩 정부는 오는 2023년까지 중하위 소득자들에게 약 10만가구의 임대주택과 보조금 지급을 통한 아파트를 공급하기로 발표하는 등 매년 새로운 부동산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모두의 사례를 확인한 결과, 임차인 보호에 나서고 있는 나라들은 공통적으로 ▲전세제도는 없다 ▲‘임차인 보호’는 당연하다 ▲임대기간은 장기간이다 ▲(매매)중개수수료는 임대인이 낸다는 점 등이다. 사유재산권 제한에 반발심리가 큰 한국과 달리, 이들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임대차 정책의 공개념을 인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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