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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과 초기영화

[영화 A to Z, 시네마를 관통하는 26개 키워드] ⓚ Kinetoscope(키네토스코프)

이지현 영화평론가 2020.05.22

‘예술로서의 영화’를 처음 이론화한 벨라 발라즈가 움직이는 사진 이미지를 처음 접한 것은 어린 시절 헝가리의 산골마을에서였다.

그가 살던 마을에 토마스 에디슨의 영상 시청기구 ‘키네토스코프(kinetoscope)’ 시연 행사가 있었다. 이후에 영화를 향한 산골소년의 꿈이 시작됐다.

비단 발라즈에 대한 영향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발명가로서 에디슨이 영화사에 끼친 영향은 대단했다. 하지만 뤼미에르 형제와 비교해서 다소 저평가된 면이 있다.

만일 에디슨에 대한 역사적 평가나 독점권 인정 정도가 지금과 달랐다면, 영화사는 다르게 형성되었을지도 모른다.

◈ 키네토스코프와 키네토그라프

기본적으로 ‘시네마’는 관객 눈앞의 스크린에, 캐릭터와 물체의 환영을 담은 ‘이미지’가 빛에 투사되며 진행되는 예술이다.

하지만 이 정의는 지극히 본질적인 설명이다. 만일 누군가 ‘영화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원론적인 답이 아니라 역사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대체해야 할 것이다.

여타 예술과 달리 영화는 ‘최초로 시작한 사람’이 누구인지(뤼미에르), 혹은 ‘최초의 작품’이 무엇인지(1895년작 <뤼미에르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를 명확하게 답할 수 있는 드문 매체이다.

그렇지만 과학적 증거가 남아 있지 않았다면, 영화 기원에 대한 문제는 복잡한 토론의 양상을 보였을지 모른다.

실제로 1978년 브라이튼에서 열린 ‘영화의 새로운 역사’ 학회 이후에, 기존 영화사에서 중요하지 않았던 ‘매직 랜턴(magic lentern)’이나 ‘프리시네마(pre-cinema)’ 개념은 적극 부상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로랑 마노니는 “영화 역사는 400년이 되었다”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에디슨의 경우, 그는 관객들 앞에서 영화가 단체로 ‘상영’되는 아이디어 자체에 반대했다. 한 마디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예측했다.

이러한 입장은 지극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에디슨은 영상을 개별로 ‘들여다보는 장치’를 선호했고, 때문에 시네마토그라프(Cinematographe)에게 ‘최초의 영화 상영장치’라는 영광을 빼앗겼다.

하지만 에디슨은 키네토스코프 뿐 아니라 ‘키네토그라프(kinetograph)’의 창작자이기도 했다. 자신이 개발한 영상 촬영기재를 보호하기 위해 그는 여러 개의 특허를 신청했다.

하지만 이 권리는 미국 내에서만 인정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온갖 키네토그라프 모조품들이 등장했다. 뤼미에르 형제 역시 에디슨의 영향으로 시네마토그라프 개발을 시작했다.

◈ 최초의 영화 촬영소 ‘블랙 마리아’

에디슨과 관련한 에피소드 중 <달나라 여행>(1902년작)에 대한 이야기도 유명하다.

국제 필름 규격 ‘35mm 필름’을 처음 개발한 것은 ‘코닥’인데, 당시 이스트만 코닥은 자신이 만든 필름을 상용화하지 않았다. 1892년에 에디슨과 조수 딕슨은 코닥사에 필름을 대량 생산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필름 양옆으로 ‘4개 천공(구멍)’을 뚫는 아이디어를 낸다. 영사를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 천공이 들어간 필름 도면으로 에디슨은 국제 특허를 받았다.

코닥의 창업자 조지 이스트먼(왼쪽)과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ANP,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코닥의 창업자 조지 이스트먼(왼쪽)과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사진=저작권자(c) AN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후 1902년에 멜리에스가 미국 진출용 사무실을 냈을 때, 가장 먼저 히트작 <달나라 여행>을 가지고 그가 미국으로 왔다. 하지만 법원이 상영용 롤 절반 정도를 압류했다. 천공이 활용됐기 때문이다.

1923년 멜리에스가 파산했을 때, 에디슨 탓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물론 사실이 아니었지만, 아주 약간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에디슨의 행보는 빠르고 경제적인 목표로 집중되어 있었다. 최초의 촬영 스튜디오라 할 수 있는 ‘블랙 마리아(black maria)’ 역시 그가 가장 먼저 설립했다. 이곳에서 에디슨은 영상물을 촬영했다. 딕슨을 중심으로, 키네토스코프용 영상이 5년간 무려 70여 편 완성되었다.

‘블랙 마리아’란 이름은 미국 경찰의 ‘벤’ 별칭에서 따온 것으로, 검은 자동차와 닮은 스튜디오 외형 탓에 그렇게 불렸다. 타르가 사용된 종이 재질로 된 건물은 필요에 따라 지붕이 오픈됐다.

햇볕이 비춰질 때, 내부 온도가 극히 높아졌던 탓이다. 그리고 건물 주변에 레일이 깔렸다. 촬영을 위해 건물 방향은 약간씩 조정될 수 있었다.

◈ 키네토스코프의 내용

블랙 마리아에서 촬영된 영상물은 대략 1분 미만 러닝타임을 지녔다.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특징이었다.

스튜디오에서 멀지 않은 샌프란시스코에는 ‘키네토스코프 상영소(Kinetoscope Parlors)’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비용을 지불한 관객들이 영상물을 기다렸다.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키네토스코프 렌즈를 들여다봤다.

키네토스코프 영상물은 ‘스토리가 거의 없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크기가 크고 ‘초당 18프레임’ 속도의 전기모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키네토스코프는 이동하기 어려웠다. 기술적인 제약도 많았다.

비견컨대 5kg 정도의 시네마토그라프와는 달랐다. 때문에 볼거리가 강조되는 방향으로 내용이 발전했다. 마술쇼나 공연, 춤추는 여인이나 신체 일부 등 시각적 스펙타클이 강조된 영상들이었다.

에디슨의 행보를 돌아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만일 상영기구가 아닌 촬영도구 중심으로 영화가 발전했다면, 영화사는 ‘어트랙션 시네마’ 중심으로 서술되었을지 모른다.

확실히 에디슨의 작업은 미학적 도약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기술적인 면에서 다양한 문화적인 변화들을 이끌었다. 소위 유럽식 예술영화와는 다른, 할리우드의 산업적인 경향은 에디슨으로부터 출발했다.

이지현

◆ 이지현 영화평론가

2008년 '씨네21 영화평론상'으로 등단했다. 씨네21, 한국영상자료원, 네이버 영화사전, 한겨레신문 등에 영화 관련 글을 썼고, 대학에서 영화학 강사로 일했다. 2014년에 다큐멘터리 <프랑스인 김명실>을 감독했으며, 현재 독립영화 <세상의 아침>을 작업 중이다. 13inoch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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